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비밀군대
푸틴의 비밀군대
러시아 용병은 크렘린이 공식적인 개입 없이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편리한 도구 제공해 시리아 동부 사막 지대의 데이르 에즈-조르 부근에 가면 한 무리의 돌무덤이 나타난다. 그 가운데 세워진 비목엔 동방정교 십자가와 글이 불로 지져 새겨져 있다. ‘2017. SAR(시리아아랍공화국)에서 전사 또는 작전 중 실종된 투사들을 영원히 기리며.’ 기관총 탄띠, 대구경 탄환, 러시아 육군 헬멧으로 장식된 그 돌무덤에서 고인의 이름은 전시 별명으로만 표시돼 있다. ‘투사, 집행자, 전갈, 나이팅게일.’
그들 전부 시리아 전쟁에서 스러져간 러시아인 용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들의 실명은 어떤 사망자 명단에도 나오지 않는다. 러시아는 시리아 전쟁에서 그들이 맡은 역할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비밀군인인 그들에겐 그 돌무덤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한계다.
러시아 법에 따르면 용병 활용은 불법이다. 그러나 적어도 1990년대부터 러시아 정부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해외 군사작전에 그들을 동원했다. 언제든 러시아 군인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보스니아와 트란스니스트리아(몰도바의 자치공화국으로 러시아로 편입되길 원한다)에선 러시아군이 공식적으론 중립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면서 뒤로는 은밀히 ‘자원 전사’ 팀을 지원해 전투를 수행토록 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교정책 실행의 중요한 요소로서 용병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동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환점은 2014년 3월 18일 새벽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크림 자치공화국에 속하는 세바스토폴의 러시아군 기지에서 러시아 정규군 부대가 소속 휘장과 계급장을 떼고 이동해 크림반도 전역의 주요 군사표적을 점령했다. 그때 복면 차림의 미확인 전사 집단이 그들을 도와 방송국과 지방정부 청사를 급습했다. 서방 분석가들과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에 따르면 그중엔 러시아를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경찰과 현지 갱단도 있었지만 다수는 용병이었다.
그해 늦여름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이 벌어지자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은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잘 조직된 용병부대를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와 루한스크 주)의 전투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러시아군 출신으로 대부분 북캅카스에서 모집됐다. “그 이래 용병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크렘린이 감행하는 지정학적 모험의 핵심 수단”이 됐다고 체코 프라하 소재 국제관계연구소(IIR)의 마크 갈레오티 선임연구원이 말했다.
크렘린은 전투행위 자체를 용병에 외주를 줌으로써 우크라이나 내전 같은 분쟁에 은밀하게 개입할 수 있었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을 공식적으로 부인한다). 아울러 용병 동원으로 시리아 내전처럼 선전포고된 전쟁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활동을 강화하면서도 사상자를 발표할 필요가 없어져 국내 지지를 유지하기가 더 쉽다.
우크라이나·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은밀한 군사 활동을 분석하는 팩트체크 그룹으로 러시아에 본부를 둔 ‘분쟁정보팀(CIT)’에서 일하는 키릴 미하일로프는 “용병 활용은 크렘린의 해외원정 모험을 위해 총알받이를 제공하는 불법적인 방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들은 용병이기 전에 러시아인이다. 우린 해외에서 푸틴의 지저분한 일을 대신하다가 죽어간 러시아인에 관해 알 권리가 있다.”
시리아·우크라이나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는 민간군사업체와 러시아 정규군 사이의 관계가 어떤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독립적인 탐사보도 매체 폰탄카(fontanka.ru)는 러시아가 그간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등지의 분쟁 지역에 민간 용병을 고용해 투입했다고 폭로하면서 전사한 용병에게 푸틴 대통령이 훈장을 수여했다며 훈장과 사망자 사진을 곁들여 보도했다. 폰탄카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불법이라 아르헨티나에 등록된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은 약 1000명의 회원을 두고 운영 중이다. 또 크렘린은 조국에 봉사하는 용병업체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치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2월 GRU 중령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크렘린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한 것이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바로 그가 바그너 그룹을 설립한 인물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우트킨을 개인제재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그의 바그너 그룹이 시리아에서 싸우는 러시아 용병의 주된 모집책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예프게니 프리고진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요식업 사업가인 그는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캐비어와 송로버섯을 대접해 언론으로부터 ‘푸틴의 전속 셰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생일파티와 정상회담 만찬을 도맡아 준비할 만큼 측근으로 꼽힌다. 미국 재무부는 프리고진이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석유·무역회사인 에브로 폴리스에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금융·여행 제재 대상에 올렸다.
러시아의 야당 지도자이자 반부패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에브로 폴리스와 러시아 국방부 사이의 긴밀한 유착 관계를 폭로했다. 또 폰탄카는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의 시리아 활동을 후원한다고 밝혔다. 에브로 폴리스의 웹사이트를 보면 사업 영역이 광업, 석유·천연가스 생산으로 나와 있으며 2016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지사를 설립했다. 에브로 폴리스나 프리고진이 소유한 업체 콩코드 매니지먼트는 뉴스위크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우트킨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러시아의 비밀스러운 사설 군사업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로 부상했다. 미국 해군 특전단(네이비실) 출신으로 2차 이라크전에서 민간경호요원 수만 명을 제공한 세계 최대 용병 회사인 미국의 민간군사업체 ‘블랙워터’를 세운 에릭 프린스처럼 우트킨도 러시아의 군사 배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블랙워터와 달리 우트킨의 용병은 러시아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고 외면적으론 아무런 관계가 없다. 또 경비나 경호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용병과 달리 바그너 그룹의 용병은 최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반정부 성향의 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군사 분석가 파벨 펠겐하우어는 “미국 용병은 유전을 보호하는 등 정규군의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그너 그룹 같은 러시아 업체는 아프리카 용병과 더 비슷하다.” 1990년대 앙골라와 시에라리온 정부가 마르크스주의 봉기를 잔혹하게 진압하기 위해 고용한 악명 높은 ‘이그제튜티브 아웃컴스(Executive Outcomes)’가 그 예다.
우트킨은 1970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군정보국 산하 특수부대 스페츠나즈 여단을 지휘한 그는 2013년 퇴역하면서 ‘모란 시큐리티 그룹’이라는 사설 군사업체에 들어갔다. 그들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전역의 해적 단속 작전과 보안·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라디오 프리 유럽의 2016년 탐사보도에 따르면 모란 시큐리티 그룹의 고위 간부들은 시리아의 유전과 파이프라인을 보호하기 위해 201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슬라보닉 코프’라는 업체를 세워 러시아군 출신을 고용했다. 우트킨은 그들의 지휘관 중 한 명이었다. 그 임무는 실패로 끝났다고 알려졌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미국 민간 보안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슬라보닉 코프는 장비도 열악하고 지휘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그 소식통은 “용병의 경우 대부분 민간기업과 정부의 이익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게 요점이다. 시리아에 투입된 슬라보닉 코프는 둘 다를 추구한 것 같다. 러시아 석유회사들이 시리아 진출을 원했고 크렘린도 비공식적으로 그곳에 주둔하기를 원했다.”
그런 실패에도 우트킨은 2014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을 설립했다(자신의 가명을 딴 회사명으로 그는 나치 독일에 매료됐다고 알려졌다). 펠겐하우어에 따르면 우트킨은 곧바로 크렘린의 핵심적인 비공식 피고용인이 됐다. 우트킨은 러시아군 출신 용병을 이끌고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반군이 장악한 루한스크 주에 나타났다(그들은 현지 반군에 합류해 우크라이나군과 싸웠다). 바그너 그룹의 용병은 “러시아의 직접적인 대리인”이라고 펠겐하우어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공식적으론 러시아 정부와 아무런 관련 없는 독립적인 집단이라 러시아와의 관계를 부인할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로서도 ‘우린 그들과 아무 상관없고 그들에 관해 아는 바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우트킨의 부하들은 실력 있고 무자비하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2014년 6월 루한스크 국제공항에서 우크라이나 비행기를 격추한 작전에 참여했다(그 비행기를 탔던 우크라이나 공수부대원 40명이 사망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그들이 2015년 초 데발트세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패퇴시킨 작전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바그너 그룹은 크렘린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우크라이나 반군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데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은 우트킨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내무장관 이고르 코르네트 사이의 직접적인 연계를 입증하는 음성 기록이라며 녹취록을 제시했다. 내용은 러시아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반군 지휘관을 제거하라고 바그너 그룹에 내리는 지시로 알려졌다.
2016년 3월 러시아 국수주의 웹사이트 스푸트니크-포그롬은 바그너 그룹이 동부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주에서 러시아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반군 전사 10명 이상과 그들의 지휘관을 제거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은 바그너 그룹이 전차와 포병의 지원을 받아 크라스노돈에 있는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오데사 여단기지를 포위한 뒤 그들을 무장해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본부를 둔 자원봉사단체로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개입에 관한 SNS 증거를 수집하는 인폼네이팜(InformNapalm)은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여러 러시아 용병업체 중 하나라고 확인했다. 그곳에서 바그너 그룹의 작전은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주의 반군과 용병들이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고 크렘린의 지원을 받는 동부 우크라이나의 분리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2015년 9월 러시아의 시리아 전쟁 공식 개입이 시작되면서 바그너 그룹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GRU는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 부근의 몰키노에 제10 특수전 여단 본부를 설립했다. 바그너 그룹에 소속된 대원 타메르란 가츠마조프의 가족에 따르면 그 본부는 바그너 그룹이 모집한 용병의 훈련소였다. 카츠마조프의 가족은 그가 시리아에서 실종되자 그곳을 찾아가 항의했고, 그 문제와 관련해 독립노선의 방송국 도즈드 TV와 인터뷰를 했다.
용병들은 대개 서방 기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남자는 뉴스위크에 자신이 2015년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도네츠크 민병대 소속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동안 주요 민간군사업체에 의해 시리아 작전을 위해 모집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세르게이라고만 밝히며 올해 30세로 도네츠크 주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전투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말한 세부 사항은 시리아에서 싸운 다른 용병들이 러시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과 일치한다. 세르게이는 뉴스위크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애국심이 아니라 돈 때문에 용병 모집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대다수는 돈을 벌기 위해 용병이 된다. 그들은 월급으로 15만 루블(약 280만원)을 제시했다. 고향 도네츠크 주에선 운이 좋아야 월 1만5000루블을 받을 수 있다. 모집관들은 우리에게 주로 통신선과 기지를 경비하는 안전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는 동료들과 함께 민간인 엔지니어로 위장하고 시리아 라타키아로 갔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뒤 치열한 전투에 참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됐다. 세르게이는 “훈련은 상당히 기본적이었지만 군기는 엄했다”고 말했다. “우린 라타키아 부근의 캠프에 있는 동안 마음대로 샤워도 못했으며 누군가 음주로 적발되면 부대 전체가 벌금을 물어야 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 측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 1명 사살에 5000루블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본인이 심한 부상을 입으면 90만 루블의 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또 전사한 대원의 가족에겐 300만 루블을 지급하겠다고 회사 측은 약속했다. 세르게이가 아는 한 급여는 약속대로 지급됐다.
CIT의 데이터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2015∼17년 시리아에 용병 약 3000명을 파견했다. 시리아에 공식 파견된 러시아군 병력(약 4000명)에 근접하는 인원이다. 게다가 바그너 그룹은 전략적 전투의 선봉에 섰다. 2016년 시리아의 고도 팔미라를 IS에서 탈환하는 전투가 대표적이었다. 팔미라가 탈환되자 크렘린은 그곳의 고대 원형 경기장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공연을 열었다(러시아의 유명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바흐와 로디온 셰드린,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1시간가량 연주했다).
‘용병(Licensed to Kill: Hired Guns in the War on Terror)’의 저자 로버트 영 펠튼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바그너 그룹 대원들은 대부분 “전선의 군사고문단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그들은 훈련을 담당하고 전선에서 표적으로 화력과 이동을 유도했다.” 펠튼은 데이르 에즈-조르에서 활동하는 취재원 중 한 명에게 러시아 용병의 수준은 “그리 대단치 않다”며 “프로가 별로 없고 사상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펠튼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 용병들은 대부분 훈련과 시리아군의 이동·사격·통신을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그들은 러시아 공군의 공습을 지원했다(러시아의 공습으로 시리아의 전세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다).
군사분석가 펠겐하우어는 아사드 정부의 전세 뒤집기에서 바그너 그룹 등 러시아 민간업체의 용병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대공화기와 포, 로켓 시스템 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정예 보병 전문가들이었다.” 공식적인 미군 계약업체들에 비해 바그너 그룹 대원들은 책임이 훨씬 가볍다. 분석가들은 그들의 작전 성공에는 큰 대가가 따랐을 것이라고 본다. 폰탄카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전사한 러시아 용병은 최소 73명이다. 그러나 CIT는 전사자가 그보다 많은 101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 당국은 그런 죽음을 은폐하려 했지만 몇몇 독립적인 인터넷 매체가 분노한 가족들과 인터뷰를 했다. 또 지난해 10월 IS는 포로로 잡은 바그너 그룹 용병 2명의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들은 러시아 국적인 그리고리 추르카누와 로만 자볼로트니라고 신원을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그들에 관해 아는 바 없다고 주장했고 외무부 대변인은 그들이 러시아인인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추르카누의 부모는 아들이 포로로 잡힌 지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도즈드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그너 그룹이 언론 인터뷰를 못하게 막았으며 나중엔 그들로부터 아들이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추르카누의 어머니는 울먹이면서 “내가 순진했다”고 돌이켰다. “‘우리는 러시아인을 버리진 않는다’고 푸틴은 말했다. 난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 바그너 그룹인지 뭔지는 모두 지옥에나 가라.”
크렘린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도 바그너 그룹의 공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트킨과 그의 참모 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납치와 강도 전과가 있다)는 무공훈장을 4차례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바그너 그룹의 제4 정찰공격 부대 지휘관인 안드레이 보가토프(시리아 팔미라 전투에서 한쪽 팔을 잃었다)와 함께 2016년 12월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보가토프와 트로셰프도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봉사를 기리는 러시아 영웅 훈장을 받았다고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사진이 진짜임을 확인했지만 훈장에 관해선 확인해주지 않았다.
프란츠 클린체비치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뉴스위크에 “시리아 정부의 로비로 그런 훈장이 수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가 ‘이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포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공식적인 관계는 없다.”
클린체비치 위원장은 수년 동안 러시아에서 용병을 합법화하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 그는 “미국의 경험을 활용해 사설 군사업체를 정규군의 활동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을 누가 지휘하느냐를 두고 국방부와 보안당국 사이에 갈등이 있어 필요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그들은 AK-47 소총만이 아니라 상당한 화력을 가진 무기를 소지하기 때문에 그들을 관리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의 세르게이 젤레즈니야크 외교위원회 부위원장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미국은 언제나 자유롭게 사설 군사업체를 동원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 그러나 용병회사의 합법화에 관한 그런 논의는 핵심을 비켜간다고 일부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러시아 용병이 미국의 용병업체(사실 미국에서도 논란이 된다)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점은 크렘린이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 사이의 비공식적인 긴밀한 관계를 이용해 러시아군이 공식적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용병들을 배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작전에 민간 용병을 동원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해왔다. 그는 총리 시절인 2012년 민간 용병 회사를 “직접 개입하지 않고 국익을 수행할 도구”라며 합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용병은 크렘린의 ‘하이브리드’ 전쟁을 위한 완벽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위장 부대와 용병을 동원해 국익을 도모하는 전쟁을 가리킨다. IIR의 갈레오티 연구원은 “바그너 그룹은 겉으로 민간부문의 조직처럼 보이고 때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만 국가가 필요로 할 때마다 그 뜻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 같은 용병회사는 아주 흔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의 극단적인 사례다. 민간기업이 크렘린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에서 동원될 뿐 아니라 이젠 해외 전쟁에도 참가한다.”
크렘린은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으로 중동의 파워 브로커가 되려는 야심을 되살렸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 용병은 크렘린의 공식적인 개입 없이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를 제공한다. 펠겐하우어는 “바그너 그룹은 비교적 잘 조직된 용병업체로 상당히 쓸모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또 다른 용병업체 RSB 그룹에 소속된 대원들은 리비아 벵가지 부근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군벌 칼리파 하르트르가 점령한 지역의 지뢰제거 작업에 동원됐다. RSB 설립자 올레그 크리니친은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지 시멘트 회사의 초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 최근엔 러시아 정규군이 이집트 시디 바라니의 공군기지에 진입했다. 이집트-리비아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곳이다. 또 그 부근의 메르사 마트루 항구의 기지엔 22명으로 구성된 러시아 특수부대가 배치됐다. 그러나 러시아 용병이 여전히 하프타르를 지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러시아는 시리아 전쟁 개입을 마무리짓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엔 용병을 어디로 보낼까? 러시아 비밀군인의 이름 없는 돌무덤이 또 어디서 생겨날까? 그점을 무척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 오언 매튜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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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 전부 시리아 전쟁에서 스러져간 러시아인 용병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들의 실명은 어떤 사망자 명단에도 나오지 않는다. 러시아는 시리아 전쟁에서 그들이 맡은 역할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의 비밀군인인 그들에겐 그 돌무덤이 공식적으로 인정 받을 수 있는 한계다.
러시아 법에 따르면 용병 활용은 불법이다. 그러나 적어도 1990년대부터 러시아 정부는 드러내고 싶지 않은 해외 군사작전에 그들을 동원했다. 언제든 러시아 군인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보스니아와 트란스니스트리아(몰도바의 자치공화국으로 러시아로 편입되길 원한다)에선 러시아군이 공식적으론 중립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면서 뒤로는 은밀히 ‘자원 전사’ 팀을 지원해 전투를 수행토록 했다. 그러나 지난 4년 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교정책 실행의 중요한 요소로서 용병을 적극 활용했다. 특히 동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였다. 그 전환점은 2014년 3월 18일 새벽이었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크림 자치공화국에 속하는 세바스토폴의 러시아군 기지에서 러시아 정규군 부대가 소속 휘장과 계급장을 떼고 이동해 크림반도 전역의 주요 군사표적을 점령했다. 그때 복면 차림의 미확인 전사 집단이 그들을 도와 방송국과 지방정부 청사를 급습했다. 서방 분석가들과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에 따르면 그중엔 러시아를 지지하는 우크라이나 경찰과 현지 갱단도 있었지만 다수는 용병이었다.
그해 늦여름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내전이 벌어지자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은 훨씬 더 규모가 크고 잘 조직된 용병부대를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주와 루한스크 주)의 전투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러시아군 출신으로 대부분 북캅카스에서 모집됐다. “그 이래 용병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크렘린이 감행하는 지정학적 모험의 핵심 수단”이 됐다고 체코 프라하 소재 국제관계연구소(IIR)의 마크 갈레오티 선임연구원이 말했다.
크렘린은 전투행위 자체를 용병에 외주를 줌으로써 우크라이나 내전 같은 분쟁에 은밀하게 개입할 수 있었다(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을 공식적으로 부인한다). 아울러 용병 동원으로 시리아 내전처럼 선전포고된 전쟁에서 러시아의 군사적 활동을 강화하면서도 사상자를 발표할 필요가 없어져 국내 지지를 유지하기가 더 쉽다.
우크라이나·시리아에서 러시아의 은밀한 군사 활동을 분석하는 팩트체크 그룹으로 러시아에 본부를 둔 ‘분쟁정보팀(CIT)’에서 일하는 키릴 미하일로프는 “용병 활용은 크렘린의 해외원정 모험을 위해 총알받이를 제공하는 불법적인 방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들은 용병이기 전에 러시아인이다. 우린 해외에서 푸틴의 지저분한 일을 대신하다가 죽어간 러시아인에 관해 알 권리가 있다.”
시리아·우크라이나에서 비밀리에 작전을 수행하는 민간군사업체와 러시아 정규군 사이의 관계가 어떤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독립적인 탐사보도 매체 폰탄카(fontanka.ru)는 러시아가 그간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던 시리아와 우크라이나 등지의 분쟁 지역에 민간 용병을 고용해 투입했다고 폭로하면서 전사한 용병에게 푸틴 대통령이 훈장을 수여했다며 훈장과 사망자 사진을 곁들여 보도했다. 폰탄카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불법이라 아르헨티나에 등록된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은 약 1000명의 회원을 두고 운영 중이다. 또 크렘린은 조국에 봉사하는 용병업체 간부들을 공개적으로 치하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6년 12월 GRU 중령 출신인 드미트리 우트킨이 푸틴 대통령과 함께 크렘린에서 열린 연회에 참석한 것이 카메라에 포착됐는데 바로 그가 바그너 그룹을 설립한 인물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우트킨을 개인제재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그의 바그너 그룹이 시리아에서 싸우는 러시아 용병의 주된 모집책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은 예프게니 프리고진과도 함께 사진을 찍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요식업 사업가인 그는 2002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 때 캐비어와 송로버섯을 대접해 언론으로부터 ‘푸틴의 전속 셰프’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생일파티와 정상회담 만찬을 도맡아 준비할 만큼 측근으로 꼽힌다. 미국 재무부는 프리고진이 모스크바에 본부를 둔 석유·무역회사인 에브로 폴리스에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그를 금융·여행 제재 대상에 올렸다.
러시아의 야당 지도자이자 반부패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는 에브로 폴리스와 러시아 국방부 사이의 긴밀한 유착 관계를 폭로했다. 또 폰탄카는 프리고진이 바그너 그룹의 시리아 활동을 후원한다고 밝혔다. 에브로 폴리스의 웹사이트를 보면 사업 영역이 광업, 석유·천연가스 생산으로 나와 있으며 2016년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지사를 설립했다. 에브로 폴리스나 프리고진이 소유한 업체 콩코드 매니지먼트는 뉴스위크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우트킨은 지난 몇 년에 걸쳐 러시아의 비밀스러운 사설 군사업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인물로 부상했다. 미국 해군 특전단(네이비실) 출신으로 2차 이라크전에서 민간경호요원 수만 명을 제공한 세계 최대 용병 회사인 미국의 민간군사업체 ‘블랙워터’를 세운 에릭 프린스처럼 우트킨도 러시아의 군사 배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블랙워터와 달리 우트킨의 용병은 러시아 국방부와 공식 계약을 체결하지도 않았고 외면적으론 아무런 관계가 없다. 또 경비나 경호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 용병과 달리 바그너 그룹의 용병은 최전선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반정부 성향의 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군사 분석가 파벨 펠겐하우어는 “미국 용병은 유전을 보호하는 등 정규군의 보조 역할을 수행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그너 그룹 같은 러시아 업체는 아프리카 용병과 더 비슷하다.” 1990년대 앙골라와 시에라리온 정부가 마르크스주의 봉기를 잔혹하게 진압하기 위해 고용한 악명 높은 ‘이그제튜티브 아웃컴스(Executive Outcomes)’가 그 예다.
우트킨은 1970년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군정보국 산하 특수부대 스페츠나즈 여단을 지휘한 그는 2013년 퇴역하면서 ‘모란 시큐리티 그룹’이라는 사설 군사업체에 들어갔다. 그들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전역의 해적 단속 작전과 보안·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다.
라디오 프리 유럽의 2016년 탐사보도에 따르면 모란 시큐리티 그룹의 고위 간부들은 시리아의 유전과 파이프라인을 보호하기 위해 2013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슬라보닉 코프’라는 업체를 세워 러시아군 출신을 고용했다. 우트킨은 그들의 지휘관 중 한 명이었다. 그 임무는 실패로 끝났다고 알려졌다.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는 미국 민간 보안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슬라보닉 코프는 장비도 열악하고 지휘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많은 사상자를 냈다.
익명을 요구한 그 소식통은 “용병의 경우 대부분 민간기업과 정부의 이익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게 요점이다. 시리아에 투입된 슬라보닉 코프는 둘 다를 추구한 것 같다. 러시아 석유회사들이 시리아 진출을 원했고 크렘린도 비공식적으로 그곳에 주둔하기를 원했다.”
그런 실패에도 우트킨은 2014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을 설립했다(자신의 가명을 딴 회사명으로 그는 나치 독일에 매료됐다고 알려졌다). 펠겐하우어에 따르면 우트킨은 곧바로 크렘린의 핵심적인 비공식 피고용인이 됐다. 우트킨은 러시아군 출신 용병을 이끌고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반군이 장악한 루한스크 주에 나타났다(그들은 현지 반군에 합류해 우크라이나군과 싸웠다). 바그너 그룹의 용병은 “러시아의 직접적인 대리인”이라고 펠겐하우어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들은 공식적으론 러시아 정부와 아무런 관련 없는 독립적인 집단이라 러시아와의 관계를 부인할 수 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로서도 ‘우린 그들과 아무 상관없고 그들에 관해 아는 바도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우트킨의 부하들은 실력 있고 무자비하다고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2014년 6월 루한스크 국제공항에서 우크라이나 비행기를 격추한 작전에 참여했다(그 비행기를 탔던 우크라이나 공수부대원 40명이 사망했다). 또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그들이 2015년 초 데발트세베에서 우크라이나군을 패퇴시킨 작전의 핵심 역할을 수행했다고 지적했다. 바그너 그룹은 크렘린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우크라이나 반군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데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은 우트킨과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내무장관 이고르 코르네트 사이의 직접적인 연계를 입증하는 음성 기록이라며 녹취록을 제시했다. 내용은 러시아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반군 지휘관을 제거하라고 바그너 그룹에 내리는 지시로 알려졌다.
2016년 3월 러시아 국수주의 웹사이트 스푸트니크-포그롬은 바그너 그룹이 동부 우크라이나 루한스크 주에서 러시아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 반군 전사 10명 이상과 그들의 지휘관을 제거했다고 자랑스럽게 보도했다. 또 우크라이나 보안기관은 바그너 그룹이 전차와 포병의 지원을 받아 크라스노돈에 있는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오데사 여단기지를 포위한 뒤 그들을 무장해제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에 본부를 둔 자원봉사단체로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 개입에 관한 SNS 증거를 수집하는 인폼네이팜(InformNapalm)은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우는 여러 러시아 용병업체 중 하나라고 확인했다. 그곳에서 바그너 그룹의 작전은 성공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주의 반군과 용병들이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고 크렘린의 지원을 받는 동부 우크라이나의 분리 공화국들이 독립을 선언하고 지금까지 그 상태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2015년 9월 러시아의 시리아 전쟁 공식 개입이 시작되면서 바그너 그룹에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GRU는 러시아 남부 도시 크라스노다르 부근의 몰키노에 제10 특수전 여단 본부를 설립했다. 바그너 그룹에 소속된 대원 타메르란 가츠마조프의 가족에 따르면 그 본부는 바그너 그룹이 모집한 용병의 훈련소였다. 카츠마조프의 가족은 그가 시리아에서 실종되자 그곳을 찾아가 항의했고, 그 문제와 관련해 독립노선의 방송국 도즈드 TV와 인터뷰를 했다.
용병들은 대개 서방 기자에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 남자는 뉴스위크에 자신이 2015년 동부 우크라이나에서 도네츠크 민병대 소속으로 전투를 수행하는 동안 주요 민간군사업체에 의해 시리아 작전을 위해 모집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세르게이라고만 밝히며 올해 30세로 도네츠크 주에서 운전기사로 일하다가 전투에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가 말한 세부 사항은 시리아에서 싸운 다른 용병들이 러시아 언론과 가진 인터뷰 내용과 일치한다. 세르게이는 뉴스위크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애국심이 아니라 돈 때문에 용병 모집에 자원했다”고 말했다. “대다수는 돈을 벌기 위해 용병이 된다. 그들은 월급으로 15만 루블(약 280만원)을 제시했다. 고향 도네츠크 주에선 운이 좋아야 월 1만5000루블을 받을 수 있다. 모집관들은 우리에게 주로 통신선과 기지를 경비하는 안전한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세르게이는 동료들과 함께 민간인 엔지니어로 위장하고 시리아 라타키아로 갔다고 돌이켰다. 그러나 그곳에 도착한 뒤 치열한 전투에 참가해야 한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됐다. 세르게이는 “훈련은 상당히 기본적이었지만 군기는 엄했다”고 말했다. “우린 라타키아 부근의 캠프에 있는 동안 마음대로 샤워도 못했으며 누군가 음주로 적발되면 부대 전체가 벌금을 물어야 했다.” 그에 따르면 회사 측은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대원 1명 사살에 5000루블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본인이 심한 부상을 입으면 90만 루블의 보상금을 받기로 합의했다. 또 전사한 대원의 가족에겐 300만 루블을 지급하겠다고 회사 측은 약속했다. 세르게이가 아는 한 급여는 약속대로 지급됐다.
CIT의 데이터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은 2015∼17년 시리아에 용병 약 3000명을 파견했다. 시리아에 공식 파견된 러시아군 병력(약 4000명)에 근접하는 인원이다. 게다가 바그너 그룹은 전략적 전투의 선봉에 섰다. 2016년 시리아의 고도 팔미라를 IS에서 탈환하는 전투가 대표적이었다. 팔미라가 탈환되자 크렘린은 그곳의 고대 원형 경기장에서 승리를 축하하는 공연을 열었다(러시아의 유명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말린스키 오케스트라가 바흐와 로디온 셰드린, 세르게이 프로코피에프의 음악을 1시간가량 연주했다).
‘용병(Licensed to Kill: Hired Guns in the War on Terror)’의 저자 로버트 영 펠튼은 뉴스위크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리아의 바그너 그룹 대원들은 대부분 “전선의 군사고문단 역할”을 맡았다고 했다. “그들은 훈련을 담당하고 전선에서 표적으로 화력과 이동을 유도했다.” 펠튼은 데이르 에즈-조르에서 활동하는 취재원 중 한 명에게 러시아 용병의 수준은 “그리 대단치 않다”며 “프로가 별로 없고 사상자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펠튼에 따르면 바그너 그룹 용병들은 대부분 훈련과 시리아군의 이동·사격·통신을 유도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 그들은 러시아 공군의 공습을 지원했다(러시아의 공습으로 시리아의 전세는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다).
군사분석가 펠겐하우어는 아사드 정부의 전세 뒤집기에서 바그너 그룹 등 러시아 민간업체의 용병이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들은 대공화기와 포, 로켓 시스템 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정예 보병 전문가들이었다.” 공식적인 미군 계약업체들에 비해 바그너 그룹 대원들은 책임이 훨씬 가볍다. 분석가들은 그들의 작전 성공에는 큰 대가가 따랐을 것이라고 본다. 폰탄카에 따르면 시리아에서 전사한 러시아 용병은 최소 73명이다. 그러나 CIT는 전사자가 그보다 많은 101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러시아 당국은 그런 죽음을 은폐하려 했지만 몇몇 독립적인 인터넷 매체가 분노한 가족들과 인터뷰를 했다. 또 지난해 10월 IS는 포로로 잡은 바그너 그룹 용병 2명의 동영상을 SNS에 올렸다. 그들은 러시아 국적인 그리고리 추르카누와 로만 자볼로트니라고 신원을 밝혔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그들에 관해 아는 바 없다고 주장했고 외무부 대변인은 그들이 러시아인인지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추르카누의 부모는 아들이 포로로 잡힌 지 3개월 뒤인 지난해 12월 도즈드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그너 그룹이 언론 인터뷰를 못하게 막았으며 나중엔 그들로부터 아들이 사망했다고 들었다고 폭로했다. 추르카누의 어머니는 울먹이면서 “내가 순진했다”고 돌이켰다. “‘우리는 러시아인을 버리진 않는다’고 푸틴은 말했다. 난 그 말을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짓말이라는 걸 안다. 바그너 그룹인지 뭔지는 모두 지옥에나 가라.”
크렘린은 직접적인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부인하면서도 바그너 그룹의 공로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우트킨과 그의 참모 알렉산드르 쿠즈네초프(납치와 강도 전과가 있다)는 무공훈장을 4차례나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이 바그너 그룹의 제4 정찰공격 부대 지휘관인 안드레이 보가토프(시리아 팔미라 전투에서 한쪽 팔을 잃었다)와 함께 2016년 12월 푸틴 대통령과 면담하는 사진도 공개됐다. 보가토프와 트로셰프도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봉사를 기리는 러시아 영웅 훈장을 받았다고 러시아 언론이 전했다. 크렘린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는 사진이 진짜임을 확인했지만 훈장에 관해선 확인해주지 않았다.
프란츠 클린체비치 러시아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은 뉴스위크에 “시리아 정부의 로비로 그런 훈장이 수여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시리아 정부가 ‘이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포상 자격이 충분하다’고 말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과 러시아 정부 사이의 공식적인 관계는 없다.”
클린체비치 위원장은 수년 동안 러시아에서 용병을 합법화하기 위한 로비를 벌였다. 그는 “미국의 경험을 활용해 사설 군사업체를 정규군의 활동과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들을 누가 지휘하느냐를 두고 국방부와 보안당국 사이에 갈등이 있어 필요한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 그들은 AK-47 소총만이 아니라 상당한 화력을 가진 무기를 소지하기 때문에 그들을 관리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 러시아 국가 두마(하원)의 세르게이 젤레즈니야크 외교위원회 부위원장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미국은 언제나 자유롭게 사설 군사업체를 동원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느냐?” 그러나 용병회사의 합법화에 관한 그런 논의는 핵심을 비켜간다고 일부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러시아 용병이 미국의 용병업체(사실 미국에서도 논란이 된다)와는 다른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더 중요한 점은 크렘린이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 사이의 비공식적인 긴밀한 관계를 이용해 러시아군이 공식적으로 갈 수 없는 곳에 용병들을 배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부가 드러내고 싶지 않은 작전에 민간 용병을 동원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주장해왔다. 그는 총리 시절인 2012년 민간 용병 회사를 “직접 개입하지 않고 국익을 수행할 도구”라며 합법화를 요구하기도 했다.
용병은 크렘린의 ‘하이브리드’ 전쟁을 위한 완벽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위장 부대와 용병을 동원해 국익을 도모하는 전쟁을 가리킨다. IIR의 갈레오티 연구원은 “바그너 그룹은 겉으로 민간부문의 조직처럼 보이고 때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지만 국가가 필요로 할 때마다 그 뜻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 같은 용병회사는 아주 흔한 하이브리드 비즈니스 모델의 극단적인 사례다. 민간기업이 크렘린의 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에서 동원될 뿐 아니라 이젠 해외 전쟁에도 참가한다.”
크렘린은 러시아의 시리아 개입으로 중동의 파워 브로커가 되려는 야심을 되살렸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 용병은 크렘린의 공식적인 개입 없이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를 제공한다. 펠겐하우어는 “바그너 그룹은 비교적 잘 조직된 용병업체로 상당히 쓸모 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러시아의 또 다른 용병업체 RSB 그룹에 소속된 대원들은 리비아 벵가지 부근에서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군벌 칼리파 하르트르가 점령한 지역의 지뢰제거 작업에 동원됐다. RSB 설립자 올레그 크리니친은 로이터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현지 시멘트 회사의 초청을 받았다고 말했다. 더 최근엔 러시아 정규군이 이집트 시디 바라니의 공군기지에 진입했다. 이집트-리비아 국경에서 약 100㎞ 떨어진 곳이다. 또 그 부근의 메르사 마트루 항구의 기지엔 22명으로 구성된 러시아 특수부대가 배치됐다. 그러나 러시아 용병이 여전히 하프타르를 지원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제 러시아는 시리아 전쟁 개입을 마무리짓는 과정이다. 그렇다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엔 용병을 어디로 보낼까? 러시아 비밀군인의 이름 없는 돌무덤이 또 어디서 생겨날까? 그점을 무척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
- 오언 매튜스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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