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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덮친 ‘차이나 포비아(Chaina phobia)’] 중국 관련주 줄줄이 미끄럼... 아모레퍼시픽도 직격탄

[한국 증시 덮친 ‘차이나 포비아(Chaina phobia)’] 중국 관련주 줄줄이 미끄럼... 아모레퍼시픽도 직격탄

대부분 연초대비 20~30% 하락... 한한령(限韓令) 본격화에 면세점·엔터테인먼트 타격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에 반발한 중국 정부의 소리 없는 규제에 중국인 수요의 영향을 많이 받는 화장품·레저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칠 게 없어 보였다. 아모레퍼시픽 얘기다. 수많은 화장품 회사 중 하나였던 아모레퍼시픽은 1997년 대표 브랜드인 설화수 출시 이후 줄곧 승승장구했다. 2002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하고, 2006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후에도 가파른 성장세는 계속됐다. 지난 해엔 4조766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도 7729억원으로 준수했다. 이 사이 회사의 지위는 ‘원 오브 뎀(One of them)’에서 ‘독보적인 1위’가 됐다. 주가도 끊임없이 올랐다. 2015년 4월 장중 한때는 주당 4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 중에서도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액면분할을 단행한 것도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올해도 상반기까진 그랬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1월 4일 41만2500원으로 출발한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2월 22일 현재 31만7000원까지 하락했다. 연초대비 23.2% 하락한 수치다. 물론 초고속성장 뒤의 자연스런 성장통이라 보는 견해가 강하다. 박현진 동부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 간 해외 투자의 결실을 확인했다면 이제는 입지를 다지는 시기”라며 “시장 기대치가 높은 종목이란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잘 나가던 아모레퍼시픽, 발목 잡은 중국
이런 견해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아모레퍼시픽의 고속 성장은 내수의 힘만으로는 어려웠다. 해외 수요, 특히 한국을 찾은 외국인(특히 중국)의 수요가 꾸준히 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수요가 정체되거나 꺾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상승세가 확 꺾인 건 7월 초였다. 7월 7일 44만1000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던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다음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한반도 도입 발표 이후 미끄러져 한 달 만에 36만원 선까지 물러났다. ‘중국이 통관이나 검역 등 비관세 장벽을 통해 한국 기업을 압박할 것’이란 우려가 번진 탓이다. 이후 반전을 노렸지만 ‘메디안 치약’ 등 주력 제품에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됐다는 논란까지 벌어지면서 주가는 더 하락했고, 이제는 30만원도 위태로운 처지가 됐다.

치약 논란은 일회성이지만 중국은 간단치 않은 문제다. 사실 사드 배치가 결정됐을 때만해도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진 만큼 과거와 같이 직접적, 감정적 대응은 자제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한류스타의 행사·공연을 취소하고, 드라마 방영을 연기하는 등 실력행사를 시작하더니 점점 강도를 높여갔다. 11월 들어서는 한국행 유커(遊客·관광객) 축소에 이어 한류를 제한하는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했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을 내린 바 없다”고 부인하지만 외교관(팡쿤 참사관)의 입에서 “누가 상대방의 국민을 먼저 불쾌하게 했는지 생각해 보라”는 발언까지 나오는 걸 보면 예사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해 보인다.

어쨌든 중국의 소리 없는 견제에 올 하반기부터 업계 곳곳에선 ‘곡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피해 사례도 나왔다. 국내 정보기술(IT) 업체 투비소프트(코스닥 상장사)는 21일 ‘중국 상하이시 정부의 국영투자기관인 ISPC(International Sourcing Promotion Center China)로부터 사모펀드(PEF) 투자합의각서(MOA)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공시했다. 올 2월 ISPC와 맺은 1000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백지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투비소프트 측은 ‘사드 배치 등 민감한 한중 관계로 인해 더 이상 계약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란 ISPC 측의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충격으로 22일 투비소프트 주가는 5% 하락했다. 최근 주식시장에 확산하는 ‘차이나 포비아(Chaina phobia, 중국 공포증)’에 기름을 부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12월 들어 코스피지수는 2.6% 상승했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미국 금리인상 등 악재에도 국내 증시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중국 관련주의 주가는 하락세가 뚜렷하다. 연초와 비교해도 대부분의 중국 관련주는 큰 폭으로 주가가 빠졌다. 호텔신라(-38.1%)·에스엠(-39.5%)·파라다이스(-29.5%) 등이 대표적이다. 면세점·카지노·화장품 등 중국인 관광객 수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업종이 특히 부진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까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냈던 중국인 입국자 수는 하반기 들어 급감하고 있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 “중국 정부의 규제가 새롭게 등장하거나 재등장할 때마다 레저나 엔터테인먼트 업종의 투자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며 “만약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연예기획, 카지노, 여행 순으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점·카지노 관련주 투자의견 낮춘 증권사들
투자자 입장에선 당분간 ‘관망’이 필요해 보인다. 특히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점은 전망이 좋지 않다. 지난해 8월 14만원까지 치고 올라갔던 호텔신라 주가는 이후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 들어서도 계속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4만원대까지 밀렸다. 호텔신라는 면세점 사업 비중이 90% 이상이다.

박종렬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영향에 따른 기저효과와 출입국 관광객의 증가로 외형은 성장했지만 시내면세점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며 “단기적인 유커 증가율 둔화와 시내면세점 추가 선정 등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카지노 관련주도 비슷하다. 파라다이스는 2017년 4월 국내 최초의 복합리조트형 카지노인 ‘파라다이스시티’ 개장을 앞두고 있음에도 빛을 못보고 있다. GKL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증권사도 등장했다. 최민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GKL은 비교적 VIP 비중이 높고, 고객 구성도 다양한 편이지만 중국인 관광객 성장률이 실적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와이지엔터테인먼트·에스엠 등은 중국발(發) 우려 속에도 저가 매수 기회라는 반론이 있다. 최용재 흥국증권 연구원은 “와이지의 현재 주가는 상장 당시의 주가보다 낮다”며 “한한령 리스크가 해소되고 중국 텐센트·웨잉(지분율 각각 4.9%, 8.9%)과의 합작법인 설립이 구체화되면 중국 진출의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스엠은 중국의 규제에도 중국 본토에 현지법인을 설립해 중국 콘텐트와 중국인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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