- 음악은 줄이고 조명은 키우고

이들 브랜드(특히 아베크롬비)는 십대 청소년들이 자라, H&M, 포에버 21, 타겟 등 다른 패스트 패션 브랜드로 눈을 돌리면서 매출이 감소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2013년 수익이 77% 줄었고 동일 매장 매출이 3년 연속 감소했다. 지난해 말 아베크롬비 CEO 자리를 22년 동안 지켜오던 마이클 제프리스가 퇴사한 뒤 회사 주가가 8% 올랐다. 투자자들이 제프리스의 퇴사를 변화의 징조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제프리스는 그동안 이 브랜드가 구축해온 ‘보통사람에겐 너무 멋진(too-cool-for-you)’ 이미지를 지지한 대표적 인물이었다. 그는 2006년 온라인 뉴스 사이트 살롱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솔직히 우리의 타겟은 감각 있는 젊은이들이다. 멋진 사고방식과 많은 친구를 지닌 매력적이고 매우 미국적인 젊은이들이 우리의 공략 대상이다. 많은 사람이 우리 제품에 어울리지 않는다. 아니, 어울릴 수가 없다. 우리가 배타적이냐고 묻는다면 ‘매우 그렇다’고 답하겠다.”
현재 아베크롬비는 그 ‘배타적인’ 특성 때문에 입은 수익 손실을 만회하려고 노력 중이다. 앞으로는 직원을 뽑을 때 외모를 기준으로 삼지 않을 계획이다.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매장 직원을 체형이나 육체적 매력을 기준으로 뽑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리는 정성을 다해 고객을 대하는 친절하고 똑똑하고 낙천적인 사람을 고용할 계획이다.”

이제는 외모가 직원 고용의 주된 기준이 아니기 때문에 매장 직원들은 전처럼 ‘모델’로 불리지 않고 ‘브랜드 영업사원(brand representatives)’으로 불리게 된다. 여전히 거창하지만 최소한 배타적인 이미지는 덜한 듯하다.
이 ‘모델’들이 없어지면 아베크롬비와 홀리스터는 성적인 매력을 내세운 마케팅 전략 일부를 더는 사용하지 않게 된다. 이제는 웃통 벗은 남자 직원이나 노출이 심한 옷을 입은 여자 직원들이 몹시 지루한 표정으로 매장 문 앞을 지키고 서 있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물론 웃통을 벗은 핸섬한 남자 직원들이 없어지는 걸 모두가 반기지는 않을 것이다. 뉴욕 소호에 있는 홀리스터 매장 문 앞에 웃통을 벗은 안전요원들이 나타나면 봄이 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인기 패션 블로그 Racked New York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몸통 주시(Torso Watch)’라는 코너를 가동한다. “여름이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리는 중요한 순간을 주의 깊게 지켜보는 코너다. 아베크롬비 매장 문 앞에 젊은 청년들이 나타나는 날이 바로 그 순간이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그들은 매력적인 모습으로 윗옷을 벗고 매장 앞에 서서 사춘기 소녀들을 안으로 끌어들인다.”
아베크롬비와 홀리스터의 이런 변화는 누구보다 부모들(그리고 자신의 의사와 상관 없이 이들 매장에 이끌려 들어가는 18세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기쁜 소식이 될 듯하다. 우선 음악 소리가 작아지면 매장 안에서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있지 않을까? 또 조명이 밝아진다니 자녀가 사달라는 100달러짜리 반바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확실히 볼 수 있을 테고 말이다. 게다가 코를 찌르는 향수 냄새가 사라지면 고교 시절 친구의 잘못된 조언 때문에 엉망이 됐던 데이트의 기억을 떠올리지 않아도 된다. 부모들이 기뻐할 만하지 않은가!
- 번역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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