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키워드 - 평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스웨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키워드 - 평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라르스 에릭(39), 안나 마리아(42) 부부는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450㎞ 떨어진 벡셰라는 소도시에서 살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엠마(15)와 시몬(12) 자녀가 있다. 남편 라르스의 월수입은 2만9900 크로나(약 400만원, 5월 18일 환율 기준으로 1크로나는 135원이다), 복지 부문에서 일하는 아내 안나의 월급은 2만4800 크로나(약 330만원)다. 세금을 내고 부부가 손에 쥐는 월 수입은 4만 4000 크로나(약 594만원)다. 세금으로 130만원 정도를 내는 셈이다. 여기에 두 부부는 자녀가 16세일 때까지 정부에서 매달 주는 1050 크로나(약 14만원)의 아동수당을 추가로 받는다. 엠마와 시몬이 태어난 이후 부부는 모두 출산 및 육아 휴가를 보냈다. 부모들은 출산 후 자녀 한 명당 480일의 유급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부모는 60일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고, 나머지 기간은 필요에 따라 나눠 사용할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스웨덴 국민이 사용한 육아 휴가의 25%는 남성이 사용했다.
스웨덴 대외홍보처가 펴낸 ‘This is Sweden’(여기는 스웨덴)이라는 책자에서 볼 수 있는 스웨덴의 평범한 가정 모습이다. 스웨덴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문화인 ‘일과 가정의 양립’과 ‘평등’을 이 부부의 삶에서 느낄 수 있다.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노벨상과 복지의 나라로만 알려진 스웨덴과 스웨덴 기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인구 1000만명도 안되는 나라에서 많은 글로벌 기업을 배출하는 저력을 궁금해한다. 결론적으로 스웨덴 기업의 경쟁력은 ‘평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나온다.
스웨덴의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960만명, 이중 이민자가 200만명이다. 한국의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5022만명이다. 스웨덴의 인구밀도는 평균 21명/㎢, 한국은 501명/㎢다. 스웨덴의 면적은 45만1000㎢, 한국의 면적은 10만210㎢다. 수치상으로 보면 스웨덴은 한국보다 국토가 넓지만 인구가 현저히 적다. 경제활동 인구가 한국보다 월등히 적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생산성은 스웨덴이 한국보다 높다. 2013년 기준으로 스웨덴 1인당 GDP는 6만430 달러, 한국은 1인당 GDP가 2만5976 달러다. 스웨덴은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이면서 경제성장률도 높은 곳이다. 전문가들이 “스웨덴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강국 스웨덴, 경쟁력의 비밀』이라는 책을 쓴 일본 메이지대학교 기타오카 다카요시 교수(상학부)는 “스웨덴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며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웨덴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모든 것을 복지가 해결해주면 국민은 의욕이 생기지 않을 법도 한데, 스웨덴 국민은 오히려 근면하고 노동 생산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기업의 특징은 ‘수출 위주의 제조업’이다.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살아남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해 43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리는 이케아, H&M(총 매출액 20조원), 에릭슨(총 매출액 40조원), 아트라스콥코(12조원), 일렉트로룩스(14조원) 등이 스웨덴에서 나온 이유다. 이들 기업은 한국에서도 활동 중이다. 주한스웨덴대사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지사를 내고 활동 중인 스웨덴 기업은 79개에 이른다. 스웨덴을 지탱하는 복지와 인권 중시 사회 시스템은 기업 운영 방식에도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이중 ‘평등’은 스웨덴 기업이 지키려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스웨덴 기업에는 직급이 거의 없다. 스태프와 매니저가 전부인 경우가 많다. 특히 남녀 차별이 없는 것은 스웨덴 기업의 장점이자 힘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간하는 세계남녀격차보고서에 따르면 양성 평등에서 스웨덴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녀 모두 출산 육아 휴가를 쓰고, 여성의 소득은 남성 소득 대비 93%에 이른다. 주한스웨덴대사관 자료에 따르면 20세~64세 여성 중 80%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공공부문에서 남녀평등은 일반적인 일이 됐다. 중앙정부와 의회에서 여성 비율은 50%에 달한다. 군의회·주의회·중앙 정부 고위직 대다수도 여성이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여전히 여성 이사나 임원은 드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세계남녀격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 평등 지수는 세계 142개국 중 117위였다. ‘동일 직군 남성과의 임금 평등’은 125위다.
스웨덴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스웨덴은 유럽의 부흥 수요 덕분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여성의 취업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쳤던 것.
스웨덴하면 떠오르는 것이 복지다. 이 때문에 스웨덴이 사회주의 국가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런 선입견과 달리 스웨덴 정부는 민간기업의 자유를 보장한다. 주한스웨덴대사관 린다 바크테만 참사관도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제의 상징처럼 비쳐지는 상속세나 부유세는 더 이상 스웨덴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기업의 경영상황에 따라 정리해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놀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스웨덴은 자유무역 국가이자, 금융·자본시장도 개방되어 있다. 스웨덴을 대표했던 볼보 자동차나 사브가 외국 자본에 인수된 이유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가능한 것은 튼튼한 사회복지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만일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면 월급 대비 일정 비율의 실업 수당을 받는다. 만일 실업 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부는 수입보조수당을 지급한다.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대신 스웨덴 정부가 기업 활동에 관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는 것이다. 스웨덴 연구소(Swedish Institute)가 펴낸 『북유럽의 길』(The Nordic Way) 보고서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강조한 것은 사회적 연대’라고 밝혔다. 스웨덴 연구소는 북유럽의 힘을 ‘평등’ ‘개성’ 그리고 ‘사회적 신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스웨덴 기업은 유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경영의 투명성, 고용 정책의 선진화, 엄격한 품질 관리 뿐만 아니라 심지어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이유다.
기타오카 다카요시 교수는 “스웨덴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활동을 제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품의 가치를 높여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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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대외홍보처가 펴낸 ‘This is Sweden’(여기는 스웨덴)이라는 책자에서 볼 수 있는 스웨덴의 평범한 가정 모습이다. 스웨덴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문화인 ‘일과 가정의 양립’과 ‘평등’을 이 부부의 삶에서 느낄 수 있다.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노벨상과 복지의 나라로만 알려진 스웨덴과 스웨덴 기업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인구 1000만명도 안되는 나라에서 많은 글로벌 기업을 배출하는 저력을 궁금해한다. 결론적으로 스웨덴 기업의 경쟁력은 ‘평등’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서 나온다.
스웨덴의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960만명, 이중 이민자가 200만명이다. 한국의 인구는 2013년 기준으로 5022만명이다. 스웨덴의 인구밀도는 평균 21명/㎢, 한국은 501명/㎢다. 스웨덴의 면적은 45만1000㎢, 한국의 면적은 10만210㎢다. 수치상으로 보면 스웨덴은 한국보다 국토가 넓지만 인구가 현저히 적다. 경제활동 인구가 한국보다 월등히 적다는 이야기다.
이에 반해 생산성은 스웨덴이 한국보다 높다. 2013년 기준으로 스웨덴 1인당 GDP는 6만430 달러, 한국은 1인당 GDP가 2만5976 달러다. 스웨덴은 복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나라이면서 경제성장률도 높은 곳이다. 전문가들이 “스웨덴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복지강국 스웨덴, 경쟁력의 비밀』이라는 책을 쓴 일본 메이지대학교 기타오카 다카요시 교수(상학부)는 “스웨덴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라며 “높은 세금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크게 반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스웨덴 국민이 느끼는 행복감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 모든 것을 복지가 해결해주면 국민은 의욕이 생기지 않을 법도 한데, 스웨덴 국민은 오히려 근면하고 노동 생산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스웨덴 기업의 특징은 ‘수출 위주의 제조업’이다. 내수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수출을 통해 살아남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한해 43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리는 이케아, H&M(총 매출액 20조원), 에릭슨(총 매출액 40조원), 아트라스콥코(12조원), 일렉트로룩스(14조원) 등이 스웨덴에서 나온 이유다. 이들 기업은 한국에서도 활동 중이다. 주한스웨덴대사관 자료에 따르면 한국에 지사를 내고 활동 중인 스웨덴 기업은 79개에 이른다.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하게 요구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간하는 세계남녀격차보고서에 따르면 양성 평등에서 스웨덴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녀 모두 출산 육아 휴가를 쓰고, 여성의 소득은 남성 소득 대비 93%에 이른다. 주한스웨덴대사관 자료에 따르면 20세~64세 여성 중 80%가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공공부문에서 남녀평등은 일반적인 일이 됐다. 중앙정부와 의회에서 여성 비율은 50%에 달한다. 군의회·주의회·중앙 정부 고위직 대다수도 여성이다. 하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여전히 여성 이사나 임원은 드물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참고로 지난해 11월 발표된 세계남녀격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 평등 지수는 세계 142개국 중 117위였다. ‘동일 직군 남성과의 임금 평등’은 125위다.
스웨덴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된 것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다.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스웨덴은 유럽의 부흥 수요 덕분에 급속한 경제성장을 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여성의 취업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쳤던 것.
스웨덴하면 떠오르는 것이 복지다. 이 때문에 스웨덴이 사회주의 국가로 비쳐지기도 한다. 이런 선입견과 달리 스웨덴 정부는 민간기업의 자유를 보장한다. 주한스웨덴대사관 린다 바크테만 참사관도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기업 규제의 상징처럼 비쳐지는 상속세나 부유세는 더 이상 스웨덴에서 찾아볼 수 없다. 기업의 경영상황에 따라 정리해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놀라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스웨덴은 자유무역 국가이자, 금융·자본시장도 개방되어 있다. 스웨덴을 대표했던 볼보 자동차나 사브가 외국 자본에 인수된 이유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가능한 것은 튼튼한 사회복지 시스템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만일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면 월급 대비 일정 비율의 실업 수당을 받는다. 만일 실업 수당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정부는 수입보조수당을 지급한다. 새로운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직업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다.
대신 스웨덴 정부가 기업 활동에 관여하는 부분이 있다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조하는 것이다. 스웨덴 연구소(Swedish Institute)가 펴낸 『북유럽의 길』(The Nordic Way) 보고서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강조한 것은 사회적 연대’라고 밝혔다. 스웨덴 연구소는 북유럽의 힘을 ‘평등’ ‘개성’ 그리고 ‘사회적 신뢰’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인지, 스웨덴 기업은 유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경영의 투명성, 고용 정책의 선진화, 엄격한 품질 관리 뿐만 아니라 심지어 환경보호를 강조하는 이유다.
기타오카 다카요시 교수는 “스웨덴 기업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기업활동을 제약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상품의 가치를 높여 상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 중 하나로 받아들인다”고 분석했다.
-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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