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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랜드 vs 한신평 ‘신용등급’ 공방 어디로] 이랜드그룹 유동성 악화가 근본 원인

[이랜드 vs 한신평 ‘신용등급’ 공방 어디로] 이랜드그룹 유동성 악화가 근본 원인

한신평 강등 조치에 이랜드 법적 대응 천명... 한기평·NICE 신용등급 평가에 이목 쏠려
재무구조 개선에 한창인 이랜드그룹이 신용등급을 두고 한국신용평가와 한 달 넘게 공방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
“재무구조 개선 노력과 성과를 반영치 않은 불합리한 강등이다.”(이랜드).

“신용등급 하향을 늦추거나 하향하지 않는 것은 기업평가 본연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한국신용평가)

‘신용 등급’을 놓고 시작된 이랜드그룹과 한국신용평가(한신평) 간의 공방이 한 달을 넘기며 점입가경이다. 이랜드월드의 핵심 사업부인 중국 패션법인과 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속도를 놓고 양측이 배치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랜드는 기업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손해배상 소송까지 거론하며 한신평을 압박하고 있고, 한신평은 이례적으로 웹캐스트를 통한 설명회를 열며 시장 동의를 얻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의 등급산정 결과에 대해 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양측의 신용등급 공방을 두고 재계의 관심도 크다. 2평짜리 옷 가게에서 출발해 연매출 10조원, 재계 40위권의 패션·유통·레저 종합기업으로 우뚝 선 이랜드그룹의 성공 신화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공개 앞둔 이랜드 ‘대략난감’
발단은 지난해 12월 30일 한신평이 수시평가를 통해 이랜드그룹 지주회사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다. 한신평은 이랜드월드의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에서 ‘BBB-(부정적)’로 강등했다. 국내 신용평가 3사 중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NICE신용평가(NICE)는 ‘BBB’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한신평이 제시한 신용등급 하향 근거는 세 가지다. 패션 부문의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으며, 영업현금으로 이자 및 운전자본 소요 후 원금 상환이 제한적이고, 2015년부터 4조4000억원까지 늘어난 순차입금을 지난해 3분기까지 줄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현금 창출력에 비해 차입금과 단기 상환 부담이 과중하다는 것이다. 이랜드는 강력하게 반발하며 ‘법적대응’을 표명했다. 등급 산정시 패션브랜드 티니위니와 국내 부동산 매각에 따른 대금 유입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랜드 관계자는 “지난 10월 이후 서울 홍대와 서교동, 마곡 등지 부동산을 매각해 2500억원의 자금이 들어왔고 재무 부담이 일부 경감됐다”며 “중국 최대 쇼핑시즌인 광군제(11월11일) 하루에만 약 56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대비 89%나 늘었는데 4분기 실적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랜드가 크게 반발하자 한신평은 1월 20일 웹캐스트 통해 “이랜드 신용등급을 내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시장 왜곡”이라고 반박했다. 류승협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투자자들에게 ‘이랜드월드(그룹) 등급 하향 및 이슈에 대한 의견’을 설명하면서 “부동산 매각 대금과 티니위니 매각완료는 신용등급을 하향할 당시 반영됐고,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도 일정 수준 가능성을 평가에 반영했다”며 “다만 연말에 상장 예비상장청구가 이뤄진 점과 향후 불확실성에 대해서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랜드는 또다시 ‘법정 소송’을 천명했다.

이랜드가 한신평의 신용등급 강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당장 지난해 상반기 투자자와 약속했던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랜드월드는 도심형 아웃렛과 NC백화점 등을 운영하는 이랜드 리테일 지분 63.5%를 보유하고 있고 이랜드그룹에서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이랜드리테일은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부채 비율 낮춰 시장 우려 불식해야
또 신용등급 강등은 채권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이 막힌 상황에서 유동화 채권이나 시중은행 대출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랜드그룹 패션부문은 중국 패션사업 성장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꾸준히 늘었지만 2015년 2분기부터 수익성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현금 유동성도 악화돼, 연간 7000억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이자 및 법인세, 감가상각 차감 전 영업이익)을 벌어들이지만 운전자본 등 각종 비용으로 소진되고 있다. 연결기준 4조원을 웃도는 순차입금 부담도 여전하고 부채비율도 318% 수준으로 높다.

증시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계획 중인 이랜드리테일 기업공개(IPO) 성공 여부가 재무구조 개선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랜드는 올 5월 안에 이랜드리테일의 IPO를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IPO 성공과 부동산 추가 매각으로 연말까지 부채 비율을 200%대로 끌어내리겠다는 전략이다. 이 때문에 곧 있을 한기평·NICE 등 다른 신평사의 신용등급 평가가 주목된다. 이들도 신용등급을 강등할 경우 최대 3조원을 예상하는 이랜드리테일 IPO 흥행은 물 건너가게 된다. 그동안 회사채로 자금을 조달한 이랜드그룹의 부채상환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한기평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에 이랜드그룹 관련 보고서가 있었는데 내용은 부정적이었다”며 “그러나 4분기 실적까지 결산하면 신용등급은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관심이 쏠리자 이랜드와 한신평은 ‘확전’을 꺼리는 분위기다. 이랜드 관계자는 “소송 언급은 신용등급 평가 과정에서 기업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은 것에 대한 우려와 항의의 측면”이라고 밝혔다. 한신평 관계자 역시 “실제 소송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두 회사의 공방과 상관없이 시장에선 이랜드의 유동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랜드월드의 연결 기준 순차입금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4조38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돈은 3조5700억원으로 전체의 67%나 된다. 하지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1조원에도 못 미친다. 영업활동만으로 원리금 상환을 위한 현금 창출이 어려운 실정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랜드가 부진한 중국 사업에서 어떻게 이익을 회복할 것인지, 재무위험 개선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이랜드리테일 상장과 추가 부동산 매각을 통해 2018년까지 부채비율을 200% 미만으로 낮춘다는 게 우리 목표”라며 “이를 위해 최근 2년 동안 인수합병(M&A)도 하지 않고 내실을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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