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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혁신기술 ‘위성 영상’

미래의 혁신기술 ‘위성 영상’

우주에서 지구를 촬영해 전쟁범죄·환경문제 추적하고, 항구의 컨테이너, 주차장의 자동차 숫자 파악한다. 앞다퉈 진출하는 기업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위성 이미지를 이용해 대평원지대의 작물 재배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
지식이 힘이라고 말할 때 사람들은 대개 ‘돈’을 의미한다. 이탈리아의 위대한 과학자이자 발명가 갈릴레오 갈릴레이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1609년 갈릴레오는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베네치아의 실력자들에게 바다 멀리 나가 있는 배들을 보여줘 그들을 탄복시켰다. 입항하는 배들이 선주들 눈에 띄기 족히 2시간 전이었다. 베니치아의 거물들은 갈릴레오의 봉급을 2배로 올려주고 그에게 파도바대학 종신교수 자리를 내줬다. 그들이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이 망원경이 가져다주는 경제·군사적 혜택을 금방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정보의 수집·분석·상업화 면에서 그와 비슷한 혁신의 문턱에 서 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신경 쓴다면 지구도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불과 지난 5년 사이 지구 궤도를 순환하는 위성 수가 40%나 늘어났다. 그 금속 덩어리들은 현기증 날 만큼 빠른 속도로 지구의 사진을 찍어댄다. 이 같은 이미지의 폭발적 증가는 우리 침실과 랩톱을 열심히 훔쳐보는 국가안보국(NSA)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의 환경재해 대응방식과 영농방식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혁명의 의미도 있다. 그뿐 아니라 온 세상을 유용한 데이터로 바꿔놓아 주식시장도 변화시킬 것이다. 전 세계 항구에 정박한 유조선, 월마트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데이터를 알면 갈릴레오의 베네치아 친구들처럼 짭짤한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런 이유에서 수십 개 기업이 앞다퉈 위성 궤도에 진입하려 애쓴다. 시애틀의 ‘블랙스카이 글로벌’은 6대의 위성을 발사할 계획이다. 구글-알파벳 자회사인 ‘테라 벨라’는 2개 위성을 궤도에 올려 ‘자동차만한 크기의 물체까지 볼’ 수 있는 동영상의 제공을 약속한다. 스파이어는 10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려 세계의 바다 사진 수백만 장을 촬영할 계획이다. 이들을 포함한 신생 벤처들이 디지털글로브·에어버스·래피드아이 같은 위성영상 대기업들을 바짝 뒤쫓고 있다. 우리 머리 위 수㎞ 상공에 수억 달러 규모의 하드웨어를 띄운 업체들이다. 그러나 위성 발사 빈도나 속도 면에서 플래닛을 따라잡을 만한 기업은 없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주로 빈티지 가구점, 최신식 레스토랑과 커피숍이 즐비한 미션 지구의 허름한 회색 창고 건물에 자리 잡은 신생벤처 기업이다. 플래닛이 궤도에 올린 위성은 민간기업으로선 세계 최대 규모인 62개다. 게다가 연말까지 100개를 채울 계획이다. 매일 지구 구석구석을 빠짐없이 촬영해 중간 해상도의 이미지를 제작하기에 충분한 자원이다. 이렇게 쏟아지는 이미지를 모아 지구 전체의 전례 없는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그것을 이용해 산불 나아가 어쩌면 전쟁까지 막을 수도 있다.
 스마트폰을 쏘아올린다?
지구 전체를 매일 촬영하는 위성 사진으로 들불 현황을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위성 발사에는 많은 비용과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성 대신 스마트폰을 그냥 궤도로 던질 수 있다면 어떨까? 2010년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 연구소의 공학자 윌 마샬과 크리스 보슈이젠이 사실상 그런 실험을 했다. 그들은 호주머니 속의 휴대전화가 컴퓨터 성능 면에서 궤도 상의 어떤 위성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게다가 액정 스크린 아래 깔린 기술은 대다수 위성의 기본 기능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마샬 연구원은 “동력·전지·GPS·송신장치를 갖춰야 하는데 전원공급에 필요한 태양광 패널과 우주에서 방향을 잡는 데 필요한 시스템만 빠져 있었다”고 말했다.

2007년 NASA 위성이 촬영한 캘리포니아 남부 들불 사진.
두 사람은 네바다 주의 블랙록 사막에서 아마추어용 로켓에 스마트폰을 몇 대 묶어 발사 과정에서의 중력과 진동을 견뎌낼 수 있는지 확인했다. NASA의 공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비과학적인 실험이었다. 마샬 연구원에 따르면 “사실상 아무에게도 계획을 알리지 않은” 실험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이었다. 발사 단계의 진동과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도 스마트폰들이 멀쩡했다. 그 뒤 두 사람은 NASA를 설득해 2013년 말 공식적으로 더 큰 규모의 실험을 실시했다. 그들은 개조한 구글 넥서스 원 스마트폰 3대를 로켓에 실어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올려 보냈다. 거기서 궤도로 투하된 스마트폰들이 지구 주위를 돌면서 사진을 촬영해 지구의 아마추어 무선기술자들에게 전송했다. 총 비용은 3500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이 프로젝트에 동원된 스마트폰 위성 3대는 알렉산더·그레이엄·벨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이들이 보낸 이미지는 해상도가 극히 낮아 거의 쓸모 없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서 NASA 엔지니어 로비 싱글러와 협력한 보슈이젠과 마샬 연구원은 큰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들은 첨단기술 업체처럼 운영되는 우주기업(플래닛)을 설립하기로 했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듯 끊임없이 전자기기를 업그레이드하는 시스템이다. NASA처럼 몇 년 뒤의 탐사 프로젝트를 미리 계획하는 대신 플래닛은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제작·발사에 착수한 뒤 계속 업그레이드해 나갔다.

업그레이드가 완료되더라도 플래닛이 촬영한 사진의 해상도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건물들은 보이겠지만 자동차 같은 작은 이미지들은 식별하기가 더 어렵다. 예컨대 구글지도의 경이로운 이미지들은 훨씬 더 선명하지만 그렇게 높은 해상도를 얻으려면 더 큰 위성이 필요하다. 일부는 침실만한 크기에 렌즈도 정밀하게 조준해야 한다. 말하자면 하루에 촬영 가능한 이미지가 지구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플래닛은 이들 고화질 이미지와 경쟁하기보다는 양을 택했다. 스마트폰 부품에 90㎝ 길이의 망원경, 전기모터, 태양광 패널만 추가 장착할 예정이다. 이들의 위성은 저렴하고 로켓 한 귀퉁이에 끼워 넣을 만큼 작다. 더 큰 우주 화물 보급선에 편승할 수 있어 비용을 더 줄일 수 있다. 사진은 그냥 봐줄 만한 수준이지만 화상촬영 위성 한 대에 드는 비용이 아주 적어 하늘에서 진주 목걸이의 진주처럼 북극에서 남극까지 줄줄이 늘어놓을 수 있다. 그런 식으로 지구의 변화과정을 보여주는 놀랍도록 풍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게 된다.

물론 그런 수백만 장의 이미지를 가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하지 못한다면 그저 신기한 볼거리에 지나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에 이미지를 인식시키려면 슈퍼컴퓨터와 알고리즘이 필요했다(사람에겐 10장의 이미지 중 엄마 사진을 찾아내는 것처럼 간단한 일이다). 그러고도 결과는 썩 신통치 않았다. 하지만 플래닛에 운이 따랐다. 그들이 이 프로젝트에 뛰어든 시점에 때마침 컴퓨터 과학에서 가장 뜨는 분야로 손꼽히던 기계학습(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의 위력을 활용할 수 있었다. 컴퓨터 기술의 혁신적인 발전으로 컴퓨터들이 사람 두뇌와 비슷하게 작동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컴퓨터에 대량의 데이터를 맡겨 놓으면 스스로 문제 해결방법을 ‘학습’한다. 구글은 2012년 유튜브 동영상으로 구축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신경망과 통합했다. 상대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여서 컴퓨터의 고양이 알아보는 안목이 상당히 높아졌다.
지난 5월 플래닛 랩스가 개발한 도브 위성 여러 대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발사됐다. 플래닛은 연말까지 100대의 위성을 궤도에 올릴 계획이다.
그 뒤로 온라인 곳곳에서 기계학습이 등장했다. 예컨대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면 기계학습 기능을 이용해 친구 얼굴을 인식한다. 컴퓨터는 원래부터 숫자 면에서는 사람이 못하는 일을 척척 해 왔다. 지금은 이미지 면에서도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말하자면 플래닛 사진 데이터베이스 중 야구장을 가리키면 지구 상의 야구장이 모두 몇 개인지 알아낼 수 있다. 유럽의 비행장 또는 아프리카의 화학공장도 마찬가지다. 한 분석가에 따르면 플래닛은 지구 상의 나무가 모두 몇 그루인지 매일 셀 수도 있다.

물론 나무 세는 일은 큰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석유가 모두 몇 배럴인지 알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다. 각국 정부와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석유 수급 동향의 파악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쏟아붓는다. 하지만 석유시장은 너무 변동이 심해 전문가들조차 예측 불가능하고 심지어 왜곡됐다고 평해 왔다. 여기에 위성이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석유는 대부분 대형 원통에 저장된다. 이들 대형 유조에선 폭발성 강한 가스가 차오르지 않도록 뚜껑을 석유 위에 띄운다. 통에 석유가 차고 빠짐에 따라 덮 개도 오르내린다. 그런 탱크 바로 위에 카메라를 띄워 타임랩스(저속촬영 후 빨리 돌려 보여주는 영사기법) 동영상을 제작하면 유조의 석유가 줄어 뚜껑이 내려앉을 때 초승달 모양의 그림자가 약간 더 커진다. 그 뒤 수학 천재(또는 컴퓨터)가 시각, 유조의 직경 그리고 그림자를 토대로 안에 석유가 얼마나 남았는지 계산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이 오래 전부터 헬리콥터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이 기발한 기업을 이용해 석유 시장을 주물러왔다.

그러나 플래닛의 사진과 기계학습이 있으면 누구라도 전 세계의 석유 저장량을 알아낼 수 있다(그리고 그에 따라 수백만 달러 규모의 베팅을 할 수 있다). 그리고 가령 시애틀로 들어오는 화물 컨테이너 또는 중국의 모든 공장에 주차된 트럭 숫자도 알아낼 수 있다. 이 같은 데이터를 토대로 주요 시장 동향의 예측이 가능하다.최소한 ‘오비털 인사이트’는 그런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회사다. 캘리포니아 주 팔로알토의 세무사 사무소나 들어설 법한 조용한 거리에 있다. 세상을 바꾸려는 이 또 다른 우주 기반 신생벤처의 오피스 빌딩에서 창업자 제임스 크로포드를 만났다. 그는 인공지능 업계에서 일해 왔으며 ‘구글 북스’에선 전 세계 모든 책 페이지의 디지털화 작업에 참여했다. 그는 미국의 한 대형 의류업체(회사명은 밝히지 않았다) 전체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대수, 그리고 지난 5년간 회사 매출의 그래프를 불러낸다. 두 개의 선이 나란히 오르내리며 물결친다. 아직 실적이 발표되지 않은 지난 분기 주차장의 자동차 대수가 제법 많아 보인다. 크로포드 창업자는 “우리 데이터에 따르면 그 의류 업체의 실적이 약간 오름세에 있다”며 “주가는 하락세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결과”라고 말했다.

플래닛 랩스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윌 마샬(좌)과 알렉스 베이커 제품 마케팅 담당 부사장(우)은 샌프란스시코 미션 지구의 한 창고에서 회사를 운영한다.
주식 애널리스트가 ‘매수!’라고 외치는 소리가 벌써 들려오는 듯하다.
 작물 수확량도 파악한다
프랑스 파리(좌)와 일본 홋카이도(우)의 고해상 이미지를 얻으려면 훨씬 더 큰 위성이 필요하지만 그만큼 비용도 더 많이 든다.
현재 오비털 인사이트의 고객은 대부분 금융업체지만 이 같은 이미지 혁명이 농업 그리고 기묘하게도 세계평화의 정착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농무부는 식량공급 데이터 분석에 연간 1억 80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데 위성을 사용하지 않고도 상당히 우수한 성과를 올린다. 수확량 예측 오차가 통상적으로 4%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위성 이미지 분석 업체 ‘데카르트 랩스’는 그보다 더 뛰어난 도구를 개발했다고 주장한다. 엽록소가 많은 식물은 대부분 초록색을 제외한 전체 광선 스펙트럼을 흡수해 초록색을 띤다. 엽록소는 사람 눈에 보이는 가시광선의 범위 바로 밖에 위치한 근적외선도 반사한다. 하지만 사진 속의 적외선을 보면 엽록소의 밀도를 상당히 정확하게 알 수 있다. 밀도가 높으면 식물이 건강하다는 신호다. 데카르트는 위성으로 촬영한 엽록소 밀도 이미지를 이용해 농업 생산량을 예측할 수 있다. 마크 존슨 CEO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데카르트 알고리즘의 옥수수 생산량 예측 오차는 2.5%에 불과했다.

따분한 원자재 시장 전문지 24면 한 귀퉁이에나 실릴 법한 뉴스처럼 보이지만 식량 생산 예측이 부정확하면 우리 주변의 무장 분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일례로 ‘아랍의 봄’(아랍권 민주화 운동) 직전 밀 가격이 급등했고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의 한 원인으로 가뭄이 거론돼 왔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 하람과 나아가 이슬람국가(IS) 모두 식량난 이후에 부상했다”고 존슨 CEO는 말했다. 데카르트는 취급 품목뿐 아니라 조사대상 지역을 옥수수와 미국에 국한하지 않고 계속 넓힐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농촌 지역을 촬영하는 수준보다 훨씬 더 해상도 높은 이미지가 필요하다. 존슨 CEO는 “평야에서의 변화를 파악하고 갖가지 작물을 식별하려면 저해상 이미지로는 힘들다”고 말했다. 데카르트가 플래닛의 이미지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한 까닭이다.

다른 기업들도 개별 농가의 생산량 극대화에 위성을 이용한다. 오래 전부터 영농가들은 토양의 유형에 따라 농지 구역 별로 시비량을 달리 하는 방법으로 영농의 효율화를 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농지를 커다란 격자형으로 분할해 각 구획의 토양을 테스트해야 했다. 그러나 이젠 위성 이미지를 이용해 그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파머스 엣지’라는 캐나다 업체는 위성 이미지를 촬영해 알고리즘에 돌리는 방법으로 농지 구획 별 토양성분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그 정보를 트랙터로 곧바로 전송해 자동으로 구획 별로 알맞은 유형의 비료를 뿌릴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방법으로 농가는 비용을 절감하고 비료를 적게 사용해 강으로 유입되는 질산염도 줄일 수 있다.

위성이 가져다 주는 사회적 혜택은 오염억제뿐이 아니다. 존슨 CEO는 “마침내 지구를 유기체로 이해하기 위한 기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데카르트의 사업목표를 가리켜 “생활 속에서 지구를 분석해 우리가 퍼올리고 재배하고 뽑아내는 자원을 이해하고 우리 인간들의 자원 이용방식을 감시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북한의 고사총 처형도 지켜본다
지난 역사의 거의 대부분 인류는 지구의 전체 모습을 못 봤다. 우주개발 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1960년대 지구 전체를 보여주는 사진은 모두가 손에 넣으려 애쓰는 성배 같은 존재였다. 과거 ‘메리 프랭크스터 & 홀 어스 카탈로그’의 스튜어트 브랜드 창업자는 1966년 NASA를 상대로 지구 이미지를 공개하도록 로비를 벌이기 시작했다. 1972년 12월 7일 아폴로 17호 우주인들이 ‘블루 마블’(푸른 구슬 모양의 지구 사진)을 들고 귀환하자 브랜드 창업자는 자신의 잡지 표지 사진으로 올리고는 인간의 의식이 만개하리라 기대했다. 실제로 칠흑 같은 우주에 둥둥 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은 뭔가 특별한 느낌을 줬다. 우리 행성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사진을 보면 우리 자신과 환경에 관한 사고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그리고 재해를 대하고 그에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지난 4월 14일 페루 대선을 불과 몇 주 앞둔 시점에서 지역의 유력 일간지 1면에 디지털글로브가 촬영한 2장의 사진이 실렸다. 지난해 11월에 촬영한 첫째 사진에선 녹음 울창한 우림을 황토빛 호수가 갈라놓고 있었다. 5개월 뒤인 지난 4월 촬영한 둘째 사진에선 우림 지역이 바닥을 드러내고 호수가 커졌으며 결정적으로 인공 구조물들이 마치 종양의 촉수처럼 사방으로 뻗쳐 있었다. “탐보파타 보호지역에서 금을 찾는 사람들이 일으킨 삼림파괴”의 증거라고 신문은 설명했다. 그 사진들로 정글에서의 불법 채굴을 두고 국가적인 논쟁이 벌어지면서 대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아마존 보존협회(ACA) 그리고 워싱턴 DC에서 활동하는 위성 분석가 팀이 발견해 공개한 사진이었다. ACA는 가장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안데스 아마존 지역에 대원들을 파견했다. ACA의 리서치 전문가 매트 파이너에게 위험신호를 제공하는 메릴랜드 대학 프로그램은 NASA의 랜샛 위성(지구 자원조사용 위성) 이미지를 토대로 삼림을 자동 스캔해 새 파괴 징후를 표시한다.

2대의 랜샛 위성은 지구 전체의 사진을 찍지만 해상도가 낮고 16일에 한 번씩 갱신된다. 파이너 연구원은 “삼림파괴 진행 여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숲은 볼 수 없다”며 “사실상 그렇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단 랜샛 이미지로 위험 신호를 받은 뒤 플래닛에서 더 최신의 선명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다. 플래닛 이미지는 변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그것도 가령 강의 굴곡 변화를 알아볼 수 있는 해상도로 보여준다. 전에는 환경악화를 확인하는 데 수개월이 걸렸지만 지금은 며칠이면 된다. 따라서 운동가들은 너무 늦지 않게 정책입안자와 유권자들을 설득해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화 유산이나 폭정에 시달리는 민중의 보호에 위성 이미지를 이용하는 업체도 있다. 미국 콜로라도 주 롱몬트의 ‘올소스 어낼리시스’는 위성 사진을 이용해 “찾아가기가 너무 어렵거나 위험하거나 외진 곳”에 관한 정보를 정부, 비정부 단체, 영리조직에 제공한다고 스티븐 우드 CEO는 말한다. 예를 들어 올소스 어낼리시스는 이라크에서 가장 유서 깊은 기독교 수도원을 IS가 파괴하거나 북한이 고사총(비행기 공격용 기관총)을 처형에 이용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2011년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 올소스 팀은 밤잠을 설쳐가며 수색·구조 노력을 지원하면서 대형 원자로의 대규모 노심용융을 모니터했다. 우드 CEO는 “우리는 후쿠시마 원전에서의 몇 차례 폭발을 포함해 이 같은 변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이런 광경을 목격하는 사람은 세상에 많지 않다. 쓰나미가 덮친 직후 이들 아름다운 어촌 마을이 철저하게 파괴되는 광경을 지켜봤다.”

플래닛의 마샬 연구원은 지난해 네팔 지진 후 흘러내린 토사에 휩쓸려 통째로 사라졌던 마을을 찾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들이 지진 전과 후 사진을 비교하지 않았다면 아무도 지원을 보낼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되는 지구 전체 이미지의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인명 나아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두 분야가 수색구조와 재해 신속대응 작업이다.
 IT 기업인 듯 NASA인 듯
플래닛 본사는 일견 평범한 IT 기업 사무실처럼 보인다. 대형 자전거 거치대, 노출된 벽돌로 인테리어를 꾸민 고급스런 카페테리아, 코코넛 음료가 가득한 냉장고, 가수 존 프라인과 록밴드 킹크스 음악이 흐르는 사운드 시스템…. 회사도 IT 기업처럼 돌아간다. 플래닛은 불과 3년 사이 13종의 위성 모델을 개발했다. 스티브 잡스도 부러워했을 법한 모델 출시 속도다.

그러나 플래닛이 우버의 아이스크림 배달 서비스보다 더 큰 계획을 추진한다는 증거는 많다. 카페테리아 가까운 곳에 클린룸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다. 엔지니어들이 회사 주력 제품인 위성의 정교한 내부 전자부품을 조립하는 곳이다. 왼쪽으로 돌아가면 벽면에 패드를 덧댄 ‘전파 무반사실(anechoic chamber)’이 있다. 엔지니어들이 휴대전화나 TV 방송국의 전파방해를 받지 않고 전파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무선 신호를 차단하는 곳이다. 위층에는 책상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칠판에는 고도로 복잡한 산수처럼 보이는 부호와 숫자들이 적혀 있다. NASA의 통제본부처럼 보이는 대형 월스크린도 있다. 지구의 파라볼라 안테나들을 추적하며 끊임없이 사진을 촬영하는 회사 위성들의 움직임을 일일이 파악한다. 샴페인 터뜨리는 단계는 오래 전에 넘어섰을 만큼 위성을 많이 쏘아 올렸다. 지난 초여름 내가 방문하기 전주에 8개를 발사했다.

플래닛의 위성은 하나하나가 예술작품이다. 일면 미술가가 일일이 소용돌이치는 디자인과 개성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들인 만큼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한다. 위성들은 모두 궤도를 순환하면서 계속적으로 조금씩 하강한다. 지구를 한 바퀴 돌 때마다 속도와 고도가 조금씩 떨어진다. 더 크고 비싼 위성들은 소형 추진장치로 다시 상승하지만 플래닛은 위성들이 그냥 추락하도록 한다. 2년 정도 궤도를 순환한 뒤 대기권에 재진입하면서 불타오르며 일순 유성으로 변한다. 플래닛이 발사한 위성 133개 중 51개가 활동 중이다. 산수는 못하더라도 상당히 많은 유성임은 분명하다.

나무 나아가 유조 숫자 파악은 흥미로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투자자나 자연보호 운동가가 아니라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기술은 장차 지구 상의 모든 샛길과 뒷골목을 훑으며 우리가 보고 싶어 하는 것뿐 아니라 그 필요성조차 몰랐던 많은 것들을 보여준다. 플래닛의 한 직원이 대형 월스크린을 통해 시리아 알레포의 사진을 불러낸다. ‘구글 어스’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현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아볼 수는 있다. 둔덕을 올리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자살폭탄 차량으로부터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열심히 땅을 파올려 흙 방벽을 세우는 중이라고 누군가 설명한다. 돌연 공포·두려움·죄책감이 밀려든다.

이것은 둥근 지구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인간의 활동 중 대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미세한 움직임이다. 그러나 한순간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더 실감나게 느껴지면서 전쟁 종식이 훨씬 더 시급한 문제로 다가온다.

- 그랜트 버닝햄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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