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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스 후글랜드 패밀리 비디오 오너

키이스 후글랜드 패밀리 비디오 오너

비디오 대여점 블록버스터의 파산 후 5년이 지났다. 그러나 키이스 후글랜드의 패밀리 비디오는 여전히 750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을 다용도로 활용하는 사업모델을 통해 4억 달러의 재산도 얻었다.미국 일리노이 주 그래닛시티(Granite City)는 2만9000명이 사는 고요한 소도시다.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 듯한 이곳에서 패밀리 비디오(Family Video)가 최근 문을 열었다. 매장 앞에 붙은 할리우드 최신 블록버스터 영화 홍보물이 행인의 눈길을 끈다. 안에 들어가 보니 DVD 진열대가 길게 늘어서 있고, 그 옆에는 영화 2개를 1달러에 대여한다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계산대에서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운 점원이 단골 고객의 이름을 부르며 대화를 나눈다. 2017년에 가능한 모습인가 싶겠지만, 그렇다. 곧 사라질 줄 알았던 비디오 대여 사업에서 그래닛시티 매장은 보란 듯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르며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패밀리 비디오의 경영주(오너) 키이스 후글랜드(Keith Hoogland·57)는 비디오 대여 사업이 오히려 “대흥행 중(doing gangbusters)”이라고 말했다. 그가 사업을 맡으면서 패밀리 비디오는 미국 19개 주와 캐나다에서 759개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체인으로 성장했다. 매장은 미국 중서부와 지방 소도시에 집중되어 있고, 앞으로도 많은 매장이 문을 열 예정이다. “올해 57살인데 인생에서 지금만큼 신나는 때가 없었다”고 후글랜드는 말했다.

패밀리 비디오 본사는 시카고에서 북서부로 20분 정도 걸리는 일리노이 주 글렌뷰의 소박한 2층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패밀리 비디오가 가진 전통적이면서 정감 가는 분위기는 충성스러운 고객층을 이끌고 있다. 지난해 회사는 4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10%가 순수익으로 남았다. 후글랜드의 아버지가 1978년 시작한 패밀리 비디오는 후글랜드가 사업을 이어 받은 후 급성장을 이어갔다. 회사 지분 70%는 후글랜드가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가족들이 나눠 가졌다. 수년 전부터 제자리 걸음을 하던 매출은 최근 소폭 하락했지만, 회사가 그 이전부터 수십 년간 성장을 이어간 덕분에 후글랜드는 회사 전용기 2대, 고가의 호화 부동산 및 자산, 순재산 최소 4억 달러라는 화려한 프로필을 자랑한다. 사무실에서 만난 후글랜드는 자신의 책상에 앉아서 그가 ‘세계 최고의 해변’이라고 부르는 터크스케이커스 제도(Turks and Caicos)에 위치한 침실 10개의 대저택을 자랑스레 보여줬다.
 충성스러운 고객층 덕분에 지난해 4억달러 매출
에너지가 넘치는 후글랜드는 이 모든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설명했다. 거대 비디오 체인점 블록버스터와 무비 갤러리(Movie Gallery)가 디지털 시대에서 더 이상 경쟁력을 이어가지 못하고 파산 신청을 한 지 5년이나 지난 시점이 아닌가. 블록버스터만 해도 전성기에는 무려 90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했고, 연매출은 6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지금은 매장 수십 개가 간신히 남아 명맥을 이어갈 뿐이다.

후글랜드는 패밀리 비디오가 몸집이 큰 경쟁자들과 싸우는 데 어떤 어려움도 없었으며, 패밀리 비디오의 사업방식은 이들과 완전히 달랐다고 주장했다. “사람들은 디지털 시대가 왔기 때문에 다른 회사가 망했다고 생각한다”고 그는 말했다. “그러나 그건 사실이 아니다. 그들의 회사는 경영 상태가 좋지 않았다. 채무가 많았고, 임대계약의 조건도 불리했다. 영화사에 수익의 상당 부분을 내어줘야 하기도 했다. 잘못된 의사결정을 많이 내린 셈이다.”

패밀리 비디오의 방법은 달랐다. 영화 필름을 싼 값에 매입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블록버스터의 계약 방식을 받아들이는 대신, 패밀리 비디오는 영화 대여권을 그대로 매입하고 대여 수입을 100% 가져가는 구조를 선택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었다. 체인점은 100% 회사 소유로 계약됐고, 선반부터 POS(point of sale) 소프트웨어까지, 새로운 매장에 필요한 장비 및 비품을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더 중요한 점은 체인점이 들어서는 부동산을 회사가 직접 매입해 보유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매출이 하락했을 때 회사는 매장 다수의 점유 공간을 줄이고 석고판을 세워 공간 일부를 서브웨이나 H&R 블록(Block) 등에 임대로 내주는 등, 큰 타격을 받지 않고 시장의 흐름에 적응해갈 수 있었다.

회사는 보유 부동산을 활용해 피트니스 센터 11개를 시작하고, 전자제품 수리점 디지털 닥(Digital Doc)과 함께 마르코스 피자(Marco’s Pizza) 프랜차이즈 매장 149개(마르코스 피자 최대 가맹주가 됨)를 운영하는 등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기도 했다. 하이랜드 벤처스(Highland Ventures, ‘후글랜드’는 네덜란드어로 ‘하이랜드’를 의미)를 모기업으로 세워 다른 사업을 그 밑에 위치시키는 사업 재편도 했다. 그래도 모기업 연매출 4억5000만 달러에서 패밀리 비디오는 여전히 90%의 큰 비중을 차지하며, 체인점이 들어가 있는 부동산의 총 가치는 최대 7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걸로 포브스는 추산한다.

패밀리 비디오의 뿌리는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일즈맨이었던 키이스의 조부 클라렌스(Clarence)가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에서 가전 및 장비 유통점 미드스테이츠 어플라이언스 & 서플라이(Midstates Appliance & Supply Co.)를 시작했고, 7년 뒤에는 키이스의 아버지 찰리(Charlie)가 사업을 물려 받았다. 회사는 1970년대에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핵심 고객층이었던 영세 가전매장이 여기저기서 문을 닫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공급업체들은 유통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접판매에 나서기 시작했다. 결국 1978년에는 매장 몇 개와 넘쳐나는 비디오카세트 테이프만 손에 남았고, 찰리는 스프링필드에서 패밀리 비디오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비디오 무비 클럽(Video Movie Club)을 열었다. 미국 최초의 영화 대여점 중 하나였다. 그때만 해도 찰리는 비디오 대여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확신이 없었다. 당시에는 비디오 테이프가 첨단 기술이었지만, 곧 새로운 혁신이 나타나 매출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찰리는 매장을 여는 공간, 즉 부동산의 가치는 언제나 변함이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첫 매장의 부동산담보대출을 5년 만에 갚겠다고 결심했다. 이는 지금도 엄격히 지켜지는 규칙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찰리가 처음 가졌던 두려움은 괜한 걱정이었음이 드러났다. VHS 테이프는 수십 년간 비디오 대여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 가지고 있었던 신중함은 이후 사업 확장 전략에서 중요한 방향을 잡아주었다. 1983년 키이스가 23살의 나이에 사업을 배우기 위해 회사에 들어왔을 때 아버지 찰리는 자본이 풍부한 경쟁업체들이 대도시에서 우위를 잡을 거라 믿고 지방 소도시로 눈을 돌려 그곳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소도시에서 주민들이 모여드는 사랑방 역할
덕분에 패밀리 비디오는 미국 지방에서 강자로 남았고, 전체 매장의 90%도 소도시에 위치하고 있다. 지방에서는 초고속 인터넷이 제한되거나 레드박스(Redbox), 넷플릭스, 훌루 등의 대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패밀리 비디오 매장에 들어가면 직원들은 (대부분) 손님의 이름을 부르며 반갑게 맞아주고, 아동 영화는 무료로 대여해준다. 연체료는 말만 잘 하면 깎아준다.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열면 개점식은 주민 모두가 몰려드는 마을 행사가 된다. 페이스 페인팅 이벤트와 함께 홍보용 선물을 나누어주고, 빙수 기계도 돌린다. 회사 최고 경영진의 대다수는 가맹점주로 후글랜드와 인연을 시작했으며, 직원들은 자녀 학자금 100% 지원 등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덕분에 패밀리 비디오 매장은 미국의 많은 소도시에서 주민들이 모여드는 사랑방 역할을 한다. “금요일이나 토요일 밤 매장이 얼마나 북적대는지 보면 깜짝 놀랄 것”이라고 후글랜드는 말했다. “사람들은 그런 경험을 좋아합니다. 동네 커피숍 같은 거지요.”

그러나 패밀리 비디오의 성공에는 단순했던 시절에 대한 향수, 그 이상이 있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저작권 계약조건이다. 비디오를 물리적으로 대여해주는 사업은 스트리밍 컨텐트보다 훨씬 관대한 저작권 적용을 받는다. 다시 말해, 신작 영화가 나올 때마다 비디오 대여점은 넷플릭스나 훌루보다 수 주, 심지어는 수 개월 먼저 대여권을 얻을 수 있다. “영화만의 저작권 조항이 있어서 매장에서 디스크로 대여하는 것이 컨텐트 독점 권에 관한 판권 문제를 쉽게 피해 가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드렉셀 해밀턴의 기술 및 미디어 분석가 토니 위블은 말했다.

이런 우위 덕분에 패밀리 비디오는 광대역 인터넷 불모지나 충성스러운 고령층 고객에 한정되지 않고 더 많은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었다. 가장 비중이 큰 고객군은 35~45세지만, 이보다 어린 고객도 증가하고 있다고 후글랜드는 주장한다. 패밀리 비디오 매장은 여전히 평균 50만 달러의 연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 추세를 놓치지 않기 위해 후글랜드는 일주일에 7일 회사로 출근한다. 최근에는 자식들이 사업에 들어와서 자리잡도록 돕기 위해 근무시간을 줄이는 상황이긴 하다. 일단 지금은 자녀 6명 중 해병대였던 장남 맥레인(McLain)만 하이랜드 벤처스에서 일하고 있다. 맥레인은 기반시설이 좋지 않은 소도시를 찾아 매장 바로 옆에서 정수된 물을 판매하는 하이랜드 퓨어 워터 & 아이스(Highland Pure Water & Ice)를 비롯해 규모가 작은 여러 사업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키이스는 자신의 비디오 대여 제국이 영원할 수 없다는 걸 안다. 대신, 패밀리 비디오는 유통기한 없는 부동산 포트폴리오의 확장을 돕는 수단이 되어준다. 방법은 간단하다. 매장을 열고, 비디오 대여 수입으로 담보대출을 갚은 후 부동산을 보유하는 거다. “5년 뒤에도 우리는 여기 있을 것”이라고 말한 그는 씩 미소를 지었다. “꽤 오랜 시간 버틸 것이다.”

- NOAH KIRSCH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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