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에서 오는 행복을 중시하는 ‘휘게’ 문화가 웰빙의 열쇠 덴마크처럼 고도로 개인화된 나라에선 ‘휘게’가 평등주의를 증진하고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 / 사진:GETTY IMAGES BANK유엔 자문기구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18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따르면 덴마크는 조사 대상 156개국 중 3위에 올랐다. 덴마크는 이 순위에서 7년 연속 최상위권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반면 미국은 올해 18위로 지난해보다 4단계나 떨어졌다.
유엔 보고서에서 덴마크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 것은 행복(심리학자들은 ‘주관적인 웰빙’이라고 부른다)에 관한 다른 여러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 과학자들은 무엇이든 측정 방법을 조사하고 그에 관해 논쟁을 잘 벌인다. 그러나 행복에 관해선 보편적인 합의가 이뤄진 듯하다.
조사의 범위와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행복은 주로 객관적인 지표(범죄, 소득, 시민 참여, 건강 등에 관한 데이터)를 기준으로 주관적인 방법(긍정적인 감정과 부정적인 감정을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지 사람들에게 묻는 방식이 그 예다)으로 측정된다.
그렇다면 덴마크 사람들은 왜 자신의 삶을 좀 더 긍정적으로 평가할까? 덴마크인이자 심리학자로서 나는 이 문제를 깊이 고찰했다. 물론 덴마크는 정부가 안정됐고, 공무원 부패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전 국민에게 고품질의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세계에서 세율이 가장 높지만 국민 대다수는 기꺼이 세금을 납부한다. 그들은 세금이 많아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덴마크인이 ‘휘게(hygge)’로 불리는 문화적 개념을 중시한다는 사실이다. 이 단어는 지난해 6월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등재됐다. ‘일상 속 소소한 즐거움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휘게’는 고품질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가리킨다. ‘휘게’는 명사나 형용사, 또는 동사로도 사용될 수 있다. 특정 행사와 장소도 ‘휘겔리하다 또는 휘게스럽다’라고 그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다.
‘휘게’는 때때로 ‘아늑하다, 편안하다, 친근하다’고 번역되지만 더 정확한 정의는 ‘의도적인 편안함’이다. 안전하고, 균형 잡히고, 조화롭게 공유하는 경험에서 나타날 수 있는 감정이다. 겨울철 벽난로 앞에서 친구와 함께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나 여름철 공원에서 느긋하게 즐기는 소풍 같은 경험이 거기에 해당할 수 있다. 저녁시간에 가족이 모여 함께 맛있는 간식을 먹으며 보드 게임을 즐길 때나 친구들끼리 흐릿한 조명 아래서 느긋하게 수다를 떨며 저녁 식사를 할 때도 그런 표현이 어울릴 수 있다. 공간도 ‘휘겔리하다’는 표현이 가능하다(“새로 산 집이 아주 휘겔리한데!”). 또 저녁식사 후 초대해 준 주인에게 감사를 표할 때도 흔히 “휘겔리한 저녁이었어요”라고 말한다. 편안하고 즐겁게 지냈다는 뜻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거의 모든 사교행사가 ‘휘겔리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따라서 파티나 만찬이 “휘겔리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아주 심한 혹평이다.
조사에 따르면 덴마크에선 ‘휘게’가 사람들의 웰빙 인식에 필수적인 요소다. 스트레스를 완화해주는 완충 작용을 하며 동지애와 우정을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덴마크처럼 고도로 개인화된 나라에선 휘게’가 평등주의를 증진하고 신뢰를 강화할 수 있다.
‘휘게’는 덴마크의 문화와 정신에 완전히 통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휘게’는 세계적인 현상이 되기도 했다. ‘휘게’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계기는 2016년 마이크 비킹 덴마크 행복연구소장이 발간한 ‘휘게 라이프, 편안하게 함께 따뜻하게’가 출간되면서다. 당시 영국 BBC 방송을 비롯한 구미 언론이 ‘휘게’를 소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었다. 아마존은 현재 ‘휘게’에 관한 책 900종 이상을 판매한다. 인스타그램엔 ‘#hygge’ 해시태그를 단 포스트가 300만 개가 넘는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0월부터 ‘휘게’ 검색이 큰 폭으로 늘었다.
‘휘게’와 비슷한 개념을 가진 단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덴마크만이 아니다. 노르웨이의 ‘코슬리’, 스웨덴의 ‘뮈시그’, 네덜란드의 ‘거절리헤이트’, 독일의 ‘게뮈트리히카이트’도 전부 비슷한 뜻을 가진 표현이다. 미국도 개인주의를 중시하지만 미국엔 ‘휘게’와 같은 문화적인 개념이 없다. 일반적으로 소득이 행복과 관련되지만 국내총생산(GDP)이 늘어나고 실업률이 줄어들어도 미국의 행복 수준은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왜 그럴까? 소득 불평등이 계속 문제가 된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개인 사이의 신뢰만이 아니라 정부와 언론 같은 공공기관의 신뢰도마저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궁극적으로 가처분 소득이 많다고 해서 필요한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덴마크인의 95%는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믿는다.
한마디로 ‘휘게’는 다른 사람과 친밀함과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인은 삶에서 ‘휘게’가 좀 더 필요한 듯하다.
- 마리 헬베그-라르센
※ [필자는 미국 디킨슨대학 심리학 교수다. 이 글은 온라인 매체 컨버세이션에 먼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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