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룡 강원FC 대표
조태룡 강원FC 대표
‘보험업계 전설’에서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 단장으로 변신한 뒤 ‘네이밍 스폰서’라는 스포츠 신사업을 개척했다. 지난해엔 프로축구 2부 리그 강원FC의 대표로 옮겨 팀을 1부 리그에 진출시키며 스포츠마케팅 귀재로서의 명성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조태룡 강원FC 대표의 도전은 계속된다. “이번에도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조태룡(53) 대표가 잘나가던 프로야구팀 넥센히어로즈를 떠나 프로축구 2부 리그(챌린지)를 전전하던 강원FC 대표로 옮기자 체육계 인사 대부분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2009년 넥센히어로즈를 인수해 자생력 강한 구단, 4강권 전력으로 만든 화려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강원FC의 경우 재정 상태가 워낙 심각해 재기가 힘들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강원FC는 현재 스포츠팬들의 최대 관심구단으로 떠올랐다. 4년 만에 1부 리그에 복귀한데다 조 대표의 파격 행보도 한몫했다. 그는 지난 연말 국가대표 출신의 이근호부터 정규시즌 득점왕이자 MVP인 정조국까지 알짜 선수 10명을 영입했다. 12월9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아침 7시에 영입 선수를 발표하면서 ‘강원FC 오피셜 타임’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도민축구단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는 공격적 투자와 마케팅은 많은 관심을 받는 동시에 우려도 낳고 있다.
지난 1월5일 찾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축구장엔 함박눈이 내렸다. 알펜시아의 수려한 전경에 둘러싸인 축구장 그라운드에도 눈이 쌓였다. ‘아, 이런 곳에도 축구장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 사장은 “나는 오프라인 콘텐트 제작자”라며 “축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아이콘택트·커뮤니케이션·허깅·하이파이브·샤우팅 등을 팔 것”이라고 말했다. 조태룡 대표는 ‘스포츠 경영의 혁신 아이콘’으로 불린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그는 제조업·무역업을 거쳐 푸르덴셜보험과 삼성생명에서 ‘보험왕’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가 대중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9년 위기에 처한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의 단장을 맡은 후다. 대학동기인 이장석 현 넥센히어로즈 대표와 함께 현대유니콘스를 인수하며 스포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기업에 명칭권을 팔고 100여 개 스폰서를 끌어들이는 마케팅에 성공하며 5년 만에 넥센을 매출 300억원대의 탄탄한 구단으로 만들었다. 모기업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성적을 내는 데만 집중하던 국내 프로스포츠 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조 대표의 ‘이직’은 화제가 됐다. 야구에서 축구라는 생소한 공간으로의 이동, 게다가 재정 여건이나 팬 인프라가 열악한 도민구단 수장으로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강원FC는 6만8000여 명의 도민 주주가 있지만 자금력에서 기업이나 타 광역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시·도민구단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조 대표는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지사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있었다”며 “부진한 성적, 매년 약해지는 선수단, 각종 내부 비리로 강원 도민들의 차가운 무관심에 직면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도전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한 시즌 만에 팀을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시켰다. 조 대표는 “야구와 축구단 운영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접목시킨다는 점에선 비슷하다”며 “넥센 시절엔 이장석 대표가 앞에서 이끌어나갔기 때문에 조력자, 2인자의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의사결정권자라서 내 색깔을, 스타일을 구단에 입히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강원 신드롬’을 폭발적인 선수 영입으로 시작했다.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이근호를 시작으로 오범석·문창진·김경중·이범영·황진성 등이 강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12월21일엔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상(MVP)에 오른 스트라이커 정조국까지 가세해 ‘폭풍 선수 영입’의 정점을 찍었다. 조 대표는 “넥센에 있을 때부터 스타 마케팅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강원FC가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한 터라 스타플레이어 영입이 필요했다”며 “일본 J리그 진출을 준비하던 정조국 선수 영입에 대해 구단 안팎에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안 되는 것을 되도록 하는 것이 내 전문”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개혁을 단행했다. 2008년 창단한 강원FC는 자본금 90억원이 완전 잠식된 상태로, 올 초만 해도 ‘해체’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조 대표는 취임 후 지출 시스템을 뜯어고쳤다. 임직원들이 비용을 과감히 줄이고, 결재 과정을 투명하게 바꿨다. 본인은 유럽과 남미 등 승강시스템이 잘 갖춰진 해외 선진 축구 시장에 출장 가는 경비를 사비로 해결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 해 90억 원에 달하던 관리 비용의 25%를 줄였다. 조 대표는 “‘프런트가 쓸 돈을 선수단에 투자하자’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프런트 직원들이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 목표를 시즌 2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으로 정했다. “우리 선수들은 ACL에 나가 아시아에서 유명한 선수들이 될 것이다. 한국 축구의 역사는 앞으로 ‘강원FC 전과 강원FC 후’로 나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도민구단 최초로 ACL 무대에 출전해 여러 홍보 효과를 포함한 이득을 얻겠다는 게 핵심이다.
“불과 8개월 전만 해도 강원FC가 클래식에 승격해서 ACL 진출을 목표로 잡을 거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저 또한 클래식 진입을 내년 시즌 정도로 예상했는데 지난해 경사가 생겼네요. 게임 제작자 입장에선 늘 1등이 목표입니다. 제게 주어진 3년이란 임기 내에 재미있는 축구를 해보고자 합니다.” 조 대표는 “스포츠 산업은 제조업”이라고도 강조했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색다른 해석이다. 그리고 자신을 ‘오프라인 콘텐트 제작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축구는 아직 기본이 잘 안 돼 있어서 1차 산업, 즉 ‘만드는 것’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축구라는 재료 자체가 안 좋은데 가공 기술까지 안 좋다면 희망이 없다. 프로세스 자체를 전면적으로 개선한다는 의미로 제조업이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강원FC 운영은 축구계 안팎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이자 혁신의 시발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 대표는 “팬들로부터 시간과 비용을 내고 경기장에 오길 잘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저 그런 돈을 쓰고 실망감을 주는 것보다 돈을 약간 더 쓰고 즐겁게 해주는 게 우리 업의 본질”이라고 했다.
“스포츠는 사람들과 아이콘택트·커뮤니케이션·허깅·하이파이브·샤우팅이 모두 가능한 장르입니다. 그 가치는 대단히 커요. 오페라는 조용하고, 미술관은 정적이라 어른들은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잖아요. 하지만 축구장에선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온라인게임 같은 콘텐트에서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오프라인 콘텐트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사용되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스키점프대 유휴공간을 활용한 축구장 건설은 가장 눈에 띄는 혁신이다. 도쿄 올림픽 사후 시설 활용을 고민하던 일본에서까지 시찰하러 왔을 정도다. 조 대표는 “스키 점프대는 5년 전에 완공됐는데 2018년 동계올림픽 이후 적자가 엄청날 것 같았다”며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다가 우리 전용구장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강원도를 설득해 LED 조명과 가변좌석을 갖춰 야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라운드와 좌석 간 거리도 5~10m로 좁혀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린다. 해발 700m의 대관령에 있어 한여름에도 평균기온이 21.9도 정도로 축구를 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축구는 두 시간짜리 게임입니다. 하지만 외출하려고 한 시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두 시간짜리 콘텐트는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서 ‘반나절 콘텐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교통이 불편하다고요? 차 타고 와서 반나절, 길게는 1박2일을 즐기는 ‘컬처 리믹스’를 준비 중입니다. 강원도 내 지자체가 홈경기가 열리는 2주에 한 번, 봄부터 가을까지 축제를 여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베트남 출신 ‘쯔엉’을 영입한 것도 탁월한 마케팅 전략으로 꼽힌다. 조 대표는 “당연히 팀 경기력에 보탬이 된다고 봤기 때문에 영입한 것으로, 쯔엉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고 말하지만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를 영입한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쯔엉은 베트남 국가대표 출신으로 베트남 최고 인기 스포츠 스타다. 이런 쯔엉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큰 힘이 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베트남 국민의 강원도 방문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기업들이 강원FC를 한국 진출의 장으로 삼는다면 스폰서 광고 유치 효과도 가능하다. 역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50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베트남 내에서 쯔엉을 모델로 활용할 수도 있다. 쯔엉 입단식은 지난 1월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한베트남대사관에서 열렸다.
문제는 수익원 확보와 스폰서 영입이다. 프로구단의 수입은 입장료 수입, 마케팅 수입, 스폰서 수입 등으로 이뤄진다. 챌린지 무대에서 뛴 2016년 강원FC 예산은 65억원가량이었다. 넥센에서 선보인 ‘저비용 고효율’ 경영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선수 영입을 고려하면 2017년에 2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3배 이상으로 예산이 늘어난 상황이다. 조 대표는 “2016 시즌 예산이 86억원이었고, 그중 약 65억원 전후로 쓴 걸로 알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올해 150억원 수준이면 탈 없이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 대표는 지역 스폰서 확장을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넥센 경영 시절처럼 ‘선수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조 대표는 “야구는 선수들이 진출할 국가가 미국, 일본 정도지만 축구는 전세계”라며 “시장 규모가 최근 3~4년간 크게 성장하고 있고, 특히 한·중·일 3국간 교역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실은 고비용 고효율 경영을 하고 싶다. 돈 많으면 더 많은 일을 벌일 수 있지 않은가!”라며 “그러나 경영의 기본은 인풋의 최소화, 아웃풋의 극대화”라고 강조했다.
물론 조 대표의 광폭 행보에 대해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다. 현재 우승팀인 FC서울도 소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FC의 파격적인 투자와 행보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축구계 인사는 “과감한 투자가 성공적으로 나타나고 성적이 뒷받침된다면 K리그의 흥행과 재미에 큰 역할을 하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K리그 전체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조 대표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돈키호테’라는 말도 있고 ‘홍길동’, ‘조자룡’으로도 불린다. 그는 ‘돈키호테형 인간’이라는 말엔 발끈했다. “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아니다. 사실 돈키호테와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험하고 힘든 길을 걸어오며 굉장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자칫하면 실패의 나락으로 빠질 수 있었다”며 “투병생활도 했고 (그는 39살에 암이 발병하고 이듬해 재발하면서 유서도 써봤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거절을 당해본 경험이 지금까지 오게 했다”고 말했다.
대신 자기 이름과 비슷한 조자룡이란 별명엔 웃음을 지었다. 그는 “유비의 아들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는 조자룡 같은 심정이다. 난 강원도민들을 위해 총대를 멨다. 누구보다 진지하다”고 말했다. 제조·무역·금융업을 거쳐 스포츠단 운영까지 매 순간 도전이었고 그 안에서 두려움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생의 롤 모델을 존 헨리 구단주로 꼽았다. 헨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구단주다. 콩을 재배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헨리는 금융상품 중개업을 개척해 자수성가했다. 조 대표는 “헨리가 내게 그랬듯이 나 또한 후배들에게 꿈을 찾는 롤 모델이 되고 싶다. 이제 미션 하나(1부 리그 승격)를 끝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조태룡 강원FC 대표 PROFILE :
2016.3~ 강원FC 대표 /
2015.3~ M+H 대표 /
2016.3 넥센히어로즈 단장 /
2009.2 서울히어로즈 프로야구단 단장 /
2007.1 삼성생명 신설권역 권역장, 한국스포츠외교포럼 부회장,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이사, 한국신지식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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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강원FC는 현재 스포츠팬들의 최대 관심구단으로 떠올랐다. 4년 만에 1부 리그에 복귀한데다 조 대표의 파격 행보도 한몫했다. 그는 지난 연말 국가대표 출신의 이근호부터 정규시즌 득점왕이자 MVP인 정조국까지 알짜 선수 10명을 영입했다. 12월9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아침 7시에 영입 선수를 발표하면서 ‘강원FC 오피셜 타임’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도민축구단이라는 한계를 뛰어 넘는 공격적 투자와 마케팅은 많은 관심을 받는 동시에 우려도 낳고 있다.
지난 1월5일 찾은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대 축구장엔 함박눈이 내렸다. 알펜시아의 수려한 전경에 둘러싸인 축구장 그라운드에도 눈이 쌓였다. ‘아, 이런 곳에도 축구장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조 사장은 “나는 오프라인 콘텐트 제작자”라며 “축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아이콘택트·커뮤니케이션·허깅·하이파이브·샤우팅 등을 팔 것”이라고 말했다.
스포츠 혁신 아이콘, 프로축구에도 도전
이 때문에 지난해 3월 조 대표의 ‘이직’은 화제가 됐다. 야구에서 축구라는 생소한 공간으로의 이동, 게다가 재정 여건이나 팬 인프라가 열악한 도민구단 수장으로 변신을 꾀했기 때문이다. 강원FC는 6만8000여 명의 도민 주주가 있지만 자금력에서 기업이나 타 광역자치단체가 지원하는 시·도민구단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조 대표는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지사의 적극적인 러브콜이 있었다”며 “부진한 성적, 매년 약해지는 선수단, 각종 내부 비리로 강원 도민들의 차가운 무관심에 직면했지만 최악의 상황에서도 도전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란 듯이 한 시즌 만에 팀을 K리그 클래식으로 승격시켰다. 조 대표는 “야구와 축구단 운영의 차이는 분명하지만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를 접목시킨다는 점에선 비슷하다”며 “넥센 시절엔 이장석 대표가 앞에서 이끌어나갔기 때문에 조력자, 2인자의 신분이었지만 지금은 내가 의사결정권자라서 내 색깔을, 스타일을 구단에 입히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강원 신드롬’을 폭발적인 선수 영입으로 시작했다. 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이근호를 시작으로 오범석·문창진·김경중·이범영·황진성 등이 강원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12월21일엔 지난 시즌 K리그 득점왕과 최우수상(MVP)에 오른 스트라이커 정조국까지 가세해 ‘폭풍 선수 영입’의 정점을 찍었다. 조 대표는 “넥센에 있을 때부터 스타 마케팅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강원FC가 챌린지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한 터라 스타플레이어 영입이 필요했다”며 “일본 J리그 진출을 준비하던 정조국 선수 영입에 대해 구단 안팎에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이 있었지만 안 되는 것을 되도록 하는 것이 내 전문”이라고 말했다.
내부적으로는 개혁을 단행했다. 2008년 창단한 강원FC는 자본금 90억원이 완전 잠식된 상태로, 올 초만 해도 ‘해체’ 목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조 대표는 취임 후 지출 시스템을 뜯어고쳤다. 임직원들이 비용을 과감히 줄이고, 결재 과정을 투명하게 바꿨다. 본인은 유럽과 남미 등 승강시스템이 잘 갖춰진 해외 선진 축구 시장에 출장 가는 경비를 사비로 해결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 해 90억 원에 달하던 관리 비용의 25%를 줄였다. 조 대표는 “‘프런트가 쓸 돈을 선수단에 투자하자’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프런트 직원들이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그는 올해 목표를 시즌 2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출전으로 정했다. “우리 선수들은 ACL에 나가 아시아에서 유명한 선수들이 될 것이다. 한국 축구의 역사는 앞으로 ‘강원FC 전과 강원FC 후’로 나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도민구단 최초로 ACL 무대에 출전해 여러 홍보 효과를 포함한 이득을 얻겠다는 게 핵심이다.
“불과 8개월 전만 해도 강원FC가 클래식에 승격해서 ACL 진출을 목표로 잡을 거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저 또한 클래식 진입을 내년 시즌 정도로 예상했는데 지난해 경사가 생겼네요. 게임 제작자 입장에선 늘 1등이 목표입니다. 제게 주어진 3년이란 임기 내에 재미있는 축구를 해보고자 합니다.”
가족이 즐기는 ‘반나절 콘텐트’ 만든다
그가 진행하고 있는 강원FC 운영은 축구계 안팎에서 새로운 아이디어이자 혁신의 시발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조 대표는 “팬들로부터 시간과 비용을 내고 경기장에 오길 잘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그저 그런 돈을 쓰고 실망감을 주는 것보다 돈을 약간 더 쓰고 즐겁게 해주는 게 우리 업의 본질”이라고 했다.
“스포츠는 사람들과 아이콘택트·커뮤니케이션·허깅·하이파이브·샤우팅이 모두 가능한 장르입니다. 그 가치는 대단히 커요. 오페라는 조용하고, 미술관은 정적이라 어른들은 소리를 지르지 못하게 하잖아요. 하지만 축구장에선 이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온라인게임 같은 콘텐트에서도 도저히 찾을 수 없는 오프라인 콘텐트입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 사용되는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의 스키점프대 유휴공간을 활용한 축구장 건설은 가장 눈에 띄는 혁신이다. 도쿄 올림픽 사후 시설 활용을 고민하던 일본에서까지 시찰하러 왔을 정도다. 조 대표는 “스키 점프대는 5년 전에 완공됐는데 2018년 동계올림픽 이후 적자가 엄청날 것 같았다”며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하다가 우리 전용구장으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강원도를 설득해 LED 조명과 가변좌석을 갖춰 야간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그라운드와 좌석 간 거리도 5~10m로 좁혀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까지 들린다. 해발 700m의 대관령에 있어 한여름에도 평균기온이 21.9도 정도로 축구를 하기엔 최적의 장소다.
“축구는 두 시간짜리 게임입니다. 하지만 외출하려고 한 시간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두 시간짜리 콘텐트는 아쉽기만 합니다. 그래서 ‘반나절 콘텐트’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교통이 불편하다고요? 차 타고 와서 반나절, 길게는 1박2일을 즐기는 ‘컬처 리믹스’를 준비 중입니다. 강원도 내 지자체가 홈경기가 열리는 2주에 한 번, 봄부터 가을까지 축제를 여는 플랫폼으로 활용할 것입니다.”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베트남 출신 ‘쯔엉’을 영입한 것도 탁월한 마케팅 전략으로 꼽힌다. 조 대표는 “당연히 팀 경기력에 보탬이 된다고 봤기 때문에 영입한 것으로, 쯔엉의 잠재력을 높이 샀다”고 말하지만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를 영입한 것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쯔엉은 베트남 국가대표 출신으로 베트남 최고 인기 스포츠 스타다. 이런 쯔엉이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큰 힘이 된다면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에 맞춰 베트남 국민의 강원도 방문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기업들이 강원FC를 한국 진출의 장으로 삼는다면 스폰서 광고 유치 효과도 가능하다. 역으로 베트남에 진출한 5000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베트남 내에서 쯔엉을 모델로 활용할 수도 있다. 쯔엉 입단식은 지난 1월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주한베트남대사관에서 열렸다.
문제는 수익원 확보와 스폰서 영입이다. 프로구단의 수입은 입장료 수입, 마케팅 수입, 스폰서 수입 등으로 이뤄진다. 챌린지 무대에서 뛴 2016년 강원FC 예산은 65억원가량이었다. 넥센에서 선보인 ‘저비용 고효율’ 경영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최근의 선수 영입을 고려하면 2017년에 2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3배 이상으로 예산이 늘어난 상황이다. 조 대표는 “2016 시즌 예산이 86억원이었고, 그중 약 65억원 전후로 쓴 걸로 알고 있다”며 “현재로서는 올해 150억원 수준이면 탈 없이 보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 대표는 지역 스폰서 확장을 위해 밤낮으로 뛰고 있다.
넥센 경영 시절처럼 ‘선수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조 대표는 “야구는 선수들이 진출할 국가가 미국, 일본 정도지만 축구는 전세계”라며 “시장 규모가 최근 3~4년간 크게 성장하고 있고, 특히 한·중·일 3국간 교역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실은 고비용 고효율 경영을 하고 싶다. 돈 많으면 더 많은 일을 벌일 수 있지 않은가!”라며 “그러나 경영의 기본은 인풋의 최소화, 아웃풋의 극대화”라고 강조했다.
물론 조 대표의 광폭 행보에 대해 조심스러운 의견도 있다. 현재 우승팀인 FC서울도 소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원FC의 파격적인 투자와 행보엔 위험 요소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한 축구계 인사는 “과감한 투자가 성공적으로 나타나고 성적이 뒷받침된다면 K리그의 흥행과 재미에 큰 역할을 하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K리그 전체에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꿈’을 찾는 후배들의 롤 모델 되고파
대신 자기 이름과 비슷한 조자룡이란 별명엔 웃음을 지었다. 그는 “유비의 아들을 등에 업고 강을 건너는 조자룡 같은 심정이다. 난 강원도민들을 위해 총대를 멨다. 누구보다 진지하다”고 말했다. 제조·무역·금융업을 거쳐 스포츠단 운영까지 매 순간 도전이었고 그 안에서 두려움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생의 롤 모델을 존 헨리 구단주로 꼽았다. 헨리는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보스턴 레드삭스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리버풀의 구단주다. 콩을 재배하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헨리는 금융상품 중개업을 개척해 자수성가했다. 조 대표는 “헨리가 내게 그랬듯이 나 또한 후배들에게 꿈을 찾는 롤 모델이 되고 싶다. 이제 미션 하나(1부 리그 승격)를 끝냈을 뿐”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기자 chodj21@joongang.co.kr·사진 신인섭 기자
조태룡 강원FC 대표 PROFILE :
2016.3~ 강원FC 대표 /
2015.3~ M+H 대표 /
2016.3 넥센히어로즈 단장 /
2009.2 서울히어로즈 프로야구단 단장 /
2007.1 삼성생명 신설권역 권역장, 한국스포츠외교포럼 부회장,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이사, 대한스포츠경영관리사협회 이사, 한국신지식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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