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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덩치 커지기보다 근육 늘어날 듯

[김재현의 차이나 인사이드] 덩치 커지기보다 근육 늘어날 듯

중국 대표 이코노미스트의 2018년 중국 경제 전망 … 질적인 성장단계 진입
올해 중국 경제는 6.8%의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무난한 수준이다. 부동산 가격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로 연착륙하는 것처럼 보이고 주식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소폭 상승했다. 내년 중국 경제는 어떨까? 2018년이 눈 앞으로 다가오면서 많은 중국 증권사들이 내년 경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증권사의 이코노미스트 중에는 경력이 화려한 사람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을 거치거나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 경력을 가진 이코노미스트가 수두룩하다. 이들과 달리 리쉰레이는 중국 토종 증권사에서 경험을 쌓은 국내파다. 중국 4대 증권사인 국태국안증권 연구소에 들어가서 연구소장까지 지냈다. 학력도 석사에 불과하지만, 중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이코노미스트 중 하나다. 최근 그가 ‘2018년 중국 거시경제와 자산배분 전망’을 발표했다. 리쉰레이의 내년 중국 경제 분석을 들어보자.

스톡이 주도하는 성장 단계에 진입:
우선 2018년 경제성장률은 다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경제가 양적으로는 성장속도가 둔화되는 구간에 놓여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급과잉 산업의 생산이 제한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질적으로는 개선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모두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아졌다며 중국 경제의 효율성이 제고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리쉰레이는 중국 경제가 플로우(유량, 증가하는 부분) 대신 스톡(저량, 이미 존재하는 부분)이 주도하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비유를 들자면,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이제 중국 경제가 덩치가 커지기보다 기존의 상태에서 근육을 생성하는 질적인 성장궤도에 진입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1년부터 중국 경제의 성장속도가 둔화된 이후 부채비율이 올라가도 경제성장률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스톡의 질적인 개선이 주도하는 성장 단계에서는 추세적인 기회보다는 구조적인 기회가 많을 거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플로우가 주도하는 성장 단계에서는 추세적인 기회가 많았다. 2000년 이후 상승만 지속하는 중국 부동산시장이 대표적인 실례다. 리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동산 가격도 오르거나 떨어질 수 있고 지역별로 격차가 발생할 거라는 얘기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중국 주식시장은 급등하고 나서 급락하는 일이 빈번했다. 2006~2007년의 대세상승 후 70% 급락했고 2014~2015년에도 두 배 올랐다가 거의 반 토막 났다. 요즘 들어 상하이증시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소폭이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중국 경제의 추세 변화를 반영한다. 올해 중국 증시는 코스피와 비슷하게 대형주 위주의 장세를 보여줬다. 주식 중 3분의 2가 하락했지만, 대형주는 수익률이 괜찮았다. 대형주 위주의 상하이메인보드가 성장주 위주의 차스닥보다, 홍콩상장주식이 본토상장 A주보다 수익률이 좋은 것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미래 산업은 연구개발 투자에 좌우:
아무래도 증권사 이코노미스트인 만큼 증시 전망이 빠질 수 없다. 리 이코노미스트는 연구개발 비용을 가지고 투자 유망 업종을 가려냈다. 중국 정부는 R&D 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다. 구체적으로 13차 5개년경제규획(13·5규획)은 2020년까지 R&D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2.2%에서 2.5%로 늘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산업에 R&D 투자가 집중되는지가 중요한데, 주로 컴퓨터, 통신·전자설비, 전기전자, 자동차 및 제약업종에 연구개발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업종이 컴퓨터·자동차·제약이다.

투입이 증가하면 산출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연구개발이 집중되는 업종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중국의 R&D 투자는 민간 부문보다는 정부 비중이 크고 정부가 투자하는 산업에 민간투자도 집중된다. 최근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중점 투자하는 산업은 반도체다. 리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반도체산업이 선두주자를 추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며 그 이유로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의 집적도가 18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이다. 그동안 반도체산업의 생산성이 빠른 속도로 향상되면서 후발주자인 중국 반도체 업체가 선두주자를 따라잡을 수 없었지만, 무어의 법칙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중국이 쫓아갈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다. 중국의 반도체 수입 금액은 원유 수입금액보다 많을 정도로 막대하다. 따라서 중국 입장에서 반도체산업 육성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전방위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설립된 반도체산업펀드 규모도 1조 위안(약 180조원)이 넘는다.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는 과정에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은 엄청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물론 실현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중국의 대표 블루칩:
2018년 전망은 2002년에 선정한 중국의 블루칩을 돌아보는 내용으로 마무리됐다. 가장 흥미진진한 부분이다. 2002년 국태국안증권 연구소장으로 있을 때, 리 이코노미스트는 각 업종 애널리스트와 함께 미래의 업종 대표주를 30개 선정해 [미래의 블루칩]이라는 책으로 출판했다. 30개 종목 중 12개 종목이 업종 대표주로 성장했다. 재밌는 것은 업종 대표주로 성장했다고 해서 반드시 수익률이 높은 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바오산철강(바오강)은 철강업종 대표주지만, 15년 동안의 수익률은 331%에 불과했다. 지난 15년을 돌이켜보면, 업종 대표주보다 주도 업종을 고르는 게 더 중요했다. 철강·기계 같은 전통산업은 수익률이 낮았고 신흥 성장산업, 소비재 업종 대표주들의 수익률이 높았다. 특히 바이주 같은 중국 고유 브랜드가 많은 업종이 탁월한 수익률을 보여줬다.

바이주에서는 1위인 마오타이 대신 2위인 우량예를 선정했는데, 수익률이 1885%에 달했다(마오타이의 수익률은 100배가 넘었다). 그 밖에도 통런탕, 윈난바이야오(云南白藥) 등 유서 깊은 브랜드를 가진 종목이 높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하이뤄시멘트·하이얼전기 같은 시멘트·가전 업종의 대표 종목도 각각 15배, 9배 정도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리 이코노미스트는 증시에 투자할 때 장기 투자를 지향하면서 신흥 성장업종의 대표주를 고르면 10년 동안 10배 상승하는 10루타 종목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제약업종의 수익률이 1위였다. 최근 우리 증시의 바이오 열풍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2002년 업종 대표주로 꼽은 하얼빈 제약은 원료생산 위주라서 상승폭이 상하이지수와 비슷한 수준에 그쳤지만, 항암제를 연구하는 헝루이제약은 70배가 올랐다. 중국의 인구 노령화와 소득 증대에 따른 결과다.

마지막 코멘트도 인상적이다. 리 이코노미스트는 2년 전에 선전과 홍콩은 바로 옆에 있지만, 선전 차스닥은 전 세계에서 밸류에이션이 가장 높고 홍콩증시는 전 세계에서 밸류에이션이 가장 낮은 시장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리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홍콩주식의 수익률이 차스닥보다 훨씬 좋았다며 투자자는 저평가되고 성장성이 있는 주식에 투자해야 하며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르지만, 신념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홍콩증시처럼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얘기다.

※ 김재현(zorba00@gmail.com) - 고려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중국 베이징대에서 MBA를, 상하이교통대에서 금융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칼럼니스트로서 중국 경제·금융 연구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중국 도대체 왜 한국을 오해하나], [파워 위안화: 벨 것인가 베일 것인가(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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