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는 차 ‘키트’를 기억하시나요?
말하는 차 ‘키트’를 기억하시나요?
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 Z 작전’의 머슬카, 20여 대의 진품 자동차는 실종되거나 촬영장에서 종이조각처럼 구겨져 1980년대는 자동차들이 땅 위로만 달리지 않았다. 적어도 TV와 영화 속에선 그랬다. 코카인, 구린내 나는 금융업, 치매 걸린 대통령들이 낯설지 않았던 그 당시엔 극장 무대의 차들도 부쩍 늘어났다. 쉐보레 머슬카(muscle car, 크고 힘센 고성능 차) 카마로가 1막에 등장하면 3막에선 반드시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절벽뿐이 아니다. 자동차들이 수시로 고속도로 램프와 고가도로에서 뛰어내리거나 공중부양 기술로 날아올랐다. 이 같은 유행은 공상과학(‘백 투 더 퓨처’ ‘블레이드 러너’), 코미디(‘블루스 브라더스’) 또는 남부 스타일(‘해저드 마을의 듀크 가족’)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확산됐다. 다양한 스타일의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모두 하나의 날렵하면서 다소 구식의 머슬카 섀시로 모아지는 이 같은 비유의 핵심은 ‘전격 Z작전’(1982)의 키트(KITT)였다.
‘전격 Z작전’은 1970년대~80년대 인기 TV 프로그램을 무수히 만들어낸 프러듀서 글렌 라슨이 제작했다. ‘수사관 맥클라우드’ ‘매그넘 P.I.’ ‘배틀스타 갤럭티카’ 등이 대표작이다. ‘전격 Z작전’은 표면상 ‘론 레인저’(2013)에서 말 ‘실버’ 대신 말하는 차를 등장시킨 리메이크작이었다.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주인공인 전직 형사 마이클 나이트를 연기했고, 출연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윌리엄 대니얼스(영화 ‘졸업’에서 주인공 벤자민 브래드독의 아버지, ‘보이 미츠 월드’의 미스터 피니)가 자동차 목소리 연기를 했다.
전격 Z작전의 도입부에선 GM의 폰티악 파이어버드 트랜스 앰(이하 트랜스 앰)이 긴장감을 주는 신세사이저 비트에 맞춰 사막을 가로질러 질주한다. 자동차의 특징을 30초 가까이 보여주는 클로즈업 장면은 사실상 드라마 속의 자동차 커머셜이다. 그 장면이 모두 지난 뒤 핫셀호프가 소개된다. 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주인공은 분명 키트였다.
자동차(그리고 드라마)는 큰 인기를 모았다. 일정 부분 시속 480여㎞의 최고속도, 눈길을 사로잡는 스타일, 약 120가지의 다양한 슈퍼파워 기능 덕분이었다. 예컨대 슈퍼 추적 모드, 미사일, 갈고리, 고장력 리플렉터(반사경), 레이저 총, 레이저 프린터(이력서를 프린트할 필요가 있었을까?) 등이다. 트랜스 앰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완구 모형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986년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자동차는 대중의 상상 속에서 질주를 계속하며 수집가들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품목이 됐다. 권태에 빠진 스타들과 속물 취향의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과시용으로 구입하는 유형이었다. 골수 마니아들이 너도나도 짝퉁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 기억의 편린들을 소유하고 몰아보겠다는 욕구였다.
나중에는 방송에서 사용됐던 차들보다 짝퉁이 훨씬 많아졌다. 일부는 잘못된 정보를 가진 판매자나 악의적인 사기꾼이 ‘진품’이라며 시장에 내놓았다. 20여 대의 진품 자동차는 복제품 넘쳐나는 거대한 주차장에서 실종되거나 심한 경우엔 촬영장에서 철퇴를 맞아 종이조각처럼 구겨졌다.
종영된 TV 프로그램에 사용됐던 30여 년 된 중고차를 누가 왜 소유하고 싶어 할까? 향수야말로 강력하고 수익성 높은 마약인 점도 있지만 또한 자동차 디자인의 적응력이 놀랄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마이클 셰페에 고마워 해야 한다. 프로듀서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키트의 디자인에 강력한 매력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래서 찾아간 사람이 패턴 제작 일을 하고 가끔씩 저예산 영화용 소품을 디자인했던 셰페였다(그는 훗날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스포츠카 타임머신 들로리언을 설계했다). 그는 KITT 설계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겠다고 제안했다.
셰페는 학교에서 배운 비행기 설계 기술을 접목했다. 계기판은 제트기 모양을 닮았고 운전대는 비행기와 유사하다. 원조 트랜스 앰의 디자인도 개량했다. 셰페는 “폰티악에 정말 재능 있는 스타일리스트들이 있었지만 코를 쳐내 사각형으로 만든 데는 놀랐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선들이 모두 앞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모두 한 지점에서 만나도록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나이트(기사) 투구의 아랫부분처럼 느껴질 텐데 말이다.”
셰페는 기능 면에서 자동차에 어느 정도 신뢰성을 부여한 요소로 시대를 뛰어넘는 속성을 꼽는다. 들로리언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에 사실성이 있다(자동차가 말하거나 시간여행을 한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이 같은 방식을 과거 1950년대 플렉시글라스(유리처럼 투명한 합성수지) 뒤에 단순히 크리스마스 조명을 잔뜩 배치한 공상과학 영화의 디자인과 비교한다. 그는 “뭔가를 디자인할 때 스타일뿐 아니라 기능성을 지침으로 삼을 수 있으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요소를 지닐 확률이 다소 높아진다”고 말했다.
셰페가 하나의 모델을 제작한 뒤 스튜디오는 다른 3개의 공장 모델에 그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당시엔 트랜스앰 수요가 상당히 많았다. 프러듀서들은 차량을 4대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차가 완파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차가 파손될 때마다 정비공장으로 보내 찌그러진 곳에 필러 접착제를 바르고 도장을 다시 했다. 드라마 촬영에선 4대가 제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주인공 차(hero car)’는 핫셀호프가 등장하는 장면에 쓰였다. 대체로 가벼운 유리섬유 소재 차체의 ‘점프 차’는 도로 램프에서 뛰어내리는 데 사용됐다. ‘운전자가 숨은’ 차는 뒷좌석에서 운전할 수 있어 키트가 스스로 주행하는 장면 용이었다. 그리고 작은 원 그리기 묘기(doing doughnuts), 담장 돌파 등 지상에서의 스턴트 용으로 또 1대가 있었다.
제작팀에는 운좋게도 1983년 봄 공장에서 자동차 판매상들에게 트랜스 앰을 실어 나르던 기차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탈선했다. 파손된 차량은 하나도 없었지만 주 법에 따라 판매가 금지됐다. 그러자 GM은 ‘전격 Z작전’에 연락을 취해 대당 1달러에 10~12대를 판매했다. 단 한 가지 조건은 자동차가 법적으로 ‘파손돼’ 판매가 불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방송에서 자동차의 용도가 사라지면 폐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제작팀은 6대를 더 구입했다. 전격 Z작전이 종영된 뒤 5대만 남겨두고 모두 폐차됐다. 그 뒤로 팬들이 복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복제품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튜닝(개조)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한 커뮤니티가 있다. KnightRiderWorld.com과 LouisellEnterprises.com 같은 사이트에서 키트 제작 세트를 판매한다. 중고 트랜스 앰을 구입해 수천~수만 달러를 들여 부품을 구입하고 대시보드에 플라스틱과 배선 일부를 깔면 그만이다. 그마저 귀찮다면 약 6만 달러에 완성품 키트를 살 수 있다(주의: 말도 하지 못하는데다 주행 성능은 모두 엉망이다).
여기서 짝퉁 키트 문제가 생겼다. 원조 키트는 5대인데 현재 복제 차는 수천 대에 달한다. 일반인은 진위를 판별하기가 어려워(어쨌든 모두 양산 차를 토대로 한다) 진품 행세를 하기가 쉽다. 따라서 1~2년마다 ‘진짜’ Z 작전 차가 경매에 등장해 낚시성 뉴스를 뿌리면서 결국에는 뻥튀기 가격에 팔려나간다.
키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다. 마이클 잭슨이 1대를 소유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조사 결과 그룹 잭슨 파이브의 사진촬영을 위해 그 프로그램에서 잠깐 빌렸던 듯하다. 보이그룹 엔싱크 멤버였던 조이 페이턴은 경매에서 1대를 구입해 가끔씩 거리로 나가 퍼레이드를 벌인다. 그는 2007년 ‘피플’ 잡지에 “진짜!”라고 자랑했다. 사실은 아니었다.
2005년 짝퉁 키트 1대가 경매에 나왔다.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의 앤드류 키셀이라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6만 9000달러에 낙찰받았다. 판매자는 한 가지 별난 조건을 제시했다. 애덤 샌들러 영화 ‘벤치워머스’의 촬영에 차의 사용을 허용할 경우에만 소유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앤드류는 슈퍼 추적 모드를 작동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해 하순 주택조합 위원회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부인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키셀 일가가 범죄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2003년 그의 형제인 로버트의 부인 낸시가 약 탄 딸기 밀크셰이크를 남편에게 먹였다. 그가 기절하자 낸시는 조각상으로 그를 마구 내려쳐 죽인 뒤 카페트로 둘둘 말아 창고에 밀어넣었다. 당시 그들은 홍콩에서 살고 있었다. 로버트는 현지 금융가의 외국인 은행가였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뒤 낸시는 체포됐다. 재판에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열광했다. 그녀의 범죄에는 ‘밀크셰이크 살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2회의 재판 후 그녀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앤드류의 운명도 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기 혐의에 대한 무죄 변론에 나서기 이틀 전 자택 지하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그의 시신이 이사짐 센터 직원들에게 발견됐다.
훗날 라이프타임 채널에서 키셀 형제의 피살에 기반한 영화를 제작했다. 존 스테이모스 주연의 ‘2명의 미스터 키셀(The Two Mr Kissels)’이라는 영화였다. 몇 년 뒤 낸시는 그 살인사건들을 반추하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앤드류의 키트가 경매에 나왔다가 진품 논란 끝에 철회됐다. 1년 뒤 다시 경매에 올려졌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키셀가의 유산을 관리하는 변호사가 ‘추가 조사’한 뒤 정말로 방송 프로그램에 사용된 차 중의 하나로 판정했다. 잘못된 판정이었다.
그러나 경매는 성공적이었다. 원조 배트모빌(배트맨 자동차)의 디자이너 조지 배리스가 낙찰 받았다.
그렇다면 방송에 쓰였던 차는 어디로 갔을까? 하나라도 남아 있기는 한 걸까? 양산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차가 진품 키트일까?
조 허스와 A. J. 팜그렌은 그 방송 프로그램 관련 저서를 2권 공동 저술하고 관련 팬 사이트를 운영하는 자칭 전격 Z카 역사가들이다. 허스는 “아마 우리보다 조사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키트의 조건에 관한 그들의 정의는 간단하다. 팜그렌은 “그 드라마에 사용됐으면 ‘진품’이고, 방송이 끝난 뒤 제작됐으면 짝퉁”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또한 어디를 살펴볼지 알면 짝퉁 식별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허스는 “방송촬영용 차의 보이지 않는 곳에 스튜디오에서 전략적으로 고유한 재고관리 숫자를 적어둔 것 말고도 개조 방식에 대단히 특정한 일관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두 가지 측면만 살펴보면 진품을 쉽게 가려낼 수 있다.”
그들은 남아 있는 진품 5대를 추적해 찾아냈다. 4대는 칼 캐스퍼라는 자동차 수집가 손에 넘어갔다. 그는 그 뒤 3대를 팔아넘겼다. 남은 1대는 인디애나 주 크루즈 자동차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매각된 차 중 1대는 영국으로 실려갔고 또 1대는 마이애미 자동차 박물관에 있다. 나머지 1대는 복원 수리돼 샌디에이고의 자동차 전시장으로 팔려간 것을 허스와 팜그렌이 찾아냈다. 그들은 돈을 모아 차를 사들였다.
마지막 차는 스턴트 용이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에서 방문객이 탈 수 있는 2대의 전시용 차량 중 하나로 잠깐 사용됐다. 조명과 음향 배선이 깔려 있고 테마파크 직원이 방문객 앞에서 자동차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1993년 쇼가 중단된 뒤 15년 동안 시설관리동 뒤편에 주차돼 있었다. 그 뒤 폐차장에서 인수해 부품을 떼어내 팔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완전히 해체되기 전에 허스와 팜그렌이 찾아내 인수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그 2대의 차를 끌고 미국 각지를 돌며 전시회를 개최한다.
드라마 종영 뒤 자동차들은 어떻게 폐기됐을까? 허스는 “드라마의 열성 팬이라면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크레인을 불러 래킹 볼(건물해체용 쇳덩이)을 떨어뜨렸다. 위험하지 않았을까? 허스는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인데다 12~15m씩 점프하는 차들이었다”며 “그보다는 훨씬 안전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 ‘대학살’의 증거가 사진으로 남아 있다. 자동차 전문지 ‘하이 퍼포먼스 폰티악’ 2014년 호에 래킹 볼이 트랜스앰의 지붕을 박살 내는 이미지가 실렸다. 그 이야기를 전하며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라고 말하는 팜그렌의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가라앉아 있었다.
마지막 남은 키트 카 5대의 소재는 밝혀졌으니 다음엔 당연히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그의 진귀한 자동차 번호판 ‘나이트’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CLS에 부착돼 캘리포니아주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
- 조 베익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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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벽뿐이 아니다. 자동차들이 수시로 고속도로 램프와 고가도로에서 뛰어내리거나 공중부양 기술로 날아올랐다. 이 같은 유행은 공상과학(‘백 투 더 퓨처’ ‘블레이드 러너’), 코미디(‘블루스 브라더스’) 또는 남부 스타일(‘해저드 마을의 듀크 가족’) 등 장르를 불문하고 확산됐다. 다양한 스타일의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모두 하나의 날렵하면서 다소 구식의 머슬카 섀시로 모아지는 이 같은 비유의 핵심은 ‘전격 Z작전’(1982)의 키트(KITT)였다.
‘전격 Z작전’은 1970년대~80년대 인기 TV 프로그램을 무수히 만들어낸 프러듀서 글렌 라슨이 제작했다. ‘수사관 맥클라우드’ ‘매그넘 P.I.’ ‘배틀스타 갤럭티카’ 등이 대표작이다. ‘전격 Z작전’은 표면상 ‘론 레인저’(2013)에서 말 ‘실버’ 대신 말하는 차를 등장시킨 리메이크작이었다. 데이비드 핫셀호프가 주인공인 전직 형사 마이클 나이트를 연기했고, 출연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윌리엄 대니얼스(영화 ‘졸업’에서 주인공 벤자민 브래드독의 아버지, ‘보이 미츠 월드’의 미스터 피니)가 자동차 목소리 연기를 했다.
전격 Z작전의 도입부에선 GM의 폰티악 파이어버드 트랜스 앰(이하 트랜스 앰)이 긴장감을 주는 신세사이저 비트에 맞춰 사막을 가로질러 질주한다. 자동차의 특징을 30초 가까이 보여주는 클로즈업 장면은 사실상 드라마 속의 자동차 커머셜이다. 그 장면이 모두 지난 뒤 핫셀호프가 소개된다. 그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주인공은 분명 키트였다.
자동차(그리고 드라마)는 큰 인기를 모았다. 일정 부분 시속 480여㎞의 최고속도, 눈길을 사로잡는 스타일, 약 120가지의 다양한 슈퍼파워 기능 덕분이었다. 예컨대 슈퍼 추적 모드, 미사일, 갈고리, 고장력 리플렉터(반사경), 레이저 총, 레이저 프린터(이력서를 프린트할 필요가 있었을까?) 등이다. 트랜스 앰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완구 모형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1986년 프로그램 종영 후에도 자동차는 대중의 상상 속에서 질주를 계속하며 수집가들이 광적으로 집착하는 품목이 됐다. 권태에 빠진 스타들과 속물 취향의 화이트칼라 직장인이 과시용으로 구입하는 유형이었다. 골수 마니아들이 너도나도 짝퉁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 기억의 편린들을 소유하고 몰아보겠다는 욕구였다.
나중에는 방송에서 사용됐던 차들보다 짝퉁이 훨씬 많아졌다. 일부는 잘못된 정보를 가진 판매자나 악의적인 사기꾼이 ‘진품’이라며 시장에 내놓았다. 20여 대의 진품 자동차는 복제품 넘쳐나는 거대한 주차장에서 실종되거나 심한 경우엔 촬영장에서 철퇴를 맞아 종이조각처럼 구겨졌다.
종영된 TV 프로그램에 사용됐던 30여 년 된 중고차를 누가 왜 소유하고 싶어 할까? 향수야말로 강력하고 수익성 높은 마약인 점도 있지만 또한 자동차 디자인의 적응력이 놀랄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것은 마이클 셰페에 고마워 해야 한다. 프로듀서들이 프로그램을 제작할 때 키트의 디자인에 강력한 매력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래서 찾아간 사람이 패턴 제작 일을 하고 가끔씩 저예산 영화용 소품을 디자인했던 셰페였다(그는 훗날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스포츠카 타임머신 들로리언을 설계했다). 그는 KITT 설계뿐 아니라 제작까지 맡겠다고 제안했다.
셰페는 학교에서 배운 비행기 설계 기술을 접목했다. 계기판은 제트기 모양을 닮았고 운전대는 비행기와 유사하다. 원조 트랜스 앰의 디자인도 개량했다. 셰페는 “폰티악에 정말 재능 있는 스타일리스트들이 있었지만 코를 쳐내 사각형으로 만든 데는 놀랐다”고 말했다. “자동차의 선들이 모두 앞쪽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모두 한 지점에서 만나도록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나이트(기사) 투구의 아랫부분처럼 느껴질 텐데 말이다.”
셰페는 기능 면에서 자동차에 어느 정도 신뢰성을 부여한 요소로 시대를 뛰어넘는 속성을 꼽는다. 들로리언과 마찬가지로 디자인에 사실성이 있다(자동차가 말하거나 시간여행을 한다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그는 이 같은 방식을 과거 1950년대 플렉시글라스(유리처럼 투명한 합성수지) 뒤에 단순히 크리스마스 조명을 잔뜩 배치한 공상과학 영화의 디자인과 비교한다. 그는 “뭔가를 디자인할 때 스타일뿐 아니라 기능성을 지침으로 삼을 수 있으면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요소를 지닐 확률이 다소 높아진다”고 말했다.
셰페가 하나의 모델을 제작한 뒤 스튜디오는 다른 3개의 공장 모델에 그의 디자인을 적용했다. 당시엔 트랜스앰 수요가 상당히 많았다. 프러듀서들은 차량을 4대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차가 완파되지 않도록 극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차가 파손될 때마다 정비공장으로 보내 찌그러진 곳에 필러 접착제를 바르고 도장을 다시 했다. 드라마 촬영에선 4대가 제각기 다른 용도로 사용됐다.
‘주인공 차(hero car)’는 핫셀호프가 등장하는 장면에 쓰였다. 대체로 가벼운 유리섬유 소재 차체의 ‘점프 차’는 도로 램프에서 뛰어내리는 데 사용됐다. ‘운전자가 숨은’ 차는 뒷좌석에서 운전할 수 있어 키트가 스스로 주행하는 장면 용이었다. 그리고 작은 원 그리기 묘기(doing doughnuts), 담장 돌파 등 지상에서의 스턴트 용으로 또 1대가 있었다.
제작팀에는 운좋게도 1983년 봄 공장에서 자동차 판매상들에게 트랜스 앰을 실어 나르던 기차가 캘리포니아 주에서 탈선했다. 파손된 차량은 하나도 없었지만 주 법에 따라 판매가 금지됐다. 그러자 GM은 ‘전격 Z작전’에 연락을 취해 대당 1달러에 10~12대를 판매했다. 단 한 가지 조건은 자동차가 법적으로 ‘파손돼’ 판매가 불법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방송에서 자동차의 용도가 사라지면 폐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뒤 시리즈가 진행되는 동안 제작팀은 6대를 더 구입했다. 전격 Z작전이 종영된 뒤 5대만 남겨두고 모두 폐차됐다. 그 뒤로 팬들이 복제품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복제품 만들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튜닝(개조)에 관한 모든 것을 망라한 커뮤니티가 있다. KnightRiderWorld.com과 LouisellEnterprises.com 같은 사이트에서 키트 제작 세트를 판매한다. 중고 트랜스 앰을 구입해 수천~수만 달러를 들여 부품을 구입하고 대시보드에 플라스틱과 배선 일부를 깔면 그만이다. 그마저 귀찮다면 약 6만 달러에 완성품 키트를 살 수 있다(주의: 말도 하지 못하는데다 주행 성능은 모두 엉망이다).
여기서 짝퉁 키트 문제가 생겼다. 원조 키트는 5대인데 현재 복제 차는 수천 대에 달한다. 일반인은 진위를 판별하기가 어려워(어쨌든 모두 양산 차를 토대로 한다) 진품 행세를 하기가 쉽다. 따라서 1~2년마다 ‘진짜’ Z 작전 차가 경매에 등장해 낚시성 뉴스를 뿌리면서 결국에는 뻥튀기 가격에 팔려나간다.
키트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등장한다. 마이클 잭슨이 1대를 소유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조사 결과 그룹 잭슨 파이브의 사진촬영을 위해 그 프로그램에서 잠깐 빌렸던 듯하다. 보이그룹 엔싱크 멤버였던 조이 페이턴은 경매에서 1대를 구입해 가끔씩 거리로 나가 퍼레이드를 벌인다. 그는 2007년 ‘피플’ 잡지에 “진짜!”라고 자랑했다. 사실은 아니었다.
2005년 짝퉁 키트 1대가 경매에 나왔다. 코네티컷 주 그리니치의 앤드류 키셀이라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6만 9000달러에 낙찰받았다. 판매자는 한 가지 별난 조건을 제시했다. 애덤 샌들러 영화 ‘벤치워머스’의 촬영에 차의 사용을 허용할 경우에만 소유권을 넘겨줄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하지만 앤드류는 슈퍼 추적 모드를 작동해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해 하순 주택조합 위원회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이어 부인이 이혼 소송을 제기했다.
키셀 일가가 범죄에 휘말린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2003년 그의 형제인 로버트의 부인 낸시가 약 탄 딸기 밀크셰이크를 남편에게 먹였다. 그가 기절하자 낸시는 조각상으로 그를 마구 내려쳐 죽인 뒤 카페트로 둘둘 말아 창고에 밀어넣었다. 당시 그들은 홍콩에서 살고 있었다. 로버트는 현지 금융가의 외국인 은행가였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뒤 낸시는 체포됐다. 재판에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열광했다. 그녀의 범죄에는 ‘밀크셰이크 살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2회의 재판 후 그녀에게 종신형이 선고됐다.
앤드류의 운명도 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기 혐의에 대한 무죄 변론에 나서기 이틀 전 자택 지하실에서 칼에 찔려 죽은 그의 시신이 이사짐 센터 직원들에게 발견됐다.
훗날 라이프타임 채널에서 키셀 형제의 피살에 기반한 영화를 제작했다. 존 스테이모스 주연의 ‘2명의 미스터 키셀(The Two Mr Kissels)’이라는 영화였다. 몇 년 뒤 낸시는 그 살인사건들을 반추하며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앤드류의 키트가 경매에 나왔다가 진품 논란 끝에 철회됐다. 1년 뒤 다시 경매에 올려졌다. 폭스 뉴스에 따르면 키셀가의 유산을 관리하는 변호사가 ‘추가 조사’한 뒤 정말로 방송 프로그램에 사용된 차 중의 하나로 판정했다. 잘못된 판정이었다.
그러나 경매는 성공적이었다. 원조 배트모빌(배트맨 자동차)의 디자이너 조지 배리스가 낙찰 받았다.
그렇다면 방송에 쓰였던 차는 어디로 갔을까? 하나라도 남아 있기는 한 걸까? 양산차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어떤 차가 진품 키트일까?
조 허스와 A. J. 팜그렌은 그 방송 프로그램 관련 저서를 2권 공동 저술하고 관련 팬 사이트를 운영하는 자칭 전격 Z카 역사가들이다. 허스는 “아마 우리보다 조사를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짜 키트의 조건에 관한 그들의 정의는 간단하다. 팜그렌은 “그 드라마에 사용됐으면 ‘진품’이고, 방송이 끝난 뒤 제작됐으면 짝퉁”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또한 어디를 살펴볼지 알면 짝퉁 식별은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허스는 “방송촬영용 차의 보이지 않는 곳에 스튜디오에서 전략적으로 고유한 재고관리 숫자를 적어둔 것 말고도 개조 방식에 대단히 특정한 일관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두 가지 측면만 살펴보면 진품을 쉽게 가려낼 수 있다.”
그들은 남아 있는 진품 5대를 추적해 찾아냈다. 4대는 칼 캐스퍼라는 자동차 수집가 손에 넘어갔다. 그는 그 뒤 3대를 팔아넘겼다. 남은 1대는 인디애나 주 크루즈 자동차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매각된 차 중 1대는 영국으로 실려갔고 또 1대는 마이애미 자동차 박물관에 있다. 나머지 1대는 복원 수리돼 샌디에이고의 자동차 전시장으로 팔려간 것을 허스와 팜그렌이 찾아냈다. 그들은 돈을 모아 차를 사들였다.
마지막 차는 스턴트 용이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에서 방문객이 탈 수 있는 2대의 전시용 차량 중 하나로 잠깐 사용됐다. 조명과 음향 배선이 깔려 있고 테마파크 직원이 방문객 앞에서 자동차의 목소리 연기를 했다. 1993년 쇼가 중단된 뒤 15년 동안 시설관리동 뒤편에 주차돼 있었다. 그 뒤 폐차장에서 인수해 부품을 떼어내 팔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완전히 해체되기 전에 허스와 팜그렌이 찾아내 인수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그 2대의 차를 끌고 미국 각지를 돌며 전시회를 개최한다.
드라마 종영 뒤 자동차들은 어떻게 폐기됐을까? 허스는 “드라마의 열성 팬이라면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스튜디오에서 크레인을 불러 래킹 볼(건물해체용 쇳덩이)을 떨어뜨렸다. 위험하지 않았을까? 허스는 “영화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인데다 12~15m씩 점프하는 차들이었다”며 “그보다는 훨씬 안전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 ‘대학살’의 증거가 사진으로 남아 있다. 자동차 전문지 ‘하이 퍼포먼스 폰티악’ 2014년 호에 래킹 볼이 트랜스앰의 지붕을 박살 내는 이미지가 실렸다. 그 이야기를 전하며 “기억에서 지울 수 없는 장면 중 하나”라고 말하는 팜그렌의 목소리가 전화기 저편에서 가라앉아 있었다.
마지막 남은 키트 카 5대의 소재는 밝혀졌으니 다음엔 당연히 주인공 마이클 나이트는 어떻게 됐을까 하는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그의 진귀한 자동차 번호판 ‘나이트’는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CLS에 부착돼 캘리포니아주 어딘가를 달리고 있다.
- 조 베익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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