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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그래픽칩 전문 생산기업 엔비디아는 의도치 않게 인공지능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하며 주가가 5년간 최고치를 경신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포브스 100대 기업시민 순위(Just 100) 반도체 부문에서 엔비디아가 1위로 올라선 이유는 무엇보다 직원을 존중하는 양심적 정책을 수십 년간 고수한 덕분이다.엔비디아 공동창업자 크리스 말라초스키(Chris Malachowsky)가 새너제이(San Jose) 베리에사 고가도로 쪽에 위치한 식당 데니스에서 소시지 오믈렛을 먹으며 탄 냄새가 물씬 나는 커피를 홀짝인다. 1993년 4월 청년이었던 말라초스키는 바로 이곳에서 커티스 프리엠(Curtis Priem), 현재 엔비디아 CEO인 젠슨 황(Jen-Hsun Huang·54)과 함께 빠르고 현실감 넘치는 비디오게임용 그래픽칩 전문 업체를 만들자고 결의했다. 3명의 청년 전기 엔지니어가 만나 의기투합했던 데니스 식당은 새너제이 동부에 위치해 있다. 당시만 하더라도 이곳은 ‘거친 동네’였다. 벽에는 주차장에 있는 경찰 차량을 향해 총을 쐈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이곳에서 끊임 없이 커피를 마시던 3명의 남자가 1990년대 인텔처럼 21세기 초 컴퓨터 산업을 이끌 엄청난 기업의 토대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

“1993년에는 그래픽칩 시장이란 게 존재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파도가 다가오는 걸 느꼈다”고 말라초스키는 말했다.

이제 막 꿈틀대기 시작한 그래픽 프로세서 유닛(GPU) 시장이 이들 세 창업자가 내다 본 파도였다. 비디오게임 유저가 PC 마더보드에 카드처럼 끼워 사용하는 그래픽칩은 데이터 처리가 엄청나게 빠른 3D 그래픽을 구현한다. 플레이스테이션 4나 엑스박스 원과 같은 대중 시장 콘솔 게임기보다 몇 배는 자세하고 정교한 그래픽을 구현한다는 장점이 있다. ‘타이탄 엑스(Titan X)’나 ‘지포스(GeForce) GTX 1080’처럼 남성 호르몬이 흘러넘치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그래픽 카드의 가격은 1200달러까지 올라간다. 20년이 지난 후에도 그래픽칩은 엔비디아 매출 50억 달러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래픽 프로세서 유닛(GPU)시장의 70% 점유
이렇게 PC 게임이 놀라울 정도로 끈질긴 생명력(PC 시장이 얼어붙은 최근 분기에도 엔비디아의 PC게임 매출은 전년대비 63% 증가)된 실적을 보여주며 명맥을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월스트리트에서 엔비디아를 보며 군침을 흘리는 건 비디오게임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사업 때문이다. 실리콘 산업이 선사한 뜻밖의 행운인지, 외계 행성의 풍경을 멋들어지게 그려내거나 폭발 이미지를 완벽히 구현하기 위해 필요했던 바로 그 기술이 AI 영역 중에서도 가장 ‘핫’하다는 딥 러닝(deep learning)에 최적화된 걸로 판명이 났다. 딥러닝은 프로그래머가 코드로 하나하나 입력하지 않아도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을 하는 메커니즘으로, 음성 및 영상 인식 등의 작업에서 비할 데 없이 높은 정확도를 달성하고 있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아마존 등의 거대 기술기업은 데이터센터 구현을 위해 어느 때보다 많은 엔비디아 칩을 사들이고 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등 여러 기관들 역시 CT 스캔을 비롯한 의학 영상자료에서 병변을 포착하는데 엔비디아 칩을 사용한다. 테슬라는 최근 자율주행 기능을 가진 테슬라 모든 자동차에 엔비디아 GPU를 장착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스북과 HTC가 출시한 가상현실 헤드셋에서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것도 바로 엔비디아 칩이다.

“이렇게 큰 시장의 중심에 서게 된 건 회사 역사상 처음”이라고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엔비디아 본사에서 젠슨 황이 말했다. 인터뷰를 위해 나온 그는 블랙 가죽구두에 블랙진, 블랙 폴로셔츠, 블랙 가죽재킷을 입고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올 블랙’ 패션이다. “GPU 컴퓨팅 분야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구축한 덕이다.”

세계적으로 AI와 관련된 스타트업은 약 3000개가 있는 걸로 추산된다. 이들 중 다수가 엔비디아 플랫폼을 기반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은 엔비디아 GPU를 이용해 주식거래나 온라인 쇼핑, 드론 운전 등을 위한 앱을 개발하고 있다. AI로 요리를 하는 스마트 오븐 준(June)에도 엔비디아 칩이 들어간다.

“딥러닝을 다양한 부문에서 응용하는 다수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은 전부 엔비디아 플랫폼에서 AI를 구현한다”고 벤처투자사 안드리센 호로위츠의 마크 안드리센은 말했다. “1990년대에는 모두가 윈도에서 상품을 개발했고, 2000년대 후반에는 모두가 아이폰으로 앱을 개발했다. 지금은 엔비디아다.”

“우리 회사가 ‘상장사에 투자하는 헤지펀드였다면 어디다 투자했을까’하는 이야기를 재미로 한 적이 있다. 답은 ‘엔비디아에 올인’이다”라고 안드리센은 말했다.

엔비디아의 GPU 시장 점유율은 70%를 넘는다. 말 그대로 GPU 시장을 장악한 셈이다. 이에 더해 AI와 관련된 새로운 시장에도 진출하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2개월 간 200% 가까이 올랐고, 지난 5년을 보면 상승률이 550%나 된다. 엔비디아 시가총액이 500억 달러로 증가하면서 과거실적배수는 40배 이상을 기록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최고치다. 놀라운 성과 덕택에 젠슨 황의 재산은 24억 달러나 불어났다. (공동창업자 중 말라초스키는 절반 정도 은퇴한 상태이고, 다른 공동창업자 프리엠은 2003년 회사를 떠났다.)

미국인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서 최고의 성과를 올린 상장기업 순위 ‘100대 기업시민(Just 100)’은 포브스가 저스트 캐피탈(Just Capital)과 함께 공동 조사해서 2016년 처음 발표한 순위다. 헤지펀드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자선사업가 폴 튜더 존스 2세(Paul Tudor Jones II)가 설립한 저스트 캐피탈은 포브스와 함께 1000여 개 상장사가 직원과 고객, 주주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기준으로 미국인 5만 명에게 설문을 실시해 순위를 산정했다.

기업을 평가하는 기준은 총 10개였다. 반도체 산업에서 1위를 차지한 엔비디아는 고공행진을 이어간 주가의 도움을 받긴 했지만, 직원 급여나 혜택, 상품 특성, 환경적 영향 부문에서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넉넉한 휴가일수와 유연성 있는 근무시간, 직원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 등 직원을 배려한 정책을 가진 덕에 실리콘밸리 기술 전문직이 직장을 옮겨 다닐 때 많이 참고하는 익명의 직장평가 웹사이트 글래스도어(Glassdoor)에서 동종기업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백인 남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걸로 유명한 반도체 산업에서 엔비디아는 핵심 엔지니어링 자리에 더 많은 여성과 소수민족을 채용하기 위한 공식 프로그램을 두고 있기도 하다. “회사를 사람, 살아있는 생명체로 생각한다”고 황은 말했다. “기업 문화는 그 기업의 DNA 이자 OS(운영체제)다. 기업을 키워 나가며 기업문화야말로 가장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장평가 웹사이트에서 동종 기업보다 고득점 올려
젠슨 황은 엔비디아 그래픽칩이 최신 비디오게임 그래픽 구현보다 훨씬 더 많은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점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나 딥러닝으로의 대세 전환은 예상치 못했다. 딥러닝(과거에는 ‘신경망’으로 지칭) 기술은 인간 뇌가 뉴런과 시냅스로 작동하는 원리에서 대략적인 영감을 얻어 설계됐다. 학계에서는 최소 1960년 대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1980년대와 90년대에 중요한 진전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알고리즘 훈련에 필요한 대량의 데이터, 저렴하고 순수한 대규모의 연산능력, 이 두 가지를 온전히 확보하지 못해서 기대했던 만큼의 도약을 이루지 못했다.

첫 번째 문제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급작스레 해결이 됐다. 무한대의 데이터가 모두에게 제공된 것이다. 그러나 두 번째 문제, 대량의 연산능력은 여전히 요원했다.

2006년이 되자 엔비디아는 프로그래밍 툴킷 쿠다(CUDA)를 출시했다. 코딩 개발자들이 스크린 위에서 각 픽셀을 손쉽게 프로그래밍하도록 지원하는 도구였다. GPU는 수천 개의 초소형 컴퓨터를 동시에 작동시켜 각 픽셀을 조정하는 시뮬레이션을 한다. 이들 초소형 컴퓨터는 그림자나 반사, 빛의 방향, 투명도를 조율하는 저급 수학(low-level math)을 수행한다. 쿠다 출시 전 GPU 프로그래밍은 저급 기계어로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 아주 괴로운 작업이었다. 그런데 엔비디아가 수 년에 걸쳐 개발한 쿠다는 자바나 C++같은 고급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쿠다만 있으면 연구자들은 딥러닝 모델을 훨씬 빠르고 저렴하게 개발할 수 있었다.

“딥러닝은 뇌와 흡사하다”고 황은 말했다. “말도 안 되게 효과적이다. 딥러닝만 있으면 무엇이든 가르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강력한 제약이 있다. 엄청난 규모의 연산능력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는 딥러닝에 이상적이라 할 수 있는 컴퓨팅 모델 GPU를 선보였다.”

결정적 계기는 2010년에 왔다. 부드러운 말투의 앤드류 응(Andrew Ng) 스탠포드 대학 교수가 구글(지금은 알파벳) CEO 래리 페이지와 당시 구글엑스(Google X) 총괄로 있던 천재 컴퓨터과학자 세바스찬 트룬(Sebastian Thrun)을 팔로알토의 일식 레스토랑에서 만나 저녁식사를 함께 했을 때다. 두 과학자는 구글에서 딥러닝 연구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래리 페이지 설득에 나섰다. 구글이 가진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를 활용하면 세계 최대의 신경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꽤나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페이지는 제안을 수락했고, 그렇게 구글 브레인(Google Brain)이 탄생했다. 구글 브레인에서 수행한 딥러닝 작업은 검색과 이미지·음성 인식을 비롯해 모든 구글 상품의 밑바탕이 되고 있다.

구글이 구글 브레인을 발족할 때, 팔로알토에서 250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연구자가 딥러닝에 손을 대고 있었다. 토론토 대학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알렉스 크리제프스키(Alex Krizhevsky)다. 그는 이미지 인식 소프트웨어를 출품해 전세계 경쟁자와 우열을 가리는 이미지넷(ImageNet) 대회에 참여해서 놀라운 결과를 선보였다. 크리제프스키가 자신의 방에서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밍 카드 2개로 만든 딥러닝 신경망에 120만 개의 이미지를 넣었더니 오류율이 15%밖에 되지 않는 놀랍도록 정확한 인식이 이루어진 것이다. 전년도 1위 오류율이 25%였던 걸 생각하면 1년 만에 대단한 도약을 이루어낸 셈이다. 크리제프스키는 이미지넷 대회에서 손쉽게 승리를 차지했고, 학계에서 즉각적인 주목을 받았다. (크리제프스키와 그를 지도했던 토론토 대학 교수는 현재 구글에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고무적인 결과가 쏟아지면서 딥러닝은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구글은 물론이고 MS와 페이스북, 아마존 또한 미래 지향적 딥러닝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딥러닝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을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쿠다를 출시한 엔비디아는 딥러닝으로 물꼬를 트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컴퓨터와 사랑에 빠지다
엔비디아는 자사 하드웨어를 딥러닝에 맞게 최적화시켰다. 엔비디아의 최신 서버칩 테슬라 P100을 8개 넣은 직사각형 컨테이너(길이 3피트, 두께 5인치) DGX-1도 출시했다. 엔비디아가 “세계 최초의 AI 슈퍼컴퓨터 박스”라고 부르는 모델이다. 13만 달러에 판매되는 DGX-1은 기존 서버 250개를 모아야 가능한 170테라플롭스의 성능을 자랑한다. 8월에 젠슨 황은 첫 DGX-1을 엘론 머스크(Elon Musk)의 비영리 AI 기업 ‘오픈AI’에 직접 들고 가 건네주는 자리를 가졌다.

젠슨 황은 어렸을 때부터 경쟁에 강했다. 1963년 대만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 부모님이 미국으로 이민을 준비하는 동안 켄터키 동부 시골에 있는 비행청소년을 위한 작은 기숙사학교에 들어갔다. 살벌한 곳이었다. 룸메이트는 그보다 7살이나 많은 17세 소년이었는데, 싸움을 벌이다 7번 칼에 찔리고 회복하는 중이었다. 젠슨 황은 탁구에서 도피처를 찾았고, 집착하듯 연습에 임했다. 그리고 15살 때 미국 탁구 오픈 챔피언십 남자 주니어 복식에서 3등을 차지했다.

고등학교 때 컴퓨터와 사랑에 빠진 황은 오리건 주립대학에서 컴퓨터과학 및 칩디자인을 전공했다. 대학교에서 그는 미래의 아내 로리를 만났다. 졸업 후 부부는 실리콘밸리로 이사했고, 젠슨 황은 인텔의 경쟁사 AMD에서 프로세싱칩을 설계하는 업무를 맡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원 공부를 병행한 그는 1992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땄다. 두 번째 직장인 반도체칩 기업 LSI 코퍼레이션에서 일할 때 그는 썬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에서 근무하던 말라초스키와 프리엠을 만났다.

젠슨 황이 막 30세가 됐을 때, 셋은 함께 그래픽칩 기업을 설립하는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당시 PC가 사용했던 조악한 그래픽칩을 개선하면 엄청난 시장 기회가 생긴다고 본 것이다.

엔비디아의 첫 제품 NV1은 1995년 출시됐다. 개발에 1000만 달러가 들어간 칩이다. 자금은 세콰이어 캐피탈과 서터힐 벤처스에서 조달했다. 안타깝게도 의욕 과잉이었던 NV1은 너무 많은 일을 해내려 하다가 유료 고객 확보에 실패했다. 엔비디아는 창업 2년 만에 파산 위기를 맞았고, 어쩔 수 없이 직원 절반을 정리해고 해서 40명으로 줄였다. 그러나 1997년에 3번째로 출시한 칩 RIVA 128이 대히트를 쳤다. 다른 그래픽 프로세서보다 처리능력이 최대 400% 빠른 칩이었다. 생존을 담보하는 보증수표를 받은 셈이다.

그러나 이후, 하나가 성공하면 성능을 더욱 높인 모방 칩이 쏟아지는 경쟁이 반도체 업계에서 10년간 이어졌다. 1990년대 말에는 무려 70여 개의 GPU 업체가 존재했지만, 이들 중 엔비디아와 AMD만이 끝까지 살아남았다.

경쟁이 치열했던 당시, 젠슨 황은 일하기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기업시민 100대 순위에 이름을 올린 건 그의 노력이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젠슨 황은 직원들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2015년 직장 내 다양성에 관한 회의에서 연설을 한 그는 엔비디아에 있는 소수의 여성 직원에게 승진을 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말해 달라고 부탁했다. 육아휴가가 큰 애로사항이라는 말을 들은 황은 이를 즉각 개선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이제 엔비디아에서는 자녀가 생기면 최대 22주의 유급휴가를 낼 수 있고, 회사에 복귀해서는 8주 동안 탄력근무제로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 업무의 성격 덕분에 직원의 만족감이 증대했다고 믿는다. 딥러닝으로 사업을 넓히면서 일터의 활력이 되살아났다.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가치를 창출한다는 연결고리가 분명하게 보였다”고 젠슨 황은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공상과학과 다름 없는 수준의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고 있었다. 암 치료제 개발을 앞당기는 데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니, 너무 대단했다.”

엔비디아의 성공이 워낙 대단했기 때문에 반도체칩 업계에서 내로라 하는 기업들은 전부 AI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스타트업은 너나 할 것 없이 새로운 유형의 딥러닝 반도체칩 아키텍처를 내놓기 시작했다. 칩에 국한된 열기가 아니었다. 딥러닝 자체가 미래 기술산업 발전에 워낙 중요해지면서 엔비디아의 VIP 중 하나로 이전에는 결코 자체적으로 칩을 생산하지 않던 구글까지 칩 생산에 나서며 엔비디아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했다.

구글은 매년 5월에 개최하는 개발자회의에서 딥러닝 소프트웨어 텐서플로우(TensorFlow)용으로 텐서 프로세서 유닛(TPU)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은 텐서 플로우 데이터센터에 TPU를 넣어서 지도 및 검색 결과를 향상시켰다고 말했다.
 “AI 컴퓨팅은 컴퓨팅의 미래다”
엔비디아의 다른 고객사 MS도 구글과 비슷하게 자사 데이터센터를 위한 칩 개발에 나섰다. 필드 프로그래머블 게이트 어레이(FPGA)에 맞춤화된 칩으로, 생산 이후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서 AI 앱에 유용하다.

이미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인텔은 엔비디아의 질주를 보며 특히 불안에 떨고 있다. 스마트폰 열풍에 올라탈 시기를 놓친 인텔은 딥러닝이 몰고 올 다음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러나 첨단 AI 연구 역량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최근 연이은 인수에 나섰다. 8월에는 4억 달러 이상을 주고 AI칩 스타트업 너바나(Nervana)를 인수했으며, 한 달 뒤에는 비공개 금액을 주고 모비디우스(Movidius)를 인수했다. 지난 해에는 FPGA 제조업체 알테라(Altera) 인수를 위해 167억 달러라는 거액을 선뜻 지불했다.

인텔은 가장 수익이 높은 캐시카우 사업인 데이터센터를 지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인텔은 완전한 독점이나 다름 없는 99%의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반도체칩도 아직은 인텔 프로세서를 대체하지 못한다. 인텔 프로세서의 처리속도만 높여줄 뿐이다. 그러나 인텔 입장에서는 당연히 고객이 100% 자사의 하드웨어만 쓰길 원할 것이다. 인텔은 딥러닝에 최적화된 서버칩 제온 파이(Xeon Phi) 프로세서를 2017년 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너바나 팀에서 인수한 기술을 바탕으로 딥러닝 네트워크 처리 속도를 2020년까지 100배 개선하겠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인텔과 AMD를 비롯한 경쟁업체와 비교하면 유리한 고지에 있다. 그러나 안심할 입장은 아니다. 오랜 시간 엔비디아 혼자서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경기장에 경쟁자가 넘쳐난다. “엔비디아가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게 맞고 승산도 있지만, 아직까지 단언을 할 수는 없다”고 베테랑 기술 애널리스트 존 페디(Jon Peddie)는 말했다. “영역을 넘보는 업체가 너무 많다.”

“AI 컴퓨팅은 컴퓨팅의 미래”라고 젠슨 황은 말했다. “우리 플랫폼이 AI 컴퓨팅에 걸맞는 최상의 플랫폼으로 남을 때 시장의 상당 부분을 얻을 확률도 높아진다. GPU가 기업 전반에 사용될 것이다.”

젠슨 황은 오랜 기간 인텔의 수장이었던 앤디 그로브(Andy Grove)가 1990년대 출간한 베스트셀러 『승자의 법칙(Only the Paranoid Survive)』속 철학을 이어받고 있다.

“항상 회사가 30일 뒤 파산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경영에 임한다”고 황은 말했다. “그런 자세는 결코 변하지 않았다. 실패가 두려운 게 아니라 안이함이 두렵다. 현실에 결코 안주해선 안 된다.”

- AARON TILLEY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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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박스기사] 최고의 성적표(Peak Performer)
미국 최고의 기업시민을 가늠하는 ‘저스트 100’ 첫 순위에서 엔비디아는 반도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평가에 포함된 10개 중 9개 부문에서 엔비디아는 평균 혹은 그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 고객 대우 부문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카드 허위광고 혐의로 최근 합의한 소송 때문에 유일하게 평균 미만의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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