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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의 뿌리를 찾아서

창의성의 뿌리를 찾아서

지난 5월 발표된 연구는 픽셔너리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실험 방식으로 두뇌 속 창의성의 뿌리를 탐구했다.
“창의성은 규정하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매니시 사가는 말했다. 스탠퍼드대학 정신과 강사, 학제적 뇌과학연구소의 연구책임자이자 디스쿨(d.school, 공식 명칭은 해소 플래트너 디자인 연구소)의 강사다.

사가 강사는 앨런 라이스 뇌과학연구소장과 함께 최근 학제적 연구팀을 이끌고 인간 창의성의 뿌리를 찾는 연구에 도전했다. 지난 5월 28일 ‘사이언티픽 리포츠’(‘네이처’ 잡지 발행사가 운영하는 온라인 무료 개방형 저널)에 그 결과가 발표됐다. 창의성이 소뇌 활동 증가와 관계 있다는 내용이었다. 소뇌는 보통 운동제어(motor control)를 담당한다. 반대로 전전두엽과 대상회 등 계획·조직·작업기억·평가를 담당하는 두뇌 부위의 활동 증가는 창의성 저하와 연관성이 있었다. 스탠퍼드대학은 보도자료를 통해 소뇌가 창의성에 관계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처음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창의성의 신경 상관체(neural correlates), 다시 말해 두뇌에서 창의적 역량의 뿌리를 찾아내는 실험을 설계하고자 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반드시 창의적 직업군 소속은 아니었다(그런 점에서 이전의 연구들과 달랐다. 이전 연구는 음악가나 작가를 대상으로 했다). 대신 스탠퍼드대학 캠퍼스 안팎의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명시적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말하는 대신 더 재미있고 게임 같은 실험 패러다임을 고안한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논문 대표작성자인 사가 강사가 말했다. 연구팀은 창의성이 필요한 인기 게임 ‘픽셔너리(Pictionary)’를 이용했다. 피험자들을 자기공명영상(MRI)실에 모아놓고 제시한 단어들에 대한 그림을 각각 그리도록 했다. ‘공중부양하다(levitate)’ ‘정확히 집어내다(pinpoint)’ ‘소진시키다(exhaust)’ 같은 단어다. 30초를 주고 MRI 검사에 안전한 태블릿 PC를 이용하도록 했다. 그림 그리는 동안 연구팀은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피험자들의 두뇌를 스캔했다. 작업 중 어떤 두뇌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탐지하기 위해서다.

창의성을 발휘하라고 요구하는 대신 무엇이든 사람들이 그 단어를 추측하기 가장 쉽게 그리라고만 주문했다. 피험자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조금이라도 받지 않도록 지시사항을 작성할 때 의도적으로 신경 썼다고 사가 강사가 말했다.

피험자들이 그림을 완성하고 스캔이 끝난 후 연구팀은 그림에서 작성자 이름을 삭제했다. 그리고 디스쿨 전문가 2명이 그림들을 별도로 평가했다. 디스쿨에서 창의성 강화 과정(일명 ‘창의성 헬스 센터’)을 가르치는 그레이스 호손 컨설팅 조교수, 그리고 디스쿨의 애덤 로열티 수석 리서치 조사원이 각 그림의 표현·정교함·기술성·독창성을 평가했다. 이들 마지막 3개 특성을 합쳐 독창성 점수를 산출했다. 독창성 점수가 높을 때 소뇌 활동수준도 높게 나타났다. 또한 높은 창의성 점수를 얻은 그림은 집행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의 활동이 적었다.
 창의적인 사람은 일의 결과도 좋아
창의성에 관한 의문과 관련해 신경과학에서 답을 찾으려는 시도는 새롭지 않다. 하지만 조사대상 표본보다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창의성의 정의로부터 그것을 측정하려는 시도, 널리 응용할 만한 결론의 도출에 이르기까지 이 종잡을 수 없는 개념의 연구는 곳곳에 장애물이 깔려 있는 미로를 안개 속에서 더듬어 나가는 격이다.

예컨대 연구팀은 이들 창의성 점수에 객관성을 부여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이 연구에 사용된 방법은 창의성의 실증적 연구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방증한다. 결국 평가자의 점수는 주관적이고, 창의성에 수반되는 요인의 특정한 해석에 근거한다.

대조군의 실험 조건도 몇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대조군에는 단어를 묘사하는 대신 지그재그로 선을 그리도록 했다. 창의성과 관련된 두뇌 활동을 특정하려는 시도였다. 이 같은 조건은 이미지를 그리는 데 필요한 미세운동 제어와 기타 기능은 일치시키되 창의적 측면만 배제하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이 연구의 큰 문제점은 대조 작업에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언어 면에서도 일치하지 않는다. 픽셔너리는 대단히 언어 중심적인 반면 지그재그는 그렇지 않다.” 남캘리포니아대학에서 창의성을 연구하는 인지 신경학자 리사 아지즈-자데 교수가 온라인 잡지 와이어드에 한 말이다.

“지그재그처럼 간단한 그림을 그릴 때는 시각·공간 측면과 픽셔너리 작업의 동작 기능을 요구한다. 하지만 인지기능에는 훨씬 적은 노력이 필요하다. 완벽한 과업이라면 인지노력도 일치시켜야 했다”고 사가 강사가 말했다. 새 연구에선 실험적 과업을 더 긴밀하게 일치시키는 다른 비교조건을 수립할 계획이다.

창의성 연구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따르지만 근년들어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아동 미술 프로젝트를 훨씬 뛰어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라이스 소장은 주장한다. 창의성은 성인기까지 인생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창의성은 일이든 놀이든 갖가지 활동에서 매우 소중한 인간의 특성”이라고 라이스 소장이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예술·과학·비즈니스에서 창의성은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이다. 현역 정신과의사의 관점에서 인간 관계에도 창의성이 중요하다.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사람이 최선의 결과를 얻는 경우가 많다.”

이번 연구는 호손 교수의 ‘창의성 헬스클럽’ 같은 과정으로 창의성 강화가 가능할지 살펴보는 더 큰 연구 프로젝트 집합의 일환이다. 이전의 한 연구에서 피험자들을 두 그룹으로 분류했다. 여러 주 동안 중국어 교육을 받는 그룹과 호손 교수의 교육과정을 듣는 그룹이다. 두 그룹에 대한 행동평가에서 ‘창의성 헬스클럽’ 수업을 들은 피험자들은 중국어 강습을 받은 그룹보다 창의성과 집행기능의 특정 측면에서 더 큰 발전을 보였다.

연구팀은 현재 그와 같은 기능의 강화로 두뇌에 정확히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도 높아진 창의성이 지속되는지를 알아내려 애쓰고 있다. 연구팀은 또한 픽셔너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추가 조사도 진행중이다. 그뿐 아니라 소년기 중반의 창의성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전 연구에선 소년기 중반에 이르렀을 때 창의적 역량이 일시적으로 침체했다. 연구팀은 현재 그 현상을 계수화해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규명하려 노력하고 있다.

”창의성의 잠재적인 결과물은 아주 다양하다”고 라이스 소장이 말했다. “우리는 무엇이 됐든 창의성을 유발하는 엔진 부위를 찾아내려 한다. 공통분모가 무엇일지 이 연구가 단서를 제공할 수도 있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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