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개인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여성의 피해 늘지만 이탈리아에선 유포자 처벌 규정 없어… 독일·프랑스·일본·필리핀 등은 법제화 이탈리아에선 개인의 성행위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된 여성이 자살한 후 온라인 성폭력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이탈리아 경찰이 소셜미디어에서 유포된 이른바 강간 동영상을 조사 중이다. 영국 더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부 도시 리미니의 경찰 당국이 나이트클럽 화장실에서 휴대전화로 촬영된 17세 소녀의 성폭행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동영상은 메신저 앱 와츠앱을 통해 약 50명에게 유포돼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했다.
이 사건에 앞서 지난 9월 중순 이탈리아 나폴리의 31세 여성 티지아나 칸토네가 자신의 성행위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온라인에 유포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탈리아 매체 블리츠 쿼티디아노의 보도에 따르면 칸토네가 동영상을 직접 촬영해 전 남자친구에게 보낸 뒤 곧바로 인터넷에 퍼져나갔다.
칸토네의 섹스 동영상은 인터넷에서 100만 회 가까운 조회 수를 기록했다. 동영상에서 그녀가 던지는 “촬영해? 브라보”라는 대사는 널리 화제가 돼 티셔츠에 새겨지기도 했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녀는 지난해 검색 엔진에서 그 동영상을 삭제했지만 온라인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동영상을 본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그녀를 괴롭혔다. 결국 직장을 그만두고 멀리 외지로 피신했지만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탈리아에는 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를 특정해 적용 가능한 법이 없다.
두 사건은 이탈리아에서 성폭력과 인터넷과 관련된 규제와 태도를 돌아보는 기폭제가 됐다.
더 타임스에 따르면 스테파니 페조파네 상원의원은 나이트클럽 강간 사건을 두고 “여성에 대한 성폭력은 뿌리 깊은 문화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나폴리 검사들은 칸토네 사건과 관련해 ‘자살 사주’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안사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중도 우파인 엘레나 센테메로 의원은 칸토네 사건과 관련해 “이런 유형의 증오와 폭력을 퇴치하기 위한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리벤지 포르노는 개인의 민감한 이미지나 동영상을 허가 없이 악의적으로 인터넷에 유포하는 행위다. 피해자의 알몸 또는 성행위 이미지가 대부분이다. 피해자의 동의 아래 종종 파트너가 휴대전화 카메라로 촬영한 자료들이 많다.
실제로 피해자 스스로 이미지를 촬영해 비공개 메시지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이 헤어진 뒤 피해자의 동의 없이 이미지가 공개되는 식이다. 유포자는 흔히 피해자를 응징·위협 또는 조종하려는 동기가 있으며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리벤지 포르노, 그리고 리벤지 포르노 사이트는 미국에서 처음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런 이유에서 이 문제와 관련된 법률도 필시 미국이 가장 앞선 듯하다. 비영리단체 ‘사이버 민권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34개 주와 워싱턴 DC가 리벤지 포르노에 명시적으로 적용 가능한 법을 두고 있다.
영국에선 리벤지 포르노가 당사자의 동의 없이 그리고 고통을 주려는 목적으로 타인의 은밀한 성적인 사진 또는 동영상을 공유하는 행위로 정의된다.그러나 유럽은 리벤지 포르노 금지법의 제정이 지지부진한 편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유럽에서 프라이버시는 법적·문화적으로 기본권으로 인정받았다. 세계인권선언, 유럽인권보호조약 그리고 이들 제도를 실행하기 위한 입법과정에서 프라이버시 권리가 인정됐다. 특히 유럽의 사법 시스템은 리벤지 포르노와 관련해 광범위한 프라이버시 법령에 의존한다.
그러나 독일·프랑스·영국은 근년 들어 더 구체적인 법을 제정했다. 2014년 5월 독일 법원은 파트너 한쪽의 요구가 있을 경우 두 사람의 민감한 사진을 삭제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혼한 남자가 전처의 민감한 사진의 삭제를 거부한 뒤 독일 고등법원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전처가 그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해 사진들을 삭제하도록 했다.
프랑스에선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타인의 의도적인 침해를 법으로 금지한다. 여기서 침해란 ‘사적인 공간 안에 있는 사람의 사진을 당사자의 동의 없이 배포’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영국은 지난해 고통을 주려는 의도가 인정될 경우 당사자 동의 없이 개인의 성적 이미지의 유포 금지를 법제화했다.
지난해 9월 제이슨 애서그바가 신설된 리벤지 포르노 금지법에 따라 최초로 유죄선고를 받았다. 피해자인 신원미상의 20세 여성은 애서그바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자신의 이미지로 ‘극도의 고통’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 그녀는 법이 발효된 지 3일 뒤 사건을 신고했다. 애서그바는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8개월뿐 아니라 100시간 봉사활동, 접근금지명령 그리고 345파운드 벌금형을 받았다.
지난해 4월(2015 형사법 33조가 발효된 시점)~12월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신고된 리벤지 포르노 사건 수는 1160건이었다. 그중 아무런 조치도 내려지지 않은 비율이 61%에 달했으며 입법 첫해 개인의 민감한 성적 이미지 공개로 기소된 사람 수는 206명이었다.
스코틀랜드에선 성적학대행위방지법이 발효된 지난 4월 리벤지 포르노가 구체적인 불법행위가 됐다. 북아일랜드에선 지난 2월 기본 법률의 개정을 통해 리벤지 포르노가 범죄로 지정됐다. 유럽 이외 지역에선 필리핀이 2009년 리벤지 포르노법을 도입했다. 이 법은 원본 이미지의 촬영 허가 여부와 상관없이 적용된다.
이스라엘은 2014년 세계 최초로 리벤지 포르노 가해자를 성범죄자로 분류하는 나라가 됐다. 리벤지 포르노가 법률상 성범죄로 간주되며 유죄로 밝혀질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또한 캐나다는 2014년 ‘온라인범죄방지법’의 통과로 ‘프라이버시 보호의 합당한 기대’ 아래 촬영된 ‘은밀한 이미지의 동의 받지 않은 배포’가 불법화됐다. 같은 해 일본도 그 뒤를 따랐다. 호주에선 빅토리아 주가 2013년 구체적으로 리벤지 포르노를 금지하는 법을 제정했다.
- 루시 클라크-빌링스, 조시 로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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