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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신도시급으로 변모할 압구정동] 대한민국 ‘부촌1번지’ 재탈환 꿈

[미니 신도시급으로 변모할 압구정동] 대한민국 ‘부촌1번지’ 재탈환 꿈

35층 층수 제한으로 집값 주춤... “많이 올라 투자성 낮아” 지적도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아파트값이 ‘35층 층수 제한’ 여파에 조정을 받고 있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한남대교를 지날 때 왼편으로 보이는 한강변 아파트촌. 이른바 ‘대한민국 부촌1번지’라 불리는 압구정지구다. 조선 세조 때 영의정을 지낸 한명회가 그의 호를 딴 압구정(狎鷗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말년을 보낸 곳이다. 정자 이름에서 동명이 유래했다. 압구정은 한강변에 자리 잡은 농촌 마을로 일제 강점기에는 과수원 지역이었다.

시골마을은 ‘강남 개발’ 덕에 완전히 거듭났다. 1975년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압구정동 일대는 강남 개발의 출발점으로 1977년 영동한양1차가 처음으로 들어섰다. 그해 6월 분양된 이 아파트는 936가구 모집에 3만2700명이 몰려 청약경쟁률이 35대 1을 기록했다. 신청금은 587억여원에 달했다. 이후 1982년까지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압구정동은 1만여 가구의 아파트촌으로 바뀌었다.
 2006년부터 재건축 추진
자료: 서울시
이곳이 재건축을 추진한 건 2006년부터다. 준공 20년이 지나면서 아파트가 낡아 주민 불편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압구정 구현대를 떠나 반포동으로 옮겼다는 정모(57)씨는 “구현대아파트에 살 때 밤마다 주차 문제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회상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시절엔 최고 50층까지 짓도록 허용됐지만 공공기여율 25% 조건 때문에 주민들 반대에 부딪혀 개발안이 백지화되기도 했다. 이후 박원순 시장 취임 때 ‘한강변 관리기본계획’을 토대로 최고 35층 이하 기준이 세워졌지만 주민이 “사업성 없다”며 반발해 사업이 답보 상태였다.

이에 서울시는 압구정지구 재건축 기본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에 착수했고, 지난 10월 6일 재건축 밑그림인 ‘압구정지구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했다. 아파트 24개 단지를 몇 개씩 묶어 6개 구역으로 나눠 개발하되 도로와 학교, 상업시설 등 기반시설까지 재배치하는 게 골자다. 최고 층수는 35층으로 제한된다. 최진석 서울시 도시계획과장은 “도시경관을 보호하고 다른 주거지역과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다만 압구정역 1번 출구 앞은 토지 용도를 변경해 40층 높이 주상복합이 들어서도록 했다.

최대 300%의 용적률이 적용되면 기존 중층(10~15층) 1만 335가구는 재건축 이후 1만6000여 가구로 늘어난다. 김승배 피데스개발 사장은 “재건축이 완료되면 강남 노른자위에 ‘미니 신도시급’ 고급 아파트촌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강변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다는 계획이 틀어지면서 압구정 아파트값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지구단위계획으로 사업이 추진되면 교통 영향과 인프라 등을 고려해야 해 사업 추진 기간이 일반 정비계획보다 1~2년 더 걸릴 것이란 점도 시세에 영향을 끼쳤다. 그동안 부풀었던 재건축 기대감이 꺾이는 모양새다. 구현대아파트는 지난 6~8월에 가격이 2011년 기록한 종전 고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지만, 요즘은 거래가 뚝 끊겼다. 구현대 전용면적 160㎡형은 올 초 20억원 안팎에 거래되다가 지난 8월 26억5000만원에 팔렸다. 호가(부르는 값)는 27억~28억원대로 올랐다. 그러나 10월 초 서울시 발표가 난 후 25억원짜리 급매물까지 나왔다. 구현대5차 전용 82㎡형도 지난 8월 18억5000만원에 거래돼 올 초보다 3억원 넘게 급등했지만, 최근엔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압구정동 A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재건축 기대감에 거둬들인 매물을 다시 내놓는 등 집주인의 실망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근 G공인 관계자는 “일부 급매물이 나오지만 전체적으로 가격 변동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당분간 보합세를 유지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압구정 재건축 추진 단지에 투자할 경우 어느 정도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아직 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여서 투자성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다만 가격 부담은 큰 상황이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종전 고점을 뚫은 탓에 매입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지금 매입하면 재건축 이후 거의 수익이 없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구현대5차 전용 82㎡형이 현재 19억~20억원 선이다. 주변 랜드마크 단지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84㎡형이 18억~2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그다지 매력이 없다는 것이다. 구현대1·2차 전용 160㎡형은 27억~29억원대로, 인근 삼성동 아이파크의 비슷한 크기인 145㎡형 시세(31억원)와는 2억~3억원 차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의 한 전문가는 “추가분담금(입주 때 추가로 내는 돈)이 2억원만 돼도 투자 메리트가 거의 없는 셈”이라며 “향후 재건축 경기가 가라앉아 아파트값이 떨어지면 매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지금의 반포나 삼성동에 비해 재건축 후 가격이 훨씬 높을 것으로 전망돼 단순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준공까지 10년은 걸린다” 비관적 전망
전문가들은 당분간 압구정 집값이 주춤할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시의 지구단위계획에 반대하는 주민이 적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강남 등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 연장 등 주택 수요규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서다. 다만 압구 정지구가 재건축되면 반포와 개포에 내줬던 최고 부촌 타이틀을 되찾을 것이란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한강을 끼고 있는데다, 전용 85㎡가 넘는 중대형 주택이 많아서다. 박합수 위원은 “개발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아파트값이 3.3㎡당 6000만~7000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압구정동 아파트 3.3㎡당 평균 시세는 4500만~5500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재건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여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비구역 지정과 조합 설립, 사업 승인 등을 거쳐 준공까지 10년은 걸린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그 과정에서 주민 간 의견 조율도 만만치 않다. ‘층수 제한’ 문제를 비롯해 재건축 때 전체 가구의 60%를 85㎡ 이하 중소형으로 짓는 방식과 ‘중소형 평수 의무 비율’ 적용 대신 가구수를 늘리지 않는 일대일 방식을 택할 것인지도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 단지별로 대지지분이 제각각인 것도 부담 요소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팀장은 “압구정 아파트 소유자 중 재건축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노년층이 많다는 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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