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장하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 가상현실·바이오센서 달고 해외 넘봐
[급성장하는 국내 안마의자 시장] 가상현실·바이오센서 달고 해외 넘봐

도심 오피스가에 안마카페 인기

안마의자는 터치스크린이나 스마트폰으로도 조작이 가능하다. 마사지를 받기 전 안마의자가 사용자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하면, 다리 길이와 어깨 높이에 맞게 자동으로 변형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맞춤형 마사지 기술을 선보이도록 진화하고 있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로 수입된 안마의자를 포함한 마사지용 기기는 2억611만 달러(약 2390억원) 규모다. 2000년 수입액은 657만 달러에 불과했다. 2000년 당시는 일본에서 수입한 제품이 절반을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는 중국산 제품 수입액이 91%로 가장 높았다.
국내 안마의자 업체는 중국산 제품 중 상당수가 주문 생산 방식으로 들어온 제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장은 중국에 있지만 디자인과 기능을 국내 업체가 주문하는 방식이다. 올해 초 설문조사 기관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국내에서 안마의자를 구입한 1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6.1%가 국내 업체 제품을 쓰고 있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 업체의 독무대였던 한국 안마의자 시장을 국내 업체 제품이 장악하고 있다는 얘기다. 허영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의료기기 담당 프로그램디렉터(PD)는 “국내 중소기업이 가격 경쟁력을 따라갈 수 없는 중국을 무작정 따라하기보다 미국 기업 애플처럼 디자인과 마케팅, 플랫폼 창출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안마의자는 1956년 일본에서 마사지체어(マッサㅡジチェア)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발됐다. 재봉틀 원리로 자전거 체인과 자동차 핸들을 부품으로 사용해 어깨를 두드리는 진동 제품이 나왔다. 일본 전역에 퍼져 있는 공동 목욕탕에 납품을 시작하자 순식간에 인기 상품이 됐다. 1990년대부터 파나소닉·이나다 등 일본 업체는 전자 부품이 정교하게 들어간 제품을 출시했다. 안마사가 목과 어깨를 어떻게 주무르는지 연구해 실제 손 모양과 유사한 움직임을 재현했다.
국내 시장에도 일본 업체가 2000년대 초반까지 장악하고 있었지만 400만원대 이상 고가 제품이라 50대가 주요 소비층이었다. 국내 업체가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0년대 후반. 2007년부터 한 중소업체가 최초로 대여 개념을 도입했다. 39개월 동안 4만9500원을 내면 대여 기간 수리(AS)도 책임지는 식이다. 광고모델도 30대 격투기 선수를 쓰면서 20~30대 소비층을 공략했다.
사용 연령층이 낮아지면서 안마의자는 혼수 용품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업체에서 정수기와 매트리스를 안마의자와 패키지로 대여해주는 식이다. 강민수 을지대 의료IT마케팅학과 교수는 “중소기업에 판매 활로를 열어 줄 수 있는 홈쇼핑과 대여 방식을 활용해 한국 환경에 적합한 마케팅 방식이 나왔다”고 말했다.
안마의자 시장에 동양매직·코웨이 등 대기업도 뛰어들었고, 올해 하반기부터 국내 업체가 중국과 미국 시장에도 본격 진출할 예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안마기 시장 크기가 매년 10% 가량 증가하고 있다. KOTRA는 지난 2014년 ‘가정 안마기 보급률은 일본이 40%, 한국은 15%에 달하나 중국은 1%에 그치는데다 경제력이 있는 노인 인구까지 증가하고 있어 시장 잠재력이 크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국내 안마의자 상품 선전에는 정부 주도의 기술 개발 지원 사업도 한몫했다. 2006년부터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 생산기술연구원과 의료기기 업체 대경산업, 서울대·건양대 등 산학연 협력을 통해 5년 동안 사용자 생체 인식 기능을 갖춘 안마의자를 개발했다. 사용자의 혈압과 체지방 등을 측정해 ICT 기술로 정보를 모은 뒤 사용자에 맞는 안마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당시 제품 개발에 참여했던 최동혁 건양대 의공학부 교수는 “잠이 들면 사용자 생체 신호를 분석해 안마 강도를 약하게 낮추는 기능까지 가능하다”며 “하드웨어보다는 여러 정보를 모아 사용자 편의에 맞추는 프로그램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ICT와 결합된 수면베개 상품도 개발되고 있다. 베개에 사용자의 수면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를 달고, 이 정보를 스마트폰과 연동해 저장한다. 이 정보는 사용자가 최적의 수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베개의 높낮이나 각도를 조절하는데 다시 쓰인다. 김기봉 대전보건대 컴퓨터정보과 교수는 “ICT가 가져온 편리성이 건강 제품과 결합되면서 생활을 변화시킬 수 있는 제품이 쏟아질 것”이라며 “ICT와 의학, 기계공학이 더욱 빠른 속도로 융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로 등록하려면 인증 절차 복잡해
-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13번째' 로켓 베이비 등장?...일론 머스크는 '연락 두절'
2프란치스코 교황, 병세 계속 위중… 교황청 “한때 호흡곤란”
3"식구끼리 비방하면 누가 좋나"…이재명 강성 지지층 자제 당부
4경제8단체 “상법 개정 철회하고,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
5 이준석 “이재명, 정치도 운전도 이렇게 하면 사고 나"
6이재명 “아직도 초부자감세 미련 있나”…세제개편 토론 제안
7지난해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은 남성…처음으로 30% 넘어
8국민 55%는 ‘국장’보다 ‘미장’ 선호…그 이유는?
9SK텔레콤, MWC 2025 참가…AI 기반 혁신 기술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