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피자 2판에 1만 비트코인을 줬지만 현 시세로 치면 약 250여억원 지난 5월 12일 랜섬웨어 파동에서 해커들이 비트코인으로 몸값 지불을 요구한 이후 비트코인 시세가 1800달러 선을 돌파했다. / 사진·GETTY IMAGES BANK2010년 5월 미국 플로리다 주, 따뜻하고 화창한 어느 날이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 라즐로 해니에츠는 비트코인이 쓰고도 남을 만큼 많다고 판단했다. 그 가상화폐가 생긴 지 2년이 다 돼가면서 그 기술을 찬양하는 열혈 팬들이 많아지고 있었지만 거의 아무런 가치도 없었다. 가상 코인 하나 값이 0.5센트도 안 되고 쓸 데도 없었다. 해니에츠의 컴퓨터는 매일 수천 개를 만들어내 온라인 지갑을 두둑하게 부풀리고 있었다.
5월 18일 해니에츠는 시험 삼아 자기 집으로 대형 피자 2판을 배달해주면 1만 비트코인을 지급하겠다는 글을 비트코인토크 포럼에 올렸다. 해니에츠는 비트코인을 이용해 사상 최초로 오프라인 제품 구매를 하고자 했다.
해니에츠는 회원 100명의 그 신생 포럼에 이렇게 글을 올렸다. ‘피자 2판에 1만 비트코인을 지불하겠습니다. 일부 남겨뒀다가 다음 날 먹을 수 있게 대형 2판이면 좋겠습니다. 직접 만들어 우리 집으로 가져다 주거나 피자집에 주문해 배달시켜도 좋습니다.’
4일 뒤 캘리포니아 주의 제레미 스터디번트라는 십대 청소년이 요청에 응해 온라인으로 피자를 주문해 해니에츠의 집으로 배달시켰다. 피자 값 25달러, 비트코인시세는 41달러였음을 감안할 때 스터디번트는 이익을 봤다고 여겼다. 그 직후 비트코인을 400달러 정도에 팔아 치웠다. 즉흥적인 투자로 짭짤한 수익을 올린 데 흡족해 했다.
해니에츠는 비트코인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전력 비용만으로 매일 수천 개의 비트코인을 생산해 냈기 때문이다. 그달 피자 교환 거래를 수 차례 더 반복했다. 그러나 몇 주도 안돼 비트코인 시세가 상승세를 타면서 그가 피자 값으로 지불한 코인의 가치가 수백 달러에 달하게 되자 그 거래를 그만뒀다.
1년도 안 돼 비트코인 시세가 미국 달러와 맞먹었다. 피자 값으로 1만 달러(약 1120만원)를 지불한 셈이 됐다. 그리고 비트코인의 생성 원리에 따라 해니에츠의 채굴 작업 속도가 둔화되고 있었다. 비트코인을 더 많이 채굴할수록 채굴에 더 많은 컴퓨터 성능(그리고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 안가 가정용 컴퓨터(고성능의 게임용 장비 포함)로는 제대로 채굴할 수 없게 됐다. 직업 채굴자들은 가치가 급상승하는 ‘디지털 골드’를 추출하기 위해 아예 작업장을 마련했다.
투자자가 늘고 사업체들이 비트코인을 합법적인 결제수단으로 받아주기 시작하면서(그리고 온라인 마약 거래범들이 그 가상화폐의 익명성을 악용하면서) 그 뒤 수년 동안 비트코인 시세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2010년 5월 프로그래머 래슬로 해니에츠는 피자 2판 값으로 1만 비트코인 (당시 시세 41달러)을 지불했다. / 사진·LASZLO HANYECZ비트코인 시세는 아주 빠르게 상승했다. 2014년 2월 해니에츠가 피자 값으로 자신에게서 비트코인을 받은 사람 중 한 명이 한 온라인 거래소에서 그것을 달러로 바꿔 집을 장만했다는 소식을 들을 정도였다.
2015년 비트코인토크 포럼에서 해니에츠는 이렇게 썼다. ‘1만 코인과 피자를 교환하게 돼 상당히 기뻤다. 멍청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당시엔 상당히 유리한 거래였다. 비트코인이 이렇게 날아오를 줄 예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피자 교환 시험 5년 뒤인 2015년 1만 비트코인의 값어치는 약 27억원이었다. 그 1년 뒤엔 약 45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그 뒤(특히 올초 이후)로 비트코인 시세가 폭등했다. 1월 초 코인 당 약 93만원에서 5월 22일에는 약 245만원으로 뛰었다. 비트코인을 이용한 오프라인 최초 물품 구매 7주년인 지난 5월 22일 그 피자 값을 현 시세로 환산하면 약 253억4600만원이다.
해니에츠가 아직도 비트코인을 사용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2014년 2월 19일 비트코인토크 포럼에 올린 마지막 메시지에서 그는 ‘내 몫을 생성해 사용했다’며 ‘단지 시세가 더 낮았던 시기였을 뿐’이라고 썼다. 피자 구입에 사용됐던 비트코인 지갑에는 8만1000 이상의 비트코인이 거쳐갔지만 현재 잔액은 0.0001 비트코인뿐이다.
- 앨리스테어 찰턴 아이비타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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