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16) 주택다운사이징] 큰 집 깔고 있지 말고 구조조정하라
[서명수의 노후 준비 5년 만에 끝내기(16) 주택다운사이징] 큰 집 깔고 있지 말고 구조조정하라

하지만 다운사이징이 말처럼 쉽지 않다. 무엇보다 살던 집을 정리한다는 자체가 스트레스다. 지금 시세가 매입가보다 떨어졌다면 손해보기 싫어서, 올랐다면 더 오른 가격에 처분하고 싶은 심리 때문에 선뜻 매매에 나서지 못한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다운사이징을 계획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의 박모(58)씨 이야기다. 그는 12년 전쯤 은행빚까지 동원해 5억원을 주고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샀다. 아파트는 한 때 12억원으로 올랐다. 내 집 마련은 물론 재테크에도 성공했다며 쾌재를 불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집값이 9억원으로 떨어졌다. 노후준비를 위해 집을 팔려고 내놨지만 문의조차 없었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아파트의 호가가 조금씩 오르더니 최근엔 11억 5000만원에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집을 팔면 6억 5000만원을 벌지만 최고 시세보다는 5000만원을 덜 받게 된다. 박씨는 집을 팔아야 할까.
간단히 생각하면 아주 쉬운 문제다. 아파트 처분에 따른 손익만 따져보면 된다. 집을 팔면 전체 자산이 늘고 원하는 노후준비에도 나설 수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팔면 된다. 그러나 관점을 달리하면 그렇게 간단한 문제만은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12억원’이란 추억의 가격이 들어있다. 11억 5000만원에 팔면 5000만원 밑지는 것 같다. 결국 박씨는 아파트 가격이 좀 더 오를 때까지 지켜보기로 하고 매물을 거둬들였다. 만약 집을 구입한 가격 5억원이 그의 머릿속에 있다면 6억5000만원을 남기고 11억 5000만원에 팔아 발등의 불인 노후준비에 들어갔을 것이다.
살던 집 처분 방해하는 ‘소유효과’
다시 박씨 이야기다. 집이 팔리지 않는 한 돈은 집에 묶여있다. 돈은 굴려야 자가증식을 하면서 불어나는데, 이런 기회를 포기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만약 박씨가 11억 5000만원에 집을 팔아 규모가 작은 아파트로 옮기고, 나머지 돈을 금융상품에 투자한다면 적지 않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5억원을 연 3%짜리 채권펀드에 넣어두기만 해도 연간 1500만원의 이자수입이 기대된다. 노후엔 그저 현금흐름을 한 푼이라도 늘리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소유효과 때문에 이런 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다. 어쩌면 지금보다 더 낮은 가격에 집을 팔아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동안 국내 부동산 시장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부의 ‘6·19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상승 열기가 한풀 꺾인 듯하지만 일부 지역은 여전히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오래 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견이 많다. 먼저 올해 말 초과이득환수제가 부활하면 재건축이나 재개발 대상 아파트들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내년부터 80만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수급문제도 불리하게 돌아갈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위험수위에 오른 가계부채는 금리가 인상될 경우 부동산 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제적 변수 말고 인구구조학적으로도 부동산은 애물단지가 될 수 있다. 인구가 자꾸 줄기 때문에 그만큼 주택수요도 감소할 것이기 때문이다.
노후에도 내 집은 필요
다운사이징을 실행할 때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집만 줄이면 생활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는 잘못이다. 대개 작은 집으로 갈아타려고 선택한 집은 원래 계획보다 작은 집이 아니라고 한다. 평생 모아 온 살림규모를 줄이 것이 쉽지 않고 너무 작은 집을 고르면 생활의 불편함 때문에 처음 계획했던 대로 작은 집을 고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작은 집을 찾는다면서 현재 소득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다운사이징이 힘들다고 분석한다. 지금의 경제력을 보지 말고 은퇴 후 소득 기준으로 작은 집을 골라야 한다는 이야기다. 거주 비용을 국민연금이나 다른 연금수입으로 감당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소형 주택의 인기가 급상승해 가격이 크게 오름에 따라 다운사이징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이 경우 지금 살고 있는 지역보다 더 작은 생활비로 살아갈 수 있는 지역으로 이주를 생각해 볼만 하다. 작은 집과 저비용 지역으로의 이주는 요즘 베이비부머 사이에 떠오르는 관심사다.
다운사이징으로 확보한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사실 저금리 기조로 돈 운용에 상당한 제약이 따르는 현실이다. 보통 목돈이 생기면 이상하게도 돈 쓸 데가 나와 흐지부지 없어지기도 한다. 한탕을 노리고 주식 등 위험자산에 손을 댔다가 후회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다운사이징의 목표가 노후자금 확보이니 만치 현금흐름이 나오는 즉시연금이나 월지급식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필자는 중앙일보 재산리모델링센터 기획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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