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으로 간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 약관 부실하지만 다툼 여지도 있다?
[법원으로 간 즉시연금 미지급금 사태] 약관 부실하지만 다툼 여지도 있다?
금감원, 가입자 소송 적극 지원…소멸시효 중단 법률 검토도 착수 생명보험(이하 생보사) 업계가 ‘즉시연금 논란’으로 시끌시끌하다. 즉시연금은 가입자가 한꺼번에 목돈(보험료)을 내면, 생보사가 이를 운용해 매달 이자를 생활연금으로 지급하고, 만기 때는 원금을 돌려준다. 정부가 생보사에 요청해 개발한 상품인데, 세제 혜택이 있어 은퇴자나 자산가가 많이 가입했다. 그런데 생보사가 가입 당시 매달 주기로 한 최소 생활연금보다 적게 주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예컨대 매달 최소 150만원을 준다고 해 놓고, 130만원만 준 것이다. 생보사는 약관에 명시한 데다 보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이하 분조위)는 약관이 부실하니 덜 준 돈 즉, 과소지급금(미지급금)을 모두 주라며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여기에 금감원이 20여 개 생보사의 유사 사례 16만여 건에 대해 ‘일괄구제’를 권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생보사는 잇따라 분조위 조정안을 거부하고, 약관이 정말 잘못 됐는지 법원 판단을 받아보겠다며 소송을 내거나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보험 가입자의 소송을 지원할 계획이어서 이번 사태는 금감원과 생보사 간 법정 대리전으로 치닫고 있다. 작게는 개인 고객과 생보사의 법정 다툼처럼 보이지만, 금감원이 일괄구제를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전체적으로 걸려 있는 금액은 수천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에 따르면 즉시연금 과소지급금 규모는 삼성생명 약 4300억원, 한화생명 약 850억원, 교보생명 700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들 ‘빅3’를 비롯한 생보사 전체로는 약 16만명, 8000억∼1조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2014년 불거진 ‘자살보험금 사태’ 기시감까지 든다. 자살보험금은 생보사가 금감원의 권고를 거부하고 법정 다툼까지 벌였던 사안으로, 대법원까지 간 끝에 3년여 만인 지난해에야 마무리됐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살보험금 사태와는 문제의 본질이 다르지만 보험 가입자 입장에서는 결국 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대법원까지 가야 해 자살보험금 사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문제가 된 즉시연금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이다. 이 문제는 A씨가 지난해 한 건의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2012년 9월 삼성생명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가입금액(보험료)은 10억원으로, 보험기간은 10년이었다. 만기가 돌아오거나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료 원금인 10억원을 돌려받는다. 약관에 명시된 최저보증이율은 연 2.5%였다. A씨는 공시이율(운용자산이익률과 외부지표금리를 가중평균한 금리)이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월 208만원의 연금이 들어올 것을 기대하고 이 상품에 가입했다. 가입 후 3년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가입 후 1년 동안은 매달 305만원, 이후 2년 간은 매달 250만원이 넘는 돈을 연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월 지급 연금액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연금액이 월 136만원으로 떨어지자 A씨는 “매달 208만원을 지급하라”며 금감원 분조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최저보증이율 2.5%를 명기한 약관이 존재함에도 A씨에게 지급한 연금액이 줄어든 건 이 보험의 특성 때문이다. 즉시연금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은행의 예금이자보다 높은 공시이율을 제시하는 대신,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장료를 뗀다. 이게 순보험료다. A씨의 경우 순보험료는 총 5700만원의 사업비와 위험보장료가 빠진 9억4300만원이다. 보험사는 이 순보험료를 운용해 매달 생활연금을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해 A씨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월 196만원이다. 그렇지만 A씨는 매달 196만원을 받지 못했다. 운용 수익에서 A씨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전에 ‘책임준비금’을 뗐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가입자 사망이나 만기가 돌아왔을 때 보험료 원금(A씨의 경우는 10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운용수익의 일부를 책임준비금으로 쌓아둔다. 사업비와 위험보장료(5700만원)로 제한 금액을 만기 때까지 채워둬야만 원금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원금을 맞추기 위해 보험사가 쌓아둬야 할 적립금 액수가 커지면서 A씨에게 돌아갈 연금액이 준 것이다.
A씨와 보험사의 입장이 엇갈리며 분쟁이 생긴 건 이 지점이다. A씨는 “운용수익에서 책임준비금을 뗀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던 만큼 월 208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약관에서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돼 있다”며 “기초서류(약관, 산출방법서, 사업방법서)에 따라 산정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분조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분조위는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의 서류일 뿐 약관만 보면 연금액이 최저보증비율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며 “순보험료에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저금리 상황을 염두에 넣지 않은 채 보험을 설계한 문제가 드러난 데다 부실하게 작성된 약관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삼성생명도 약관이 부실하게 작성된 부분을 인정해 약관을 고쳤다. 그리고 이 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했다. 애초 민원 1건으로 시작된 즉시연금 논란은 그러나 금감원이 올해 초 유사 사례에 모두 적용하도록 전 생보사에 권고하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생보사마다 상품 약관이 유사했기 때문이다. 관련 민원이 잇따르기 시작했고, 결국 한화생명은 8월 10일 민원인 B씨가 제기한 똑같은 사안에 대한 분조위의 지급 조정안(6월 12일)을 따르지 않겠다는 의견을 냈다. 한화생명은 “다수의 외부 법률자문 결과 약관에 대한 법리적이고 추가적인 해석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약관 자체가 삼성생명과는 다르기 때문에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것이다. 앞서 8월 3일에는 삼성생명이 같은 건에 대한 또 다른 민원인 C씨를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했다. 민원 1건으로 촉발된 사안에 일괄구제를 적용하면 경영진의 배임 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민원인에 대한 권리·의무를 신속히 확정하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즉시연금 가입자의 소송을 지원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소송을 제기한 가입자에게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하고, 보험사에 대한 검사 결과나 내부 자료도 법원에 제출해 민원인을 도울 계획이다. 사실상 금감원과 삼성생명 간 법정공방이 시작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소송이 진행되면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따라 소송을 지원할 것”이라며 “지원금액이나 범위,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분쟁조정세칙을 보면 분조위가 소비자의 청구를 인용하거나 선례에 비춰 인용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해 금융사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인정되면 소송을 지원할 수 있다. 과거 은행과 증권사의 분쟁에서는 각각 한 차례씩 소송 지원이 이뤄졌지만, 금감원의 등장에 금융사가 소송을 포기하거나 민원인이 먼저 소송을 철회하면서 지원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는 아직 소송 지원 사례가 없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우선 변호사 선임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산 문제상 수십명을 동시에 지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원 대상을 어떻게 선정할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생보사의 이번 소송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시간 끌기를 하며 ‘소멸시효(3년)’를 완성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소송 기간 동안 보험계약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금 청구 가능 기간은 3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자살보험금 사태 때 소송기간이 길어지면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자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도 즉시연금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멸시효 연장법이 올해 4월에 통과됐는데 그 이전 계약자도 소멸시효 정지가 가능한지, 소멸시효 정지 기간을 최장 얼마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민원인이 합의했다가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유효한지 등 다각적인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보사 측은 소송과 소멸시효 완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니 시간을 끌면서 소멸시효를 완성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데, 이번 소송은 불확실성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법원이 민원인의 손을 들어주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해도 미지급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도 8월 10일 분조위에 불수용 의견을 내면서 “불수용은 민원 1건에 대한 것으로 향후 법적인 판단을 거친 후 모든 고객에게 공정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생보사 측은 문제가 된 약관은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법원에서 다퉈보고, 법원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하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법원으로 간 즉시연금 사태는 자살보험금 사태 때와 똑같이 ‘부실 약관’이 문제의 핵심이다. 자살보험금 사태는 생보사가 약관을 베껴 쓰면서 실수로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 재해사망보험금을 준다’고 명시한 게 출발점이었다. 가입자들은 ‘약관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요구했고, 이에 보험사는 ‘오표시 무효의 원칙’으로 맞섰다. 대법원이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에 따라 약관이 의미하는 그대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하면서 문제가 해결됐다.
즉시연금 문제는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게 문제다. 분조위는 ‘만기환급금 재원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생보사는 약관에 ‘산출계산서에 따라’라고 적시돼 있고, 산출계산서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적립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출계산서는 보험사 내부 서류일 뿐 가입자는 알 수 없다는 게 분조위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생보사 측은 약관에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아도 사업비 등 공제는 보험의 원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약관 외에 사업방법서 등 내부 자료도 유효하다고 인정한 판례도 여럿 있다. 전문가들은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이번 기회에 불명확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가득 찬 보험사 약관으로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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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vs 생보사 소송전 시작
문제가 된 즉시연금은 즉시연금 중에서도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이다. 이 문제는 A씨가 지난해 한 건의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A씨는 2012년 9월 삼성생명 만기환급형 즉시연금에 가입했다. 가입금액(보험료)은 10억원으로, 보험기간은 10년이었다. 만기가 돌아오거나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료 원금인 10억원을 돌려받는다. 약관에 명시된 최저보증이율은 연 2.5%였다. A씨는 공시이율(운용자산이익률과 외부지표금리를 가중평균한 금리)이 떨어져도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월 208만원의 연금이 들어올 것을 기대하고 이 상품에 가입했다. 가입 후 3년 정도는 문제가 없었다. 가입 후 1년 동안은 매달 305만원, 이후 2년 간은 매달 250만원이 넘는 돈을 연금으로 받았다. 하지만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하락하면서 월 지급 연금액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연금액이 월 136만원으로 떨어지자 A씨는 “매달 208만원을 지급하라”며 금감원 분조위에 민원을 제기했다.
최저보증이율 2.5%를 명기한 약관이 존재함에도 A씨에게 지급한 연금액이 줄어든 건 이 보험의 특성 때문이다. 즉시연금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은행의 예금이자보다 높은 공시이율을 제시하는 대신, 보험료에서 사업비와 위험보장료를 뗀다. 이게 순보험료다. A씨의 경우 순보험료는 총 5700만원의 사업비와 위험보장료가 빠진 9억4300만원이다. 보험사는 이 순보험료를 운용해 매달 생활연금을 지급한다. 이렇게 되면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해 A씨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월 196만원이다. 그렇지만 A씨는 매달 196만원을 받지 못했다. 운용 수익에서 A씨에게 연금을 지급하기 전에 ‘책임준비금’을 뗐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가입자 사망이나 만기가 돌아왔을 때 보험료 원금(A씨의 경우는 10억원)을 돌려주기 위해 운용수익의 일부를 책임준비금으로 쌓아둔다. 사업비와 위험보장료(5700만원)로 제한 금액을 만기 때까지 채워둬야만 원금을 돌려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원금을 맞추기 위해 보험사가 쌓아둬야 할 적립금 액수가 커지면서 A씨에게 돌아갈 연금액이 준 것이다.
A씨와 보험사의 입장이 엇갈리며 분쟁이 생긴 건 이 지점이다. A씨는 “운용수익에서 책임준비금을 뗀다는 내용이 약관에 명시되지 않았던 만큼 월 208만원을 지급하라”고 주장했다. 삼성생명은 “약관에서 ‘연금계약 적립액은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서 정한 바에 따라 계산한 금액으로 한다’고 돼 있다”며 “기초서류(약관, 산출방법서, 사업방법서)에 따라 산정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나 분조위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분조위는 “산출방법서는 보험사 내부의 서류일 뿐 약관만 보면 연금액이 최저보증비율 밑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없다”며 “순보험료에 최저보증이율을 적용한 수익을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저금리 상황을 염두에 넣지 않은 채 보험을 설계한 문제가 드러난 데다 부실하게 작성된 약관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삼성생명도 약관이 부실하게 작성된 부분을 인정해 약관을 고쳤다. 그리고 이 건에 대해서는 지난해 말 분조위의 조정안을 수용했다.
한화·삼성생명 “소송 소멸시효와 관계없어”
이에 대해 금감원은 즉시연금 가입자의 소송을 지원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상태다. 소송을 제기한 가입자에게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하고, 보험사에 대한 검사 결과나 내부 자료도 법원에 제출해 민원인을 도울 계획이다. 사실상 금감원과 삼성생명 간 법정공방이 시작되는 셈이다. 금감원은 “소송이 진행되면 금융분쟁조정세칙에 따라 소송을 지원할 것”이라며 “지원금액이나 범위, 방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융분쟁조정세칙을 보면 분조위가 소비자의 청구를 인용하거나 선례에 비춰 인용 가능성이 큰 사건에 대해 금융사의 조치가 부당하다고 인정되면 소송을 지원할 수 있다. 과거 은행과 증권사의 분쟁에서는 각각 한 차례씩 소송 지원이 이뤄졌지만, 금감원의 등장에 금융사가 소송을 포기하거나 민원인이 먼저 소송을 철회하면서 지원이 마무리되지 않았다.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는 아직 소송 지원 사례가 없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우선 변호사 선임 비용을 일부 지원하는 방안이 제기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산 문제상 수십명을 동시에 지원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지원 대상을 어떻게 선정할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생보사의 이번 소송에 대해 일각에서는 자살보험금 사태처럼 시간 끌기를 하며 ‘소멸시효(3년)’를 완성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소송 기간 동안 보험계약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금 청구 가능 기간은 3년으로, 이 기간이 지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자살보험금 사태 때 소송기간이 길어지면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자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금감원도 즉시연금 소멸시효 중단을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멸시효 연장법이 올해 4월에 통과됐는데 그 이전 계약자도 소멸시효 정지가 가능한지, 소멸시효 정지 기간을 최장 얼마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민원인이 합의했다가 다시 소송을 제기한 경우에도 유효한지 등 다각적인 법률 검토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생보사 측은 소송과 소멸시효 완성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불확실한 상황이 이어지니 시간을 끌면서 소멸시효를 완성시키려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가 있는데, 이번 소송은 불확실성을 없애자는 것”이라며 “법원이 민원인의 손을 들어주면 소멸시효가 완성됐다 해도 미지급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생명도 8월 10일 분조위에 불수용 의견을 내면서 “불수용은 민원 1건에 대한 것으로 향후 법적인 판단을 거친 후 모든 고객에게 공정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생보사 측은 문제가 된 약관은 다툼의 여지가 있으므로 법원에서 다퉈보고, 법원에서 지급해야 한다고 하면 소멸시효와 관계없이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불명확하고 모호한 약관 고쳐야
즉시연금 문제는 약관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관련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게 문제다. 분조위는 ‘만기환급금 재원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민원인의 손을 들어줬지만, 생보사는 약관에 ‘산출계산서에 따라’라고 적시돼 있고, 산출계산서에 만기보험금 지급 재원 적립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산출계산서는 보험사 내부 서류일 뿐 가입자는 알 수 없다는 게 분조위의 판단이다. 이에 대해 생보사 측은 약관에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아도 사업비 등 공제는 보험의 원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약관 외에 사업방법서 등 내부 자료도 유효하다고 인정한 판례도 여럿 있다. 전문가들은 “판단은 법원의 몫이지만 이번 기회에 불명확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가득 찬 보험사 약관으로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당국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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