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영 창업회장의 기업가정신 이어받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인영 창업회장의 기업가정신 이어받은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정몽원(61) 한라그룹 회장은 기업 경영과 관련한 언론과의 인터뷰는 일체 고사해왔다. 하지만 정인영 한라그룹 창업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해온 남명수 전 한국경영사학회장(인하대학교 명예교수)의 대담 요청에는 흔쾌히 응했다. 6월 7일 남 교수가 정 회장을 찾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운곡 정인영은 초창기 한국 중공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인이셨습니다. 사업보국에 몰두하셨고 평생을 프런티어 정신으로 사셨던 분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한국경영사학회에서 운곡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해 발표했을 때 학계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7월 20일이면 벌써 10주기가 다가오네요. 아버님이 많이 그립습니다. 아버님의 가르침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거든요. 힘들 때,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지금도 꼭 아버님 산소를 찾아갑니다. ‘제가 이렇게 할 테니까 밀어주시죠... 믿고 갑니다’ 말씀드리고 또 다짐합니다. 그렇게 산소에 가서 아버님을 뵙고 오면 힘이 납니다.
창업회장과는 사적으로는 부자관계지만 경영인 선배이기도 하신데, 지금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으신지요?
정말 부지런하셨어요.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공장(한라시멘트)에 가신다고 일어나셨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가세요?’ 여쭈면 ‘새벽에 가면 차 없지, 경찰 없지, 티켓 안 끊지 얼마나 좋아.’ 그러셨어요.(웃음) 맨날 똑같은, 예의 그 빨간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셨죠.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이셨어요. (운곡은 항상 검정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10년 이상 된 양복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1990년대, 재계 12위권의 기업총수일 때도 운곡이 입고 다니던 양복은 부인 김월계 여사가 깨끗이 세탁하고 다림질한 구식 옷이었다.)
창업 회장께서 특별히 강조한 말씀이 있는지요? 닮고 싶은 경영철학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아버님이 제게 강조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학여역수행주 부진즉퇴(學如逆 水行舟 不進卽退)’ 즉, 학문(배움)이란 것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끊임없이 나아가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뜻이지요. (한라인재개발원에 이 글자를 새긴 정인영 선대회장의 친필 휘호가 있다). 공부하는 것처럼 사업한다는 것도 똑같다고 하셨어요. 그룹경영을 맡은 뒤 늘 새로워지고 혁신하라는 그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Dream it, believe it, and just do it’ 이란 말씀도 하셨는데, 그 말씀 그대로 평생 꿈을 갖고, 꿈꾸고, 믿고, 그 꿈을 실천하신 분이었습니다. 제가 아버님한테 가장 닮고 싶은데, 못하는 게 뭘까? 가끔 생각해봅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신규 사업을 용감하게 못하고 있더라고요. 왜 저와 같은 2세, 3세들은 창업주들과 같은 과감한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잖아요! 그걸 어떻게 저와 한라그룹 임직원들이 해낼 수 있을까? 늘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라그룹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내면화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첫 번째가 정도(正道)경영입니다. 아버님은 ‘기업인은 항상 겸손하고 품행이 단정하여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당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셨지요.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마음의 평화’를 자주 말씀하셨어요. (운곡은 평소 ‘마음의 평화보다 값진 것은 없다(There is no luxury than peace of mind)’는 격언을 자주 인용했다. 마음의 평화가 없다면 수천억 원이 있어도 가치가 없으며, 그 평화의 근원이 바로 겸손이라고 믿었던, 정도경영 가치가 몸에 밴 기업가였다.)
두 번째는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가는 개척정신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사람이니까 실패할 수 있다.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힘들 때 그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창업도 어렵지만 수성은 더 힘들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어떤 생각과 자세로 경영에 임하고 계시는지요?
국내외적으로 변화무쌍한 이 시기에 저의 소명은 지금의 한라그룹을 잘 유지·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직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재양성과 지속적인 R&D에 승부를 걸고 생산제품, 기업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그룹으로 발돋움 시켜야죠. 미래의 메가 트렌드에 맞는 성장동력을 찾아내서 과감하게 실행해 나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한라로(路)’라는 목표를 제시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1%라도 성장하고, 1%라도 이익을 내는 회사’를 목표로 정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 ‘모든 걸 제대로 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 그래서 이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는 새로운 가치에 맞게 채울 것은 채우고 버릴 것은 버리는 일련의 작업입니다. ‘미래로’는 쉽게 말해 이노베이션의 개념인데요, 협업하고 변화하자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아버님도 인재경영에 힘쓰셨지만 저 역시 요즘 인재의 중요성을 많이 실감합니다. 인사담당에게 늘 “‘이 한 사람이 회사를 바꿀 수 있다. 우리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소중한 마음가짐을 갖고 한 사람 한 사람 채용부터 잘하자”고 합니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줘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요즘 젊은 직원들이 의견을 내면 바로 시행을 하고 또 피드백을 합니다. 아주 쉬운 것부터 합니다. 그래서 출퇴근과 휴가부터 변화를 줬어요. 저부터 무조건 일주일에 이틀은 6시 정시에 퇴근합니다. 점점 삶의 질을 올리되 일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겁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새로운 방법으로 하자’는 것이 협업이고 쉐어링입니다. 제가 요즘 이렇게 젊은 글로벌 기업인들로부터 경영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늘 혁신을 추구했던 아버님께는 미치지 못하지만요. 하하.
- 대담 남명수 교수·정리 포브스코리아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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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뵙습니다. 운곡 정인영은 초창기 한국 중공업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거인이셨습니다. 사업보국에 몰두하셨고 평생을 프런티어 정신으로 사셨던 분입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한국경영사학회에서 운곡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해 발표했을 때 학계의 반응이 굉장히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네. 7월 20일이면 벌써 10주기가 다가오네요. 아버님이 많이 그립습니다. 아버님의 가르침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거든요. 힘들 때, 그리고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지금도 꼭 아버님 산소를 찾아갑니다. ‘제가 이렇게 할 테니까 밀어주시죠... 믿고 갑니다’ 말씀드리고 또 다짐합니다. 그렇게 산소에 가서 아버님을 뵙고 오면 힘이 납니다.
창업회장과는 사적으로는 부자관계지만 경영인 선배이기도 하신데, 지금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으신지요?
정말 부지런하셨어요. 새벽 3시면 어김없이 공장(한라시멘트)에 가신다고 일어나셨습니다. ‘왜 이렇게 일찍 가세요?’ 여쭈면 ‘새벽에 가면 차 없지, 경찰 없지, 티켓 안 끊지 얼마나 좋아.’ 그러셨어요.(웃음) 맨날 똑같은, 예의 그 빨간 줄무늬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셨죠. 근검절약이 몸에 밴 분이셨어요. (운곡은 항상 검정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10년 이상 된 양복을 입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다. 1990년대, 재계 12위권의 기업총수일 때도 운곡이 입고 다니던 양복은 부인 김월계 여사가 깨끗이 세탁하고 다림질한 구식 옷이었다.)
창업 회장께서 특별히 강조한 말씀이 있는지요? 닮고 싶은 경영철학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아버님이 제게 강조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학여역수행주 부진즉퇴(學如逆 水行舟 不進卽退)’ 즉, 학문(배움)이란 것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배와 같아서 끊임없이 나아가지 않으면 뒤쳐진다는 뜻이지요. (한라인재개발원에 이 글자를 새긴 정인영 선대회장의 친필 휘호가 있다). 공부하는 것처럼 사업한다는 것도 똑같다고 하셨어요. 그룹경영을 맡은 뒤 늘 새로워지고 혁신하라는 그 말씀을 늘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평생 꿈을 갖고, 믿고, 그 꿈을 실천하신 분
한라그룹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내면화하고자 하는 핵심가치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첫 번째가 정도(正道)경영입니다. 아버님은 ‘기업인은 항상 겸손하고 품행이 단정하여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당신의 삶을 통해 보여주셨지요. 돌아가시기 직전에는 ‘마음의 평화’를 자주 말씀하셨어요. (운곡은 평소 ‘마음의 평화보다 값진 것은 없다(There is no luxury than peace of mind)’는 격언을 자주 인용했다. 마음의 평화가 없다면 수천억 원이 있어도 가치가 없으며, 그 평화의 근원이 바로 겸손이라고 믿었던, 정도경영 가치가 몸에 밴 기업가였다.)
두 번째는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가는 개척정신입니다. 아버님께서는 “사람이니까 실패할 수 있다.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하셨어요. 힘들 때 그것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창업도 어렵지만 수성은 더 힘들다는 얘기도 많이 합니다. 어떤 생각과 자세로 경영에 임하고 계시는지요?
국내외적으로 변화무쌍한 이 시기에 저의 소명은 지금의 한라그룹을 잘 유지·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임직원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영속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재양성과 지속적인 R&D에 승부를 걸고 생산제품, 기업문화 등 모든 부분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그룹으로 발돋움 시켜야죠. 미래의 메가 트렌드에 맞는 성장동력을 찾아내서 과감하게 실행해 나가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를 위해 그룹 차원에서 ‘새로운 한라로(路)’라는 목표를 제시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1%라도 성장하고, 1%라도 이익을 내는 회사’를 목표로 정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되느냐? ‘모든 걸 제대로 하고 미래로 가야 한다.’ 그래서 이 캠페인을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는 새로운 가치에 맞게 채울 것은 채우고 버릴 것은 버리는 일련의 작업입니다. ‘미래로’는 쉽게 말해 이노베이션의 개념인데요, 협업하고 변화하자는 것을 모토로 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아버님도 인재경영에 힘쓰셨지만 저 역시 요즘 인재의 중요성을 많이 실감합니다. 인사담당에게 늘 “‘이 한 사람이 회사를 바꿀 수 있다. 우리 전체를 바꿀 수 있다’는 소중한 마음가짐을 갖고 한 사람 한 사람 채용부터 잘하자”고 합니다.
또 하나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일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기업 문화를 만들어 줘야 되겠다는 생각에서 요즘 젊은 직원들이 의견을 내면 바로 시행을 하고 또 피드백을 합니다. 아주 쉬운 것부터 합니다. 그래서 출퇴근과 휴가부터 변화를 줬어요. 저부터 무조건 일주일에 이틀은 6시 정시에 퇴근합니다. 점점 삶의 질을 올리되 일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겁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새로운 방법으로 하자’는 것이 협업이고 쉐어링입니다. 제가 요즘 이렇게 젊은 글로벌 기업인들로부터 경영의 지혜를 배우고 있습니다. 물론 늘 혁신을 추구했던 아버님께는 미치지 못하지만요. 하하.
- 대담 남명수 교수·정리 포브스코리아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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