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C 드라마 ‘베터 콜 사울’에서 레아 시혼이 연기하는 킴 웩슬러의 미래에 팬들의 관심 쏠려 ‘베터 콜 사울’에서 레아 시혼은 시트콤 연기에서 벗어나 진지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 사진:AMC.COMAMC 드라마 ‘브레이킹 배드’의 스핀오프 프리퀄 작품 ‘베터 콜 사울’의 파일럿 방송에서 레아 시혼(46)의 대사는 단 2줄이었다. 첫 장면에서 시혼은 자신이 일하는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의 법률회사 ‘햄린, 햄린 & 맥길’(HHM) 회의실에 앉아 있다. 밥 오덴커크가 연기하는 지미 맥길(장차 ‘브레이킹 배드’의 악덕 변호사 사울 굿먼이 된다)이 늘 그렇듯이 우스꽝스럽게 허풍을 떨며 회의실로 들어온다. 그는 두 팔을 쳐들고 영화 ‘네트워크’(1976)에서 네드 비티가 했던 대사를 흉내 낸다. “자네는 지금 자연의 섭리에 간섭을 하고 있어. 난 절대 용납할 수 없네!”
지미는 자신의 형 척(‘햄린, 햄린 & 맥길’의 맥길이 바로 그다)의 일과 관련해 하워드 햄린에게 따지려고 그 자리에 왔다. 아직 이름도 밝혀지지 않은 시혼의 캐릭터는 그 광경을 무표정하게 지켜본다. 그녀가 이 장면에서 눈길을 끄는 이유는 회의에 참석한 사람 중 유일한 여자라는 사실뿐이다. 지미는 회의가 생각대로 풀리지 않자 건물 주차장으로 내려가 철제 쓰레기통을 축구공처럼 발로 찬다. 카메라가 주차장 벽에 기대 선 여인을 비춘다. 그녀의 얼굴은 그늘에 가려져 있다.
지미가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맞대고 선다. 회의실에서 본 여자다. 그녀는 담배 한 모금을 깊이 빨아들인다. 그가 그녀의 입술에 물려 있는 담배를 가져와 한 모금 빨고는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는다. 그가 그녀에게 도와달라고 말한다. “난 할 수 없어요, 지미.” 그녀가 바닥에 담배를 버리고 발로 밟아 끄면서 말한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간다. 가는 길에 그녀는 쓰레기통을 바로 놓고 뚜껑을 다시 덮는다.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돼 가는 ‘베터 콜 사울’의 마법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 드라마의 작가이자 크리에이터인 빈스 길리건과 피터 굴드는 시리즈의 기본 골격을 이루는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한 힌트를 곳곳에 숨겨놓으면서 큰 흥미를 자아냈다. 하는 일마다 실수투성이지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지미와 냉철한 머리로 그가 저지른 잘못을 해결해 나가는 킴 웩슬러(시혼)가 그들이다.
길리건과 굴드는 사울이라는 인물을 조각 그림 퍼즐처럼 설정했다. 정교하게 짜인 퍼즐 조각이 몇 시즌에 걸쳐 서서히 맞춰지면서 정체가 드러나도록 말이다. 이것은 아주 느린 열차사고나 다름없다. 사고 그 자체보다 그 과정을 지켜보는 데 묘미가 있다.
1~2시즌에서 킴은 드라마의 도덕적 중심으로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이 야심 찬 변호사는 매우 복잡한 캐릭터라는 게 차츰 드러난다. “그녀와 지미는 때때로 공범 관계를 형성한다”고 굴드는 말했다. “킴은 지미가 규칙을 어기고 편법을 쓰며 혼란을 야기하는 데서 강한 매력을 느낀다. 킴을 드라마의 도덕적 중심이라고 말하는 건 정확하지 않다. 도덕적 중심이 없다는 게 이 드라마의 교묘한 점이다.”
길리건과 굴드는 또 어떤 캐릭터를 고결한 성격으로 묘사해 부담을 주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안다. ‘브레이킹 배드’에서 화학 교사에서 마약 제조업자가 된 월터 화이트(브라이언 크랜스턴)의 부인 스카일러가 좋은 예다. 원칙을 매우 중시하는 스카일러는 남편의 범죄행위를 돕지 않는다는 이유로 시청자의 미움을 샀다. 이 역할을 맡은 애나 건은 최근 자신이 사람들의 잔인한 비난을 견뎌야 했으며 그것은 ‘매우 혼란스럽고 이상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굴드는 “솔직히 말해 우린 킴 웩슬러에게 그런 짐을 지우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킴은 시시각각 미묘하게 분위기가 달라지는 시혼의 연기 덕분에 시청자들이 보호해주고 싶은 캐릭터가 됐다. 한 팬은 트위터에 ‘다른 모든 캐릭터는 정서적으로 망가져도 괜찮지만 그녀가 그렇게 되는 건 견딜 수 없다’고 썼다.
길리건과 굴드는 3년 전 주차장 장면에서 시혼의 연기를 처음 봤을 때 “연기자 중에서도 보기 드물게 뛰어난 포커 페이스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린 그런 그녀의 특성에 맞게 대본을 써나갔다.”
주차장의 조명은 적절했다. 킴으로 변신한 시혼은 누아르 영화의 대표적인 여배우 바브라 스탠윅을 연상시켰다. 오이처럼 차갑고 위트는 아타카마 사막처럼 메말랐으며 교활하고 영리해서 섹시하다. 킴이 지미에게 하는 대사에서 그녀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 “당신이 날 구하는 게 아니야. 내가 나를 구하는 거지.”
“킴은 누군가 자신을 완성시켜주길 바라지 않는다”고 굴드는 말했다. “그 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런 성격이 지미와의 관계에서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지미는 불행하며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애쓴다. 킴 또한 문제가 많고 언제나 정당한 거래를 하진 않지만 그녀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안다. 시혼은 그녀의 이런 특성을 잘 묘사한다.
“처음에 이 드라마를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지미 맥길이 사울 굿먼이 돼가는 과정을 어떻게 그릴까?’였다”고 굴드는 덧붙였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했다. 하지만 갈수록 ‘킴 웩슬러가 어떤 캐릭터로 발전해 갈까?’라는 질문에 매료됐다.”시혼이 묵고 있는 뉴욕의 호텔 방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난 킴보다 훨씬 더 수다스럽다”고 경고하듯 말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배우를 인터뷰했지만 작품 속 캐릭터와 달라도 너무 다른 이미지의 여배우를 만나니 당황스러웠다. 킴은 어두운 색상의 기성복 바지 정장을 즐겨 입고 얼굴에 공들여 화장을 하며 표정은 늘 결의에 차 있다. 또 머리는 포니테일 스타일을 고수한다. 하지만 시혼은 긴 머리를 풀어 자연스럽게 늘어뜨리고 맨발에 검은 테 안경을 끼었으며 아주 사교적이고 개방적인 모습이었다.
‘베터 콜 사울’의 시즌 4의 시혼(킴 역)과 밥 오덴커크(지미 맥길 역). 킴은 늘 편법을 쓰는 지미에게 묘한 매력을 느낀다(왼쪽). / 사진:NICOLE WILDER/AMC/SONY PICTURES TELEVISION시혼을 보면 그녀에겐 킴의 인생에는 없을 여자친구들이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킴은 반사회적인 측면이 있다”고 시혼이 큰 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페미니스트 운동가다. 그러니 반여성적이라고 말할 수는 없고 ‘반친구적(anti-friend)’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법을 모른다.”
‘베터 콜 사울’ 촬영 현장에서 시혼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패트릭 파비언(하워드 햄린 역)이다. 시혼은 “우린 함께 있으면 아주 신나고 재미있게 논다”며 “그는 내 남자형제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의 출연진은 앨버커키에 5개월 동안 머무르면서 촬영했다. 우리가 만나기 바로 전 주에 촬영이 마무리됐다. “시즌 4는 모든 면에서 정신 없고 복잡했다”고 시혼은 말했다. “복잡한 플롯과 얽히고설킨 스토리, 거의 모든 캐릭터가 경험하는 감정의 롤러 코스터 등등.”
“촬영장을 떠난 지 3일 됐는데 벌써 몸이 근질거린다”고 시혼은 말했다. “난 쉬는 게 싫다. 1년에 364일 연기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녀가 프로듀서 그레이엄 라슨과 4년 동안이나 약혼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가 일 욕심 때문일까 싶기도 하지만 꼭 그렇진 않다고 한다. “우리가 결혼을 안 하는 이유는 뭔가를 계획할 때 내가 느끼는 불안감과 관계 있다.”
시혼은 킴이라는 캐릭터를 분석하는 데 엄청난 시간을 들였다. 참고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어 주로 상상력에 의존했다. 길리건과 굴드는 배우와 시청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많이 남겨두는 편이다. 킴은 캔자스주와 네브래스카주 경계에 있는 소도시에서 앨버커키로 이주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법률회사 HHM의 우편물실에서 지미를 만난다. 그녀는 서류 검토하는 일부터 시작해 마침내 큰 사건을 맡게 되고 독립해서 지미와 함께 사무실을 차리게 된다. 3시즌이 방영되는 동안 알려진 킴의 배경은 이 정도가 전부다.
그리고 그녀는 똑똑하고 실용적이며 근면하다. 실제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기능보다 미학을 중시하는 TV에선 보기 드문 여성이다. “킴은 어떤 면에서도 경솔하지 않다”고 시혼은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방 안으로 걸어 들어갈 때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녀는 사람들과 섞이기를 원한다.” 사실 킴은 전형적인 남성 반영웅(주인공 답지 않은 주인공)에 더 가깝다. 그녀는 많은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킴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말수가 적다”고 시혼은 말했다. “일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것도 보통은 남자 캐릭터의 특성이다.”
이런 면에서 킴은 지미와 정반대지만 시혼은 그녀가 그에게 매력을 느끼는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지미는 재미있고 매력적이며 킴이 살면서 만난 어느 누구보다 더 의리가 있다. 게다가 그는 대체로 정직하며 때때로 이성적이기도 하다.”
많은 팬은 실수투성이 지미 때문에 킴의 인생이 망가질 것을 우려해 그녀가 그에게 끌리는 걸 탐탁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그 이끌림은 섹스보다 유사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열정이다. 두 사람 다 품위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방식은 서로 매우 다르지만 말이다. 시혼의 말대로 킴은 지미가 갖고 놀기엔 너무도 이성적이고 똑똑하다. “이상한 일이지만 바로 그 때문에 사람들은 지미도 똑똑할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시혼은 말했다. “그가 왜 자신을 누를 누군가와 함께하겠는가? 작가들은 여러 수단을 동원해 각각의 캐릭터가 멍청하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사실 지미는 매우 훌륭한 변호사다.”
“참 재미있는 일”이라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내게 와서 ‘그런데 킴은 사울이 한 일을 참아줄 리가 없는데요’라고 말한다. 그러면 난 ‘브레이킹 배드’에서 사울이 한 일을 말하는 건가요? 킴은 그 드라마를 안 봤어요’라고 답한다.”
시혼은 버지니아주에 있는 조지 메이슨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부전공으로 연극을 공부했다. 2003년 시트콤에 출연하려고 LA로 이주한 뒤 시트콤 14작품을 더 했다. “배우에게 고정관념이 따라붙는 건 아주 좋지 않다”고 그녀는 말했다. 다행히 그녀는 크랜스턴과 오덴커크, 마이클 매킨(지미의 형 척 역을 맡았다) 등 몇몇 동료 코미디언들처럼 길리건의 드라마에서 평단의 호평을 받는 역할을 따냈다.
시혼은 ‘시청자에게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여주는 것’ 같은 시트콤 연기에서 벗어나 진지한 캐릭터 개발이 가능한 작품을 하게 된 게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엔 대사가 6~8장씩 계속되는 장면들이 있다. 정신 나간 해프닝이 아니라 대화에 무게중심이 있다.”
‘베터 콜 사울’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 드라마지만 침묵이 길게 흐르는 장면이 많다. 시혼은 긴 포즈(pause, 잠시 멈춤)를 즐긴다. “카메라도 움직이지 않고 그냥 앉아서 캐릭터가 느끼는 기분을 느끼면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연극을 상기시키는 순간이다. 관객(시청자)이 나와 함께 숨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브레이킹 배드’처럼 이 드라마도 디테일 하나하나에 의도가 숨어 있다. 주인공의 셔츠 색깔 하나에도 의미가 담겨 있어 열띤 온라인 추측 댓글 퍼레이드로 이어지곤 한다. “제작진은 모든 것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인다”고 시혼은 말했다. “그것이 우리를 자유롭게도 하기도 하고 구속하기도 한다. 굴드나 길리건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면 그 특유의 한계 내에서 자유를 찾을 수 있다.”
‘베터 콜 사울’ 촬영 현장에서 시혼의 가장 가까운 친구는 패트릭 파비언(하워드 햄린 역)이다. / 사진:YOUTUBE.COM배우들에게 그 자유는 촬영 현장에서 주어진다. “대본에 지시사항이 별로 없다”고 시혼은 말했다. “어떤 대사를 어떻게 읽으라는 지시가 아예 없다. 예를 들어 ‘이 대목에서 두 사람은 말싸움을 시작한다’ 같은 식의 지문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배우들은 연출자와 함께 그런 사항을 의논하고 장면마다 꽤 여러 버전을 찍는다.”
오덴커크와 시혼은 열띤 논의 끝에 대본에 명시되지 않은 지미와 킴의 과거사를 함께 만들어냈다. “작가들은 그들의 관계를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고 오덴커크는 말했다. “모든 관계에는 특별한 요소가 있다. 내 아내와 나 사이에도 그런 게 있다. 거기에 일종의 신비감이 존재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밝혀낼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난 킴이 지미에게 끌리는 이유가 그의 성격이 그녀에게 익숙하게 느껴지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다. “당신 생각이 맞는 것 같다”고 오덴커크는 말했다. “그런 사실이 시즌 4에서 밝혀지진 않지만 굴드와 길리건이 킴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다. 그들은 그녀가 과거에 만난 사람들을 언급했다.”
“난 킴이 뭔가로부터 도망치는 것 같다”고 시혼이 거들었다. “잘못된 일과 사람들을 고치는 것이 그녀의 대응기제다. 지미는 그런 측면에서 그녀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시혼은 거리에서 킴의 배경에 관한 나름의 가설을 펼치는 팬들을 자주 만난다. “어찌 보면 그건 당연한 일”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길리건과 굴드는 늘 시청자의 지적 능력을 중시한다. 그들이 대본을 쓸 때 거기엔 여러 의도가 깔려 있다. 그것이 시청자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 팬들이 제시하는 가설들은 그럴 듯할까? 그녀는 웃으면서 “대개는 그렇다”고 말했다.
시즌 3의 10회에서 우리가 킴을 마지막으로 봤을 때 그녀는 자동차 사고를 당한 후 회복 중이었다. 지미와 킴은 사무실 문을 닫고 완전한 휴식 모드로 들어간다. 하루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피자·치킨·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영화 DVD 몰아보기에 푹 빠져 지낸다. 킴은 한쪽 팔에 석고붕대를 감고 트레이드마크였던 포니테일을 풀어헤쳤다.
굴드에 따르면 시즌 4(지난 8월 6일 첫 방영됐다) 초반에도 킴은 여전히 석고붕대를 감고 나온다. 굴드는 이번 시즌이 시혼에겐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거라고 말했다. “킴이 감정적으로 폭발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평소 그녀가 감정을 억눌러왔던 터라 충격파가 엄청나다.”
킴이 ‘브레이킹 배드’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굴드에게 들려오는 그녀의 미래에 관한 갖가지 가설의 대다수는 ‘상당히 끔찍하다.’ 시혼도 킴이 죽는 게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아니면 감옥에 갈 수도 있다”고 그녀는 말했다. “그녀가 지미를 따라 잘못된 길을 걷다가 모든 걸 잃고 철창신세를 질 수도 있는데 그건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하다.”
하지만 킴이 ‘브레이킹 배드’의 평행우주에 존재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어차피 그 시리즈에서 사울 굿먼은 주변 캐릭터로 사무실 밖에서는 별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난 굴드에게 ‘제브라 북극 작전(Ice Station Zebra)’ 가설을 들어봤느냐고 물었다. 굴드는 “그게 뭐냐?”고 되물었다.
‘베터 콜 사울’ 시즌 2에서 킴과 지미가 록 허드슨 주연의 1968년 영화 ‘제브라 북극 작전’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킴은 자신의 아버지가 그 영화를 가장 좋아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나중에 두 사람이 처음 사기를 칠 때 수표를 ‘제브라 북극 작전 협회(Ice Station Zebra Associates, ISZA)’ 앞으로 발행한다. ‘브레이킹 배드’를 자세히 본 사람들은 ISZA가 사울 굿먼의 지주회사 이름이라는 걸 안다. 그래서 킴이 ‘브레이킹 배드’에서 표면엔 드러나지 않았지만 사울의 막후 공범이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이 성립된다.
그 이야기를 듣더니 굴드는 웃음을 터뜨렸다. 사울의 팬들은 조그만 꼬투리라도 있으면 그 아리송한 단서를 파고드는 데만 집중한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가 ‘브레이킹 배드’에 ‘제브라 북극 작전’ 영화 시청 장면을 집어넣은 건 그저 재미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 뒤에 그런 이야기가 숨어 있는 줄은 몰랐다. 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대목이 더 흥미진진하다. 킴과 지미가 같이 있는 건 자연스럽지만 그녀가 사울 굿먼과 함께 있는 장면을 상상해 봤나?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나?” 그의 목소리에서 강한 호기심이 묻어났다.
- 메리 케이 실링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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