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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보다 대중교통

자율주행차보다 대중교통

도시교통의 최대 이슈인 교통정체는 무인차의 도입으로 해결되지 않아 전통 대중교통에 신기술 접목해야 효과적
신기술이 교통수단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안 대중교통이 더 활성화되면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도 있다. / 사진:PIXABAY
무인 자동차와 자율주행 차량의 부상으로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의 종말이 가까워졌다고 믿게 됐다. 주행환경의 개선으로부터 도로안전에 이르기까지 온갖 혁신기술이 현대 도시에서 사람들의 이동방식에 혁명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자율주행차가 도시인을 괴롭히는 많은 문제를 덜어줄 수는 있겠지만 도시교통에서 대두되는 최대 현안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바로 교통정체 문제다. 도시 교통혼잡의 문제는 사람이든 기계든 누가 운전대를 잡느냐는 차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자율주행 시스템이라도 도로에 차가 많아지면 대체로 교통혼잡이 더 심해진다. 그리고 상당수 미국 도시의 교통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서 차량을 더 많이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상식에 맞지 않는 듯하다.

그보다 도로에 차가 너무 많은 문제는 다른 각도에서 접근해야 한다. 이동성을 저해하지 않고 도로의 자동차 수를 줄이는 방안의 모색이다. 거기에는 대중교통이 안성맞춤이다. 하지만 대중교통이 현재의 신기술 파고를 넘어서려면 운영방식 그리고 시민의 인식과 관련해 포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적어야 좋다
자동차를 구입하고 택시를 호출하고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주민이 많아질수록 도로는 더 혼잡해지고 이동속도가 떨어진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만 해도 평균적인 운전자가 정체된 도로에서 버리는 시간이 연간 104시간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우버와 리프트 같은 승차공유 앱을 가리켜 도시의 교통량·오염·혼잡을 줄이는 간단한 방법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운전 대신 승차공유를 택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자동차 이용이 크게 줄어 결과적으로 교통문제에 플러스 효과를 가져오리라고 그들은 가정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대신 우버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개별 이용자에게는 편리할 수 있지만 도시 교통 인프라에는 과도한 부담을 주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대다수 승차공유 이용자는 여전히 개인차량을 보유하는데다 그런 서비스를 이용함에 따라 자전거·도보 또는 대중교통 같은 대안 이동방식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게 된다. 승차공유가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지만 핵심적인 교통정체 문제의 해결에는 도움을 주지 않고 도로 상에 자동차와 주행거리만 늘림으로써 교통 인프라에 부담을 준다.

도시 기획자들은 그런 단기적인 솔루션을 고려하기보다는 기존의 대중교통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면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대중교통의 개선
다른 솔루션들이 최대의 차세대 교통혁명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교통량 증가와 교통정체를 억제할 뿐 아니라 도로 상의 자동차 수를 줄이기 위해 동원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은 변함없이 대중교통이다. 승차공유와 택시호출 앱과는 달리 버스·지하철 그리고 기타 대중교통 시스템은 도로상의 차량 수 감소로 이어진다.

그러나 상당수 도시에서 현재의 대중교통 모델은 미흡하거나 비효과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예컨대 뉴욕 주 메트로폴리탄교통국(MTA)은 150억 달러의 예산을 투입하면서도 끊임없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많은 사람에게 대중교통의 문제는 실용성보다는 인식의 측면이 강한 듯하다. 많은 도시거주자가 아직도 대중교통을 사회경제적 하류계층 대상의 저렴한 이동수단으로 간주한다. 그런 문제는 대중교통 이용인구가 전체의 5%에 불과한 미국에서 두드러진다. 뉴욕시를 제외하면 그 비율은 훨씬 낮아진다.

이 같은 견해는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의 발언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최근 “대중교통은 불편하다”며 “다른 많은 사람과 같이 타고 자신이 원치 않는 곳에서 출발하고 정차하는 이동수단을 왜 이용하려 하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다른 대중교통 이용자가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구시대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 같은 견해가 계속 주류를 이룰 까닭이 없다. 여러 곳의 주요 대도시에서 공공과 민간 투자를 모두 유치하는 혼합 펀딩 모델을 통해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그런 문제들에 대처해 나간다.

실제로 대다수 도시에서 탄탄한 대중교통 시스템을 갖출 때 효과를 나타내면서 우버 같은 앱 서비스의 필요성이 줄어들 수 있다. 도쿄에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수월해 택시요금까지 인하되면서 우버가 실제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자율주행차량과 택시호출이 대중교통의 종말을 고할 듯 보이지만 그런 경쟁이 몇몇 혁명적인 기능의 채택과 다른 기능의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율주행 기술, 사물인터넷 혁명, 고급 추적 시스템을 도입하면 대중교통의 신뢰성·안정성·책임성이 눈에 띄게 개선된다.
 교통수단의 유기적인 연결
각 도시는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접근방식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기존의 모든 교통 수단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이용자가 각종 이동수단을 매끄럽게 갈아탈 수 있게 해야 한다(서울·홍콩·싱가포르 같은 도시들이 이런 면에서 앞서간다). 대중교통 수요를 넉넉히 충족시킬 수 있는 시스템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는 신흥기술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의 등장을 두고 대중교통에 울리는 조종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 기술은 대중교통에도 널리 적용할 수 있다. 상충되는 듯하지만 자율주행차와 자율주행 대중교통이 보조를 맞춰 시민에게 더 향상된 서비스와 이동성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도시 내에서 생성된 빅데이터도 이들 교통수단이 수요 변화를 더 잘 따라가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신기술이 교통수단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동안 대중교통이 자율주행 혁명에서 그저 살아남는 데 그치지 않고 더 활성화되면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 아모스 해지악



※ [필자는 대중교통 시스템 업체 옵티버스(Optibus)의 공동창업자 겸 CEO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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