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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고르는 경매시장] 관망 수요 늘면서 낙찰가율 주춤

[숨 고르는 경매시장] 관망 수요 늘면서 낙찰가율 주춤

아파트 경매가 진행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경매법정이 입찰자로 북적이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지난해 뜨거웠던 부동산 경매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최근 주택시장이 주춤하고 분양시장에 미분양이 늘어나자 관망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지지옥션 이창동 선임연구원은 “채권자 입장에서는 부동산을 경매에 내놓는 것보다 매매시장에서 처리하는 게 유리한데 지난해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면서 경매 물건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동산 경매시장은 호황이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2015년 전국에서 진행된 부동산 법원 경매는 15만2521건이었다. 2014년보다 25% 늘었다. 평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1.5%포인트 상승한 71.6%를 기록했다. 감정가 1억 원인 부동산이 평균 716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는 의미다. 낙찰률(매물 대비 낙찰 비율)도 2014년 35.8%에서 지난해 38.7%로 뛰었다. 주인을 찾는 경매물건이 늘었다. 지난해 12월은 절정을 찍었다. 전국에서 진행된 법원 경매는 12월에만 1만2499건으로, 이 중 4669건이 주인을 찾았다. 평균 낙찰가율은 전달보다 2.3%포인트 올라 75.1%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7월 이후 7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낙찰률도 떨어져
하지만 70%를 웃돌던 낙찰가율은 새해 들어 뚝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75.1%였던 낙찰가율은 1월 18일 기준으로 63.9%로, 11.2%포인트 하락했다. 낙찰률도 37.4%에서 37.1%로 내렸다. 서울은 한 달 새 6.5%포인트 떨어져 80.1%를 기록했다. 예컨대 3억원짜리 아파트가 12월 2억5980만원에 낙찰됐다면 1월엔 2억403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경쟁률도 4.3대 1에서 3.3대 1로 떨어졌다. KB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전문위원은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가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섣불리 나서기 어려워진 것”이라며 “낙찰가율이 크게 오른 것도 경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경매는 일반적인 부동산 거래와 달리 권리관계 등 확인해야 할 것이 많아 신중해야 한다. 주택의 경우 요즘처럼 집값이 불투명한 시기에는 입찰에 앞서 유의할 점이 더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입찰가격이다. 자칫 집값이 떨어지면 애써 경매로 낙찰 받은 의미가 없어진다. 시세보다 낙찰가가 비쌀 수 있다. 경매 응찰가격의 기본이 되는 감정가는 시세를 기준으로 대개 6개월 전에 정해지기 때문이다.

경매시장이 주춤하지만 아직까지 고가 낙찰의 위험이 크다. 특히 아파트는 낙찰가율이 되레 오르고 있다.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102.7%로, 전달보다 12.6%포인트 올랐다. 수도권은 95.1%로 전달보다 4.7%포인트 상승했다. 낙찰가율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감정가보다 비싸게 낙찰됐다는 의미다. 1월 5일 경매에 나온 서울 강서구 내발산동 마곡수명산파크7단지 84㎡(이하 전용면적)는 감정가보다 1억2000만원 비싼 4억85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낙찰가율은 감정가(3억 6500만원)보다 높은 133%다. 1월 12일 낙찰된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대성유니드 82㎡ 낙찰가도 감정가보다 586만원 비싼 3억3586만원이다.

식지 않는 전세난도 고려해야 할 요인이다. 벌써 7년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전세보증금과 대출금이 집값을 넘는 ‘깡통주택’이 적지 않다. 명도가 쉽지 않은데다 손실 위험이 크다. 낙찰 후 경매대금을 냈더라도 세입자 반발로 집을 인수하기 쉽지 않다. 아파트는 근저당 설정보다 먼저 입주한 선순위 세입자가 있다면 배당신청 기간에 배당요구를 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세입자가 배당신청 기간에 배당요구를 하지 않았다면 낙찰자가 별도로 임차보증금을 물어줘야 한다.

필요한 서류를 제 때 챙기지 못해 입찰보증금을 날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토지 경매에 자주 등장하는 농지취득자격증명원이 대표적이다. 강원도 원주시 행구동 일대 토지 4290㎡를 낙찰한 최모(65)씨는 입찰보증금 600만원을 내고 명의이전을 위한 서류를 준비하다가 낭패를 당했다. 입찰할 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농지취득자격증명원에 발목이 잡힌 것이다. 최씨가 낙찰한 땅은 농업진흥구역에 속해 낙찰한 후 7일 안에 농지취득 자격증명원을 법원에 제출해야 했다. 대개 지역주민센터 등에서 쉽게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지만 해당 토지에 무허가 건물이 있어 철거 후에야 서류를 발급 받을 수 있었다. 결국 최씨는 입찰 보증금 600만원을 날렸다.

지목상 전답이라 농업진흥구역에 속한다면 낙찰한 후 반드시 7일 안에 이 서류를 법원에 내야 한다. 이 때 해당 토지에 무허가 건물이나 기타 도로 등이 있다면 철거 후 해당 공무원이 현장을 확인하고 서류를 발급한다. 때문에 이 서류를 내야 하는 물건이라면 입찰 전 확인해야 한다.

입찰 전 정확한 시세파악은 필수다. 인터넷 등으로 해당 물건의 시세를 대충 가늠하기보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인근 중개업소에 나온 급매물 가격을 파악한 후 입찰가를 정해야 한다. 다세대나 연립주택 같은 빌라는 같은 주택형이라도 평면이 각각 다를 수 있어 되도록 응찰 전에 방문해보는 것이 안전하다. 여의치 않다면 경매 전문 사이트 등에서 평면도를 미리 살펴볼 수 있어 참고하면 된다.
 급매물보다 5~10% 정도 싼 물건 골라야
수리비, 밀린 관리비 등이 얼마나 되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서울 은평구의 84㎡형 아파트를 경매로 낙찰한 김모(45)씨는 당시 아파트에 살고 있던 세입자에게 한달 후 집을 비워주는 조건으로 관리비를 대신 내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사하는 날 밀린 관리비(4달치)가 100만원이 넘는다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도시가스요금 80만원을 내지 않아 가스가 끊겨 있었고 실내 장판과 벽지는 뜯기고 개수대 문은 떨어져 있었다. 화장실도 수리가 필요했다. 결국 김씨는 관리와 수리비 등으로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 1000만원을 써야 했다. 스토리옥션 김재일 대표는 “명도 비용 외에도 관리비나 수리비가 많이 들어 낙찰 후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며 “대개 시장에 나와 있는 급매물보다 5~10% 정도는 싼 가격에 낙찰하고 자금 계획도 넉넉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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