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AIM 대표
이지혜 AIM 대표
잘나가는 월가 애널리스트,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 매니저가 한국으로 돌아와 핀테크 자산운용사를 차렸다. 올해 4월 정식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뛰는 그가 보여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가 정확히 뭘까? “에임(AIM)을 창업한 이유는 소수 거액 자산가만 누렸던 최첨단 금융 IT 기술을 일반투자자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서죠.”
에임(Automated Investment Management)이 어떤 회사인지 묻는 말에 이지혜 대표가 건넨 첫마디다. 1월 1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스타트업인 에임을 이끌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를 뜻한다.
이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개인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돕는 것이 에임의 기본 골자다.” 특히 ‘다수 고객의 소액투자’가 핵심이라고 강조한 그는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우리는 10만 명이 100만원씩만 투자해도 이들 모두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서비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사는 물론 개인투자자에게도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것. 지난 1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위 11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문사의 관리 자산은 200억 달러(24조원)에 달하며,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4500억 달러(545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웰스프론트(Wealthfront), 베터먼트(Betterment), 뱅가드(Vanguard), 블랙록(BlackRock), 아카디안(Arcadian) 등 글로벌 운용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로보어드바이저 분야를 개척하는 첫 테이프는 에임이 끊을 전망이다. 현재는 시범서비스 중이고, 4월부터 정식서비스 출시에 나선다. 이 대표는 “한국 시장에서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가 얼마나 통할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결과가 예상 밖이었다”고 놀라워했다. 지난해 7월 베타 서비스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 6개월 만에 신청자만 1000여 명을 훌쩍 넘어섰고, 맡기겠다는 자금만 900억원에 가깝다. 이 대표의 말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한국 수요가 굉장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정식서비스가 시작되면 신청자가 수천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돈을 맡겨도 괜찮을까? 자신있게 “소화할 수 있다”고 답한 이 대표는 서비스 진행과정을 태블릿PC로 보여줬다. “모바일 기기에서 신청자의 자산, 연봉, 노후준비, 자녀교육, 내집마련 등의 항목을 상세히 기록한 후 투자자의 위험 수용도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국내외 자산의 비율을 정한 후 2500개에 달하는 ETF(상장지수 펀드) 중 비용이 낮고, 수익성·유동성이 좋은 것만 골라 자동매매에 나선다.”
자동매매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시장 상황을 일(日) 단위로 분석하고, 최적의 투자모델을 가지고 자동으로 자산관리에 나선다. 일종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셈”이라고 했다. 성향만 정해주면 상품 선택부터 관리까지 사람 손을 타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장 수수료·보수가 저렴해진다.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수료는 2.6%정도인데, 에임은 수수료·보수를 포함해 최대 0.3%까지 낮출 계획이다. 경기 변수에 취약할 수 있지는 않을까? “투자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 한다. 기계가 돌아간다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글로벌 운용사의 투자 자문, 변수 등을 알고리즘에 수시로 반영해야 한다.” 이 대표의 논리다.
마침 금융당국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초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올해 1분기 안에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에 포함해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면계약 체결 의무완화 이외에 해외펀드 면세, 자본금 기준 완화 등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에임의 정식서비스 출범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된 셈이다. 그래서일까? 이 대표도 인터뷰 내내 자신감이 넘쳤다. 그도 그럴 것이 에임 창업을 마치 준비라도 했다는 듯 그는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미국 맨해튼의 명문 사립 쿠퍼유니온대에서 공학을 전공했다. 이후 하버드 대학원에서 계량경제학을 전공하고, 뉴욕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취득했다. 직장 경험도 분야를 넘나든다. 학부 졸업 후 미국 씨티그룹의 자산운용 퀀트 애널리스트 2년, 로보어드바이저 자산운용사 아카디안에서 매니저로 포트폴리오 구조설계 업무를 5년간 맡아 했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보스턴컨설팅그룹과 벤처투자사인 더벤처스까지 거치며 소셜 서비스 ‘빙글(Vingle)’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직장에서 달려온 7년이란 세월이 지나서야 에임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창업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공학을 전공한 여자가 자산운용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한국에서 낯설게 비쳐진 것 같다. 심지어 운용업계에서 투자자로 위장해 정보를 빼내려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털어 놨다. 이 대표는 “초기에 에임의 서비스를 VIP(귀빈)용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는 오히려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소외된 급여생활자를 돕는 것이 주목표였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하는 청년을 비롯한 기업가를 무한존경하게 됐다(웃음)”며 힘들었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다.
호된 신고식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 대표는 에임의 정식서비스 출시에 여념이 없다.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도 분명했다. 그는 “다른 경쟁사가 생겨도 괜찮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운용기법에 대한 노하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르게 물어봤다.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 회사가 있다면 어떤 회사를 골라야 하는지.
이 대표는 “알고리즘을 누가 직접 만드는지 봐라. 그 알고리즘으로 실제 돈을 7년 이상 굴려본 경험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인투자자들에게 전문 투자자들과 경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포부를 묻자 그는 “운용액 20배 성장, 2만 명 고객 유치가 목표”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다수 고객의 소액투자’를 재차 강조하며, 미국에서 살았던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대학 1학년 때 집이 파산해버렸죠. 미국 서부에서 뉴욕으로 홀로 건너간 지 1년 만에 말이죠. 나중에 일 해보니 알겠더군요. 맡겨진 수많은 돈에는 각기 다른 꿈이 있다는 걸. 이젠 배우고 익혔으니 기술의 힘으로 평등하게, 사람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네요.”
-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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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임(Automated Investment Management)이 어떤 회사인지 묻는 말에 이지혜 대표가 건넨 첫마디다. 1월 1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사무실에서 만난 이 대표는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스타트업인 에임을 이끌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과 어드바이저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자산관리 서비스를 뜻한다.
이 대표의 설명이 이어졌다. “개인별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를 통해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면서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게 돕는 것이 에임의 기본 골자다.” 특히 ‘다수 고객의 소액투자’가 핵심이라고 강조한 그는 한 가지 예를 들었다. “우리는 10만 명이 100만원씩만 투자해도 이들 모두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사실 미국에서는 이미 활성화된 서비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존 금융사는 물론 개인투자자에게도 투자 대안으로 떠오른 것. 지난 1월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상위 11개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자문사의 관리 자산은 200억 달러(24조원)에 달하며,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4500억 달러(545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웰스프론트(Wealthfront), 베터먼트(Betterment), 뱅가드(Vanguard), 블랙록(BlackRock), 아카디안(Arcadian) 등 글로벌 운용사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핀테크 자산운용사 첫 사례
앞으로 정식서비스가 시작되면 신청자가 수천 명으로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돈을 맡겨도 괜찮을까? 자신있게 “소화할 수 있다”고 답한 이 대표는 서비스 진행과정을 태블릿PC로 보여줬다. “모바일 기기에서 신청자의 자산, 연봉, 노후준비, 자녀교육, 내집마련 등의 항목을 상세히 기록한 후 투자자의 위험 수용도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국내외 자산의 비율을 정한 후 2500개에 달하는 ETF(상장지수 펀드) 중 비용이 낮고, 수익성·유동성이 좋은 것만 골라 자동매매에 나선다.”
자동매매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는 “시장 상황을 일(日) 단위로 분석하고, 최적의 투자모델을 가지고 자동으로 자산관리에 나선다. 일종의 인공지능을 탑재한 셈”이라고 했다. 성향만 정해주면 상품 선택부터 관리까지 사람 손을 타지 않는다는 얘기다. 당장 수수료·보수가 저렴해진다. 현재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수료는 2.6%정도인데, 에임은 수수료·보수를 포함해 최대 0.3%까지 낮출 계획이다. 경기 변수에 취약할 수 있지는 않을까? “투자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 한다. 기계가 돌아간다고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 않으냐? 글로벌 운용사의 투자 자문, 변수 등을 알고리즘에 수시로 반영해야 한다.” 이 대표의 논리다.
마침 금융당국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올해 초 김용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올해 1분기 안에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에 포함해 로보어드바이저 활성화 방안에 대한 세부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면계약 체결 의무완화 이외에 해외펀드 면세, 자본금 기준 완화 등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에임의 정식서비스 출범에 한층 탄력이 붙게 된 셈이다.
많은 소액투자자를 위한 서비스
하지만 창업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공학을 전공한 여자가 자산운용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드물다 보니 한국에서 낯설게 비쳐진 것 같다. 심지어 운용업계에서 투자자로 위장해 정보를 빼내려는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했다”고 털어 놨다. 이 대표는 “초기에 에임의 서비스를 VIP(귀빈)용으로만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우리는 오히려 자산관리 서비스에서 소외된 급여생활자를 돕는 것이 주목표였다”고 당시를 떠올리며 웃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창업하는 청년을 비롯한 기업가를 무한존경하게 됐다(웃음)”며 힘들었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다.
호된 신고식에도 불구하고 올해 이 대표는 에임의 정식서비스 출시에 여념이 없다. 서비스에 대한 자신감도 분명했다. 그는 “다른 경쟁사가 생겨도 괜찮다.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 운용기법에 대한 노하우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다르게 물어봤다. 다양한 로보어드바이저 회사가 있다면 어떤 회사를 골라야 하는지.
이 대표는 “알고리즘을 누가 직접 만드는지 봐라. 그 알고리즘으로 실제 돈을 7년 이상 굴려본 경험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개인투자자들에게 전문 투자자들과 경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포부를 묻자 그는 “운용액 20배 성장, 2만 명 고객 유치가 목표”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다수 고객의 소액투자’를 재차 강조하며, 미국에서 살았던 이야기 한 토막을 들려줬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과 미국으로 건너갔어요. 대학 1학년 때 집이 파산해버렸죠. 미국 서부에서 뉴욕으로 홀로 건너간 지 1년 만에 말이죠. 나중에 일 해보니 알겠더군요. 맡겨진 수많은 돈에는 각기 다른 꿈이 있다는 걸. 이젠 배우고 익혔으니 기술의 힘으로 평등하게, 사람들의 꿈을 지켜주고 싶네요.”
- 글 김영문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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