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워제네거’란 거미를 아시나요?
‘슈워제네거’란 거미를 아시나요?
새로 발견된 거미 종의 이름이 영화 ‘프레데터’에 등장한 인물들을 기념할 수 있도록 붙여져 1987년 개봉된 할리우드 영화 ‘프레데터’를 보면 외계 괴물이 특공대 팀을 스토킹하며 살해한다. 특공대 팀을 이끄는 더치 소령(아놀드 슈워제네거)은 정글의 나무 덩굴을 자르고 나뭇가지를 뾰족하게 깎아 함정을 만들어 괴물을 처치한다.
이 영화의 팬인 과학자들이 최근 더치 소령의 함정 만드는 기법을 그대로 배워 사용했다. 그들은 외계 괴물 프레데터(‘포식자’라는 뜻)를 추격한 더치 소령의 특공대 팀처럼 현실세계의 ‘프레데터’를 뒤쫓았다. 새로운 종의 괴물 거미를 가리킨다. 그 거미들은 포식자답게 자신의 생태계를 치열하게 장악한다. 과학자들은 나무 덩굴과 가지를 이용한 덫이나 미니건 대신 색다른 함정을 만들었다. 방부제 포르말린과 세제를 혼합해 속을 채운 플라스틱 관이었다. 그들은 그 덫을 땅에 얕게 묻었다.
길이가 2㎜에 불과한 이 작은 거미는 흙 속이나 숲 바닥을 뒤덮은 나뭇잎 아래서 이동하며 톡토기나 다듬이벌레를 잡아먹는다. 이 거미가 먹잇감을 뒤쫓다가 파이프로 만든 덫 속에 굴러 떨어졌다. 과학자들은 파이프 속에서 죽은 거미 표본을 수거해 인공 소화효소를 넣어 내부의 부드러운 조직이 보이도록 한 다음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이처럼 영화에 나온 포획 기법을 모방한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듯이 과학자들은 이 거미의 속명을 외계 괴물의 이름을 따 ‘프레데터루놉스’라고 지었다. 브라질 상파울루연방대학 부탄탄연구소의 거미학자 안토니우 브레스코비트 박사는 “우린 이 거미의 속과 종 이름을 ‘프레데터’ 영화에 참여한 인물들을 기념할 수 있도록 붙였다”고 설명했다.
새로 발견된 종에 대중문화의 저명인사 이름을 붙이는 것은 과학 전통의 일부다. 만화 ‘심슨네 가족들’의 작가 이름을 딴 맷그레이닝 게, 할리우드 여배우 이름을 붙인 케이트 윈슬렛 딱정벌레, 록 뮤지션의 이름을 딴 프랭크 자파 달팽이, 가수 이름을 붙인 돌리 파튼 이끼 등이 그 예다.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에서 주인공 셸던 쿠퍼가 자주 사용하는 문구 ‘버징가’(속았지롱)를 이름에 붙인 벌과 해파리도 있다. 더구나 새로 발견된 거미 ‘프레데터 슈워제네거리’가 슈워제네거의 이름을 붙인 첫 종도 아니다. 우람한 팔을 가진 딱정벌레는 ‘아그라 슈워제네거리’, 앞다리가 유난히 큰 파리는 ‘메가프로포디포라 아놀디’라는 학명으로 불린다.
브레스코비트 박사팀은 새로 발견된 거미가 영화에서 마스크를 벗은 외계 괴물 프레데터를 닮은 것을 보고 그런 속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LEO 1450VP 스캐닝 전자현미경으로 이 거미를 살피던 과학자들은 다리 끝에 뾰족한 집게발과 입 앞쪽에 집게 모양의 뿔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프레데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브레스코비트 박사팀은 새로운 거미 종 29가지의 표본을 수집했다. 그중 17종에 ‘프레데터루놉스’라는 속명을 붙였다. ‘프레데터루놉스 더치’는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더치 소령, ‘프레데터루놉스 딜런’은 칼 웨더스가 연기한 CIA 요원 딜런의 이름을 땄다. 존 맥티어난 감독의 이름을 붙인 ‘프레데터루놉스 맥티어나니’, 영화의 허구적인 무대가 된 곳의 지명을 딴 ‘프레데터루놉스 발베르데’, 그곳 주민들이 프레데터에게 지어준 별명을 사용한 ‘프레데터루놉스 올데몬’ 등. 전자현미경을 다루듯이 대중문화 저명인사의 이름에 까다로운 브레스코비트 박사는 “‘프레데터’ 영화 참여자 모두가 포함됐는지, 또 이름의 특성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그 영화를 약 10번이나 봤다”고 말했다.
브레스코비트 박사는 미국자연사박물관 회보 2012년 6월호에서 그 발견을 묘사했다. 그는 프레데터루놉스 중에서 각각의 종을 구분하는 미세한 구조 차이를 설명하면서 (집게 모양의 뿔과 생식기 구조의 차이가 주된 기준이 된다) 영화에서 영감을 주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붙인 거미 ‘프레데터루놉스 블레인’을 두고 “영화에서 제시 벤추라가 연기한 블레인 쿠퍼와 너무 닮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는 씹는 담배를 좋아하며 챙이 처진 낡은 모자를 썼다.”
그런 학명을 선택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살짝 풍기면 잊혀지고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을 대중이 더 잘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스코 비트 박사는 “그런 종은 숲의 구석구석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에 관해 우리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런 숲을 파괴하면 미세한 종들이 멸종되고 결국 생물 다양성을 잃게 된다. 이 거미처럼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채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수없이 많다.”
영화 ‘프레데터’ 시리즈가 지금까지 6편이 나오면서(지난 9월 중순 최신 편이 미국에서 개봉됐다) 우리는 실제 그 이름을 가진 곤충보다는 영화 속의 허구적인 괴물을 더 잘 알게 됐다. 그 곤충은 서반구 최대 도시 중 하나인 상파울루에서 겨우 몇 ㎞ 밖에 떨어지지 않은 정글에 살고 있는 데도 말이다.
브레스코비트 박사는 “프레데터루놉스의 생물학에 관해선 거의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거미는 실험실에 가둬놓고 연구하기가 아주 어렵다.” 그점 역시 영화 속의 프레데터와 똑같지 않은가?
- 앤드루 웨일런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영화의 팬인 과학자들이 최근 더치 소령의 함정 만드는 기법을 그대로 배워 사용했다. 그들은 외계 괴물 프레데터(‘포식자’라는 뜻)를 추격한 더치 소령의 특공대 팀처럼 현실세계의 ‘프레데터’를 뒤쫓았다. 새로운 종의 괴물 거미를 가리킨다. 그 거미들은 포식자답게 자신의 생태계를 치열하게 장악한다. 과학자들은 나무 덩굴과 가지를 이용한 덫이나 미니건 대신 색다른 함정을 만들었다. 방부제 포르말린과 세제를 혼합해 속을 채운 플라스틱 관이었다. 그들은 그 덫을 땅에 얕게 묻었다.
길이가 2㎜에 불과한 이 작은 거미는 흙 속이나 숲 바닥을 뒤덮은 나뭇잎 아래서 이동하며 톡토기나 다듬이벌레를 잡아먹는다. 이 거미가 먹잇감을 뒤쫓다가 파이프로 만든 덫 속에 굴러 떨어졌다. 과학자들은 파이프 속에서 죽은 거미 표본을 수거해 인공 소화효소를 넣어 내부의 부드러운 조직이 보이도록 한 다음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이처럼 영화에 나온 포획 기법을 모방한 것만으론 부족하다는 듯이 과학자들은 이 거미의 속명을 외계 괴물의 이름을 따 ‘프레데터루놉스’라고 지었다. 브라질 상파울루연방대학 부탄탄연구소의 거미학자 안토니우 브레스코비트 박사는 “우린 이 거미의 속과 종 이름을 ‘프레데터’ 영화에 참여한 인물들을 기념할 수 있도록 붙였다”고 설명했다.
새로 발견된 종에 대중문화의 저명인사 이름을 붙이는 것은 과학 전통의 일부다. 만화 ‘심슨네 가족들’의 작가 이름을 딴 맷그레이닝 게, 할리우드 여배우 이름을 붙인 케이트 윈슬렛 딱정벌레, 록 뮤지션의 이름을 딴 프랭크 자파 달팽이, 가수 이름을 붙인 돌리 파튼 이끼 등이 그 예다. 미국 드라마 ‘빅뱅이론’에서 주인공 셸던 쿠퍼가 자주 사용하는 문구 ‘버징가’(속았지롱)를 이름에 붙인 벌과 해파리도 있다. 더구나 새로 발견된 거미 ‘프레데터 슈워제네거리’가 슈워제네거의 이름을 붙인 첫 종도 아니다. 우람한 팔을 가진 딱정벌레는 ‘아그라 슈워제네거리’, 앞다리가 유난히 큰 파리는 ‘메가프로포디포라 아놀디’라는 학명으로 불린다.
브레스코비트 박사팀은 새로 발견된 거미가 영화에서 마스크를 벗은 외계 괴물 프레데터를 닮은 것을 보고 그런 속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LEO 1450VP 스캐닝 전자현미경으로 이 거미를 살피던 과학자들은 다리 끝에 뾰족한 집게발과 입 앞쪽에 집게 모양의 뿔이 붙어 있는 것을 보고 ‘프레데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브레스코비트 박사팀은 새로운 거미 종 29가지의 표본을 수집했다. 그중 17종에 ‘프레데터루놉스’라는 속명을 붙였다. ‘프레데터루놉스 더치’는 슈워제네거가 연기한 더치 소령, ‘프레데터루놉스 딜런’은 칼 웨더스가 연기한 CIA 요원 딜런의 이름을 땄다. 존 맥티어난 감독의 이름을 붙인 ‘프레데터루놉스 맥티어나니’, 영화의 허구적인 무대가 된 곳의 지명을 딴 ‘프레데터루놉스 발베르데’, 그곳 주민들이 프레데터에게 지어준 별명을 사용한 ‘프레데터루놉스 올데몬’ 등. 전자현미경을 다루듯이 대중문화 저명인사의 이름에 까다로운 브레스코비트 박사는 “‘프레데터’ 영화 참여자 모두가 포함됐는지, 또 이름의 특성이 정확한지 확인하기 위해 그 영화를 약 10번이나 봤다”고 말했다.
브레스코비트 박사는 미국자연사박물관 회보 2012년 6월호에서 그 발견을 묘사했다. 그는 프레데터루놉스 중에서 각각의 종을 구분하는 미세한 구조 차이를 설명하면서 (집게 모양의 뿔과 생식기 구조의 차이가 주된 기준이 된다) 영화에서 영감을 주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붙인 거미 ‘프레데터루놉스 블레인’을 두고 “영화에서 제시 벤추라가 연기한 블레인 쿠퍼와 너무 닮았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그는 씹는 담배를 좋아하며 챙이 처진 낡은 모자를 썼다.”
그런 학명을 선택한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할리우드의 분위기를 살짝 풍기면 잊혀지고 멸종 위기에 놓인 종을 대중이 더 잘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브레스코 비트 박사는 “그런 종은 숲의 구석구석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에 관해 우리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강조했다. “이런 숲을 파괴하면 미세한 종들이 멸종되고 결국 생물 다양성을 잃게 된다. 이 거미처럼 과학계에 알려지지 않은 채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이 수없이 많다.”
영화 ‘프레데터’ 시리즈가 지금까지 6편이 나오면서(지난 9월 중순 최신 편이 미국에서 개봉됐다) 우리는 실제 그 이름을 가진 곤충보다는 영화 속의 허구적인 괴물을 더 잘 알게 됐다. 그 곤충은 서반구 최대 도시 중 하나인 상파울루에서 겨우 몇 ㎞ 밖에 떨어지지 않은 정글에 살고 있는 데도 말이다.
브레스코비트 박사는 “프레데터루놉스의 생물학에 관해선 거의 아무 것도 알려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거미는 실험실에 가둬놓고 연구하기가 아주 어렵다.” 그점 역시 영화 속의 프레데터와 똑같지 않은가?
- 앤드루 웨일런 뉴스위크 기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변우석 업은 배스킨라빈스, X-마스 '케이크 전쟁' 승기 잡을까
2임지연, 씨스루에 두 팔 벌리며…"후회 없이 보여드릴 것"
3신한은행, 재외국민 위한 ‘신한인증서 발급 시범서비스’ 개시
4'금리 인하'에 소식에 은행 찾았지만...대출은 '첩첩산중'
5정병윤 리츠협회장 “국내 리츠 경쟁력 높이기 위한 과제 해결 필요”
6SK증권, 조직개편·임원인사 단행…대표 직속 IB 총괄 신설
7MBK·영풍 시세조종 의혹 재점화…임시주총 변수 되나
8현대차그룹, 英 ‘탑기어 어워즈’ 4년 연속 수상
9롯데, 임원인사서 CEO 21명 교체..."계열사 혁신 가속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