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
올 초 경제제재가 해제된 이란은 세계 시장에서 기회의 땅으로 꼽힌다. 송무석 삼강엠앤티 회장은 조선·해양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차례 이란 현지를 방문해 4500억원 규모의 사업을 따냈다. 국내 조선·해양산업의 위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지난 9월 한 중견기업이 이란에서 ‘대박 수주’에 성공하며 업계에 화제가 됐다. 경남 고성에 본사를 둔 조선기자재 중견기업 삼강엠앤티가 주인공이다. 삼강엠앤티는 이란 국영조선소 이소이코(ISOICO)와 3억9880만 달러(약 45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고, 앞으로 3년간 10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공급하는 등 조선소 야드 조성과 설비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1999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이자 지난해 매출액(1924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지난 6월 이란의 2개 회사와 각각 5억 달러씩 총 10억 달러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이후 엔지니어 현지 파견 등 본계약 추진에 노력한 결과다. 국내 중견기업이 이란에서 따낸 계약 중 최대 규모다. 11월 10일 고성 본사에서 만난 송무석(60) 삼강엠앤티 회장은 “이란의 핵 포기 활동이 진전되면 경제제재 해제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30여 년간 인프라 구축이 멈춘 이란은 불황에 빠진 국내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 석유매장량 세계 4위의 자원부국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경제제재로 인해 오일&가스 시장이 침체됐다가 올 초 미국과 핵 포기 등의 협상이 진전되면서 본격적인 개발을 앞두고 있다. 송무석 회장은 “국내 조선업의 침체로 빅3(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수주가 줄면서 중견 조선소 역시 타격이 컸다”며 “독자적인 노선을 고민하고 있던 터에 경제제재 해제 소식을 접하곤 이란 TF팀을 꾸려 사전 시장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유전 개발로 조선·해양 수요가 많은 이란 시장을 선점하자’는 목표였다.
마침 기회가 왔다. 지인의 노력으로 지난 4월 하산 타헤리안 주한이란대사와 메흐랄리자덱 주르카네 세계연맹 회장이 고성 공장을 방문한 것. 메흐랄리자덱 회장은 이란 전통 국기(國技)인 주르카네의 세계연맹 회장이자 이란 내에서 정치·경제·스포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이란에서 오일과 가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삼강엠앤티와의 파트너십을 적극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유력인사의 메시지를 받았으니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송 회장은 5월 10일 이란행 비행기를 탔다. 생소한 환경이었지만 일주일 간 체류하면서 주요 기업체를 소개받았다. 5월 26일 두 번째 방문에 이어 6월 초 세 번째 방문 땐 아예 2주일간 체류했다. 한 달 새 3번이나 이란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송 회장은 “자주 보아야 협상이 진전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이번엔 뭔가 결과물을 챙겨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3번째 방문에서 드디어 이란 현지 기업 2곳과 MOU를 맺었다.
MOU 체결 후에도 고삐를 바짝 죄었다. 테헤란에 사무소를 개설해 엔지니어를 상주시켰고, 이후 매일 발주처와 기술 미팅을 가졌다. 추석 연휴에는 송 회장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막후 협상을 주도했다. 송 회장은 “이란 현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당신처럼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하더라”며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함께 임직원의 적극성에 신뢰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송상호 전무가 “인천-두바이-이란의 긴 여정이지만 회장님은 매번 이코노미석을 고집한다”고 말하자 송 회장은 “유람 다니는 것도 아닌데…” 하며 웃었다.
이소이코도 그때 MOU를 맺은 기업 중 하나다. 국영기업인 이소이코는 홀딩스 컴퍼니로, 산하에 6개의 조선소를 가지고 있다. 처음 계약 내용은 삼강엠앤티가 그중 한 조선소의 선박 건조 도크에 10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길이가 160m에 달하는 대형 골리앗 크레인은 한국에서도 빅3가 아니면 제작하기 힘든 규모다.
송 회장은 단순도급에 그칠 뻔한 이 계약을 선박 건조 전 과정으로 확대시켰다. 골리앗 크레인 외에도 선박 건조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 선박 건조 작업까지 삼강엠앤티에게 맡겨달라고 협상한 것이다. 사업 규모는 1000억 원에서 450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송 회장은 “우리는 이란 현지의 조선 설비뿐 아니라 배를 짓는 데 필요한 전문가·시스템·엔지니어·매니지먼트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이 끝나면 원년에 초대형원유 운반선(VLCC) 3척 건조, 향후 5년 내 10척 건조 수준의 규모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소이코와의 계약은 이란 조선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1월 말에 이소이코 홀딩스의 모기업인 이드로(IDRO) 홀딩스의 회장과 이소이코 회장, 산하 조선소 사장 등이 고성 본사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드로는 이란 최대 규모의 국영 조선·해양그룹이다. 이번 방문엔 이란의 국영 상선해운회사 IRISL사의 회장, 탱커선으로 유명한 NITC사의 회장도 함께할 예정이다. 송 회장은 “이란은 ‘자국이 사용할 제품은 자국 공장에 발주해 만든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이소이코·IRISL·NITC·삼강엠앤씨가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 회장은 국내 후육강관(두껍고 큰 파이프) 국산화의 주역으로 꼽힌다. 후육강관은 고압을 견딜 수 있는 강관으로 원자력·석유화학 산업시설에 주로 쓰인다.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대우개발에 입사해 리비아 등에서 일하기도 한 송 회장은 이후 형님이 운영하던 삼강금속에 입사해 15년 남짓 근무했다. 입사 당시 스테인레스 파이프를 유통하는 작은 가게에 불과했지만 퇴사할 즈음에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로 키웠다.
“1999년에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어요. 파이프 유통업을 하다보니 국내엔 후육강관 제조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1989년 즈음 현대석유화학으로부터 후육강관을 수주해 미국에 발주했고, 공정이 궁금해 미국 공장을 방문했어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가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스테인레스 파이프의 강자인 모 제강에 협력을 제안했지만 좀처럼 답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10년이 지나자 ‘대기업에서 할 계획이 없다면 블루오션이고, 지금이 그 기회’라는 판단이 들었고, 1999년 공장을 세우고 2000년 6월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송 회장은 “처음엔 낯선 국산 제품을 사주는 회사가 없었다”며 “현대중공업을 몇 차례 찾아간 끝에 일감을 받았고 그 이듬해부터 발주가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사업을 하다보니 파이프만 만들어선 클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공급한 파이프로 구조물을 만들어 더 큰 매출을 이루는 조선·해양회사를 보니 우리의 사업 방향이 보이더군요. 밀양공장과 영암 대불공장을 거쳐 2006년 이곳 고성공장을 세웠죠.”
고성공장은 최대 15m에 이르는 깊은 수심, 610m의 자체부두로 물류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30㎞ 안팎에 위치해 있어 수주에도 유리했다. 41만9000㎡ (12만7000평) 규모의 삼강엠앤티에는 400명 남짓의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심해용 초대형 후육강관, 해양플랜트 모듈 및 자켓, 조선선박용 메가 블록을 제작하고 있다. 연간 생산 규모는 후육강관 3만6000t, 조선 블록 18만t(메가 블록 기준), 해양플랜트 3만t에 달한다.
삼강엠앤티가 이란 시장에 어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바로 기술력이다. 일례로 올해 4월 호주에 납품한 4500t 규모의 해양플랜트 모듈은 한국기록원(KRI)으로부터 ‘부유식 생산저장설비 상부(FPSO Top-side) 모듈 최단기간 제작’ 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호주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익시스 가스전 개발공사에 투입될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 상부에 탑재될 모듈로, 가스 속에 있는 수분을 제거하는 해양설비다. 표준 제작공기는 13~15개월 정도인데 삼강엠앤티는 약 10개월 만에 제작을 완료해 발주처에 납품했다. 송 회장은 “KRI 공식 인증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제작 기술을 입증받았다”며 “고부가가치 핵심 분야인 탑사이드 모듈 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삼강엠앤티는 이란 이소이코에서의 수주 외에도 이란의 오일가스 업체와 5억 달러 규모의 MOU, 러시아 선박·해양플랜트 전문 회사인 스드베르프 DV와 연간 1억 달러씩 총 5억 달러 규모의 수주 MOU를 체결했다. 본계약 체결로 이어지면 중장기 수주물량을 확보하게 돼 2020년 목표였던 ‘연매출 6000억원, 수주 8000억원, 두자리 수 영업이익률’을 상당 기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본 계약이 가시권에 들어온 프로젝트는 이란의 국영 화학회사인 NIC의 페트로사엘 공사 건이다. 화학단지 내에 가스·산소·물·오폐수·쓰레기 처리시설을 만들어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송 회장은 “우리는 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각 공장에 공급하고, 이곳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정화해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며 “사실 우리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어서 국내 엔지니어링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 역시 계약 조건을 늘리며 파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송 회장은 “우리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간극을 파고드는 틈새전략을 펼쳐 중견기업 중 조선과 해양플랜트에 전문화된 대표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3가 하지 않는 중형 원유생산설비(FP)를 선점하고,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 분야를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침 빅3의 위기로 조선·해양의 인재가 중견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어 인적인프라가 갖추어지는 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중공업, 조선업은 상당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풍부한 노동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워낙 많은 공장을 지었고,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 등도 조선소를 계속 늘리고 있어요. 게다가 모두 자국에 필요한 배는 자국에서 짓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죠. 이럴 때일수록 해외로 나가서 현지 기업과 협력해 배를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란 시장은 침체된 우리 조선·해양 산업에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 고성(경남)=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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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이란의 2개 회사와 각각 5억 달러씩 총 10억 달러의 업무협약(MOU)을 맺은 이후 엔지니어 현지 파견 등 본계약 추진에 노력한 결과다. 국내 중견기업이 이란에서 따낸 계약 중 최대 규모다. 11월 10일 고성 본사에서 만난 송무석(60) 삼강엠앤티 회장은 “이란의 핵 포기 활동이 진전되면 경제제재 해제가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며 “30여 년간 인프라 구축이 멈춘 이란은 불황에 빠진 국내 기업에게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한 달 새 3번 이란 오가며 지속적인 신뢰 구축
마침 기회가 왔다. 지인의 노력으로 지난 4월 하산 타헤리안 주한이란대사와 메흐랄리자덱 주르카네 세계연맹 회장이 고성 공장을 방문한 것. 메흐랄리자덱 회장은 이란 전통 국기(國技)인 주르카네의 세계연맹 회장이자 이란 내에서 정치·경제·스포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현재 이란에서 오일과 가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는 삼강엠앤티와의 파트너십을 적극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유력인사의 메시지를 받았으니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송 회장은 5월 10일 이란행 비행기를 탔다. 생소한 환경이었지만 일주일 간 체류하면서 주요 기업체를 소개받았다. 5월 26일 두 번째 방문에 이어 6월 초 세 번째 방문 땐 아예 2주일간 체류했다. 한 달 새 3번이나 이란행 비행기를 탄 것이다. 송 회장은 “자주 보아야 협상이 진전된다는 생각도 있었고, 이번엔 뭔가 결과물을 챙겨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다”고 말했다. 3번째 방문에서 드디어 이란 현지 기업 2곳과 MOU를 맺었다.
MOU 체결 후에도 고삐를 바짝 죄었다. 테헤란에 사무소를 개설해 엔지니어를 상주시켰고, 이후 매일 발주처와 기술 미팅을 가졌다. 추석 연휴에는 송 회장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막후 협상을 주도했다. 송 회장은 “이란 현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당신처럼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하더라”며 “우리 회사의 기술력과 함께 임직원의 적극성에 신뢰를 갖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뷰에 배석한 송상호 전무가 “인천-두바이-이란의 긴 여정이지만 회장님은 매번 이코노미석을 고집한다”고 말하자 송 회장은 “유람 다니는 것도 아닌데…” 하며 웃었다.
이소이코도 그때 MOU를 맺은 기업 중 하나다. 국영기업인 이소이코는 홀딩스 컴퍼니로, 산하에 6개의 조선소를 가지고 있다. 처음 계약 내용은 삼강엠앤티가 그중 한 조선소의 선박 건조 도크에 1000t급 골리앗 크레인을 설치한다는 내용이었다. 길이가 160m에 달하는 대형 골리앗 크레인은 한국에서도 빅3가 아니면 제작하기 힘든 규모다.
송 회장은 단순도급에 그칠 뻔한 이 계약을 선박 건조 전 과정으로 확대시켰다. 골리앗 크레인 외에도 선박 건조에 필요한 인프라 개발, 선박 건조 작업까지 삼강엠앤티에게 맡겨달라고 협상한 것이다. 사업 규모는 1000억 원에서 4500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송 회장은 “우리는 이란 현지의 조선 설비뿐 아니라 배를 짓는 데 필요한 전문가·시스템·엔지니어·매니지먼트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인프라 구축이 끝나면 원년에 초대형원유 운반선(VLCC) 3척 건조, 향후 5년 내 10척 건조 수준의 규모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후육강 파이프 국산화 주인공
송 회장은 국내 후육강관(두껍고 큰 파이프) 국산화의 주역으로 꼽힌다. 후육강관은 고압을 견딜 수 있는 강관으로 원자력·석유화학 산업시설에 주로 쓰인다. 경남상고를 졸업하고 대우개발에 입사해 리비아 등에서 일하기도 한 송 회장은 이후 형님이 운영하던 삼강금속에 입사해 15년 남짓 근무했다. 입사 당시 스테인레스 파이프를 유통하는 작은 가게에 불과했지만 퇴사할 즈음에 전국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규모로 키웠다.
“1999년에 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어요. 파이프 유통업을 하다보니 국내엔 후육강관 제조사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1989년 즈음 현대석유화학으로부터 후육강관을 수주해 미국에 발주했고, 공정이 궁금해 미국 공장을 방문했어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가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당시 스테인레스 파이프의 강자인 모 제강에 협력을 제안했지만 좀처럼 답이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10년이 지나자 ‘대기업에서 할 계획이 없다면 블루오션이고, 지금이 그 기회’라는 판단이 들었고, 1999년 공장을 세우고 2000년 6월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송 회장은 “처음엔 낯선 국산 제품을 사주는 회사가 없었다”며 “현대중공업을 몇 차례 찾아간 끝에 일감을 받았고 그 이듬해부터 발주가 쏟아져 나왔다”고 말했다.
“이후 사업을 하다보니 파이프만 만들어선 클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가 공급한 파이프로 구조물을 만들어 더 큰 매출을 이루는 조선·해양회사를 보니 우리의 사업 방향이 보이더군요. 밀양공장과 영암 대불공장을 거쳐 2006년 이곳 고성공장을 세웠죠.”
고성공장은 최대 15m에 이르는 깊은 수심, 610m의 자체부두로 물류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30㎞ 안팎에 위치해 있어 수주에도 유리했다. 41만9000㎡ (12만7000평) 규모의 삼강엠앤티에는 400명 남짓의 직원이 협력업체 직원들과 함께 심해용 초대형 후육강관, 해양플랜트 모듈 및 자켓, 조선선박용 메가 블록을 제작하고 있다. 연간 생산 규모는 후육강관 3만6000t, 조선 블록 18만t(메가 블록 기준), 해양플랜트 3만t에 달한다.
삼강엠앤티가 이란 시장에 어필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바로 기술력이다. 일례로 올해 4월 호주에 납품한 4500t 규모의 해양플랜트 모듈은 한국기록원(KRI)으로부터 ‘부유식 생산저장설비 상부(FPSO Top-side) 모듈 최단기간 제작’ 기록 공식 인증을 받았다. 호주 북서부 해상에 위치한 익시스 가스전 개발공사에 투입될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 상부에 탑재될 모듈로, 가스 속에 있는 수분을 제거하는 해양설비다. 표준 제작공기는 13~15개월 정도인데 삼강엠앤티는 약 10개월 만에 제작을 완료해 발주처에 납품했다. 송 회장은 “KRI 공식 인증으로 국내 최고 수준의 해양제작 기술을 입증받았다”며 “고부가가치 핵심 분야인 탑사이드 모듈 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조선·해양플랜트 전문기업이 목표
본 계약이 가시권에 들어온 프로젝트는 이란의 국영 화학회사인 NIC의 페트로사엘 공사 건이다. 화학단지 내에 가스·산소·물·오폐수·쓰레기 처리시설을 만들어 공급하는 프로젝트다. 송 회장은 “우리는 해수를 담수로 만들어 각 공장에 공급하고, 이곳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정화해 재사용할 수 있게 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며 “사실 우리가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어서 국내 엔지니어링 회사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 역시 계약 조건을 늘리며 파이를 키우고 있다고 한다.
송 회장은 “우리는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의 간극을 파고드는 틈새전략을 펼쳐 중견기업 중 조선과 해양플랜트에 전문화된 대표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빅3가 하지 않는 중형 원유생산설비(FP)를 선점하고, 부유식 생산저장설비(FPSO) 분야를 특화한다는 계획이다. 마침 빅3의 위기로 조선·해양의 인재가 중견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어 인적인프라가 갖추어지는 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이다.
“향후 우리나라의 중공업, 조선업은 상당한 시련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중국이 풍부한 노동력과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워낙 많은 공장을 지었고, 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말레이시아·베트남 등도 조선소를 계속 늘리고 있어요. 게다가 모두 자국에 필요한 배는 자국에서 짓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죠. 이럴 때일수록 해외로 나가서 현지 기업과 협력해 배를 만드는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이란 시장은 침체된 우리 조선·해양 산업에 많은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 고성(경남)=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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