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약 개발] 인공지능으로 혁신 신약 물질 탐색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약 개발] 인공지능으로 혁신 신약 물질 탐색
3D 프린터로 나만의 의약품 출력...유전자 편집 치료도 임박 신약 개발은 같은 일을 수없이 반복하는 작업이다. 여러 물질 중에서 특정한 성질을 갖는 후보 물질을 수작업으로 실험하고 일일이 골라내야 한다. 때로는 후보 물질을 금방 찾는 기적도 생기지만, 대부분은 수만 번의 실험을 진행하고 간신히 찾아낼 정도로 성공 가능성이 작다. 신약 개발 착수에서 제품화까지 대개 10년 이상 걸리는 이유다.
최근 신약 개발에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나 둘 의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더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술이 혁신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디지털 헬스케어 혁명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신약 연구개발 효율성을 개선하고, 개인 맞춤치료로 쉽게 병을 고치는 정밀의학의 실현을 앞당기는 것이다. 혁신 신약 개발에 새롭게 적용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3D 프린팅, 유전체 해독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 편집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AI 분석 기술은 신약 연구개발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유전체, 약 사용량, 약물 부작용 등 방대한 바이오·보건의료 빅데이터 분석에 AI를 활용한다. 일반적으로 신약개발을 위해 한 명의 연구자가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한해 200~300여 건이다. 이와 달리 현재까지 개발된 AI는 한 번에 100만건 이상의 논문을 탐색할 수 있다. 배영우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차산업 전문위원은 “AI는 데이터 분석능력이 사람에 비해 최소 1만배 이상 뛰어나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에서 AI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혁신 신약의 성공 여부는 신약 연구개발 속도에 달려있다. 치료 성과가 좋은 신약 후보 물질을 누구보다 빨리 찾아내 제품화에 성공해야 의료 현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상용화 속도에 뒤쳐지면 성공하기 어렵다. 한미약품이 최근 폐암내성표적신약 ‘올리타’의 개발 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그리소 등 경쟁 제품이 먼저 출시돼 혁신 신약의 가치가 제한적인데다 개발을 완료해도 격차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발 빠르게 인공지능 회사와 손을 잡고 AI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곳이 속속 늘고 있다. 글로벌 1위 제약사인 화이자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과 손을 잡고 새로운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약 개발 전문 AI인 왓슨 포 드럭디스커버리(Watson for Drug Discovery)에 자체적으로 수집·구축한 암 관련 자료를 학습시킨다. AI로 다양한 정보를 연결·분석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객관적 연구가설을 도출해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화이자의 미카엘 돌스턴 사장은 “왓슨을 활용한 데이터 혁신으로 암환자 치료에 효과적인 새로운 면역항암치료법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얀센은 베네볼렌트AI와 협약을 맺었다. 수백만 종류의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평가하는 작업을 AI가 대신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엑시엔시아와 제휴를 맺고 약물 설계와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성과도 이미 나오고 있다. 아톰와이즈의 신약 개발 전문 AI를 도입한 머크는 불과 하루 만에 시판 중인 700여 종의 약을 분석해 에볼라 신약 후보 물질 2개를 발굴했다. 기존 방법대로 했다면 몇 년이 걸릴 일이었다. 이세돌과 대국을 펼쳤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은 예상하지 못했던 수를 놓듯이 새로운 효능을 찾아낸 것이다.
분산형 데이터 보관으로 보안성이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을 혁신 신약의 임상시험 관리에 적용하기도 한다. 임상시험 데이터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하지만 임상시험의 50% 정도는 보고·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혁신 신약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심각한 위협이다. 뒤늦게 약물 부작용 논란으로 시판중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이 같은 틈을 블록체인 기술이 채워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IBM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로 환자의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임상 프로토콜, 임상시험, 임상결과에 대해 변경 불가능한 시간기록 레코드를 부여한다. 데이터 위·변조가 어려워 결과를 조작하거나 선택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보다 안전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정밀의학을 실현하는 데도 4차 산업기술은 큰 역할을 한다. 바로 동반진단·표적치료제다. 사람마다 다른 유전체의 특성을 파악해 적합한 약을 개발한다. 유방암·위암 표적항암제인 허셉틴이 대표적이다. 이 약을 사용하려면 HER2 유전체가 과 발현돼야 한다. 면역항암제로 각광받고 있는 키투르다 역시 표적물질인 PD-L1의 활성에 따라 약효에 차이를 보인다. 이 외에도 타세바는 EGFR단백질을, 넥사바는 VEGR단백질을, 잴코리는 ALK유전자를, 글리벡은 필라델피아 염색체를 표적으로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한 비결은 인간의 유전체 해독이다. 사실 인간의 유전체는 빅데이터 그 자체다. 아데닌(A)·구아닌(G)·사이토신(C)·티민(T)이라는 4개의 염기서열로 생체·유전·질병 정보를 저장한다. 일종의 4진법 데이터인 셈이다. 유전체 해독이 대중화되면서 유전체 빅데이터의 규모가 더 커지고 가치가 높아졌다. 서울대 약학대학 신영기 교수는 “인간의 유전체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으로 암·비만·당뇨 등 유전적 돌연변이를 대량으로 해석하고 치료에 효과적인 표적물질·환자를 찾는 데 활용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나간 것이 유전자 편집기술이다. 질병과 관련이 있는 특정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체내에서 편집·교정한다. 선천적으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 완치할 수 있다. 유전·희귀질환 치료에 혁신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제품화를 위한 과정도 착착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헌터증후군 치료를 위해 1세대 유전자 가위(ZFN)를 활용한 치료제 ‘SB-913’의 임상 1상·2상이 처음 승인·실시됐다. 이를 개발 중인 상가모 테라퓨틱스에 따르면 환자의 혈액을 통해 돌연변이 DNA를 잘라낼 편집도구인 유전자 가위와 복제된 교정 유전자를 주입해 치료한다. 3D프린팅으로 나만을 위한 의약품을 출력하기도 한다. 흔히 알약으로 불리는 의약품은 유효성분을 일정한 용량으로 압축해 대량 생산·유통한다. 따라서 용량 선택 범위가 제한적이다. 하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합한 약 복용량은 다르다. 알약을 쪼개서 조정하지만 정확성은 떨어진다.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약 생산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했다. 나노 단위로 유효용량을 정확하게 계량해 생산할 수 있다. 약물 방출시간도 조절이 가능하다. 약물 전달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2015년에는 3D프린팅 기술을 적용한 의약품인 스프리탐이 세계 최초로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아프레시아는 다양한 의약품 제조에 이 기술을 적용할 예정이다.
줄기세포와 3D프린팅을 연계해 생체를 모사하는 오가노이드 기술도 있다. 줄기세포로부터 뇌·위·장 등 내부 장기를 3D프린터로 제작한다. 병에 걸리면 몸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줘 신약 개발을 돕는다. 아직 연구 단계지만 적용 가능성은 크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2016년 중남미 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했을 때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소두증을 앓는 아이를 낳게 돼 불안감이 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약대 송홍준 박사와 구오리 밍 박사 연구팀은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상관관계를 밝혀냈고, 이는 치료제 개발의 돌파구가 됐다. 기술 발달 속도를 감안할 때, AI와 3D프린팅을 활용하면 10년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을 불과 2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IBM 왓슨센터는 1980년대에 인상적인 예언을 했다. 컴퓨터가 인류의 모든 질병을 정복하는 시점이 100년이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신약 개발에 미치는 영향과 속도를 보면 50년이면 충분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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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약 개발에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하나 둘 의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오자 더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술이 혁신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을 바꾸며 디지털 헬스케어 혁명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신약 연구개발 효율성을 개선하고, 개인 맞춤치료로 쉽게 병을 고치는 정밀의학의 실현을 앞당기는 것이다. 혁신 신약 개발에 새롭게 적용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3D 프린팅, 유전체 해독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한 편집 기술 등을 꼽을 수 있다.
AI로 한 번에 100만건 넘는 논문 탐색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체에서 AI의 가능성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혁신 신약의 성공 여부는 신약 연구개발 속도에 달려있다. 치료 성과가 좋은 신약 후보 물질을 누구보다 빨리 찾아내 제품화에 성공해야 의료 현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상용화 속도에 뒤쳐지면 성공하기 어렵다. 한미약품이 최근 폐암내성표적신약 ‘올리타’의 개발 중단을 선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타그리소 등 경쟁 제품이 먼저 출시돼 혁신 신약의 가치가 제한적인데다 개발을 완료해도 격차를 따라잡기 힘들다고 전략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발 빠르게 인공지능 회사와 손을 잡고 AI를 신약 개발에 활용하는 곳이 속속 늘고 있다. 글로벌 1위 제약사인 화이자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과 손을 잡고 새로운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약 개발 전문 AI인 왓슨 포 드럭디스커버리(Watson for Drug Discovery)에 자체적으로 수집·구축한 암 관련 자료를 학습시킨다. AI로 다양한 정보를 연결·분석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객관적 연구가설을 도출해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을 키운다는 계획이다. 화이자의 미카엘 돌스턴 사장은 “왓슨을 활용한 데이터 혁신으로 암환자 치료에 효과적인 새로운 면역항암치료법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얀센은 베네볼렌트AI와 협약을 맺었다. 수백만 종류의 신약 후보 물질을 탐색·평가하는 작업을 AI가 대신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엑시엔시아와 제휴를 맺고 약물 설계와 신약 후보 물질 발굴에 인공지능을 활용한다. 성과도 이미 나오고 있다. 아톰와이즈의 신약 개발 전문 AI를 도입한 머크는 불과 하루 만에 시판 중인 700여 종의 약을 분석해 에볼라 신약 후보 물질 2개를 발굴했다. 기존 방법대로 했다면 몇 년이 걸릴 일이었다. 이세돌과 대국을 펼쳤던 인공지능 알파고가 인간은 예상하지 못했던 수를 놓듯이 새로운 효능을 찾아낸 것이다.
분산형 데이터 보관으로 보안성이 뛰어난 블록체인 기술을 혁신 신약의 임상시험 관리에 적용하기도 한다. 임상시험 데이터는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 하지만 임상시험의 50% 정도는 보고·공유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혁신 신약의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심각한 위협이다. 뒤늦게 약물 부작용 논란으로 시판중지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이 같은 틈을 블록체인 기술이 채워준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IBM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네트워크로 환자의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임상 프로토콜, 임상시험, 임상결과에 대해 변경 불가능한 시간기록 레코드를 부여한다. 데이터 위·변조가 어려워 결과를 조작하거나 선택적으로 보고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보다 안전하게 약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로 안전한 약 복용 환경 조성
이를 가능하게 한 비결은 인간의 유전체 해독이다. 사실 인간의 유전체는 빅데이터 그 자체다. 아데닌(A)·구아닌(G)·사이토신(C)·티민(T)이라는 4개의 염기서열로 생체·유전·질병 정보를 저장한다. 일종의 4진법 데이터인 셈이다. 유전체 해독이 대중화되면서 유전체 빅데이터의 규모가 더 커지고 가치가 높아졌다. 서울대 약학대학 신영기 교수는 “인간의 유전체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Next Generation Sequencing)으로 암·비만·당뇨 등 유전적 돌연변이를 대량으로 해석하고 치료에 효과적인 표적물질·환자를 찾는 데 활용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더 나간 것이 유전자 편집기술이다. 질병과 관련이 있는 특정 유전자를 유전자 가위로 체내에서 편집·교정한다. 선천적으로 결함이 있는 유전자를 복원한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 완치할 수 있다. 유전·희귀질환 치료에 혁신적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제품화를 위한 과정도 착착 진행 중이다.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헌터증후군 치료를 위해 1세대 유전자 가위(ZFN)를 활용한 치료제 ‘SB-913’의 임상 1상·2상이 처음 승인·실시됐다. 이를 개발 중인 상가모 테라퓨틱스에 따르면 환자의 혈액을 통해 돌연변이 DNA를 잘라낼 편집도구인 유전자 가위와 복제된 교정 유전자를 주입해 치료한다.
2015년 3D 프린팅 의약품 FDA 승인
줄기세포와 3D프린팅을 연계해 생체를 모사하는 오가노이드 기술도 있다. 줄기세포로부터 뇌·위·장 등 내부 장기를 3D프린터로 제작한다. 병에 걸리면 몸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줘 신약 개발을 돕는다. 아직 연구 단계지만 적용 가능성은 크다. 오가노이드 기술은 2016년 중남미 지역에서 지카 바이러스 감염이 확산했을 때 주목을 받았다. 당시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가 제대로 발달하지 못하는 소두증을 앓는 아이를 낳게 돼 불안감이 컸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약대 송홍준 박사와 구오리 밍 박사 연구팀은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지카 바이러스와 소두증의 상관관계를 밝혀냈고, 이는 치료제 개발의 돌파구가 됐다. 기술 발달 속도를 감안할 때, AI와 3D프린팅을 활용하면 10년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을 불과 2년으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IBM 왓슨센터는 1980년대에 인상적인 예언을 했다. 컴퓨터가 인류의 모든 질병을 정복하는 시점이 100년이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이 신약 개발에 미치는 영향과 속도를 보면 50년이면 충분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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