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식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정남식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국내 최고의 의료 서비스 기관이자 첨단 의료기술 선도병원인 세브란스병원이 올해 설립 130년을 맞이했다. 세브란스병원은 국내 최초의 근대식 의료기관 제중원을 뿌리로 두고 국내 1호 의사면허 배출, 국내 최초의 표준의료 국제공인(JCI인증), 최초의 로봇 수술 등 수없이 많은 최초의 의료 업적을 쌓았다. 최근엔 국내 최고의 역량을 글로벌 무대에서 펼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의료 기술, 의료 서비스, 의료 시스템을 통한 ‘의료한류’를 선도해 가고 있는 세브란스병원의 수장인 정남식 연세의료원장을 만났다. 뜻깊은 광복 70주년과 더불어 연세대학교 세브란스 병원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연세대학교 의료원이 최근 중국 신화진 그룹과 함께 칭다오(靑島)에 세브란스병원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전격 발표한 것이다. 검진 센터나 전문병원이 아닌 대형 종합병원 규모로는 국내 최초로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다. 특히 올해는 1885년 개원한 ‘제중원’을 모태로 한국 최초의 근대의학이 시작된 세브란스 병원이 설립 130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연세대 의료원으로는 큰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의료한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8월 11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정남식(63)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하 의료원장)은 세브란스의 역사적인 중국 진출을 ‘이식(移植)’이라고 표현했다. 선교사로부터 수혜 받은 한국의 의료산업이 이제 다른 나라 국민을 보살피고 진료할 정도로 실력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로 들렸다. “130년 전 선교사님들이 세운 연세대학교의 문화와 시스템을 다시 다른 나라에 심는다고 생각합니다. 몸의 일부를 말이죠. 이는 ‘백성을 구제하라’는 제중원 정신과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세브란스의 사명이 만들어낸 훌륭한 성공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도면 그대로 짓게 됩니다. 청도에 인술(仁術)이라는 열매의 씨를 다시 뿌리게 되는 겁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이를 위해 지난 7월10일, 중국 칭다오에서 신화진그룹과 ‘합자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합의서는 연세의료원과 신화진그룹이 지분구조 50대 50으로 설립하는 합자회사를 통해 신화진그룹에서 추진중인 라오산구 국제생태건강도시 프로젝트 개발부지 내에 1000개 병상규모의 종합병원을 건립한다는 내용이다. 정 의료 원장은 “연세의료원은 일체의 현금 투자 없이 설계도, 브랜드, 자문 등 유무형 자산을 현물로 투자하며 신화진그룹은 토지를 제공하고 현금을 투자하게 된다”고 밝혔다. 연세의료원은 향후 칭다오세브란스병원 운영을 통해 배당수익뿐 아니라 병원 운영 지원 및 브랜드 사용료 등 추가 수익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칭다오세브란스 병원이 들어설 칭다오시는 인구가 900만명이고 인근 산둥성 인구는 1억 명에 달한다. 공공의료가 강한 중국에서 고급 민간 의료서비스가 자리를 잡을 경우 인근의 하북성, 하남성, 강소성 등 3억 명에 달하는 중국인이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의 고객이 될 것으로 세브란스 측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간호사 수가 1.5명, 1.7명으로 우리나라의 2.2명, 10명에 비해 열악하다. 최근엔 식습관 변화와 노령화, 국민의료비 증가, 고급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칭다오세브란스의 전망은 상당히 밝다. 중국 정부 역시 민간 및 해외자본 유입을 통한 민간병원 설립을 장려하고 있어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의 건립은 순조롭게 진행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의료원 주도로 ‘의료한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해외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1년 중국 중대지산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장쑤성 이싱 시에 2016년 완공예정으로 VIP건강검진센터를 건립 중에 있다. 루이츠그룹, ENN그룹과도 계약을 맺고 중국 내 VIP검진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이 해외 진출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1962년 국내 최초로 국제진료소를 개소해 운영해 오면서 해외 환자를 다룬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정 의료 원장은 이와 관련해 “2014년 한해 우리병원을 찾은 환자만 1만 명에 달합니다. 국내 기관 중 단연 최고로 글로벌 세브란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실제 세브란스는 가장 많은 해외환자 유치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우리나라 종합병원들은 해외 환자 유치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특히 가족이 많고 지출이 큰 이슬람 환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모스크(이슬람 기도실)를 설치하거나 할랄 푸드(이슬람 음식)를 제공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세브란스도 마찬가지이다. 정 의료원장은 “고객 유치라는 생각이 아니라 환자 치료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어떤 종교라도 환자는 치료해야 합니다. 우리 병원은 이미 중동 국가들의 대사관 및 주요 기업 주재원 특히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임직원 진료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편의를 위해 아랍 코디네이터를 배치하고 할랄 푸드 식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2014년 8월, 연세대학교 의료원장에 취임했다. 정 의료원장은 그와 전주고 동창인 정갑영 연세대학교 총장과 함께 ‘일 만들기 좋아하는 인물’로 회자된다. 그만큼 아이디어도 많고 추진력도 강하다. 세간에는 정 의료원장을 ‘의사로서 많은 업적과 실력도 쌓았지만 탁월한 안목을 가지고 조직의 비전과 목표 등 장기적인 전략을 제시하는, 의료 경영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정남식 의료원장은 “제게 맡겨진 일에 감사하고 열심히 하는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연세의료원의 CEO로서 정 의료원장은 지난 1년간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일은 무엇일까? 정 원장은 “그동안 흔들렸던 암병원의 운영 체계가 정착됐다는 점”을 꼽았다. 1969년 국내 첫 암전문 진료기관으로 개원한 연세암병원은 세계 최고의 암병원으로 알려진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 자매결연을 맺은 국내유일의 암병원이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맨 앞에 위치한 암병동은 수년간이나 확장공사를 하면서 비용도 많이 들어가 병원 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 의료원장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수준 높은 서비스로 빠르게 안착해 이미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연세암병원 곳곳에는 정남식 의료원장의 아이디어가 녹아있다.
신축한 연세암병원에 들어서면 하얀 도자기로 덮인 거대한 기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기둥의 이름은 유명 조각가인 이재준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빛의 기둥’이다. 정 의료 원장은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을 낮과 밤에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묵상하며 빛의 기둥을 생각했어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빛의 기둥’이 암 환자들에게 완치의 희망과 약속이라면 그 옆 병원 출입구 전면에는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의 ‘노아의 방주’가 자리잡고 있다. 삼나무로 만들어진 이 조형물은 배의 앞부분을 형상화했으며 연세암병원이 환자들의 확실한 길잡이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했다. 정 의료원장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는 정서적 안정감과 함께 위로를 주는 동시에 병원에는 (재능기부와 후원으로) 재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런 그의 긍정적인 답변은 ‘의료 경영인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증명하는 듯 했다.
정 의료원장은 암병원과 함께 융합진료센터 개설에도 힘을 쏟았다고 했다. 융합진료센터는 많은 환자수를 보이는 간, 척추질환, 수면장애 진료를 한 곳에서 받도록 한 통합진료구역으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진료와 더불어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연구비 수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는 1000억 원의 연구비를 수주해 전국에서 연세의료원은 가장 많은 연구비를 수혜 받았다. 연세대학교가 정 의료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병원 밖으로는 지역병원과의 ‘상생’을 중시했다. 그는 “285곳의 지역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최신 의학정보 제공과 함께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를 지역 내 우수 협력 병원으로 전원(轉院)시켰습니다. 지난해는 입원 환자 4500명, 외래환자 6000명 정도를 전원 시켰죠”라고 말했다. 게다가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한 희귀난치성질환자 600명에게 후원기관에서 기부를 받도록 연계하기도 했다. 정남식 의료원장의 탁월한 능력은 올해 메르스 사태에서 더 빛났다. 메르스는 올해 의료업계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최대 이슈였다. 세브란스 병원은 다양한 위험을 감수하고 메르스 치료병원을 자원해 귀감이 되기도 했다. 이는 전국 병원 중 가장 많은 음압격리병실을 자체 예산으로 보유한 덕분이었다. 세브란스에는 총 81병상의 음압격리병실이 있다. 세브란스가 국내 최초로 JCI인증을 받기위해 자연스럽게 준비해 둔 것이라고 한다.
정 원장은 “캐나다는 2003년 맹위를 떨쳤던 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종료 선언 2주 뒤 다시 사스 환자가 발생해 앞서 유행 때 발생한 수만큼 감염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상시적인 감염질환 통제센터를 운영하고 병문안 문화에 대한 시민 의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메르스 사태 이후 세브란스는 감염예방을 위한 방문객 제한사항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루 2시간씩 두 차례만 면회 시간을 정해 문병하고 면회장소도 병동에 있는 휴게공간에서만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의 경우 각 진료 구역 내의 혼잡과 감염예방을 위해 환자등록정보가 표시된 바코드를 지참한 보호자 1인만 출입할 수 있도록 출입을 강화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포괄간호제를 추진하고 있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아닌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돌보게 함으로써 환자와 보호자 모두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포괄간호제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의견을 밝혔다. “동의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제 생각에는 10년을 목표로 매년 10%씩 전문간호인력과 재정을 확충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석했던 류성 세브란스병원 홍보과장이 의견을 덧붙였다. “10만 명의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데 사실 간호 인력은 충분합니다. 매년 1만1000명의 신규 간호인력이 배출되고 정원 확대가 되면 2만 명을 배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된 업무에 지친 연간 8000명의 간호사가 퇴직하고 있습니다. 간호 수가와 근무환경 개선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의료원장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재난의료를 정착시키는 데 매진하겠다는 구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를 위해 안전행정부, 정몽구 재단과 함께 국내 최초로 재난대응 의료안전망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응급의료의 상위 개념이 재난의료입니다. 메르스와 같은 재난상황을 통해 민관협력의 중요성이 드러난 것 아닙니까! 처음 사업단을 만들 때 정몽구 회장님이 ‘국가가 할 일을 왜 연세의료원이 나서서 하느냐’고 묻더군요. 정 회장께 민관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설명을 드렸어요. ‘정몽구 재단을 설립한 것도 국가가 다 하지 못해 만드신 것 아닙니까?’라고 말씀 드렸더니 수긍하시더군요.” 재난대응 의료안전망 사업단 출범 과정을 설명하는 정 의료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정 의료원장 취임 이후 의료기술 측면에서도 세브란스 병원의 장점이 더 두드러졌다는 평가다. 세브란스 병원은 로봇수술을 통한 첨단 암치료로 유명하다. 2005년 국내 최초로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로봇수술장비 ‘다빈치’를 도입해 전립선암, 갑상선암 분야에서 점차 위, 대장, 간 등 소화기암과 부인암, 폐암 등을 치료했다. 심장혈관수술 분야에서도 국내에서 처음 로봇수술을 적용했다. 세브란스병원은 도입 8년 만에 세계 최초로 1만 건의 로봇 수술을 달성했고 미국 의료진이 방문 교육을 청할 만큼 기술도 뛰어나다. 인튜이티브 서지컬사는 아예 아태지역 교육센터로 세브란스병원을 지정하기도 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100건이 넘는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2011년에는 한국 로봇수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등 로봇수술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에는 미관을 생각해서 갑상선암 환자들이 로봇수술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연세암병원은 로보틱 IMRT(세기조절 방사선 치료기)를 아시아 최초로 도입했다. 6개의 관절로 구성된 로봇에 광자선 에너지를 부착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한 치료기이다. 관절 로봇이기에 치료 방향에 제약이 없고 전신 치료도 가능하다. 치료 중 실시간으로 종양의 위치를 추적해 종양에만 균등한 방사선량을 집중시킬 수 있다. 세브란스 의료진은 2014년 6월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수술에 성공하며 첨단기술을 추가하기도 했다.
선진의료기술과 함께 정남식 의료원장이 각별히 챙기는 것이 ‘U세브란스 3.0프로젝트’이다. 정 의료원장은 “연세의료원의 정보화 마스터플랜 3단계 중 1단계 프로젝트가 2016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무엇보다 자체 인력을 활용해 초기 개발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금은 병원 인력에 외부 인력을 추가해 협업하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U세브란스 1단계 목표는 ‘사용자 화면 최적화’이다. 의료진이 화면을 보는 시간을 단축시켜 진료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2단계에선 모니터 크기나 해상도에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 3단계는 원내 전화, 메신저 등의 기능을 추가해 교직원의 업무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정 의료원장은 “내부 사용자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국내외 의료기관에서도 선진화된 병원정보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진화시킬 예정입니다. 해외 진출 시 가치창출에도 기여할 것이고요. 대형병원에 적용할 수 있는 U세브란스 외에 작은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급할 계획도 수립하는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취임 후 교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직원들에게 일하기 편한 직장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 배우기 좋은 직장이죠. 전문 의료진인 전공의들에게는 많은 이론 및 임상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항상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하지만 세브란스를 나서는 순간 국내 어디를 가든 탄탄한 전문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교육과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간호사들도 전문 간호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자체 간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특수대학원에 진학하면 학비감면, 해외연수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병원 중에는 최초로 간호부원장직을 신설해 간호사들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전담해 처리할 수 있도록 행정 조직도 다 갖췄습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세브란스의 미래 비전과 관련해 “사랑과 신뢰의 상징이 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실력을 갖추는 건 기본이고요. 신뢰는 안전, 친절, 전문성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중요한 건 서번트 리더십으로 환자를 섬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의료 원장으로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역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였다. 그는 “세브란스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국가 고객만족도(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 NCSI) 1위를 차지했어요. 종합부문 역시 세브란스보다 서비스가 좋다고 평가 받은 곳은 호텔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세브란스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호텔도 있어요. 대형마트, 소매 판매점들 보다도 서비스 평가가 높습니다”라며 뿌듯해했다. 이처럼 환자와 서비스에 집중해 온 세브란스도 작년엔 ‘경영 위기설’이 퍼지기도 했다. 경영 위기는 세브란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종합병원들마다 되풀이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동석한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큰 폭으로 영상수가가 인하됐고 선택진료비 및 상급 병실료 개선, 초음파 검사 급여화 등으로 의료수입이 계속 줄어드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진료 패러다임의 변화, 새로운 먹거리 창출, 운영효율화가 필요합니다. 중증·희귀난치질환 치료중심으로의 전환, 중국 및 중동 등의 의료 해외시장 개척, 신약과 의료기기 개발, 기술 이전의 의료 산업화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점에서 앞서 중국 청도의 세브란스 병원 설립은 해외시장 개척의 적극적인 실천인 셈이다. 정 원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영리법원에 대해서도 “무조건 반대할 것이 아니라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자가 들어와야 서비스가 더 좋아집니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세브란스 병원에 몸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기자에게 “세브란스가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치료할 수 있도록 첫 한국인 의사를 배출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1호부터 7호까지 의사면허는 모두 세브란스 졸업생이다. 정 의료원장은 세브란스 130년 사가 남긴 의미와 관련해 “세브란스 병원은 한국 근대의학의 요람이고, 한국의 근대화와 독립을 위한 기수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가 세워질 당시는 국운이 기울던 구한말로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많은 세브란스 구성원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세브란스병원 약제국 직원이었던 이갑성 선생은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인 중 한 명이었다. 세브란스의전 세균학교수였던 스코필드 교수는 일제의 수원 제암리교회 참사를 해외로 알리는 역할을 했는데 이 역시 세브란스병원의 보호와 지원 속에 이뤄졌다.
지난 1년간 탁월한 성과를 낸 정남식 연세대학교 의료원장은 합리적인 경영마인드와 균형잡힌 사고를 갖춘, 국내에서 몇 안되는 전문 의료경영인으로 꼽힌다. 그의 두 어깨에 연세의료원의 성장은 물론 한국 의료산업의 또다른 미래가 걸려있음은 물론이다.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정남식 의료원장은 의사로서 뛰어난 실력에다 의과대학장, 의학전문대학원장, 세브란스병원장을 차례로 거치며 학교와 병원 행정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은 보기 드문 인물이다. 정남식 의료원장의 의사로서의 실력은 ‘국내 최고 심장전문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및 가족 주치의’라는 타이틀이 말 해준다. 대한심장학회 이사장, 아시아태평양 심장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하며 학계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폐렴으로 세브란스에 입원했을 당시 중환자실 옆 의사실에서 쪽잠을 자며 치료에 전념한 건 유명한 일화다. 올해 3월에는 리퍼트 주한 미 대사가 피습당하자 신속히 이송, 수술하도록 직접 챙기는 등 위급상황에서 빠른 대처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경영능력도 탁월하다는 평가다.
루이스 헨리 세브란스(1838~1913)는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출신의 기업가로 록펠러와 함께 미국 스탠더드오일을 창업한 대부호이다. 평소 신앙심이 깊었던 그는 많은 자선사업을 펼쳤다. 1900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세계선교대회’에서 제중원 4대 원장인 올리버 R.에비슨 박사는 조선을 위한 병원 설립 이유와 건립 후원을 호소했고 세브란스는 5만 5000달러를 기부했다. 이는 현재 가치로 약 1000억 원 정도이다.
세브란스 씨의 후원으로 서울역 앞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은 처음에 ‘세브란씨’병원으로 명명됐다가 세브란스 병원이 됐다. 세브란스 씨 사망 이후에는 그의 아들 존 롱이 12만 4500달러를 기부했다. 존 롱은 자신의 유산으로 ‘존 롱 세브란스’펀드를 조성했고 미국 기독교 고등교육연합재단 ‘유나이티즈보드(UB)’를 통해 매년 수익금을 세브란스병원에 보내고 있다. 이후 세브란스 씨의 아들과 딸은 모두 자녀 없이 사망해 직계 자손은 단절됐다. 고손녀인 루이지프랭크가 생존해 2005년 세브란스 본관 개원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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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한류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데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난 8월 11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만난 정남식(63) 연세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하 의료원장)은 세브란스의 역사적인 중국 진출을 ‘이식(移植)’이라고 표현했다. 선교사로부터 수혜 받은 한국의 의료산업이 이제 다른 나라 국민을 보살피고 진료할 정도로 실력을 가지게 됐다는 의미로 들렸다. “130년 전 선교사님들이 세운 연세대학교의 문화와 시스템을 다시 다른 나라에 심는다고 생각합니다. 몸의 일부를 말이죠. 이는 ‘백성을 구제하라’는 제중원 정신과 ‘하나님의 사랑으로 인류를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는 세브란스의 사명이 만들어낸 훌륭한 성공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은 신촌 세브란스병원 도면 그대로 짓게 됩니다. 청도에 인술(仁術)이라는 열매의 씨를 다시 뿌리게 되는 겁니다.”
중국에 세브란스병원 옮겨 심는다
중국은 인구 1000명 당 의사, 간호사 수가 1.5명, 1.7명으로 우리나라의 2.2명, 10명에 비해 열악하다. 최근엔 식습관 변화와 노령화, 국민의료비 증가, 고급 의료서비스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칭다오세브란스의 전망은 상당히 밝다. 중국 정부 역시 민간 및 해외자본 유입을 통한 민간병원 설립을 장려하고 있어 칭다오세브란스병원의 건립은 순조롭게 진행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세대 의료원 주도로 ‘의료한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셈이다.
세브란스병원의 해외진출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2011년 중국 중대지산그룹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장쑤성 이싱 시에 2016년 완공예정으로 VIP건강검진센터를 건립 중에 있다. 루이츠그룹, ENN그룹과도 계약을 맺고 중국 내 VIP검진센터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세브란스병원이 해외 진출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1962년 국내 최초로 국제진료소를 개소해 운영해 오면서 해외 환자를 다룬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정 의료 원장은 이와 관련해 “2014년 한해 우리병원을 찾은 환자만 1만 명에 달합니다. 국내 기관 중 단연 최고로 글로벌 세브란스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실제 세브란스는 가장 많은 해외환자 유치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도 여러 차례 수상했다. 우리나라 종합병원들은 해외 환자 유치에서 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특히 가족이 많고 지출이 큰 이슬람 환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모스크(이슬람 기도실)를 설치하거나 할랄 푸드(이슬람 음식)를 제공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기독교 정신으로 세워진 세브란스도 마찬가지이다. 정 의료원장은 “고객 유치라는 생각이 아니라 환자 치료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어떤 종교라도 환자는 치료해야 합니다. 우리 병원은 이미 중동 국가들의 대사관 및 주요 기업 주재원 특히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 임직원 진료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편의를 위해 아랍 코디네이터를 배치하고 할랄 푸드 식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의료 경영인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 평가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연세의료원의 CEO로서 정 의료원장은 지난 1년간 의욕적으로 일을 추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했던 일은 무엇일까? 정 원장은 “그동안 흔들렸던 암병원의 운영 체계가 정착됐다는 점”을 꼽았다. 1969년 국내 첫 암전문 진료기관으로 개원한 연세암병원은 세계 최고의 암병원으로 알려진 미국 MD앤더슨암센터와 자매결연을 맺은 국내유일의 암병원이다.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맨 앞에 위치한 암병동은 수년간이나 확장공사를 하면서 비용도 많이 들어가 병원 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정 의료원장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수준 높은 서비스로 빠르게 안착해 이미 경영 정상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다. 연세암병원 곳곳에는 정남식 의료원장의 아이디어가 녹아있다.
신축한 연세암병원에 들어서면 하얀 도자기로 덮인 거대한 기둥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 기둥의 이름은 유명 조각가인 이재준 작가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빛의 기둥’이다. 정 의료 원장은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을 낮과 밤에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신 하나님을 묵상하며 빛의 기둥을 생각했어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라는 희망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빛의 기둥’이 암 환자들에게 완치의 희망과 약속이라면 그 옆 병원 출입구 전면에는 생명을 구한다는 의미의 ‘노아의 방주’가 자리잡고 있다. 삼나무로 만들어진 이 조형물은 배의 앞부분을 형상화했으며 연세암병원이 환자들의 확실한 길잡이가 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고 했다. 정 의료원장은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는 정서적 안정감과 함께 위로를 주는 동시에 병원에는 (재능기부와 후원으로) 재정적인 도움이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런 그의 긍정적인 답변은 ‘의료 경영인으로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증명하는 듯 했다.
정 의료원장은 암병원과 함께 융합진료센터 개설에도 힘을 쏟았다고 했다. 융합진료센터는 많은 환자수를 보이는 간, 척추질환, 수면장애 진료를 한 곳에서 받도록 한 통합진료구역으로 환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 진료와 더불어 연구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부연구비 수주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해는 1000억 원의 연구비를 수주해 전국에서 연세의료원은 가장 많은 연구비를 수혜 받았다. 연세대학교가 정 의료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병원 밖으로는 지역병원과의 ‘상생’을 중시했다. 그는 “285곳의 지역병원과 협력관계를 맺고 최신 의학정보 제공과 함께 급성기 치료가 끝난 환자를 지역 내 우수 협력 병원으로 전원(轉院)시켰습니다. 지난해는 입원 환자 4500명, 외래환자 6000명 정도를 전원 시켰죠”라고 말했다. 게다가 오랜 기간 치료가 필요한 희귀난치성질환자 600명에게 후원기관에서 기부를 받도록 연계하기도 했다.
재난대응 의료안전망 사업단 출범시켜
정 원장은 “캐나다는 2003년 맹위를 떨쳤던 중증급성 호흡기증후군 ‘사스(SARS)’ 종료 선언 2주 뒤 다시 사스 환자가 발생해 앞서 유행 때 발생한 수만큼 감염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상시적인 감염질환 통제센터를 운영하고 병문안 문화에 대한 시민 의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메르스 사태 이후 세브란스는 감염예방을 위한 방문객 제한사항을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하루 2시간씩 두 차례만 면회 시간을 정해 문병하고 면회장소도 병동에 있는 휴게공간에서만 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응급실의 경우 각 진료 구역 내의 혼잡과 감염예방을 위해 환자등록정보가 표시된 바코드를 지참한 보호자 1인만 출입할 수 있도록 출입을 강화했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포괄간호제를 추진하고 있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아닌 전문 간호사가 24시간 환자를 돌보게 함으로써 환자와 보호자 모두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측 설명이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정부가 추진중인 포괄간호제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의견을 밝혔다. “동의합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제 생각에는 10년을 목표로 매년 10%씩 전문간호인력과 재정을 확충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동석했던 류성 세브란스병원 홍보과장이 의견을 덧붙였다. “10만 명의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데 사실 간호 인력은 충분합니다. 매년 1만1000명의 신규 간호인력이 배출되고 정원 확대가 되면 2만 명을 배출하게 됩니다. 하지만 고된 업무에 지친 연간 8000명의 간호사가 퇴직하고 있습니다. 간호 수가와 근무환경 개선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 의료원장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재난의료를 정착시키는 데 매진하겠다는 구상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를 위해 안전행정부, 정몽구 재단과 함께 국내 최초로 재난대응 의료안전망 사업단을 출범시켰다. “응급의료의 상위 개념이 재난의료입니다. 메르스와 같은 재난상황을 통해 민관협력의 중요성이 드러난 것 아닙니까! 처음 사업단을 만들 때 정몽구 회장님이 ‘국가가 할 일을 왜 연세의료원이 나서서 하느냐’고 묻더군요. 정 회장께 민관의 협력 필요성에 대해 설명을 드렸어요. ‘정몽구 재단을 설립한 것도 국가가 다 하지 못해 만드신 것 아닙니까?’라고 말씀 드렸더니 수긍하시더군요.” 재난대응 의료안전망 사업단 출범 과정을 설명하는 정 의료원장의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선진 의료기술 그리고 ‘U세브란스 3.0’
연세암병원은 로보틱 IMRT(세기조절 방사선 치료기)를 아시아 최초로 도입했다. 6개의 관절로 구성된 로봇에 광자선 에너지를 부착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한 치료기이다. 관절 로봇이기에 치료 방향에 제약이 없고 전신 치료도 가능하다. 치료 중 실시간으로 종양의 위치를 추적해 종양에만 균등한 방사선량을 집중시킬 수 있다. 세브란스 의료진은 2014년 6월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한 두개골 성형수술에 성공하며 첨단기술을 추가하기도 했다.
선진의료기술과 함께 정남식 의료원장이 각별히 챙기는 것이 ‘U세브란스 3.0프로젝트’이다. 정 의료원장은 “연세의료원의 정보화 마스터플랜 3단계 중 1단계 프로젝트가 2016년 상반기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입니다. 무엇보다 자체 인력을 활용해 초기 개발했다는 점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지금은 병원 인력에 외부 인력을 추가해 협업하고 있죠”라고 설명했다.
U세브란스 1단계 목표는 ‘사용자 화면 최적화’이다. 의료진이 화면을 보는 시간을 단축시켜 진료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2단계에선 모니터 크기나 해상도에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 3단계는 원내 전화, 메신저 등의 기능을 추가해 교직원의 업무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복안이다. 정 의료원장은 “내부 사용자만을 위한 시스템이 아닌 국내외 의료기관에서도 선진화된 병원정보시스템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진화시킬 예정입니다. 해외 진출 시 가치창출에도 기여할 것이고요. 대형병원에 적용할 수 있는 U세브란스 외에 작은 병원에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보급할 계획도 수립하는 중입니다”라고 말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취임 후 교직원들의 근무환경 개선에도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왔다. 그의 말이다. “세브란스병원은 직원들에게 일하기 편한 직장은 아닙니다. 오히려 일 배우기 좋은 직장이죠. 전문 의료진인 전공의들에게는 많은 이론 및 임상 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항상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하지만 세브란스를 나서는 순간 국내 어디를 가든 탄탄한 전문의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든 교육과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간호사들도 전문 간호사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자체 간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특수대학원에 진학하면 학비감면, 해외연수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내 병원 중에는 최초로 간호부원장직을 신설해 간호사들의 고충과 건의사항을 전담해 처리할 수 있도록 행정 조직도 다 갖췄습니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세브란스의 미래 비전과 관련해 “사랑과 신뢰의 상징이 되고자 합니다”라고 밝혔다. “친절하고 깨끗하고 실력을 갖추는 건 기본이고요. 신뢰는 안전, 친절, 전문성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중요한 건 서번트 리더십으로 환자를 섬겨야 한다는 점입니다.” 의료 원장으로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역시 국민들에 대한 서비스였다. 그는 “세브란스는 2011년부터 4년 연속 국가 고객만족도(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 NCSI) 1위를 차지했어요. 종합부문 역시 세브란스보다 서비스가 좋다고 평가 받은 곳은 호텔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세브란스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호텔도 있어요. 대형마트, 소매 판매점들 보다도 서비스 평가가 높습니다”라며 뿌듯해했다.
서비스 강화해 사랑과 신뢰 이어간다
정남식 의료원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세브란스 병원에 몸담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는 기자에게 “세브란스가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치료할 수 있도록 첫 한국인 의사를 배출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우리나라 1호부터 7호까지 의사면허는 모두 세브란스 졸업생이다. 정 의료원장은 세브란스 130년 사가 남긴 의미와 관련해 “세브란스 병원은 한국 근대의학의 요람이고, 한국의 근대화와 독립을 위한 기수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세브란스가 세워질 당시는 국운이 기울던 구한말로 기독교 신앙에 바탕을 둔 많은 세브란스 구성원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1919년 3.1운동 당시 세브란스병원 약제국 직원이었던 이갑성 선생은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인 중 한 명이었다. 세브란스의전 세균학교수였던 스코필드 교수는 일제의 수원 제암리교회 참사를 해외로 알리는 역할을 했는데 이 역시 세브란스병원의 보호와 지원 속에 이뤄졌다.
지난 1년간 탁월한 성과를 낸 정남식 연세대학교 의료원장은 합리적인 경영마인드와 균형잡힌 사고를 갖춘, 국내에서 몇 안되는 전문 의료경영인으로 꼽힌다. 그의 두 어깨에 연세의료원의 성장은 물론 한국 의료산업의 또다른 미래가 걸려있음은 물론이다.
- 글 유부혁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전민규 기자
[박스기사] 정남식 의료원장은 누구? - 대통령 주치의 지낸 의사이자 탁월한 경영자
[박스기사] 설립자 세브란스와 그의 후손들
세브란스 씨의 후원으로 서울역 앞에 세워진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병원은 처음에 ‘세브란씨’병원으로 명명됐다가 세브란스 병원이 됐다. 세브란스 씨 사망 이후에는 그의 아들 존 롱이 12만 4500달러를 기부했다. 존 롱은 자신의 유산으로 ‘존 롱 세브란스’펀드를 조성했고 미국 기독교 고등교육연합재단 ‘유나이티즈보드(UB)’를 통해 매년 수익금을 세브란스병원에 보내고 있다. 이후 세브란스 씨의 아들과 딸은 모두 자녀 없이 사망해 직계 자손은 단절됐다. 고손녀인 루이지프랭크가 생존해 2005년 세브란스 본관 개원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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