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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43) 심플키친] 배달 전문 ‘공유주방’ 비즈니스로 주목

[최영진 기자의 ‘라이징 스타트업’(43) 심플키친] 배달 전문 ‘공유주방’ 비즈니스로 주목

미국에서 유행한 ‘고스트 키친’ 벤치마킹해 도전... 올해 말까지 10호점 오픈 목표
서울 역삼동의 심플키친 1호점에서 만난 임태윤 대표가 심플키친의 구조와 장점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전민규 기자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는 해마다 8월이면 세계의 공연 예술가들이 몰려와 축제의 장을 연다. 세계적인 문화예술 축제인 에든버러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인 청년은 이곳에 있는 에든버러 대학에서 재무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에든버러 대학은 [종의 기원]으로 신중심주의의 창조설을 뒤집은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다닌 유서 깊은 대학이다.

이곳에 와서도 한식을 즐긴 이 청년의 고충은 근처에 한식당이 3~4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식 갈증을 풀려면 직접 요리해서 먹는 수밖에 없었다. 요리를 하기 시작했고,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재미를 느끼게 됐다. 청년은 이런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질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졸업 후 증권사에서 높은 연봉을 받고 다닐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한국에 돌아와 공유 주방인 심플키친을 창업했다. 임태윤(26) 대표 이야기다. 임 대표는 “증권사에 들어간 후 생각했던 것과 달라 창업에 도전하고 싶었다”면서 “처음에는 푸드트럭을 해보려고 했지만 요리를 잘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포기했고, 미국에서 공유 주방 비즈니스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한국에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기존 창업 비용의 5분의 1에 불과
임 대표가 눈여겨본 것은 미국에서 주목받은 ‘고스트 키친’. 그는 “미국에서 유명한 셰프가 맨하탄 뒷골목에 주방을 임대해 6개 전문 배달음식점을 운영했던 게 시작이었다”면서 “한 주방에서 여러 개의 배달 브랜드를 운영하는 게 재미있어 보였다. 다만 내가 셰프가 아니기 때문에 차라리 배달 전문 음식점 입점을 돕는 공유 주방 사업이 가능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2016년 에든버러 대학을 졸업한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대학에 다닐 때 증권사에서 인턴으로 일하면서 증권사에 취업하는 것을 고민했기 때문이다. 그는 “증권사에 취업하려고 했던 것은 기업이 발전하는 것을 보려고 했던 것인데, 실제 일해 보니까 프로그램에 숫자를 입력하고 결과 데이터를 보고 투자를 결정하는 일이 전부였다”면서 “기업 운영의 어려움을 알아보기 위해 장사를 해보려고 했고, 대학교 3학년 때 고려대 교환학생으로 가서 창업팀에 합류해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학생 때부터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공부를 했던 아들이 한국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부모님은 창업을 반대했다. 임 대표의 부모는 “창업에 도전하려면 차라리 미국에서 해라. 왜 굳이 한국으로 돌아오느냐”고 만류했다. 그는 그러나 “오래 전부터 해외에 있었지만 나는 뼈속까지 한국인이었고, 한국인을 잘 알기 때문에 한국에서 창업하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웃었다.

한국에 돌아와 시장을 분석해 보니 공유 주방 비즈니스 모델이 한국에서 아직 낯설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나 배달 전문 공유주방이라는 개념이 거의 없었다고. 기회라고 판단했다. 임 대표는 “요리를 잘하는 이들은 요리만 하고, 내가 잘하는 마케팅이나 회계 업무 등으로 그들을 도와주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배달 전문 음식점 공유주방은 한국적 상황에 잘 맞는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는 “미국 배달시장 규모는 40조원, 중국은 50조원, 한국은 20조원 정도”라며 “인구 대비로 따지면 한국은 엄청난 시장이다. 미국에서 잘됐으면 한국에서는 더 잘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2017년 8월부터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푸드트럭 경험도 있는 석동진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만나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심플키친을 창업했고, 같은 해 5월 서울 역삼동에 심플키친 1호점 문을 열었다. 13㎡(약 4평) 규모의 조리 공간 9개가 자리 잡고 있다. 각 공간에는 각종 조리 도구와 기자재가 설치돼 있다. 한편에는 공용 창고와 사무실 등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이 있다. 이곳에 입점하면 브랜드 디자인이나 매출 분석, 그리고 회계, 배달 대행 등의 다양한 업무를 심플키친이 처리해준다.

무엇보다 창업 비용이 확 줄어든다. 심플키친에 입주하려면 보증금 900만원을 내고 매달 임대료 160만원을 내야 한다. 관리비·보험·통신비 등의 비용이 임대료에 포함돼 있다. 보증금은 나중에 돌려주기 때문에 임대료가 창업 비용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식자재비와 배달대행 비용은 입주 기업이 부담한다. 일반 건물에서 창업하는 것과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이라는 게 임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심플키친 입주 비용은 비슷한 규모로 강남에서 창업하는 비용의 20%에 불과하다”며 “심플키친에 입주하면 사업에 필요한 회계 등의 복잡한 일은 우리가 다 처리해주기 때문에 음식점업의 본질인 조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임대료에 관리비·보험·통신비 등 포함
심플키친의 효용성이 소문이 나면서 역삼 1호점은 벌써부터 대기자가 생기고 있다. 역삼점에 입주한 배달 전문점의 매출액도 늘어나고 있다. 임 대표는 “서울 포케는 입점 6개월 만에 매월 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야식점은 월 매출 4000만원을 올리고 있다”고 자랑했다. 이런 성장세를 바탕으로 지난 2월 송파 2호점을 오픈했다. 3월에는 삼성점, 4월에는 화곡점을 잇따라 열 계획이다. 그는 “올해 말까지 10호점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요즘 공유 주방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우버 창업가인 트래비스 캘러닉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공유주방 사업을 펼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 임 대표는 오히려 경쟁을 즐기고 있다. 그는 “공유주방 비즈니스가 대중화되면 시장이 커지는 것”이라며 “빨리 이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노하우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게 심플키친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후 신용보증기금을 통해 8억원의 보증을 받고 대출을 받아 기틀을 잡아놓은 상황. 그는 또 다른 투자 유치를 고민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때문이다. 그는 “2020년까지 15개의 심플키친 지점을 오픈하면 심플키친에 입점한 배달음식 전문점이 150여 곳이나 되기 때문에 해외 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며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잡고 있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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