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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뿐인 해외 파병 주둔이냐 철군이냐

상처 뿐인 해외 파병 주둔이냐 철군이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끝없는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끝내고 싶어 하고 군인들도 동의하지만 그들은 그동안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의아해 한다
사진 : MASSOUD HOSSAINI-AP-NEWSIS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외 주둔 미군을 철수시키려 한다. 9·11 테러가 발생한 지 17년이 지난 지금 오래 전의 입법에 따라 7개국에서 미군이 참전 중이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로서 그런 끝없는 전쟁 2건을 끝낼 수 있다고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장성들의 조언을 묵살하고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승리를 선언하고 시리아 주둔 미군 2000명의 철수를 명령했다. 그는 올해 초 병력 7000명을 국내로 순환 배치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도 대폭 감축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임무 완수”를 선언했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승리의 깃발을 들고 귀국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임자들이 병력을 귀국시켜 호전적인 극단주의자들에게 좌절을 안겨줬다면 국가적 영웅으로 칭송 받았을 것이라고 트위터에서 주장했다.

미군이 승리의 깃발을 들고 귀국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6일 부인 멜라니아와 함께 이라크 주둔 미군을 방문했다. / 사진:ANDREW HARNIK-AP-NEWSIS
리서치 결과 끝없는 전쟁에 대한 국민적 피로감 확대가 트럼프 당선의 중요한 요인이었다. 미국의 병력과 자금을 쏟아붓는데 승리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은, 다시 말해 출구전략이 없는 대외 정책에 유권자의 불만이 커졌다. 2020년 대선 후보이자 평소 트럼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해온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대통령의 시리아·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철수 결정을 지지한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그리고 전쟁의 책임을 맡은 1%의 미국 국민인 군인들도 반대하지 않는다. 국방부의 전·현직 관료들은 그런 전쟁을 끝내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이 틀리지 않았으며 자신을 향한 일부 비판이 불공평하다는 그의 주장도 일리 있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AP통신이 최근 실시한 미국 전국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역·퇴역 미군의 56%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하는 반면 43%가 반대한다(AP 여론조사는 미군 현역·퇴역 군인 4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트럼프 정부가 미국을 테러로부터 더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응답자가 51%,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35%였다. 그러나 군부 관계자들은 장기적인 국가안보 전략에서 당장의 결과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욕심이 현실을 너무 앞서간다고 말한다. 전쟁은 어떤 상징적인 순간에 끝나지 않으며(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은 예외) 승리, 특히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승리는 환상이라는 설명이다.
 좋든 싫든 기상나팔은 울린다
시리아 개입 반대 시위. / 사진:CAROLYN KASTER-AP-NEWSIS
그 트윗은 지난 1월 1일 미국 동부 시각으로 자정 1분 뒤 떴다. 미국 국방부의 발표였다. 보잉 중역 출신으로 군 경력이 전무하며 정부에 등용된 지 1년 반 된 패트릭 섀너핸이 국방장관 대행을 맡는다는 내용이었다.

언젠가 한 해병대 동료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기상나팔은 울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쉽게 말해 이럴 줄 알았다는 뜻이다. 트윗은 정부 내 ‘어른’으로 칭송 받은 마지막 장성이자 시리아 철군에 대놓고 반대한 제임스 매티스가 사퇴했음을 분명히 전했다. 2014년 미국이 시리아 내전에 처음 개입한 이후 주둔병력이 불어나 지금은 2000명 선으로 증가했다. IS의 경우 전투원 그리고 현지 주민 사이에 심어놓은 동조자가 2만5000~3만 명으로 추정된다.

다마스쿠스 외곽 지대. / 사진:HASSAN AMMAR-AP-NEWSIS
국방부의 한 고위 소식통은 매티스가 사퇴하기 3일 전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의 철수 결정을 반기는 미군 장성은 없다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철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이 영향력과 영토를 확대하듯이 IS 부활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현지에서 동맹을 결성하고 시리아민주군(SDF)을 훈련시키며 보낸 시간이 헛수고였다는 느낌이라고 그 관료는 말했다. 결국 쿠르드족이 학살당하도록 미국이 방치할 셈이라면 그동안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많은 피를 흘리며 희생했단 말인가? 개인과 여러 나라가 치른 비용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시리아 철군 계획에 정통한 그 소식통은 “현재 장성들은 철군이 질서정연하고 안전하게 그리고 현재와 미래의 현지 파트너들과 작전·관계의 노출을 최소화하면서 이뤄지도록 준비한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결정에 군부 지도자들이 당황했을까? 그렇다. 그러나 대통령이 뭔가를 지시하면 그것을 실천하는 최선의 방법을 내놓는 것이 그들의 임무다. 그들은 정책을 수립하지 않는다.”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 / 사진:AP-NEWSIS
대통령은 적절한 채널을 통해 철군 결정을 전달하지 않고 곧바로 트위터에 올렸다고 그 소식통은 전했다. 대통령이 그런 결정을 내리기 전에 보통은 국방장관·합참의장·국가안전보장회의·국무부와 의논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절차가 생략돼 장성과 미국 우방들 사이에 많은 불확실성과 럭비공 같은 대통령에 관한 우려가 확산됐다.

갑작스러운 철군은 지역 우방들과의 전략적 동맹을 흔들고, 러시아와 이란이 지중해에서 본격적인 군사개입과 확고한 기반을 거리낌없이 재구축하게 하고, 미국이 후원하는 쿠르드족 전사들이 터키의 공습에 보호막 없이 노출되게 한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이 뉴스위크에 말했다. 완전 철군은 이스라엘 그리고 일정 부분 요르단 같은 우방들의 이해를 포함해 지역에서 미국의 이해를 위협하는 세력에 소중한 지정학적 우위를 양보하는 셈이 된다.

국방부 고위 소식통은 “그런 식으로 병력을 철수하기로 할 때는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보장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과거·현재·미래의 우방들이 영구히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전략과 우선순위가 변할 수 있지만 모든 결정에 따른 영향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뉴스위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캐롤라이나)이 불만스러워 하는 대통령을 설득해 시리아 철군 기한을 30일에서 4개월로 연장하도록 했다(이 뉴스는 뉴욕타임스가 먼저 보도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군 철수 전 대통령이 충족시킬 조건의 개요를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IS의 영구적인 퇴치, 이란 작전의 억지, 쿠르드족 전사 보호 등이다. 국방부 당국자들은 짧은 철군시한과 잠정적인 목표에 거부감을 나타냈다.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은 IS가 퇴치되고 터키가 쿠르드족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보장을 내놓을 때까지 미군이 시리아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아직 유동적이라는 의미다.

매티스 장관의 사퇴를 불러 국방부를 당혹시켰던 대통령의 2018년 12월 19일 발표에선 그런 단서조항이 빠져 있었다. 지난 1월 5일 케빈 스위니 국방부 장관 비서실장이 사임했다.
 아프가니스탄은 실패한 전쟁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 해상훈련을 축소했다. / 사진:SOUTH KOREA DEFENSE MINISTRY-AP-NEWSIS
미군의 시리아 주둔 기간은 4년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에는 17년간 주둔했으며 미국의 최장기 전쟁에서 철수하기는 그만큼 더 복잡하다. 단기적으로 완전 철군은 미국의 약속을 믿을 수 없다는 관점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아프가니스탄·탈레반·미국 간에 이견 조율 목적으로 진행 중인 정치협상을 와해시킬 것이라고 미국 당국자들은 우려한다.

그러나 9·11 테러 이후의 전쟁들은 잇따라 연임한 조지 부시와 버락 오바마 정부를 넘어 지속돼 왔으며 아프가니스탄은 (진전이 있다는 최근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효과 없는 대외정책, 미국인의 목숨, 국민 세금을 소모하면서 질질 끄는 실패한 전쟁이라는 의견이 미국의 현역·퇴역 군인 사회의 반수를 넘는다. 일부 아프간 참전군인은 전쟁이 끝나면 좋겠다지만 동지들이 무엇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지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다. 무의미한 희생이었던가? 그들의 머리 속을 맴도는 의문이다. 전쟁 초기에 참전했던 사람들은 전우들이 피를 흘린 영토가 탈레반에 다시 넘어가는 광경을 이미 지켜봤다.

물러난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 사진:JACQUELYN MARTIN-AP-NEWSIS
13년간 보병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했던 미 해병대 하사 출신 루카스 다이어는 “철군이 옳은 결정이라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동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나 하는 의문은 남는다. 내가 무엇을 위해 그런 역할을 했고 내 동지들이 왜 죽었는지는 안다. 이 전쟁 또는 어떤 전쟁이든 한 챕터를 마감하기가 쉽지 않다.”

전차장(tank commander)으로 아프가니스탄에 참전해 의병 전역한 미 해병대 병장 출신 매튜 무어스는 군인들보다는 전쟁의 구조가 문제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그들은 자기 임무를 수행하다가 숨진 프로들이었다. 그들의 희생은 헛되지 않았다. 그들은 동지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려다가 숨졌다. 그것은 고귀한 행위였으며 누가 뭐라 해도 거기에는 변함이 없다. 나를 열 받게 하는 것은 그들이 목숨을 바칠 때 ‘잘 모르겠지만 몇 년간 빈둥거리기’보다는 더 의미 있는 계획이 있겠지 하는 믿음이 있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빈둥거리기(muddle)’는 지난해 12월 아프가니스탄 주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군 사령관 출신의 스탠리 맥크리스털 퇴역 육군 대장이 한 발언을 가리킨다. 그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게 소수의 미군 병력이 아프가니스탄에 남아 “빈둥거리는” 게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미군 현역·퇴역 군인 사회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뉴스 사이트 태스크&포스가 입수한 유출 녹취록 내용이다. 한편 현지 주둔 미군의 움직임에서 어떤 변화는 눈에 띄지 않는다. 국방부 고위 관료는 “현재 아프가니스탄과 관련해선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며 “철군과 관련해 공화당 지도부로부터 그런 비판이 쏟아질 줄은 정부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 사진:SEBASTIAN SCHEINER-AP-NEWSIS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 병력의 절반 감축(언젠가 완전 철군을 위한 예고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을 발표한 이후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군사 전문 기자들이 몇 달 전부터 듣기 시작했던 국방부 논리를 지지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현 시점에서) 아프가니스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미군 철수는 고위험 전략’이라며 ‘현 노선을 유지할 경우 우리가 이룩한 성과를 모두 날려버리는 과정에 시동이 걸려 제2의 9·11사태로 말려들게 될 것’이라고 썼다. 국방부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진전을 이루고 있다” 같은 상투적 문구를 대신하는 이른바 ‘끝없는 전쟁’을 합리화하는 새로운 논리를 찾아냈다고 보는 현역·퇴역 미군이 많다.

지난해 9월 아프가니스탄 남서부 특수부대(Task Force Southwest) 지휘관 출신인 로저 터너 미 해병대 준장으로부터 그레이엄 상원의원의 논리를 처음 들었다. 터너 준장은 “우리는 9·11 사태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막고 있다”고 말했다. 2017년 터너 준장과 함께 복무했던 해병대원들은 그 발언을 그 바닥 언어로 번역하면 “X 같은 상황을 덜 X 같게 만든다”가 된다고 귀띔했다. 터너는 2014년 이후 해병대의 첫 헬만드주 남부 재배치를 이끌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8월 아프가니스탄 정책을 설명하며 “아프간 치안군이 강해질수록 우리의 필요성은 줄어든다”고 말했다. “아프간인이 자국의 안전과 건설을 담당하고 자신들의 미래를 정의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인의 불만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우리의 안보 이해를 다른 모든 현안에 우선하기보다는 다른 나라들을 우리 자신의 이미지로 재건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에너지·돈 그리고 무엇보다도 목숨을 소비한 외교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만에 공감한다.”

이라크에서 귀국하는 미군 병사들. / 사진:ZHANG JUN-XINHUA-NEWSIS
트럼프의 선거 공약은 종종 그의 전임자들이 실패한 문제에서의 성공에 초점을 맞췄다. 테러 단체와 기존 외교정책 실수에 신속하게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분명하게 약속하지 않았지만 이라크 전쟁에 대한 반대 주장을 펼쳐 불개입주의자로 보였다고 워싱턴포스트의 애런 블레이크 기자는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은 조지 W. 부시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전쟁들은 예산낭비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의 정부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전쟁을 일으킨 의회 법안을 이용해 예멘·소말리아·리비아·이라크·니제르의 무력분쟁을 확대 또는 재개했지만 그의 말이 틀렸다고 하기는 어렵다.

2017년 8월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오바마가 이라크 전쟁을 접으려 했을 때 무엇을 배웠는지 이해하는 듯했다. “성급히 철군하면 공백이 생겨 9·11 사태 전에 그랬던 것처럼 IS와 알카에다를 포함한 테러단체가 곧바로 그 자리를 채우게 된다.” 그러나 다음해 4월 미시건주의 한 집회에서는 태도를 바꿨다. 그는 부풀려진 추정치를 인용하며 “우리는 중동에 무려 7조 달러를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그 대가로 무엇을 얻었나? 아무 것도 없다.”

미국이 발을 빼려면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뉴스위크의 제프 스타인 기자는 지난해 9월 기사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수하면 그 사분오열된 국가가 신정체제 이란, 부상하는 중국, 특히 블라디미르 푸틴의 러시아뿐 아니라 파키스탄과 인도의 음모에 넘어가 그 지역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한 200년 역사의 ‘대형 게임’이 또다시 반복된다’고 썼다.

국방부의 또 다른 관료는 “매티스의 사퇴는 큰 타격”이라고 뉴스위크에 말했다. “국방부의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트럼프를 옹호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우리는 전문가들이고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지만 문제는 매티스가 없는 상황에서 혼란을 맞았다는 점이다.”

섀너핸 국방부장관 대행과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숙제와 마주했다. 미국은 30년 동안 큰 전쟁에서 이겨본 적이 없지만 그 뒤로 거의 내내 이곳저곳에서 전쟁에 개입해 왔다. 군인들은 결코 달아나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승리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까, 아니면 그냥 승리했다며 귀국하는 편이 나을까?

- 제임스 라포타 뉴스위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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