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정복하려면 ‘옷’이 날개다
우주 정복하려면 ‘옷’이 날개다
화성 정착을 위한 새로운 우주복은 편안함과 안전 동시에 제공해야 … 모듈 구조와 3D 프린팅 사용하는 디자인 개발 중 우주복은 탐험과 보호라는 인류의 두 가지 주된 욕구 사이에서 어느 쪽을 중시해야 할지 방황하는 듯하다. 특히 우주비행사가 화성에서 입을 옷이 그렇다. 인류가 여행한 적이 없는 먼 곳에서 그들의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우주복이다. 하지만 화성에서 입게 될 우주복은 보호만을 위한 것이 돼선 안 된다. 우리가 인간처럼 행동할 수 없다면 그 멀리 떨어진 화성까지 가봐야 무슨 소용인가? 화성에 착륙한 우주비행사라면 한쪽 무릎을 구부려 암석 샘플을 채취하거나 인간 특유의 속성으로 엄지손가락과 나머지 네 손가락을 사용해 도구를 잡고 수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화성 임무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선 우주복이 추진엔진과 로켓 연료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셰이나 기퍼드 박사는 우주복의 능력과 한계에 따라 우리가 그 먼 화성에 어렵사리 도착한 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와이 우주탐사 아날로그 시뮬레이션(HI-SEAS)’ 4 프로젝트에서 화성과 흡사한 환경의 하와이 산기슭에 돔을 만들어 그 속에서 8개월 동안 고립된 생활을 하며 다양한 우주복을 테스트했다. 좋은 우주복은 개인용 우주선과 같다. 생존을 유지해주는 동시에 생활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기퍼드 박사는 말했다.
또 실용적이어야 한다. 기퍼드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끈을 묶을 수 있는가? 수도를 틀거나 잠그는 핸들을 돌릴 수 있는가? 발을 헛디디거나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동시에 조명등과 카메라를 장착하고 물을 운반할 수 있는가? 부품이 튼튼하면서도 교체나 교환 또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한가? 이런 요소를 전부 고려해야 한다.” 우주복 전문가는 모두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르고 경쟁하는 두 가지의 우주복 디자인이 제시됐다.
이 새로운 우주복은 과거의 우주비행복과 사뭇 다르지만 우주복 역사를 어느 정도 알면 현재의 우주복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미래의 우주복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중력이 혈액을 극단으로 몰아붙여 비행사가 기절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의 대공화기를 피해 목표물을 폭격하기 위한 전술에 사용되던 일본의 급강하 폭격기를 몬 조종사들은 몸을 고무밴드로 단단히 감쌌다. 몸에 가해지는 압력이 뇌의 혈액을 유지하도록 했다. 고고도의 초고속 작전에선 그게 매우 중요했다. 나중에 가스압력 비행복이 개발됐다. ‘인간 모습의 타이어’로 묘사된 가스압력 비행복은 조종사가 받는 압력을 편안한 수준으로 유지해줬다.
머큐리와 제미니 미션에서 사용된 첫 우주복은 그런 고고도 비행사의 복장을 수정한 형태였다. 우주비행사가 가만히 앉아서 조종만 할 때는 괜찮았지만 움직여야 할 때는 문제가 많았다. 팔을 들거나 걸음을 걸을 때마다 압력이 우주비행사의 몸을 되밀었다. 사람 몸처럼 생긴 농구공 안에서 걸어 다닌다고 생각해보라. 바로 그것이 가스압력 우주복이었다. 별로 움직일 필요가 없는 조종사에겐 별 문제가 아니지만 이동이 많은 우주비행사로선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움직일 때마다 해야 하는 추가적인 동작이 누적되면 쉽게 지치기 때문이었다.
1960년대 달착륙을 준비할 당시 가스압력 비행복은 검증된 기술이어서 개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사가 외부 보호 기능을 갖춘 가압복 속에 들어간다는 기본 아이디어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달 착륙 미션에서 사용되는 우주복은 우주 유영만이 아니라 달 표면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했다. 내부 가압이 가능한 우주복이 한 가지 해결책이었다. 중세 기사들이 입었던 철갑을 연상시키는 이 우주복은 손과 발을 제외하면 내부의 우주비행사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더 쾌적했다. 그 우주복을 테스트한 기술자들은 옷으로 입는다기보다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 딱딱한 우주복과 그 이후의 변형된 형태들은 미국 우주비행사의 건장함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겨졌다.그러나 딱딱한 우주복은 강인해 보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잘못해서 놓친 도구나 달의 작은 암석에 의해 우주복에 구멍이 뚫리면 큰일이었다.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건축-도시설계 교수로 ‘아폴로 우주복 이야기(Spacesuit: Fashioning Apollo)’를 펴낸 니콜라 드몽쇼는 “외면이 단단한 경우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완전히 끝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부드럽고 여러 층으로 구성된 우주복의 경우 중복을 통한 안전 장치를 확보해 그 안에 있는 비행사는 딱딱한 껍질 아래 있는 것보다 덜 취약하다.
결국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들이 착용한 것은 갑옷 같은 딱딱한 우주복이 아니라 플레이텍스의 부드러운 우주복이었다. 플레이텍스는 수십 년 동안 여성용 체형 보정 속옷을 제조한 역사를 통해 압력·움직임·인체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다루는 경험이 풍부했다. 드몽쇼 교수는 “그처럼 외부 물질에 의해 생긴 구멍에 견딜 수 있고 복잡한 라텍스 조립을 가능케 한 전문지식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린 여성용 거들을 제작한 유연한 노하우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폴로 우주복은 라텍스, 네오프렌, 니트 나일론 안감으로 만들어져 딱딱한 우주복보다 외부 물체가 뚫고 들어가기가 더 어려웠다. 실제로 그 우주복은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해 미국 국기를 안전하게 꽂을 수 있게 해줬다. 드몽쇼 교수는 “1969년 7월 21일 대부분 거미줄처럼 얇은 21겹의 안감만이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피부와 달의 치명적인 진공상태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고 책에서 지적했다.
화성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입을 우주복(화성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X의 CEO 엘론 머스크는 2024년이면 화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도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부드러움인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가압 우주복을 고수해야 할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까?
특히 인간이 6~8개월 동안 우주 여행을 떠날 때는 활동의 편리함과 내구성이 더없이 중요하다. 게다가 화성에 가는 우주비행사는 돔을 건설하고 곳곳을 탐사하고 샘플을 채취하고 과학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 활동에 필요한 우주복은 이전 모델보다 내구성이 더 강하고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좋은 소식은 화성이 달이나 다른 우주 공간보다 인간의 생존에 덜 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지구의 38% 정도인 중력도 있고 온도 변화도 좀 더 온건하다. 따라서 화성용 우주복 설계는 “다른 우주 공간에서 사용될 우주선을 만드는 것보다 상당히 간단하다”고 드몽쇼 교수가 말했다.
그러나 화성은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제기한다. 회오리 바람을 타고 거주지, 탐사 차량, 우주복의 틈을 파고드는 먼지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걸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우주 공간에선 걸어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되는 우주복의 경우 다리 움직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가장 최근의 우주복 발전이 이뤄진 곳이 바로 ISS다). 화성 표면을 가로지르는 이동이 필요할 경우 우주복의 아래쪽 무게를 줄이고 무릎과 발목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발을 헛디뎌 부상을 입지 않도록 표면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외부 화성 표면의 가혹환 환경과 우주복 내 비행사의 움직임에서 생길 수 있는 마모 현상도 고려해야 한다. 초기엔 화성 탐사자들이 한 번에 오랜 시간씩 매일 우주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내부가 지저분해진다. 기퍼드 박사는 “청소뿐만 아니라 떼어내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성 우주복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세척할 수 있고 교체-수리가 가능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모듈 설계가 필요하다고 기퍼드 박사는 말했다.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 팀이 만든 새로운 화성 우주복은 탈착식으로 제거 가능한 부품으로 구성된다. 기퍼드 박사가 HI-SEAS에서 화성 생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그때 테스트한 우주복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다. RISD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코디네이터인 마이클 라이 교수의 지도로 에리카 킴과 캐시아 매틀랙은 모듈 방식으로 다양한 체형과 사이즈(키 150㎝부터 190㎝까지)에 맞을 수 있는 우주복을 설계했다. 어깨를 넓히거나 좁힐 수 있고, 다리를 늘릴 수 있으며, 허리를 죌 수도 있다. 화성의 우주비행사들이 서로 교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든 옷걸이에서 우주복을 가져가 입고 외부로 나갈 수 있다. 하루 작업이 끝나고 주거지로 돌아오면 우주복의 파손됐거나 닳은 부품을 교체한 뒤 세척할 수 있다.
매틀랙 연구원은 “기능과 편안함, 인체공학을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이 교수는 두 연구원이 이전의 보철 디자인을 해본 경험 덕분에 이 프로젝트를 일반적인 개념과 달리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성 우주복 디자인이 유행이다.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를 위해서다. 따라서 그들은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반면 엔지니어들은 강하고 안전하고 기술적 요건에 맞는 우주복을 설계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실제로 우주복을 입는 비행사는 뒷전으로 밀린다.”
RISD 팀의 목표는 디자인 과정에서 현실세계의 인간이 필요한 것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디자인하는 우주복은 다양한 체형의 사람이 착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주비행사의 작업 종류에 따라 또는 휴대 장비에 따라 조절될 수도 있어야 한다. 또 입고 벗기가 쉽고 착용 후 활동에도 더 편안해야 한다. 그들의 우주복은 지난 6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에서 극한 환경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 결과에 따라 수정이 이뤄질 수 있고 내년 HI-SEAS 미션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테스트될 예정이다.
가압 우주복은 검증된 기술이지만 비판자들은 화성에 인간 정착지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이 결여됐다고 말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바이오수트와 소위 말하는 ‘스킨 스투’ 디자인은 가압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옛 방식으로 해결한다. 아주 단단하게 몸을 에워싸는 것이다. 1940년대 일본 가미카제 조종사들을 기억하는가? 기본 기술은 똑같다. 여기선 기계적인 역압력이 가스 가압 우주복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주복의 크기가 훨씬 작다. 머리엔 헬멧이 여전히 필요하다. 호흡 장치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의 다른 부분은 훨씬 더 자유롭고 이동성이 좋다. 한마디로 큰 신체 붕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우주복을 착용하기 위해선 그 속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최초의 ‘스킨 수트’를 입는 데는 3명이 달라붙어서 45분이 걸렸다. 한번에 2.5㎝ 정도씩 몸에 덮어써야 했다. 그만큼 단단하게 조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벗을 때 헐거워지고 입을 때는 몸에 딱 붙도록 수축되는 우주복을 개발해야 했다. MIT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던 브래드 홀슈(현재 미네소타대학 부교수이자 이 학교 부설 웨어러블 기술 실험실의 공동소장이다)는 형상기억 합금으로 특수 코일을 개발했다. 이 코일은 전류를 흘려 가열하면 이전의 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스위치를 끈 상태에선 코일이 든 천이 헐거워진다. 스위치를 켜면 신체를 단단히 감싸는 데 필요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형태로 돌아간다.
홀슈 교수는 “스킨 수트는 일이 잘못될 경우 보호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능을 유지하는 소재를 사용해 우주복이 약간 손상되더라도 그 부위의 피부만 불편할 뿐 생명을 위협하는 감압현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MIT 바이오수트를 데이버 뉴먼과 함께 설계한 길레르모 트로티는 수선 문제에 관한 한 “유지 보수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품을 만들거나 교환하거나 3D 프린터로 출력해야 한다.” 이 우주복에서도 모듈 설계가 핵심이다. 부품이 수리되거나 교체될 수 있다면 우주 공간에 있어도 큰 걱정이 없다. 수트의 크기가 작고 가볍다면 교체 부품을 우주선에 가져가기가 더 쉽다.
화성에 도착할 최초의 용감한 인간에게 선택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둘 다’가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우주복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트로티 연구원은 “가스 가압 헬멧과 흉부 보호대에다 기계적으로 역압력을 가한 팔과 다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팔다리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몸은 생명유지 시스템, 헬멧, 도구 휴대 장치를 장착할 구조를 갖출 수 있다.”
하이브리드 우주복은 화성 표면에서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인체에 가장 필요한 것을 아우를 수 있다. 우주복은 인간이 입는 또 다른 의복이 아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집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퍼드 박사는 우주복이 반드시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다면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다.”
- 스타 바턴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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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임무의 성공적인 완수를 위해선 우주복이 추진엔진과 로켓 연료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셰이나 기퍼드 박사는 우주복의 능력과 한계에 따라 우리가 그 먼 화성에 어렵사리 도착한 뒤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하와이 우주탐사 아날로그 시뮬레이션(HI-SEAS)’ 4 프로젝트에서 화성과 흡사한 환경의 하와이 산기슭에 돔을 만들어 그 속에서 8개월 동안 고립된 생활을 하며 다양한 우주복을 테스트했다. 좋은 우주복은 개인용 우주선과 같다. 생존을 유지해주는 동시에 생활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기퍼드 박사는 말했다.
또 실용적이어야 한다. 기퍼드 박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끈을 묶을 수 있는가? 수도를 틀거나 잠그는 핸들을 돌릴 수 있는가? 발을 헛디디거나 넘어지지 않게 해주는 동시에 조명등과 카메라를 장착하고 물을 운반할 수 있는가? 부품이 튼튼하면서도 교체나 교환 또는 업그레이드가 가능한가? 이런 요소를 전부 고려해야 한다.” 우주복 전문가는 모두 그런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르고 경쟁하는 두 가지의 우주복 디자인이 제시됐다.
이 새로운 우주복은 과거의 우주비행복과 사뭇 다르지만 우주복 역사를 어느 정도 알면 현재의 우주복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해하고 미래의 우주복을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중력이 혈액을 극단으로 몰아붙여 비행사가 기절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의 대공화기를 피해 목표물을 폭격하기 위한 전술에 사용되던 일본의 급강하 폭격기를 몬 조종사들은 몸을 고무밴드로 단단히 감쌌다. 몸에 가해지는 압력이 뇌의 혈액을 유지하도록 했다. 고고도의 초고속 작전에선 그게 매우 중요했다. 나중에 가스압력 비행복이 개발됐다. ‘인간 모습의 타이어’로 묘사된 가스압력 비행복은 조종사가 받는 압력을 편안한 수준으로 유지해줬다.
머큐리와 제미니 미션에서 사용된 첫 우주복은 그런 고고도 비행사의 복장을 수정한 형태였다. 우주비행사가 가만히 앉아서 조종만 할 때는 괜찮았지만 움직여야 할 때는 문제가 많았다. 팔을 들거나 걸음을 걸을 때마다 압력이 우주비행사의 몸을 되밀었다. 사람 몸처럼 생긴 농구공 안에서 걸어 다닌다고 생각해보라. 바로 그것이 가스압력 우주복이었다. 별로 움직일 필요가 없는 조종사에겐 별 문제가 아니지만 이동이 많은 우주비행사로선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움직일 때마다 해야 하는 추가적인 동작이 누적되면 쉽게 지치기 때문이었다.
1960년대 달착륙을 준비할 당시 가스압력 비행복은 검증된 기술이어서 개선될 수 있었다. 그러나 비행사가 외부 보호 기능을 갖춘 가압복 속에 들어간다는 기본 아이디어는 그대로였다. 하지만 달 착륙 미션에서 사용되는 우주복은 우주 유영만이 아니라 달 표면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야 했다. 내부 가압이 가능한 우주복이 한 가지 해결책이었다. 중세 기사들이 입었던 철갑을 연상시키는 이 우주복은 손과 발을 제외하면 내부의 우주비행사를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 때문에 더 쾌적했다. 그 우주복을 테스트한 기술자들은 옷으로 입는다기보다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 딱딱한 우주복과 그 이후의 변형된 형태들은 미국 우주비행사의 건장함을 드러내는 상징으로 여겨졌다.그러나 딱딱한 우주복은 강인해 보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잘못해서 놓친 도구나 달의 작은 암석에 의해 우주복에 구멍이 뚫리면 큰일이었다. 캘리포니아대학(버클리 캠퍼스) 건축-도시설계 교수로 ‘아폴로 우주복 이야기(Spacesuit: Fashioning Apollo)’를 펴낸 니콜라 드몽쇼는 “외면이 단단한 경우 작은 구멍이라도 생기면 완전히 끝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부드럽고 여러 층으로 구성된 우주복의 경우 중복을 통한 안전 장치를 확보해 그 안에 있는 비행사는 딱딱한 껍질 아래 있는 것보다 덜 취약하다.
결국 달에 착륙한 우주비행사들이 착용한 것은 갑옷 같은 딱딱한 우주복이 아니라 플레이텍스의 부드러운 우주복이었다. 플레이텍스는 수십 년 동안 여성용 체형 보정 속옷을 제조한 역사를 통해 압력·움직임·인체의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다루는 경험이 풍부했다. 드몽쇼 교수는 “그처럼 외부 물질에 의해 생긴 구멍에 견딜 수 있고 복잡한 라텍스 조립을 가능케 한 전문지식은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린 여성용 거들을 제작한 유연한 노하우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아폴로 우주복은 라텍스, 네오프렌, 니트 나일론 안감으로 만들어져 딱딱한 우주복보다 외부 물체가 뚫고 들어가기가 더 어려웠다. 실제로 그 우주복은 미국 우주비행사들이 달에 착륙해 미국 국기를 안전하게 꽂을 수 있게 해줬다. 드몽쇼 교수는 “1969년 7월 21일 대부분 거미줄처럼 얇은 21겹의 안감만이 닐 암스트롱과 버즈 올드린의 피부와 달의 치명적인 진공상태 사이를 가로막고 있었다”고 책에서 지적했다.
화성에서 우주비행사들이 입을 우주복(화성 식민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스페이스X의 CEO 엘론 머스크는 2024년이면 화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도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종류의 부드러움인지에 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가압 우주복을 고수해야 할까 아니면 완전히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까?
특히 인간이 6~8개월 동안 우주 여행을 떠날 때는 활동의 편리함과 내구성이 더없이 중요하다. 게다가 화성에 가는 우주비행사는 돔을 건설하고 곳곳을 탐사하고 샘플을 채취하고 과학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그런 활동에 필요한 우주복은 이전 모델보다 내구성이 더 강하고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좋은 소식은 화성이 달이나 다른 우주 공간보다 인간의 생존에 덜 적대적이라는 사실이다. 지구의 38% 정도인 중력도 있고 온도 변화도 좀 더 온건하다. 따라서 화성용 우주복 설계는 “다른 우주 공간에서 사용될 우주선을 만드는 것보다 상당히 간단하다”고 드몽쇼 교수가 말했다.
그러나 화성은 다른 종류의 어려움을 제기한다. 회오리 바람을 타고 거주지, 탐사 차량, 우주복의 틈을 파고드는 먼지가 대표적이다. 게다가 걸어야 하는 문제도 있다. 우주 공간에선 걸어 다닐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사용되는 우주복의 경우 다리 움직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가장 최근의 우주복 발전이 이뤄진 곳이 바로 ISS다). 화성 표면을 가로지르는 이동이 필요할 경우 우주복의 아래쪽 무게를 줄이고 무릎과 발목의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발을 헛디뎌 부상을 입지 않도록 표면을 감지할 수 있어야 한다.
게다가 외부 화성 표면의 가혹환 환경과 우주복 내 비행사의 움직임에서 생길 수 있는 마모 현상도 고려해야 한다. 초기엔 화성 탐사자들이 한 번에 오랜 시간씩 매일 우주복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내부가 지저분해진다. 기퍼드 박사는 “청소뿐만 아니라 떼어내 교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화성 우주복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세척할 수 있고 교체-수리가 가능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모듈 설계가 필요하다고 기퍼드 박사는 말했다.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RISD) 팀이 만든 새로운 화성 우주복은 탈착식으로 제거 가능한 부품으로 구성된다. 기퍼드 박사가 HI-SEAS에서 화성 생활 시뮬레이션을 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그때 테스트한 우주복에서 힌트를 얻은 작품이다. RISD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코디네이터인 마이클 라이 교수의 지도로 에리카 킴과 캐시아 매틀랙은 모듈 방식으로 다양한 체형과 사이즈(키 150㎝부터 190㎝까지)에 맞을 수 있는 우주복을 설계했다. 어깨를 넓히거나 좁힐 수 있고, 다리를 늘릴 수 있으며, 허리를 죌 수도 있다. 화성의 우주비행사들이 서로 교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누구든 옷걸이에서 우주복을 가져가 입고 외부로 나갈 수 있다. 하루 작업이 끝나고 주거지로 돌아오면 우주복의 파손됐거나 닳은 부품을 교체한 뒤 세척할 수 있다.
매틀랙 연구원은 “기능과 편안함, 인체공학을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라이 교수는 두 연구원이 이전의 보철 디자인을 해본 경험 덕분에 이 프로젝트를 일반적인 개념과 달리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화성 우주복 디자인이 유행이다. 대부분 할리우드 영화를 위해서다. 따라서 그들은 그럴싸하게 보이도록 만든다. 반면 엔지니어들은 강하고 안전하고 기술적 요건에 맞는 우주복을 설계한다. 하지만 그들 사이에서 실제로 우주복을 입는 비행사는 뒷전으로 밀린다.”
RISD 팀의 목표는 디자인 과정에서 현실세계의 인간이 필요한 것을 충족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디자인하는 우주복은 다양한 체형의 사람이 착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우주비행사의 작업 종류에 따라 또는 휴대 장비에 따라 조절될 수도 있어야 한다. 또 입고 벗기가 쉽고 착용 후 활동에도 더 편안해야 한다. 그들의 우주복은 지난 6월부터 미국 캘리포니아 주 모하비 사막에서 극한 환경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들어갔다. 그 결과에 따라 수정이 이뤄질 수 있고 내년 HI-SEAS 미션에서 좀 더 본격적으로 테스트될 예정이다.
가압 우주복은 검증된 기술이지만 비판자들은 화성에 인간 정착지를 건설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이 결여됐다고 말한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바이오수트와 소위 말하는 ‘스킨 스투’ 디자인은 가압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옛 방식으로 해결한다. 아주 단단하게 몸을 에워싸는 것이다. 1940년대 일본 가미카제 조종사들을 기억하는가? 기본 기술은 똑같다. 여기선 기계적인 역압력이 가스 가압 우주복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주복의 크기가 훨씬 작다. 머리엔 헬멧이 여전히 필요하다. 호흡 장치를 부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몸의 다른 부분은 훨씬 더 자유롭고 이동성이 좋다. 한마디로 큰 신체 붕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우주복을 착용하기 위해선 그 속에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최초의 ‘스킨 수트’를 입는 데는 3명이 달라붙어서 45분이 걸렸다. 한번에 2.5㎝ 정도씩 몸에 덮어써야 했다. 그만큼 단단하게 조여야 한다는 뜻이다.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벗을 때 헐거워지고 입을 때는 몸에 딱 붙도록 수축되는 우주복을 개발해야 했다. MIT의 박사 후 과정 연구원이던 브래드 홀슈(현재 미네소타대학 부교수이자 이 학교 부설 웨어러블 기술 실험실의 공동소장이다)는 형상기억 합금으로 특수 코일을 개발했다. 이 코일은 전류를 흘려 가열하면 이전의 형태로 돌아갈 수 있다. 따라서 스위치를 끈 상태에선 코일이 든 천이 헐거워진다. 스위치를 켜면 신체를 단단히 감싸는 데 필요한 압력을 가할 수 있는 형태로 돌아간다.
홀슈 교수는 “스킨 수트는 일이 잘못될 경우 보호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능을 유지하는 소재를 사용해 우주복이 약간 손상되더라도 그 부위의 피부만 불편할 뿐 생명을 위협하는 감압현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MIT 바이오수트를 데이버 뉴먼과 함께 설계한 길레르모 트로티는 수선 문제에 관한 한 “유지 보수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품을 만들거나 교환하거나 3D 프린터로 출력해야 한다.” 이 우주복에서도 모듈 설계가 핵심이다. 부품이 수리되거나 교체될 수 있다면 우주 공간에 있어도 큰 걱정이 없다. 수트의 크기가 작고 가볍다면 교체 부품을 우주선에 가져가기가 더 쉽다.
화성에 도착할 최초의 용감한 인간에게 선택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둘 다’가 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우주복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뜻이다. 트로티 연구원은 “가스 가압 헬멧과 흉부 보호대에다 기계적으로 역압력을 가한 팔과 다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야 팔다리는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몸은 생명유지 시스템, 헬멧, 도구 휴대 장치를 장착할 구조를 갖출 수 있다.”
하이브리드 우주복은 화성 표면에서의 움직임을 제한하지 않으면서 인체에 가장 필요한 것을 아우를 수 있다. 우주복은 인간이 입는 또 다른 의복이 아니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의 집에서 아주 작은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퍼드 박사는 우주복이 반드시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다면 아무도 목숨을 잃지 않을 것이다.”
- 스타 바턴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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