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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할 때도 출근할 때도 ‘카섹스’

퇴근할 때도 출근할 때도 ‘카섹스’

자율주행차 시대 오면 지금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 풍속도 달라질 듯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면 주행하는 차 속에서 사랑을 나누게 된다고 ‘걱정’하는 전문가가 많다.
1977년 할리우드 배우 겸 가수인 미트 로프가 발표한 흘러간 옛 노래 ‘Paradise by the Dashboard Light’를 기억하는가? 주차된 차 속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정사를 노래한 곡이다. 하지만 이제 머지않아 이 곡도 완전히 선사시대의 노래처럼 느껴질 듯하다. 자율주행차 시대의 도래로 두 손이 운전대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전문가들은 이제 주차된 차 속이 아니라 주행하면서 온갖 종류의 섹스가 이뤄질 수 있다고 ‘걱정’한다.

성욕이 왕성한 십대는 시내를 누비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차창을 어둡게 착색한 자율주행 우버 SUV를 호출할지 모른다. 직장 근로자들은 자신의 배우자, 아니면 이웃의 배우자와 함께 긴 아침 출근 시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벤츠로 유명한 독일 자동차회사 다임러-AG가 2014년 자율주행차 서비스의 상표를 등록하며 ‘Car2come’이라고 이름 붙였을 때 바로 그런 사태 발전을 예상한 것일까? 영어 속어로 ‘come’은 ‘오르가슴을 느끼다’는 뜻이 있는데 그 이름을 붙일 때 영어 원어민이 현장에 있어야 했을 듯하다.

자동차 문화는 기술업계의 전설이던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가 말한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it)’을 향해 쏜살같이 나아간다. 전략적 변곡점이란 기업의 사업 영역에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시점을 가리킨다(그로브는 1980년대 중반 인텔의 핵심 사업 영역을 메모리 반도체에서 마이크로프로세서로 전환하는 고통스러운 과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인텔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처럼 자율주행차 운동은 ‘루디크러스 이스터 에그(Ludicrous Easter Egg)’ 모드의 테슬라 모델S보다도 더 빨리 가속도가 붙는 중이다[테슬라 모델S는 그 모드로 정지 상태에서 출발해 시속 약 97㎞까지 올리는 데 걸린 시간이 불과 2.28초로 역대 최고로 빨랐다].얼마 전 재규어랜드로버는 우버와 유사한 차량 공유·호출 서비스 리프트(Lyft)에서 자사의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기 위해 25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다른 업체에 뒤졌던 혼다는 고속도로에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차를 2020년까지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에 본부를 둔 글로벌 자동차부품업체 델피와 프랑스의 운송업체 트랑스데브는 프랑스의 도로에서 ‘운전자 없는 주문형 이동수단’을 공동으로 테스트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차가 원안대로 개발된다면 교통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아 견인차 업체와 자동차보험 회사들이 대거 파산할지 모른다.
이처럼 거의 모든 자동차제조 업체와 자금 두둑한 스타트업 수십 곳이 자율주행의 미래를 향해 필사적으로 달려나간다. 그러나 자율주행차의 보편화가 코앞에 닥친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그로 인해 우리의 일상생활이 얼마나 달라질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지금 같으면 꽉 막힌 도로에서 차량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다른 곳에선 사용하지 않는 험한 욕설을 내뱉고 있겠지만 앞으로는 그 시간에 차 안에서 운전엔 신경 끄고 조용히 일하거나 영화를 보는 상황 정도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 관리들은 벌써부터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복잡한 사회 문제와 씨름하기 시작했다. 미국도시연맹(NLC)은 얼마 전 사생활 침해(매일 주류 판매점에 들른다는 사실을 누군가 알게 될까?), 규제, 데이터 소유권, 해킹 등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우려를 다룬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연히 안전 문제도 거기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그 외에도 따져봐야 할 문제가 숱하다. 일부 조사는 20~30년 안에 도시 주민 대다수가 자율주행차를 이용할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때가 되면 자율주행차의 누적된 충격이 1900년대 초 교통수단이 말에서 자동차로 바뀐 것만큼 엄청날 것이다.

예를 들어 대다수 소비자에겐 자동차보험이 지금의 타이핑 ‘먹지’처럼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럴 경우 보험설계사는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 “현재 미국의 견인차 산업은 약 160만 명을 고용하며 평균 연봉이 4만1000달러다. 이처럼 자율주행차가 가장 무서운 ‘일자리 킬러’가 될 수 있다.

말이 교통수단이었던 시절엔 어느 곳에든 마구간이 필요했다. 자동차 시대가 되자 어디를 가나 주유소가 필수가 됐다. 하지만 자율주행차 시대가 되면 대다수 차는 전기를 사용하고 자동으로 충전소를 찾아갈 것이다. 청소로봇이 고양이 털을 흡입한 뒤 자동으로 도크에 돌아가듯이 말이다. 그때가 되면 주유소는 우리가 손주들에게 해주는 옛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우리를 원하는 곳에 내려주고 곧바로 이동해 다른 사람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주차할 필요도 없다. 현재 미국에만 차량 20억 대를 세워놓을 주차공간이 있다. 세계 전체로 따지면 수십억 대의 공간이 더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 주차장이 필요 없어지면 그 공간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공원으로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도심 텃밭으로 가꿔야 할까? 유행에 앞서가는 젊은이들은 주차공간을 개조해 멋진 주택으로 활용할지 모른다. 과거 그들이 도시의 낙후된 지역에 있던 낡은 창고를 그렇게 개조했듯이 말이다.신호등도 사라질 수 있다. 스마트폰의 교통 앱 웨이즈(Waze)를 사용해봤다면 오늘날의 기술이 사용자의 위치와 속도, 위험요소를 정확히 알아낼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그보다 훨씬 진화한 기술을 사용해 모든 교통신호가 지상의 하드웨어에서 클라우드의 소프트웨어로 옮겨져 모든 차에 언제 어디서 멈추고 출발하며 또 길이 합쳐질지 자동으로 알려줄 것이다. 50년 뒤엔 어디를 가든 신호등이나 ‘양보’ 표지판을 찾아볼 수 없을지 모른다.

미래 예측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질서정연하게 달리며 속도 제한이나 앞차와의 간격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러나 만약 인간이 선택지를 요구한다면 일부 업체는 최소한의 옵션을 제공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을 위한 ‘신중 운행’ 모드, 성급하고 경쟁심 많은 A형 부류를 위한 ‘서두르기’ 모드, 딸의 결혼식에 늦었을 때를 위한 ‘매드 맥스’ 모드 중에서 선택하도록 말이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보는 자동차 추격전은 자율주행차 시대엔 어떻게 될까? 지금의 자동차 문화 중에서 사라지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또 자율주행차는 교외에 사는 부유층 어머니들이 자녀를 각종 과외수업과 교습소로 열심히 바래다주는 모습도 볼 수 없게 만들 것이다. 부모는 차를 호출해 아이들을 태워 보낸 뒤 뒷 베란다에 앉아 칵테일을 마시며 스마트폰 앱으로 아이들이 교습소로 잘 가는지 추적하면 된다. ‘헬리콥터 부모’(자녀의 일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자녀를 과잉보호하는 부모) 대신 자율주행차 시대엔 ‘원격 감시 부모’가 등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리프트나 우버 또는 다른 공유 자율주행차의 내부는 어떻게 청소할 것인가? 아이가 먹은 생일케이크를 뒷좌석에 토했는지 센서가 알아서 통보해줄 수 있을까? 아니면 다음 이용자가 탑승할 때 그런 사실을 발견하도록 둬야 할까?

탈운전 시대의 그런 면은 현재 나오는 대다수 연구와 조사 보고서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는다. 인텔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가 공동으로 발표한 보고서는 더욱 희한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2050년이 되면 자율주행차가 세계경제에서 7조 달러를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약 2배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중 일부는 ‘이전에 상상할 수 없었던 자동차의 활용’에서 나온다. 자율주행차 모바일 미용소가 한 가지 예다. 하지만 미용사도 로봇일지는 언급이 없다.

자율주행차가 일으킬 변화가 얼마나 놀라울지 감을 잡으려면 우리의 교통수단이 말에서 자동차로 바뀐 상황을 돌아보면 된다. 1800년대 말 가까이 미국의 주요 도시에서 말의 개체수가 급속히 늘었다. 자동차는 아직 대량생산되지 않았을 때였다. 따라서 말이 없으면 어떻게 다닐 수 있을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말의 배설물이 말 그대로 도시를 질식시켰다. ‘뉴욕의 거리가 뜨끈뜨근한 갈색 카페트로 덮힌 것 같았고 악취가 진동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말의 배설물이 건물의 3층 창문까지 차오를지 모른다고 우려한 사람도 있었다. 1898년 개최된 세계 최초의 국제 도시계획 컨퍼런스는 말의 배설물 문제가 너무 심각해 행사 기간이 예정보다 일주일이나 단축됐다.

그러다가 세계 최초로 대량생산된 포드 모델 T 자동차가 나온지 12년이 지난 1920년이 되자 말의 배설물 문제는 완전히 사라졌다. 그때 벌써 사람들은 ‘밀회’는 말 위에서보다 차 안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자 차에서 나누는 사랑을 주제로 한 대중가요가 쏟아졌다. 미트 로프의 노래도 그중 하나였다.

십대 시절의 사랑이 주차된 차가 아니라 움직이는 자율주행차 속에서 경험하는 일이 된다면 과연 어떤 노래가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하지만 정부에 그런 일을 묻지는 말자. 캐나다 자율주행차 혁신센터(CAVCOE)의 배리 커크 이사는 기자에게 “일단 컴퓨터가 사람을 대신해 운전하기 시작하면 자동차 안에서의 섹스가 훨씬 더 흔해질 것”이라며 이렇게 퉁명스럽게 개탄했다. “자율주행차로 인해 양손이 자유로워진 사람들이 차 안에서 ‘애정행각’을 벌이면 긴급한 상황에서 컴퓨터가 인간에게 ‘운전을 맡아 달라’고 말할 때 신속히 반응할 수 없을 것 같아 큰 걱정이다.”

-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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