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커에 빠진 골프 올림픽이 구세주?
벙커에 빠진 골프 올림픽이 구세주?
112년 만에 정식종목 채택되면서 귀족 놀음 이미지 벗고 중국·중남미 등지에서 성장 기회 노린다 브라질 쿠리티바 출신의 다니엘 스태프(25)는 열한 살 때 테니스 선수였다. 온 가족이 라켓을 쥐고 생활한 전 프로 선수의 아들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스태프는 골프 코스 근처에 있을 때 무료함을 느껴 골프채를 몇 차례 휘둘렀다.
스태프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골프장을 떠났다. 골프를 배우는 건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아버지처럼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한 가지 문제라면 테니스에선 좀처럼 우승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아마도 아들의 그런 문제를 눈치챈 듯 스태프를 다시 골프 코스로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공이 잘 맞지 않더니 금방 나아지기 시작했다. 스태프는 “‘테니스 대회에선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는데 골프는 첫 출전에 우승했으니 이쪽에 신경 쓰는 게 더 낫겠는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점점 골프에 빠져들었다. 모두가 축구에 열광하는 남미에선 흔치 않은 일이었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이 공 차러 가자고 찾아오면 거절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는 “아니, 난 골프 연습하러 갈 거야”라고 말했다.
“뭘 한다고?” 그의 친구들에겐 골프는 들어보지도 못한 스포츠였다.
스태프는 프로골퍼가 돼 PGA 투어 산하 라티노아메리카 투어에 참가 중이다. 브라질에서 가장 유망한 신인 골퍼로 손꼽힌다. 그리고 처음 골프채를 잡은 지 10여 년 만에 그의 고국에서 골프의 대제전이 열린다. 골프가 1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녀 60명씩 별도의 토너먼트 경기를 치른다. 상류계급의 사교 모임과 잘 다듬어진 컨트리클럽을 연상케 하는 골프가 전 세계 30여억 명의 TV 스크린에 오르게 됐다.골프로선 위기의 순간에 올림픽 종목이 됐다. 현재 전 세계 골프장 시설 중 80% 가까이가 불과 10개국(주로 미국·일본·캐나다·잉글랜드·호주)에 집중됐다. 골프의 주요 시장인 영국과 미국은 침체 또는 하락세에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림픽을 계기로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스태프 같은 골수 애호가 기반을 더 확충하고자 한다. 아시아와 중남미의 확대되는 중산층이 매력적인 잠재 시장으로 떠오른다. 코스 설계자, 장비 제조사, 프로 투어, 자선 행사 등을 포함한 700억 달러 규모의 골프 업계가 그 열매를 수확할 것이다.
국제골프연맹(IGF) 피터 도슨 회장은 “올림픽 골프가 우리에게 최고의 성장 기회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골프가 널리 보급된 미국이나 영국에서 골프 인구 증가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골프가 비주류 스포츠인 나머지 지역에서는 분명 발전할 것이다.”
올림픽은 과거 글로벌 스포츠 판도를 크게 바꿔 놓은 전력이 있다. 1992년 미국 농구 ‘드림팀’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해 평균 44포인트 차이로 상대팀들을 압도했다.드림팀에 세계가 열광하면서 농구계에 변혁의 바람이 불었다. 스페인·중국·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에서 농구 광팬 세대가 부상하면서 2004년 올림픽에선 아르헨티나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그러나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2016년과 2020년 올림픽 대회뿐이다. 따라서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뤄야 한다. 토너먼트 구성을 둘러싼 유명 선수들과 골프 관계자들 간의 갈등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세계 7위인 호주의 애덤 스콧(35)과 남아공의 루이 우스트이젠은 수입이 생기는 프로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올림픽 대회 불참을 표명했다.
리우엔 당초 골프코스가 2곳밖에 없었다. 모두 정상급 선수들의 기준에 못 미쳤다. 올림픽 대회용 골프 코스 신설 공사가 툭하면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완공이 늦춰졌다. 부지 일부가 생태계 보호구역이었기 때문에 환경파괴 우려를 둘러싼 항의가 촉발됐다. 브라질골프연맹의 파울루 세자르 파체코 회장은 정부 조사보고서로 맞대응했다. 신설된 코스가 지역 식생의 성장에 기여하고 야생 생태계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파체코 회장은 IB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골프가 전례 없는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브라질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골프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여름 올림픽 개최를 향한 브라질의 앞길에는 다른 걸림돌도 놓여 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탄핵에 직면하면서 브라질 정국이 혼란에 빠져 있다. 경제도 파탄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예산을 삭감해야 했다.
하지만 숫자만큼은 매혹적이다. 올림픽 당국자들에 따르면 2012년 런던 올림픽 경기 중계를 최소한 1분 이상 시청한 사람은 36억 명에 달했다. 그리고 특히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골프 불모지의 선수가 퍼팅을 성공시키거나 리더보드(순위표)의 선두를 달리는 모습이 방송을 탈 경우 마법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한 번의 결정적인 순간, 한 명의 인기 선수가 일대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는 199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뒤 일반 대회 20여 회, 메이저 대회 5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며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한국을 주도 세력으로 만든 ‘박세리 키드’ 세대의 본보기가 됐다. 지난 5월 첫 주를 기준으로 세계 톱 15 중 8명이 한국인이다. 박세리는 올해 LPGA에서 은퇴할 계획이지만 그전에 한국팀 주장으로 리우에 참가할 예정이다.세계골프재단의 스티브 모나 대표는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출전 선수들이 우승하든 못하든 미디어에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그 선수와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이 ‘어쩌면 골프가 내게 맞는 스포츠’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제2의 박세리가 어디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나 대표는 시카고 대신 리우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재지정된 것은 행운이라고 본다. 한때 올림픽 개최도시 후보였던 시카고에선 골프가 이미 널리 보급됐다. 그는 “골프가 보편화되지 않은 지역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며 “그래야 노출 기회가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문화의 일부로 정착된 지역에선 골프가 침체에 빠져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골프 인구는 약 2500만 명. 일부 추산에 따르면 10년 전 약 3000만 명으로 천장을 친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년층의 골프 입문은 약 30% 감소했다. 골프 집행기구 중 하나인 영국골프협회(R&A)에 따르면 골프장 신설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매년 문을 여는 골프코스보다 닫는 곳이 더 많았다. 미국의 1만5372개 골프장 시설 비중이 전 세계의 약 45%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다.
2위 규모 시장인 영국에선 골프 인구가 약 5년 전 11%나 감소한 뒤 330만 명 선에서 안정을 찾은 듯하다.
골프 인구 감소 또는 정체의 보편적인 이유는 3가지다. 첫째, 골프에 상당히 큰 비용이 들어 귀족 스포츠로 인식된다. 둘째,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4시간이나 걸리는 골프 라운딩은 매력이 없으며 그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셋째, 코스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져 일반 골퍼들이 좌절감을 느껴 골프에서 멀어진다.
PGA 투어는 여전히 재정이 탄탄하다. 12년에 걸쳐 12억 달러의 TV 중계권 계약기간이 겨우 3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젊고 새로운 팬 기반이 필요하다.‘미국 골프 왕국(The Kingdom of Golf in America)’을 펴낸 골프 역사가 리처드 모스는 “골프를 시작하기가 앞으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용료가 40달러 이하인 코스들이 문 닫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밝혔다.
골프의 열성 팬들은 여전하다. 지난해 4개 프로 메이저 대회 중 3개의 시청자 수가 늘었다. 골프 시장 분석 업체 골프 데이터테크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장비 판매에 변화가 없었으며 지난해 미국 내 총 라운딩 건수는 실제로 1.8% 증가했다. 이는 모두 돈을 아끼지 않는 열성 골퍼들의 존재를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사이 미국 인구는 약 2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 내 골프인구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골프 데이터테크 공동창업자 톰 스타인의 설명이다. 선수와 팬을 찾아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그는 말했다. “소폭의 증가라도 도움이 된다.”올림픽 대회에는 스포츠 종목이 포함됐다가 제외되기를 반복해 왔다. 하지만 골프는 오랫동안 그런 논의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약 10년 전 골프계는 올림픽 종목 복귀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8년 유러피언 투어, PGA 투어, 미국 골프협회, R&A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IGF의 깃발 아래 세력을 규합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 그들은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아니카 소렌스탐 같은 정상급 프로들을 동원해 청원 동영상을 제작했다. 골프의 글로벌 어필을 강조하는 메시지였다.
그것이 주효했다. 2009년 골프가 리우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선수들은 세계 랭킹에 근거한 시스템을 통해 출전자격을 획득하며 72홀의 전통적인 토너먼트 경기에 참가하게 된다. IGF는 골프 후진국에도 출전권이 배정되도록 한 나라의 참가 선수 숫자를 제한했다.
몇 년 뒤 PGA 투어는 북미 이외 지역에 처음으로 단 2개의 교육 리그, PGA 투어 라티노아메리카와 PAG 투어 차이나를 신설했다.
중국은 골프 업계가 올림픽을 통해 넘볼 만한 “가장 확실한 시장”이라고 모나 대표는 말했다.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중상층은 증가했다. 도시 가구 중 약 17%가 중상층으로 분류돼 2010년에 전체 도시 가구의 7%에 불과하던 그 비율이 지금은 약 17%에 달한다. 2020년에는 도시 가구 중 30%(1억 명)가 중상층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 대회 성적에 대단히 신경 쓴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 대회 유치에 약 400억 달러를 썼다. 중국 당국도 올림픽 골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호주의 전설적인 골퍼 그레그 노먼을 영입해 대표팀 훈련을 맡겼다. 그리고 지방 정부들은 골프 영재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몇몇 중국 선수들이 골프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자 프로골프계 세계 11위인 펑샨샨은 2012년 LPGA 우승을 거머쥐며 중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골프계에선 십대인 관톈랑과 진청이 아마추어 서킷에서 성공을 거둬 권위 있는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했으며 20세의 리하우퉁은 바로 이번 달 유럽 프로골프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은 대형 프로 토너먼트 대회들도 주최한다. 예를 들면 세계 각지에서 정상급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HSBC 챔피언십 대회가 대표적이다.그러나 R&A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473개 골프 코스는 땅덩이가 훨씬 더 작은 이웃나라들에 크게 뒤진다. 일본은 무려 2383개, 한국은 44개의 골프장을 자랑한다. “올림픽은 중국 사회에서 골프 대중화를 중국 당국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모나 대표는 말했다.
중국은 이미 골프 장비 분야에서 세계 6위 규모의 시장이다. 2013년 골프 인구가 100만 명을 웃돌아 시장가치가 10억 달러 가까운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이 골프를 전면 수용하는 미래는 골프 관계자들에게는 꿈 같은 시나리오다. 세계 최고의 인구대국이 골프와 사랑에 빠진다면 미국 내 골프 인구가 몇 %포인트 감소한들 대수일까?
‘금지된 게임, 골프와 중국몽(The Forbidden Game: Golf and the Chinese Dream)’의 저자인 댄 워시번은 “올림픽에서 골프의 성공이 곧 중국의 골프 붐을 의미할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중국의 골프계는 예나 지금이나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골프 프로그램에 전례 없이 많은 돈을 쏟아 붓는다.”
중국의 메달 확보 중시 정책이 골프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맞지만 베이징 당국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워시번은 말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중국의 앞날을 예측하려다가 큰 망신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중남미(특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골프와의 관계가 복잡하다. 골프를 엘리트의 여가활동으로 간주하는 여론이 미국보다 더 강하다. 주로 사설 클럽 가입 능력을 갖춘 상류층의 전유물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골프를 친다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아구스틴 피자는 이 같은 문화를 잘 알아 고민스럽다. 그는 멕시코의 골프코스 설계자이며 유럽골프코스설계자협회의 유일한 중남미 출신 선임회원이다. 피자는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톰 파지오 같은 설계의 대가들과 공동으로 중남미 각지의 코스를 설계했다. 그는 ‘프라이머 스윙’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창설해 멕시코·페루의 불우 청소년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있으며 언젠가는 중남미 전역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사람들이 골프를 신분의 상징이 아니라 스포츠로 생각하도록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카트·동료·음료가 있고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피자에 따르면 중남미에서 골프가 성장하고는 있지만 주로 골프를 즐길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국한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근년 들어 중남미 전체적으로 경제난에 허덕였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약간 쪼그라든 뒤 내년엔 2.8% 성장할 듯하다. 319개 골프 시설을 갖춘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확고한 골프 커뮤니티 기반을 자랑한다. 골프장 123개로 지역 2위 규모인 브라질은 올해 실질 GDP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제로 베이스로 회복이 예상된다.
양국 모두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다. 브라질은 2004~2014년 중상층이 63% 확대됐고 아르헨티나는 2005~2015년 중산층이 2배로 불어나 중남미에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 이들은 바로 골프계가 다가가고 싶어 하는 그룹이다. 골프 코스에서 미팅을 하고 골프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기업 관리자들 말이다.
브라질 프로 선수인 스태프는 골프 투어로 중남미 전역을 순방하면서 그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그는 “모든 나라가 올림픽에 관심을 갖고 있어 우리가 방문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골프가 성장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중남미 컨트리 클럽의 골프 코스들은 대체로 신분과시용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녹지 공간에 불과했다고 피자는 설명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적어도 골프에 개방적이며 골프채를 휘둘러 보려는 생각을 한다. 골프가 정말로 더 발전하고 프로급 선수들을 육성하며 나아가 미래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으려면, 더 포용적인 스포츠가 돼야 한다고 피자는 말한다.
그는 “2개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2회 우승자인 아르헨티나의 앙헬 카브레라는 또 다른 세계 출신이다. 잡역부의 아들인 그는 코르도바의 컨트리 클럽에서 캐디로 일하지 않았으면 골프채를 잡아 볼 수도 없었다. 하류계급인 카브레라는 클럽하우스 출입도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의 재능이 한 부자 회원의 눈에 띄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 카브레라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선발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이 큰 일부 선수는 썩 내키지 않는 듯하다. 지난 3월 리우 코스에서 열린 테스트 행사에 정상급 골퍼들을 초청했다. PGA 커미셔너가 전세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도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따라 스태프를 비롯한 브라질 선수들만 코스 테스트 경기를 했다. 골프 관계자들은 오는 8월 올림픽에서도 이 같은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난 2월 새로 방침을 발표했다. 올림픽 우승자에게는 내년 4대 메이저 프로 골프 대회 전체에 자동적으로 출전자격이 부여된다는 내용이다.“골프가 올림픽에 잘 융화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스트렐마크 비즈니스 디벨로프먼트 컨설턴츠’의 사장이자 업계 주요 출판매체에 기고해온 골프 업계 전문가 힐러리 포드위치는 말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큰 사고가 생길 경우 낙인이 찍힐 수 있다.”
골프에선 대형 행사의 입지를 구축하기가 특히 힘들다. 올림픽에서 골프 경기가 벌어진 것은 캐나다와 미국만 출전한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골프는 아마도 어떤 스포츠보다 전통 의식과 지리적 특성이 강한 스포츠라고 모스는 말했다. 올림픽은 비교적 새롭다는 점에서 일류 골퍼들의 출전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이런 문제에서 올림픽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그리고 4년 뒤 다음 대회와 어떤 연속성을 가질지 정말 의구심이 든다”고 그는 말했다.
리우 올림픽 불참을 표명한 세계 7위의 호주 골퍼 스콧은 고국을 대표하는 기회를 사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매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골프계의 신진 선수 중 일부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올림픽 때 23세가 되는 미국 랭킹 1위 조던 스피스는 금메달에 도전할 기회를 얻어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개막식 때 입장하는 것, 선수촌에 묵으며 뭔지 모를 일을 하는 것,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경이로운 선수들을 만나는 것, 오는 8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스태프는 스피스만한 인기나 돈을 누려보진 못했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올림픽 코스를 테스트하며 지면의 굴곡, 넓은 페어웨이, 탄탄한 그린, 그리고 위협적인 워터 해저드에 탄복했다. 스태프는 어느 하나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모두가 “경이롭다”고 탄성을 올렸다.
이 같은 경험은 골프의 밑바닥부터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라티노아메리카 투어를 졸업하고 2부 웹닷컴 서킷에 진출한 뒤 최종적으로 골프의 최고 레벨인 PGA 투어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브라질 최고의 골퍼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요즘엔 그가 정확히 무엇을 연습하는지 고향 친구들이 의문을 가질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그들이 골프를 알게 됐으니 이제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올림픽 종목이 된 뒤로 사람들이 골프를 좀 더 많이 알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 팀 마신 아이비타임즈 기자
[ 다음 주에는 올림픽 수영에 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스태프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골프장을 떠났다. 골프를 배우는 건 지루하고 따분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에게는 아버지처럼 프로 테니스 선수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다. 한 가지 문제라면 테니스에선 좀처럼 우승하기가 힘들었다는 점이었다. 아버지는 아마도 아들의 그런 문제를 눈치챈 듯 스태프를 다시 골프 코스로 밀어 넣었다.
처음에는 공이 잘 맞지 않더니 금방 나아지기 시작했다. 스태프는 “‘테니스 대회에선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는데 골프는 첫 출전에 우승했으니 이쪽에 신경 쓰는 게 더 낫겠는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그는 점점 골프에 빠져들었다. 모두가 축구에 열광하는 남미에선 흔치 않은 일이었다. 어릴 적 동네 친구들이 공 차러 가자고 찾아오면 거절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그는 “아니, 난 골프 연습하러 갈 거야”라고 말했다.
“뭘 한다고?” 그의 친구들에겐 골프는 들어보지도 못한 스포츠였다.
스태프는 프로골퍼가 돼 PGA 투어 산하 라티노아메리카 투어에 참가 중이다. 브라질에서 가장 유망한 신인 골퍼로 손꼽힌다. 그리고 처음 골프채를 잡은 지 10여 년 만에 그의 고국에서 골프의 대제전이 열린다. 골프가 1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녀 60명씩 별도의 토너먼트 경기를 치른다. 상류계급의 사교 모임과 잘 다듬어진 컨트리클럽을 연상케 하는 골프가 전 세계 30여억 명의 TV 스크린에 오르게 됐다.골프로선 위기의 순간에 올림픽 종목이 됐다. 현재 전 세계 골프장 시설 중 80% 가까이가 불과 10개국(주로 미국·일본·캐나다·잉글랜드·호주)에 집중됐다. 골프의 주요 시장인 영국과 미국은 침체 또는 하락세에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림픽을 계기로 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스태프 같은 골수 애호가 기반을 더 확충하고자 한다. 아시아와 중남미의 확대되는 중산층이 매력적인 잠재 시장으로 떠오른다. 코스 설계자, 장비 제조사, 프로 투어, 자선 행사 등을 포함한 700억 달러 규모의 골프 업계가 그 열매를 수확할 것이다.
국제골프연맹(IGF) 피터 도슨 회장은 “올림픽 골프가 우리에게 최고의 성장 기회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골프가 널리 보급된 미국이나 영국에서 골프 인구 증가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골프가 비주류 스포츠인 나머지 지역에서는 분명 발전할 것이다.”
올림픽은 과거 글로벌 스포츠 판도를 크게 바꿔 놓은 전력이 있다. 1992년 미국 농구 ‘드림팀’이 바르셀로나 올림픽에 참가해 평균 44포인트 차이로 상대팀들을 압도했다.드림팀에 세계가 열광하면서 농구계에 변혁의 바람이 불었다. 스페인·중국·아르헨티나 같은 나라에서 농구 광팬 세대가 부상하면서 2004년 올림픽에선 아르헨티나가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했다.그러나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은 2016년과 2020년 올림픽 대회뿐이다. 따라서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뤄야 한다. 토너먼트 구성을 둘러싼 유명 선수들과 골프 관계자들 간의 갈등은 그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세계 7위인 호주의 애덤 스콧(35)과 남아공의 루이 우스트이젠은 수입이 생기는 프로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올림픽 대회 불참을 표명했다.
리우엔 당초 골프코스가 2곳밖에 없었다. 모두 정상급 선수들의 기준에 못 미쳤다. 올림픽 대회용 골프 코스 신설 공사가 툭하면 지연되면서 예정보다 완공이 늦춰졌다. 부지 일부가 생태계 보호구역이었기 때문에 환경파괴 우려를 둘러싼 항의가 촉발됐다. 브라질골프연맹의 파울루 세자르 파체코 회장은 정부 조사보고서로 맞대응했다. 신설된 코스가 지역 식생의 성장에 기여하고 야생 생태계에 도움을 준다는 내용이었다.
파체코 회장은 IB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골프가 전례 없는 주목을 받게 될 것”이라며 “브라질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골프의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여름 올림픽 개최를 향한 브라질의 앞길에는 다른 걸림돌도 놓여 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탄핵에 직면하면서 브라질 정국이 혼란에 빠져 있다. 경제도 파탄위기에 직면함에 따라 예산을 삭감해야 했다.
하지만 숫자만큼은 매혹적이다. 올림픽 당국자들에 따르면 2012년 런던 올림픽 경기 중계를 최소한 1분 이상 시청한 사람은 36억 명에 달했다. 그리고 특히 아르헨티나·브라질 등 골프 불모지의 선수가 퍼팅을 성공시키거나 리더보드(순위표)의 선두를 달리는 모습이 방송을 탈 경우 마법 같은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 한 번의 결정적인 순간, 한 명의 인기 선수가 일대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는 1998년 LPGA 투어에 데뷔한 뒤 일반 대회 20여 회, 메이저 대회 5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에서 영웅 대접을 받으며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한국을 주도 세력으로 만든 ‘박세리 키드’ 세대의 본보기가 됐다. 지난 5월 첫 주를 기준으로 세계 톱 15 중 8명이 한국인이다. 박세리는 올해 LPGA에서 은퇴할 계획이지만 그전에 한국팀 주장으로 리우에 참가할 예정이다.세계골프재단의 스티브 모나 대표는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하게 생긴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출전 선수들이 우승하든 못하든 미디어에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면 그 선수와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이 ‘어쩌면 골프가 내게 맞는 스포츠’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제2의 박세리가 어디서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나 대표는 시카고 대신 리우에서 골프가 정식종목으로 재지정된 것은 행운이라고 본다. 한때 올림픽 개최도시 후보였던 시카고에선 골프가 이미 널리 보급됐다. 그는 “골프가 보편화되지 않은 지역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유리하다”며 “그래야 노출 기회가 더 많아진다”고 설명했다.
문화의 일부로 정착된 지역에선 골프가 침체에 빠져 있다. 최대 시장인 미국의 골프 인구는 약 2500만 명. 일부 추산에 따르면 10년 전 약 3000만 명으로 천장을 친 뒤 감소세로 돌아섰다. 청년층의 골프 입문은 약 30% 감소했다. 골프 집행기구 중 하나인 영국골프협회(R&A)에 따르면 골프장 신설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매년 문을 여는 골프코스보다 닫는 곳이 더 많았다. 미국의 1만5372개 골프장 시설 비중이 전 세계의 약 45%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심각한 문제다.
2위 규모 시장인 영국에선 골프 인구가 약 5년 전 11%나 감소한 뒤 330만 명 선에서 안정을 찾은 듯하다.
골프 인구 감소 또는 정체의 보편적인 이유는 3가지다. 첫째, 골프에 상당히 큰 비용이 들어 귀족 스포츠로 인식된다. 둘째,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4시간이나 걸리는 골프 라운딩은 매력이 없으며 그만한 여유가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 셋째, 코스 난이도가 갈수록 높아져 일반 골퍼들이 좌절감을 느껴 골프에서 멀어진다.
PGA 투어는 여전히 재정이 탄탄하다. 12년에 걸쳐 12억 달러의 TV 중계권 계약기간이 겨우 3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젊고 새로운 팬 기반이 필요하다.‘미국 골프 왕국(The Kingdom of Golf in America)’을 펴낸 골프 역사가 리처드 모스는 “골프를 시작하기가 앞으로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용료가 40달러 이하인 코스들이 문 닫는 속도가 가장 빠르다”고 밝혔다.
골프의 열성 팬들은 여전하다. 지난해 4개 프로 메이저 대회 중 3개의 시청자 수가 늘었다. 골프 시장 분석 업체 골프 데이터테크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장비 판매에 변화가 없었으며 지난해 미국 내 총 라운딩 건수는 실제로 1.8% 증가했다. 이는 모두 돈을 아끼지 않는 열성 골퍼들의 존재를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 20년 사이 미국 인구는 약 20%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미국 내 골프인구는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 골프 데이터테크 공동창업자 톰 스타인의 설명이다. 선수와 팬을 찾아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그는 말했다. “소폭의 증가라도 도움이 된다.”올림픽 대회에는 스포츠 종목이 포함됐다가 제외되기를 반복해 왔다. 하지만 골프는 오랫동안 그런 논의대상에 오르지도 못했다. 약 10년 전 골프계는 올림픽 종목 복귀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8년 유러피언 투어, PGA 투어, 미국 골프협회, R&A 등의 고위 관계자들이 IGF의 깃발 아래 세력을 규합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를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 그들은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아니카 소렌스탐 같은 정상급 프로들을 동원해 청원 동영상을 제작했다. 골프의 글로벌 어필을 강조하는 메시지였다.
그것이 주효했다. 2009년 골프가 리우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됐다. 선수들은 세계 랭킹에 근거한 시스템을 통해 출전자격을 획득하며 72홀의 전통적인 토너먼트 경기에 참가하게 된다. IGF는 골프 후진국에도 출전권이 배정되도록 한 나라의 참가 선수 숫자를 제한했다.
몇 년 뒤 PGA 투어는 북미 이외 지역에 처음으로 단 2개의 교육 리그, PGA 투어 라티노아메리카와 PAG 투어 차이나를 신설했다.
중국은 골프 업계가 올림픽을 통해 넘볼 만한 “가장 확실한 시장”이라고 모나 대표는 말했다. 경제성장 둔화 속에서도 14억 인구를 가진 중국의 중상층은 증가했다. 도시 가구 중 약 17%가 중상층으로 분류돼 2010년에 전체 도시 가구의 7%에 불과하던 그 비율이 지금은 약 17%에 달한다. 2020년에는 도시 가구 중 30%(1억 명)가 중상층에 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가 올림픽 대회 성적에 대단히 신경 쓴다는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 대회 유치에 약 400억 달러를 썼다. 중국 당국도 올림픽 골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듯하다. 호주의 전설적인 골퍼 그레그 노먼을 영입해 대표팀 훈련을 맡겼다. 그리고 지방 정부들은 골프 영재 양성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있다.
몇몇 중국 선수들이 골프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여자 프로골프계 세계 11위인 펑샨샨은 2012년 LPGA 우승을 거머쥐며 중국인 최초로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남자 골프계에선 십대인 관톈랑과 진청이 아마추어 서킷에서 성공을 거둬 권위 있는 마스터스 대회에 출전했으며 20세의 리하우퉁은 바로 이번 달 유럽 프로골프 투어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중국은 대형 프로 토너먼트 대회들도 주최한다. 예를 들면 세계 각지에서 정상급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HSBC 챔피언십 대회가 대표적이다.그러나 R&A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473개 골프 코스는 땅덩이가 훨씬 더 작은 이웃나라들에 크게 뒤진다. 일본은 무려 2383개, 한국은 44개의 골프장을 자랑한다. “올림픽은 중국 사회에서 골프 대중화를 중국 당국이 받아들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모나 대표는 말했다.
중국은 이미 골프 장비 분야에서 세계 6위 규모의 시장이다. 2013년 골프 인구가 100만 명을 웃돌아 시장가치가 10억 달러 가까운 것으로 추산됐다. 중국이 골프를 전면 수용하는 미래는 골프 관계자들에게는 꿈 같은 시나리오다. 세계 최고의 인구대국이 골프와 사랑에 빠진다면 미국 내 골프 인구가 몇 %포인트 감소한들 대수일까?
‘금지된 게임, 골프와 중국몽(The Forbidden Game: Golf and the Chinese Dream)’의 저자인 댄 워시번은 “올림픽에서 골프의 성공이 곧 중국의 골프 붐을 의미할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중국의 골프계는 예나 지금이나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온갖 규제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골프 프로그램에 전례 없이 많은 돈을 쏟아 붓는다.”
중국의 메달 확보 중시 정책이 골프의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맞지만 베이징 당국이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고 워시번은 말했다. “똑똑한 사람들이 중국의 앞날을 예측하려다가 큰 망신을 당하는 일이 많았다.”
중남미(특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골프와의 관계가 복잡하다. 골프를 엘리트의 여가활동으로 간주하는 여론이 미국보다 더 강하다. 주로 사설 클럽 가입 능력을 갖춘 상류층의 전유물이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골프를 친다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다.
아구스틴 피자는 이 같은 문화를 잘 알아 고민스럽다. 그는 멕시코의 골프코스 설계자이며 유럽골프코스설계자협회의 유일한 중남미 출신 선임회원이다. 피자는 게리 플레이어, 잭 니클라우스, 톰 파지오 같은 설계의 대가들과 공동으로 중남미 각지의 코스를 설계했다. 그는 ‘프라이머 스윙’이라는 비영리단체를 창설해 멕시코·페루의 불우 청소년들에게 골프를 가르치고 있으며 언젠가는 중남미 전역으로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그는 “사람들이 골프를 신분의 상징이 아니라 스포츠로 생각하도록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교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카트·동료·음료가 있고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피자에 따르면 중남미에서 골프가 성장하고는 있지만 주로 골프를 즐길 만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로 국한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근년 들어 중남미 전체적으로 경제난에 허덕였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약간 쪼그라든 뒤 내년엔 2.8% 성장할 듯하다. 319개 골프 시설을 갖춘 아르헨티나는 남미에서 가장 확고한 골프 커뮤니티 기반을 자랑한다. 골프장 123개로 지역 2위 규모인 브라질은 올해 실질 GDP의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지만 내년에는 제로 베이스로 회복이 예상된다.
양국 모두 중산층이 확대되고 있다. 브라질은 2004~2014년 중상층이 63% 확대됐고 아르헨티나는 2005~2015년 중산층이 2배로 불어나 중남미에서 가장 크게 성장했다. 이들은 바로 골프계가 다가가고 싶어 하는 그룹이다. 골프 코스에서 미팅을 하고 골프와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기업 관리자들 말이다.
브라질 프로 선수인 스태프는 골프 투어로 중남미 전역을 순방하면서 그런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그는 “모든 나라가 올림픽에 관심을 갖고 있어 우리가 방문하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골프가 성장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중남미 컨트리 클럽의 골프 코스들은 대체로 신분과시용으로 거의 사용되지 않는 녹지 공간에 불과했다고 피자는 설명했다. 지금은 사람들이 적어도 골프에 개방적이며 골프채를 휘둘러 보려는 생각을 한다. 골프가 정말로 더 발전하고 프로급 선수들을 육성하며 나아가 미래의 세계 정상급 선수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으려면, 더 포용적인 스포츠가 돼야 한다고 피자는 말한다.
그는 “2개의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메이저 대회 2회 우승자인 아르헨티나의 앙헬 카브레라는 또 다른 세계 출신이다. 잡역부의 아들인 그는 코르도바의 컨트리 클럽에서 캐디로 일하지 않았으면 골프채를 잡아 볼 수도 없었다. 하류계급인 카브레라는 클럽하우스 출입도 허용되지 않았지만 그의 재능이 한 부자 회원의 눈에 띄어 신분 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 카브레라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선발될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이 큰 일부 선수는 썩 내키지 않는 듯하다. 지난 3월 리우 코스에서 열린 테스트 행사에 정상급 골퍼들을 초청했다. PGA 커미셔너가 전세기를 준비하겠다고 했는데도 아무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에 따라 스태프를 비롯한 브라질 선수들만 코스 테스트 경기를 했다. 골프 관계자들은 오는 8월 올림픽에서도 이 같은 망신을 당하지 않기 위해 지난 2월 새로 방침을 발표했다. 올림픽 우승자에게는 내년 4대 메이저 프로 골프 대회 전체에 자동적으로 출전자격이 부여된다는 내용이다.“골프가 올림픽에 잘 융화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스트렐마크 비즈니스 디벨로프먼트 컨설턴츠’의 사장이자 업계 주요 출판매체에 기고해온 골프 업계 전문가 힐러리 포드위치는 말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큰 사고가 생길 경우 낙인이 찍힐 수 있다.”
골프에선 대형 행사의 입지를 구축하기가 특히 힘들다. 올림픽에서 골프 경기가 벌어진 것은 캐나다와 미국만 출전한 1904년 세인트루이스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골프는 아마도 어떤 스포츠보다 전통 의식과 지리적 특성이 강한 스포츠라고 모스는 말했다. 올림픽은 비교적 새롭다는 점에서 일류 골퍼들의 출전을 가로막는 또 다른 걸림돌이다. “이런 문제에서 올림픽이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그리고 4년 뒤 다음 대회와 어떤 연속성을 가질지 정말 의구심이 든다”고 그는 말했다.
리우 올림픽 불참을 표명한 세계 7위의 호주 골퍼 스콧은 고국을 대표하는 기회를 사양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매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러나 골프계의 신진 선수 중 일부는 새로운 도전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 올림픽 때 23세가 되는 미국 랭킹 1위 조던 스피스는 금메달에 도전할 기회를 얻어 흥분된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것, 개막식 때 입장하는 것, 선수촌에 묵으며 뭔지 모를 일을 하는 것,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경이로운 선수들을 만나는 것, 오는 8월 그런 경험을 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스태프는 스피스만한 인기나 돈을 누려보진 못했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하지만 올림픽 코스를 테스트하며 지면의 굴곡, 넓은 페어웨이, 탄탄한 그린, 그리고 위협적인 워터 해저드에 탄복했다. 스태프는 어느 하나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모두가 “경이롭다”고 탄성을 올렸다.
이 같은 경험은 골프의 밑바닥부터 계단을 밟아 올라가는 선수에게 동기를 부여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라티노아메리카 투어를 졸업하고 2부 웹닷컴 서킷에 진출한 뒤 최종적으로 골프의 최고 레벨인 PGA 투어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는 브라질 최고의 골퍼가 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요즘엔 그가 정확히 무엇을 연습하는지 고향 친구들이 의문을 가질 가능성은 크게 줄었다. 그들이 골프를 알게 됐으니 이제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올림픽 종목이 된 뒤로 사람들이 골프를 좀 더 많이 알게 됐다”고 그는 말했다.
- 팀 마신 아이비타임즈 기자
[ 다음 주에는 올림픽 수영에 관한 기사가 이어집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87억 바나나 '꿀꺽'한 코인 사업가..."훨씬 맛있네"
2AI 학습 데이터의 저작권 소송 이어져…캐나다 언론사 오픈AI 상대로 소송
3'믿고 있었다고' 한달 56% 급등한 JYP...1년 전 '박진영' 발언 화제
4더 혹독해질 생존 전쟁에서 살길 찾아야
5기름값 언제 떨어지나…다음 주 휘발유 상승폭 더 커질 듯
6‘트럼프 보편관세’ 시행되면 현대차·기아 총영업이익 19% 감소
7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놓친 것
8‘NEW 이마트’ 대박 났지만...빠른 확장 쉽지 않은 이유
9종부세 내는 사람 4.8만명 늘어난 이유 살펴봤더니…’수·다·고’가 대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