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 카드 수수료 내린다더니 오히려 올려] 연 매출 5억원 넘는 가맹점 37만개 대상
[단독 | 카드 수수료 내린다더니 오히려 올려] 연 매출 5억원 넘는 가맹점 37만개 대상
금융위, 1월 밴사 수수료 ‘정액제→정률제’ 조정 따른 결과 … “윗 돌 빼 아랫돌 괴는 격” 가맹점주 분통 정부의 자영업자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정책이 엉뚱한 곳으로 불똥이 튀었다. 정부는 신용카드 수수료 구조를 개편해 중소 가맹점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계획이었는데, 그 부담을 연 매출 5억원 이상의 일반가맹점에 전가시키고 있어서다. 신용카드 업계는 최근 ‘적격비용’을 재산정해 8월 말 연 매출 5억원 이상 가맹점을 대상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기습 인상했다. 인상폭은 0.1%포인트 안팎으로 카드사와 가맹점 매출 규모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다. 연 매출 10억원인 외식 업체의 경우 신한카드는 1.88%에서 1.99%로 0.11%포인트 인상했고, 삼성카드는 2.07%에서 2.14%로 0.07%포인트 올렸다. 롯데·BC·NH·하나카드 등도 0.1%포인트 안팎 인상한 2%대 초로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조정했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매출액 대비 지출되기 때문에, 연 10억원의 카드매출을 일으킨 가맹점의 경우 연 2000만원을 신용카드 수수료로 지불하게 된다. 신용카드사들은 사전 설명 없이 이런 내용의 고지서를 8월 말 가맹점에 일제히 발송했다. 카드사에 따라 8월 27~31일 매출 승인분부터 새 수수료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카드사들은 수수료율 인상의 이유로 ‘거래승인과 매입정산비용 개편’을 들었다. 카드사의 적격비용은 자금조달과 모집, 마케팅, 대손, 관리 등 비용을 모두 포함한 개념이며, 신용카드사의 매출 근거다. 이번 수수료율 인상의 이유로 제시한 거래승인·매입정산비용은 카드결제 및 대금지급 등 밴(VAN)사 몫으로 돌아가는 일종의 수수료다. 밴사는 카드사와 가맹점 간 전표매입, 대금정산 등의 일을 맡는 일종의 거래 대행 업체다. 가맹점의 카드 단말기 설치 및 관리 업무도 밴사가 한다. 카드사들은 이번 수수료율 인상이 “밴 서비스 가격 체계를 조정하겠다”는 금융위원회 방침에 근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1월 10일 소액결제일수록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카드수수료 인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결제건별로 동일 금액을 부과하는 현행 정액제 밴 수수료 체계를 소액결제일수록 수수료를 낮추는 정률제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또 영세가맹점의 범위를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범위를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확대했다. “7월 신용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된다.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 따른 실무 조치다. 금융위는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낮추겠지만,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관련 수익·비용은 줄어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위는 영세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경감과 신용카드사의 매출 유지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연 매출 5억원 이상의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려 이를 문제를 해결한 모양새가 됐다.
5억원 이상에게 카드 수수료율 인하 부담을 넘기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통계청이 2016년 말 내놓은 ‘자영업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 매출 5억원 이상 자영 업체 수는 2015년 기준 37만개로 전체 업체 수의 7.7%에 달한다. 1월 10일 발표 직후 건당 결제금액이 큰 가맹점은 수수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는 “5억원 이상은 자동차·항공사·호텔·대형마트·면세점 등 대형 업체가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전체에서 연 매출 5억원 이상 업체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은 제조업(20.9%)이다. 도·소매업도 16.1%로 높았고, 숙박·음식점업도 4.4%나 된다.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인 편의점의 평균 연 매출도 6억7900만원(서울시 기준)으로 5억원이 넘는다. 서울 역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재훈씨는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해놓고 매출액 5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로 저녁에 장사하는 요식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큰데, 카드 수수료율까지 올라 고민이다. 고깃값을 올려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부담을 일반 가맹점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사들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정부와 카드사들이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영세자영업자들은 그대로 두고 정률제 적용으로 손쉽게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는 5억원 이상 가맹점을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2017년 기준 686조6080억원으로 전체 민간 소비지출의 78.87%나 된다. 이런 가운데 신한카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631억으로 전년 대비 26.44% 늘었다. 지난해에만 6000억원 넘는 배당을 실시했다. 삼성카드도 2016년보다 17.3% 늘어난 지난해 50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계속 떨어져 본업인 수수료 수입은 줄었다. 현금서비스 등 부수 사업을 늘린 결과”라며 “이번 수수료율 인상은 어디까지나 밴사 수수료 체제 전환에 따른 것이라 카드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내년 1월을 목표로 카드 수수료율 체제 개편에 나선다. 카드 수수료율은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3년마다 조정되는데 2015년에 이어 올해가 개편되는 해다. 현재 금융위 사무처장을 팀장으로 여신협회·카드사, 업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TF)이 수수료율 인하를 둘러싼 소비자·가맹점·카드사·밴사의 의견을 종합 검토 중이다. 특히 올해는 카드가맹점이 카드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규정한 의무수납제 폐지 논의도 벌이고 있다. 조남의 원장은 “금융위가 그 동안 페이 등 대체 결제 수단을 배척해왔는데, 이번 카드수수료율 조정을 계기로 민간에서 다양한 결제 수단이 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규제 중심으로 억누를 게 아니라 결제 수단을 다양화하면 수수료가 내리고, 핀테크 등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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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말부터 기습 인상
실제 금융위는 지난 1월 10일 소액결제일수록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카드수수료 인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결제건별로 동일 금액을 부과하는 현행 정액제 밴 수수료 체계를 소액결제일수록 수수료를 낮추는 정률제로 바꾸겠다는 내용이다. 또 영세가맹점의 범위를 연 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 범위를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확대했다. “7월 신용카드 수수료가 추가 인하된다.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사에 따른 실무 조치다. 금융위는 중소가맹점 수수료는 낮추겠지만, 신용카드사의 수수료 관련 수익·비용은 줄어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위는 영세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경감과 신용카드사의 매출 유지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는 연 매출 5억원 이상의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올려 이를 문제를 해결한 모양새가 됐다.
5억원 이상에게 카드 수수료율 인하 부담을 넘기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통계청이 2016년 말 내놓은 ‘자영업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연 매출 5억원 이상 자영 업체 수는 2015년 기준 37만개로 전체 업체 수의 7.7%에 달한다. 1월 10일 발표 직후 건당 결제금액이 큰 가맹점은 수수료가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는 “5억원 이상은 자동차·항공사·호텔·대형마트·면세점 등 대형 업체가 해당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전체에서 연 매출 5억원 이상 업체 비중이 가장 큰 업종은 제조업(20.9%)이다. 도·소매업도 16.1%로 높았고, 숙박·음식점업도 4.4%나 된다. 소액결제가 많은 업종인 편의점의 평균 연 매출도 6억7900만원(서울시 기준)으로 5억원이 넘는다. 서울 역삼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재훈씨는 “정부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한다고 해놓고 매출액 5억원 이상을 대상으로 수수료율을 올리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주로 저녁에 장사하는 요식 업체들은 최저임금 인상 부담이 다른 업종에 비해 더 큰데, 카드 수수료율까지 올라 고민이다. 고깃값을 올려 받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부담을 일반 가맹점뿐만 아니라 신용카드사들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은 “정부와 카드사들이 목표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 수수료율을 적용 받는 영세자영업자들은 그대로 두고 정률제 적용으로 손쉽게 수수료율을 올릴 수 있는 5억원 이상 가맹점을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금액은 2017년 기준 686조6080억원으로 전체 민간 소비지출의 78.87%나 된다. 이런 가운데 신한카드는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631억으로 전년 대비 26.44% 늘었다. 지난해에만 6000억원 넘는 배당을 실시했다. 삼성카드도 2016년보다 17.3% 늘어난 지난해 50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실적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카드 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가 계속 떨어져 본업인 수수료 수입은 줄었다. 현금서비스 등 부수 사업을 늘린 결과”라며 “이번 수수료율 인상은 어디까지나 밴사 수수료 체제 전환에 따른 것이라 카드사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소상공인도 살리고 신용카드사도 살리고?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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