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전기스포츠카 ‘모델S 90D’ 시승기
테슬라 전기스포츠카 ‘모델S 90D’ 시승기
전기스포츠카 테슬라(모델S 90D)를 시승했다. 테슬라 모델 중 한국 정부가 인증한 유일한 차종이다. 서울 영동대로 테슬라 청담 전시장에서 출발해 올림픽대로 → 천호대교 → 강변북로 → 영동대교 → 청담 전시장으로 이어지는 20㎞ 구간을 30분 동안 달렸다. 모델S의 첫 인상은 ‘잘빠진’ 스포츠카다. 직선이라곤 도무지 찾아볼 수 없는, 물 흐르는 듯한 외관 디자인이 독일제 스포츠카 ‘포르셰’를 떠올리게 했다. 전기차답게 뒤쪽 머플러를 없앤 점도 눈에 띄었다. 아니, 배기가스를 내뿜지 않으니 ‘필요가 없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앞쪽 후드를 열었더니 흔히 상상하는 꽉 찬 엔진 대신 작은 짐을 넣을 수 있도록 트렁크로 비워 놨다. “내가 바로 전기차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휘발유차로 치면 주유구인 충전구를 찾느라 잠시 헤맸다. 뒤쪽 램프를 살짝 누르자 ‘톡’ 소리와 함께 충전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동차 키는 마우스와 작동 방식이 비슷했다. 자동차차라기보다 장난감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운전석에 올라탔다. ‘움직이는 정보기술(IT) 기기’란 모델S의 별명이 실감 났다. 센터페시아(가운데 조작부)에 17인치 대형 터치 스크린이 시원했다. 내비게이션이나 주행 모드는 물론 서스펜션(현가장치)·오디오·공조장치·선루프(지붕창)까지 모든 기능을 터치 스크린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동 버튼조차 없었다(모델S는 브레이크를 깊게 밟으면 시동이 걸린다). 외부 생화학 테러로부터 안전하게 지켜준다는 ‘생화학 무기 방어’ 모드까지 탑재한 데서 테슬라 특유의 괴짜스러움이 묻어났다. 터치 스크린 화면을 위아래로 나눠 위엔 지도, 아래엔 인터넷 포털 ‘네이버’ 화면을 띄워놨다. 동승한 상품 소개 담당자는 “와이파이와 연결해 쓰는 게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차량 내에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차에 태블릿PC를 한 대 달아놓고 달리는 셈이다.
올림픽대로에 들어서자마자 가속 페달을 꽉 밟았다. ‘부르릉’ 하는 굉음과 함께 달리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와는 DNA가 다르다고 할까. 순식간에 시속 100㎞까지 치고 나가는 가속감이 일품이었다. 그러면서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내가 정말 이 속도로 달리고 있나’ 하는 이질감이 들었지만 기존 어떤 자동차보다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포르셰·마세라티 같은 기존 스포츠카와 같은 속도로 달릴 때도 몸놀림이 훨씬 가벼웠다. 스포츠카는 ‘묵직하고 빠르다’는 고정관념을 허물어뜨렸다. 모델S는 다른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와 전기 모터가 차량 바닥에 깔려 있다. 무게중심이 낮다는 얘기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선도로를 돌 때도 차체가 바깥쪽으로 쉽게 쏠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계기판 왼쪽 아래 배터리 모양 아이콘에 ‘78%’란 숫자가 선명했다.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모델S는 환경부로부터 100% 충전했을 때 최대 주행거리 378㎞를 인증받았다. 한국GM ‘볼트’(383㎞)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입차가 흔한 청담동 한복판을 지나는데도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정차해 있을 때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아니라 굳이 테슬라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테슬라가 뛰어든 시장은 만만치 않다. 고급차는 디테일 싸움이다. 모델S는 곳곳이 톡톡 튀는 요소로 가득했지만 편의성에서 아주 후한 점수를 주기는 어려웠다. 안에서 여는 문 손잡이는 유독 조그마한 데다 일반 차량보다 높은 위치에 달려 문을 여닫기 불편했다. 가죽·스웨이드 소재로 내부를 마감하긴 했지만 질감이나 박음질 상태 등이 경쟁 고급차에 못 미쳤다. ‘실리콘밸리’식 하이테크로 독일 명차의 감성을 따라잡는 데 한계가 있어 보였다.
모델S의 주행 거리가 긴 건 배터리를 많이 장착했기 때문이다. 충전할 땐 단점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일반 완속 충전기로 100% 충전하는 데 13시간 이상, 급속 충전이 가능한 ‘수퍼차저’로 충전하는 데 1시간쯤 걸린다. 충전·방전을 거듭하면 다른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성능이 급속히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테슬라도 이런 단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용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수퍼차저를 6월 중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 빌딩과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부산·광주·평창 간 고속도로 인근에 각각 설치할 계획이다. 구매 고객에겐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무상 제공한다. 가격은 1억2100만~1억6135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350D’(1억3600만원)나 BMW ‘730D’(1억3490만원)와 겹친다.
테슬라는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희소성 면에서 ‘호사가의 장난감’이 될 충분조건을 갖췄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는 컴퓨터를 전문가의 도구가 아니라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액세서리로 만들었다. 테슬라도 전기차로 그런 도전에 나서고 있다.
-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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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 후드를 열었더니 흔히 상상하는 꽉 찬 엔진 대신 작은 짐을 넣을 수 있도록 트렁크로 비워 놨다. “내가 바로 전기차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휘발유차로 치면 주유구인 충전구를 찾느라 잠시 헤맸다. 뒤쪽 램프를 살짝 누르자 ‘톡’ 소리와 함께 충전구가 모습을 드러냈다. 자동차 키는 마우스와 작동 방식이 비슷했다. 자동차차라기보다 장난감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운전석에 올라탔다. ‘움직이는 정보기술(IT) 기기’란 모델S의 별명이 실감 났다. 센터페시아(가운데 조작부)에 17인치 대형 터치 스크린이 시원했다. 내비게이션이나 주행 모드는 물론 서스펜션(현가장치)·오디오·공조장치·선루프(지붕창)까지 모든 기능을 터치 스크린을 통해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가속 페달 밟자 순식간에 100㎞/h
올림픽대로에 들어서자마자 가속 페달을 꽉 밟았다. ‘부르릉’ 하는 굉음과 함께 달리는 내연기관 스포츠카와는 DNA가 다르다고 할까. 순식간에 시속 100㎞까지 치고 나가는 가속감이 일품이었다. 그러면서도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내가 정말 이 속도로 달리고 있나’ 하는 이질감이 들었지만 기존 어떤 자동차보다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무엇보다 포르셰·마세라티 같은 기존 스포츠카와 같은 속도로 달릴 때도 몸놀림이 훨씬 가벼웠다. 스포츠카는 ‘묵직하고 빠르다’는 고정관념을 허물어뜨렸다. 모델S는 다른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와 전기 모터가 차량 바닥에 깔려 있다. 무게중심이 낮다는 얘기다. 속도를 줄이지 않고 곡선도로를 돌 때도 차체가 바깥쪽으로 쉽게 쏠리지 않는 느낌이었다.
계기판 왼쪽 아래 배터리 모양 아이콘에 ‘78%’란 숫자가 선명했다.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여주는 수치다. 모델S는 환경부로부터 100% 충전했을 때 최대 주행거리 378㎞를 인증받았다. 한국GM ‘볼트’(383㎞)와 비슷한 수준이다. 수입차가 흔한 청담동 한복판을 지나는데도 뜨거운 시선이 느껴졌다. 정차해 있을 때 사진을 찍는 사람도 있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가 아니라 굳이 테슬라를 찾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가격은 1억2100만~1억6135만원
모델S의 주행 거리가 긴 건 배터리를 많이 장착했기 때문이다. 충전할 땐 단점으로 작용하는 요소다. 일반 완속 충전기로 100% 충전하는 데 13시간 이상, 급속 충전이 가능한 ‘수퍼차저’로 충전하는 데 1시간쯤 걸린다. 충전·방전을 거듭하면 다른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성능이 급속히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테슬라도 이런 단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전용 충전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수퍼차저를 6월 중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 빌딩과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부산·광주·평창 간 고속도로 인근에 각각 설치할 계획이다. 구매 고객에겐 가정용 완속 충전기를 무상 제공한다. 가격은 1억2100만~1억6135만원.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350D’(1억3600만원)나 BMW ‘730D’(1억3490만원)와 겹친다.
테슬라는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희소성 면에서 ‘호사가의 장난감’이 될 충분조건을 갖췄다. 애플·마이크로소프트(MS)는 컴퓨터를 전문가의 도구가 아니라 일반인이 즐길 수 있는 액세서리로 만들었다. 테슬라도 전기차로 그런 도전에 나서고 있다.
-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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