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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로드에선 부드럽게 오프로드에선 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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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SUV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를 타고 미국 서부의 황량한 유타·애리조나 주를 달리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의 지형반응 시스템 2를 ‘록 크롤’ 모드로 맞추면 험한 바윗길도 쉽게 올라갈 수 있다.
미국 서부 유타 주에서 89번 고속도로를 타고 세인트 조지에서 희한한 이름을 가진 마을 빅워터까지 달렸다. 이 척박한 황무지 지역을 유럽 출신들이 공식적으로 처음 탐사한 것은 1869년이었다. 당시 남북전쟁의 영웅이던 존 웨슬리 파월이 이끈 탐사대는 콜로라도 강을 따라 그랜드 캐년으로 이어지는 3개월 간의 트레킹을 하던 중 이곳을 통과했다. 우리는 그때의 탐사대처럼 단단히 모험을 각오했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가 그 여정을 훨씬 안락하게 만들어줬다.

우리의 도구란 바로 최신형 프리미엄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브랜드 ‘2017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다. 89번 고속도로는 황량한 미국 자동차 도로의 전형이다. 길게 이어지고, 부드러우며, 아주 똑바른 도로다. 지나치는 풍경은 화성 표면과 같다. 붉고 황량한 자연의 배경 속에 가끔씩 문명의 흔적이 점처럼 찍혀 보일 뿐이다. 하지만 그처럼 서부 영화 촬영장 같은 배경을 제외하면 영국 런던에서 해머스미스와 히스로 공항을 잇는 M4 도로와 비슷하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를 타면 이런 길이 편안하게 느껴진다(그러나 속력을 내면 소음이 약간 거슬린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 외양은 전체적으로 잘 빠졌지만 특정 각도에선 좀 어색해 보인다.
우리가 시험주행하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 모델은 내부 구조가 3열 7인승이다. 좌석은 전자식으로 조절되는 가열 가죽 시트다. 앞쪽의 두 좌석은 등 마사지 기능을 갖췄으며, 둘째와 셋째 열의 좌석은 모두 평평하게 접을 수 있다. 트렁크에 있는 전기 모터의 버튼으로 작동한다. 탑재된 인컨트롤 터치 프로 인포테인먼트(InControl Touch Pro infotainment) 시스템에 포함된 버튼으로도 뒷좌석을 접을 수 있다. 또 세계 어디서든 스마트폰 앱으로도 좌석을 몸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

내부 공간은 말 그대로 널찍하다. 키 180㎝ 정도되는 사람도 셋째 열 좌석에서 별로 불편함을 느낄 수 없을 정도다. 한편 아이들은 둘째 열 좌석을 아주 좋아할 것 같다. 앞 좌석 뒷면에 설치된 TV를 볼 수 있고, 군데군데 USB 포트가 마련돼 있다. 4G 와이파이 네트워크도 탑재됐고 기어봉 곁의 저장 공간은 아이패드 4대를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옵션으로 제공되는 메리디안 사운드 시스템은 최상급으로 역동적인 소형 스용차의 음향을 흉내 낼 수 있다. 차체의 많은 부분에 강철 대신 알루미늄 섀시를 사용해 차량 무게를 이전 모델보다 거의 500㎏이나 줄였다.
미국 유타 주 핑크 코럴 국립공원에서 모래언덕 위를 열지어 주행하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
곧 우리는 먼지 날리는 89번 고속도로에서 벗어나 차가 덜 달리는 호젓한 길로 접어들었다. 에어 서스펜션을 통해 차체를 높였지만 디스커버리 모델에 처음 적용된 전 자동 지형반응 시스템 2(Terrain Response 2, 자갈밭·눈길·잔디·모래·진흙길 등 다양한 노면 상황에 맞는 구동력을 알아서 제공한다)를 자동 모드에 그대로 둔 채 화성 표면 같은 붉은 모래와 진흙길을 헤치고 나갔다. 가끔씩 눈에 덮인 언덕이 나타나 작열하는 태양을 조롱하며 사막에도 겨울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듯했다.

곧 바위길 장애물 코스가 나타났다. 랜드로버 행사팀이 발굴한 이 코스는 가장 가까운 포장도로에서도 몇 ㎞나 떨어져 있었다. 우리가 승차한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로서는 첫 번째의 진정한 도전이었다. 우리는 지형반응 시스템 버튼을 눌러 자동에서 ‘록 크롤(Rock Crawl)’ 모드로 전환했다. 이 모드는 차체를 최대한 높이고 가속 반응을 부드럽게 만들어 서서히 예상 가능하게 전진하도록 해준다. 그러자 걸어서도 올라가기 힘든 바위 면을 차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했다. 가장 험한 곳에선 앞바퀴 한쪽이 20㎝ 정도 공중에 떴다. 랜드로버 측은 이 차가 폭우가 쏟아질 때도 그처럼 안정되게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상고(접지면과 차체 중앙 최하부와의 거리)를 적절히 조절할 수 있는 현대식 SUV라면 어떤 차나 그런 코스를 완주할 수 있겠지만 특히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의 작동은 아주 인상적이다. 우리는 다시 89번 고속도로로 돌아가 카나브 마을을 통과했다. 픽사 영화사의 만화 영화 ‘카스’에 나오는 가상의 동네 래디에이터 스프링스의 모델인 마을이다.

다음날 우리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를 초보용 2ℓ 4 실린더 디젤 엔진에서 3ℓ 디젤 모델로 바꿔 탔다. 다른 기능은 똑같지만 토크가 100이 더 늘어 600 뉴턴미터(nm)를 제공한다. 비포장 도로에서의 성능은 비슷하지만 포장도로에선 가속이 늘어 더욱 신나는 주행이 가능하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의 내부는 우아하고 배치가 잘 돼 있다. 음료컵이나 아이패드 등의 수납 공간도 충분하다.
우리는 애리조나 주 경계선을 잠시 넘어가 비포장 도로를 달려 코럴 핑크 샌드 듄스 주립공원으로 향했다. 타이어에서 공기가 조금 빠지자 우리는 지형반응 시스템을 ‘모래밭(Sand)’ 모드로 바꿨다. 또 뒤 따르는 차량이 우리가 모래언덕 너머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도록 차 뒤의 긴 안테나에 깃발을 달았다. 진흙과 바윗길 주행은 부드러운 터치가 필요한 반면 모래언덕과 높은 경사를 헤쳐나가는 데는 섬세함보다 힘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모래언덕을 서서히 올라가기는 쉽지만 다른 쪽에서 같은 속도로 안전하게 내려가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우리는 언덕을 내려가다가 여러 차례 모래밭에 빠졌다. 그때마다 뒤따르던 랜드로버 직원들이 삽과 양동이를 들고와 우리 차를 모래밭에서 빼내야 했다.

하지만 그건 차량의 잘못이 아니라 운전 미숙의 결과였다. 우리는 ‘뭔가 이상하면 전속력으로 가속 페달을 밟아라’는 자동차 경주의 조언을 되새기며 마지막 모래언덕을 무사히 정복했다. 그 다음 점심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를 처음으로 외부에서 자세히 보게 됐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는 앞에서 보면 잘 빠진 차다. 이전 모델이 상자 모양이고 실용적으로 투박하게 설계됐다면 이 모델은 더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랜드로버 계열이라는 DNA는 그대로 간직한다. 옆에서 보면 이전 모델처럼 층계 진 덮개가 그대로 남아 있지만 층계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각도를 상당히 줄였다.

그러나 뒤로 돌아가 보면 의문점이 생긴다. 뒷면의 번호판이 붙어 있는 곳이 대칭이 아니라 왼쪽은 넓고 오른쪽은 좁은 형태로 파였다. 랜드로버 디자이너만 좋아할 듯하다. 알고 보면 디스커버리의 옛 디자인을 흉내 낸 것이다. 옛 다지인에선 뒷문이 나눠져 절반은 위로 열리고 절반은 아래로 열리는 형태라 그런 디자인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도 왜 그렇게 만들었을까 의문이 들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디자인일 뿐이며 적응하려면 상당히 시간이 걸린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는 차체가 크지만 포장도로에선 안락하면서도 날렵하고 세련된 주행을 제공한다.
잠시 진흙길을 통과한 뒤 우리는 다시 애리조나 주의 잘 닦인 포장도로에 올라섰다. 지형반응 시스템을 다시 자동 모드로 맞추고 옛 카우보이의 땅을 신나게 달렸다. 그동안 차량에 장착된 컴퓨터가 안정된 주행을 안내했다.

유타 주로 돌아가서 다시 89번 고속도로를 타고 GPS 내비게이션을 최종 목적지인 세인트 조지 공항으로 설정했다. 마지막 마을을 떠나자 산맥 두 개가 장관을 만들며 우리를 맞이했다. 한쪽의 산맥은 작열하는 태양에 달아올랐고 다른 한쪽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하얀 눈에 덥혀 있었다. 세인트 조지로 돌아가는 길은 더 황량했고 이제 바람마저 거세게 불었다. 처음엔 회전초가 하나 둘씩 길을 가로질러 날려 갔지만 좀 지나자 커다란 회전초가 여러 개씩 도로를 점거하기 시작해 가끔씩 위험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백미러에서 문명의 작은 흔적마저 사라지고 앞에는 높은 산밖에 보이지 않았다. 회전초는 끊임없이 도로를 가로지르며 쓸려갔다. 우리는 앞으로 어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도 이처럼 먼 오지에 있으면서도 이토록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랜드로버 디스커버리5는 바위 표면을 산양처럼 민첩하게 기어오르고, 수심 90㎝의 개울도 거뜬히 건너며, 높은 모래언덕도 쉽게 넘을 수 있지만(운전 미숙만 아니라면 말이다) 대부분은 그런 험난한 길을 주행하진 않을 것이다.

이전 모델도 그랬듯이 사람들이 신형 디스커버리를 구입한다면 그 이유는 험한 길을 탐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만 이 차가 성인 7명을 편하게 태울 수 있고, 인터넷과 전력, 아이패드용 수납공간을 충분히 제공하며, 운전자의 등을 마사지해주고, 정원을 가꾸는 장비를 실을 수 있고, 반려견을 산책시키러 갈 때 태울 수 있으며, 아이들을 생일파티에 데려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가정적이고 팔방미인인 운전자에게 아주 적격인 차다.

- 앨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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