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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소신(小辛)기업 | 마크로젠 서정선 회장] 국내 바이오 시장 개척한 1세대 벤처
- [코스닥 소신(小辛)기업 | 마크로젠 서정선 회장] 국내 바이오 시장 개척한 1세대 벤처

값싸고 우수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

그러나 이내 치료제 개발 시장이 정체되면서 사업도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마우스를 통한 연매출이 평균 10억~20억원에 그칠 만큼 사업이 정체됐다. 때마침 찾아온 외환위기 한파는 사업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투자자들은 냉정했다. 마크로젠 지분을 정리하고 나섰다.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힘들었습니다. 살아남으려면 전략을 조금 수정해야 했습니다.”
맞춤형 의료 시장 개척이라는 대전제는 변함이 없었지만, 주력 제품을 바꿀 필요성이 있었다. 그렇게 찾아낸 해법이 값싸고 우수한 유전자 분석 서비스의 제공이었다. 이미 주요 선진국 연구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에서 사업을 크게 키우려면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서 회장은 판단했다. 그렇게 2002년 마크로젠이 선보인 5달러짜리 유전자 분석 서비스는 전 세계 연구계의 화제가 됐다. “5달러에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광고를 영국 학술지 네이처에 처음 실었을 때 연구자들은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 가격에 가능한 일이냐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당시 경쟁사들은 15~20달러에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마크로젠은 이런 우려를 잠재우면서 성공적으로 초저가 유전자 분석 서비스 시대를 열었다. 5달러면 충분했다.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유전자 분석 시약의 양은 줄이되, 데이터의 정확성은 키워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1990년대부터 시작됐던 인간 게놈(유전체) 프로젝트가 2000년 미국을 중심으로 그 초안이 만들어지고, 2003년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으로 결실을 맺으면서 때마침 마크로젠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2001년 한국인 게놈 지도의 초안을 발표하는 등 연구 성과를 내는 한편, 코스닥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으로 대당 3억원가량의 유전자 분석 장비 20대를 구매하는 등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했다. 지금은 전체 매출의 85~90%를 유전자 분석 사업으로 거둘 만큼 성공한 투자가 됐다.
현재까지 미국 등 세계 각국에서 1만4000여명에 달하는 연구자들이 마크로젠의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이용했다. 크고 작은 글로벌 제약사부터 학계와 연구계에 이르기까지 고객층은 광범위하다. 마크로젠은 최근 들어 고객층을 병원이나 일반인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서 회장은 “병원에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클리니컬 시퀀싱(Clinical Sequencing) 시장은 아직 완전히 열리지 않았지만 성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빅데이터 사업에도 주목한다”고 덧붙였다.
“질병에 걸리지 않은 건강한 사람들에게 예방 차원에서 (이들의) 유전자 정보를 알려주는 맞춤형 의료 시장이 점차 커질 겁니다. 연구자들 위주였던 고객층을 일반인에게로 확대하려는 배경이죠. 현재 마크로젠이 보유한 유전자 정보량은 총 9000 테라바이트(TB)에 이를 만큼 방대합니다. 20년 동안 축적한, 마크로젠이 가진 최고의 자산인 셈이죠. 유전자 분석 서비스를 포기하지는 않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일반인들을 위한 정보회사로서 성장하려 합니다.”
2~3년 안에 연매출 1000억 달성 목표
인터뷰 말미에는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이른바 ‘바이오주 거품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바이오 업종에 속한 상장기업들 중 매출은 미미한데도 주가가 크게 오른 경우가 많아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비관론자들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서 회장은 “바이오는 대세이자 방향”이라며 “단기 투자할 것이 아니라면 바이오주는 결국 ‘갈 수밖에’ 없고,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전했다.
“거품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과하거나, 건강하지 못한 특정 세력이 있을 때 발생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마크로젠의 경우 계속 가시적인 실적이나 성과를 보여주고 있고 다른 기업도 좋은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이오는 정보기술(IT)과는 특성이 전혀 다른 업종입니다. 당장에 성과가 안 나타나더라도 참으면서 길게 보고 사업을 키워야 하니까요. 최소 10년 이상 연구개발에 꾸준히 투자해야 결실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을 믿고 계속 밀어주는 투자자들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이창균 기자 lee.changkyu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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