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하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 사실 알면서도 모른 체했다는 의혹 일면서 그의 여성 캐릭터 묘사 재조명 받아 미아 월러스(‘펄프 픽션’). / 사진:PINTEREST.COM쿠엔틴 타란티노는 페미니스트 영화감독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들어 그 명성이 사그라드는 듯하다. 그는 ‘킬 빌’ 등의 영화에서 냉혹하면서도 아주 흥미로운 여성 캐릭터를 창조해 칭송 받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여성들이 그가 영화에서 보여준 ‘페미니즘’의 정체를 다시 찬찬히 들여다본다.
타란티노가 과연 페미니스트 감독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지난해 10월 그의 오랜 친구이자 협업자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80여 명의 여성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일기 시작했다. 타란티노 감독은 얼마 후 자신이 웨인스타인의 그런 행동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막으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웨인스타인과 그의 프로덕션 스튜디오와 함께 일했다.
‘펄프 픽션’과 ‘킬 빌’에서 여주인공을 맡았던 우마 서먼(타란티노 감독은 그녀가 자신의 ‘뮤즈’라고 밝힌 바 있다)은 뉴욕타임스에 ‘킬 빌’ 촬영장에서 타란티노 감독이 자신을 학대했다고 말했다. 서먼은 당시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끔찍한 자동차 사고 장면의 필름을 최근에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타란티노 감독이 위험한 차량 사고 장면을 스턴트 배우 대신 자신에게 직접 연기하도록 강요해 부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타란티노 감독이 실감나는 장면을 찍기 위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타란티노 감독은 나중에 온라인 잡지 데드라인에 둘 다 그녀가 동의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연예 전문 매체 벌처가 ‘영화 속 유명 여성 캐릭터 50인이 시나리오에서 묘사된 방식(How 50 Famous Female Characters Were Described in Their Screenplays)’이라는 기사를 내놓은 뒤 타란티노 감독의 대본이 새롭게 주목 받는다. 그가 영화 ‘데스 프루프'(2007)의 대본에서 ‘정글’ 줄리아를 묘사한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시드니 타미아 포이티어가 연기한 이 캐릭터를 그는 이렇게 소개한다. ‘정글 줄리아는 키가 큰(183㎝ 정도) 아마존의 물라토(백인과 흑인의 혼혈) 여성으로 몸에 딱 달라붙는 짧은 티셔츠에 커다란 엉덩이(보기 좋게 생겼다)와 긴 다리가 흘러 넘칠 만큼 조그만 핫팬츠를 입었다.’ 과도하게 성적인 묘사와 ‘물라토’라는 용어의 사용이 소셜미디어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일을 계기로 뉴스위크는 타란티노 감독이 다른 ‘막강한 여성 캐릭터’를 대본에 어떻게 묘사했는지 살펴봤다.
━
미아 월러스(‘펄프 픽션’)
서먼이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자신의 집에서 옷을 입는 장면으로 처음 관객과 마주한다. 대본에는 미아가 이렇게 묘사됐다.
“미아는 마르셀러스의 아름답고 젊은 부인이다. 배경에 보이는 비디오 화면에서는 더스티 스프링필드가 ‘Son of a Preacher Man’을 노래한다. 미아의 입이 마이크 가까이 다가간다.”
━
베아트릭스 키도(‘킬 빌’)
베아트릭스 키도(‘킬 빌’). / 사진:MIRAMAX FILMS서먼이 연기하는 이 캐릭터는 ‘킬 빌’ 대본 첫머리에 단순히 ‘여자’로, 그 다음엔 ‘신부’로만 언급된다. 타란티노 감독은 그녀를 이렇게 소개한다.
‘바닥에 누워 위를 쳐다보는 여자의 흑백 클로즈업 화면. 바닥에 누운 여자는 방금 마카로니 웨스턴(이탈리아 출신 감독이 만든 서부영화) 스타일의 갱단 폭행을 당했다. 호되게 얻어맞은 여자의 얼굴은 찢어져 피가 흐른다.’
도입부에선 베아트릭스의 신체에 대한 묘사가 별로 없지만 몇 줄 아래로 내려가면 타란티노 감독은 그녀의 외모를 설명하기 시작한다.
여전히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신부는 방금 폭행당한 사람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아릅답다.
━
재키 브라운(‘재키 브라운’)
재키 브라운(‘재키 브라운’). / 사진:YOUTUBE.COM팸 그리어가 연기한 이 캐릭터를 타란티노 감독은 이렇게 묘사한다.
재키는 서서히 달리는 공항의 자동궤도열차 안에서 가만히 서 있다. 재키 브라운은 40대 중반(보기에는 30대 중반)의 아주 매력적인 흑인 여성이다. 종착지에 도착하자 그녀는 열차에서 내린다.
━
엘 드라이버(‘킬 빌’)
엘 드라이버(‘킬 빌’). / 사진:PINTEREST.COM엘 드라이버는 대릴 한나가 연기한 타란티노 감독의 또 다른 여성 암살자로 대본에 이렇게 묘사됐다.
‘숙녀’라고 표시된 문이 열리면서 하얀 간호사 유니폼을 입은 아름다운 금발 여성(키는 183㎝ 정도)이 나온다. 한쪽 눈에 흰색 안대를 한 그녀는 독약이 든 주사기가 놓인 쟁반을 들고 ‘잠자는 신부’의 방을 향해 복도를 걸어간다.
━
산타니코 판데모니엄(‘황혼에서 새벽까지’)
산타니코 판데모니엄(‘황혼에서 새벽까지’). / 사진:PINTEREST.COM셀마 헤이엑이 연기한 산타니코 판데모니엄은 비중은 작지만 매우 관능적인 캐릭터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 캐릭터를 어떻게 묘사했을까?
무대에 산타모니코 판데모니엄이 걸어나온다. 이 멕시코 여성은 아름답지만 스탕달이 ‘행복의 약속’이라고 말한 그런 아름다움은 아니다. 남자를 유혹해 파멸에 이르게 하는 요부의 아름다움이다. 그녀는 선정적인 음악에 맞춰 마치 세상을 다 가진 듯 춤을 춘다.
- 애나 멘타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이 좋아할 만한 기사
브랜드 미디어
브랜드 미디어
“방관한 죄 꼭 받길” 조갑경 ‘라스’ 무편집에 前며느리, 재차 저격 [왓IS]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이데일리
일간스포츠
“방관한 죄 꼭 받길” 조갑경 ‘라스’ 무편집에 前며느리, 재차 저격 [왓IS]
대한민국 스포츠·연예의 살아있는 역사 일간스포츠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일간스포츠
트럼프 “이란 합의 없으면 추가 타격…호르무즈는 알아서”(종합)
세상을 올바르게,세상을 따뜻하게이데일리
이데일리
이데일리
‘홈플러스 리스크’ 털었다…대출 5100억 상환 배경은[only 이데일리]
성공 투자의 동반자마켓인
마켓인
마켓인
[only 이데일리] ‘15조 확신’ 삼천당 美 계약…거래소, 비독점 판단·파트너사 검증 불가[삼천당제약 ...
바이오 성공 투자, 1%를 위한 길라잡이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
팜이데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