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일반
지방 미분양의 늪…건설사 하루 12곳 문 닫았다 [건설사 줄도산 공포]①
- 지방 중견 건설사 회생·파산 잇따라
“지을수록 손해” 공사비·PF 부담 확대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지방 미분양 장기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 공사비 급등이 겹치면서 건설업계 구조조정 압박이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폐업 신고를 한 건설업체만 1300곳을 넘어섰고, 지방 중견 건설사들의 회생·파산도 잇따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2년 이후 누적된 고금리 충격과 지방 부동산 침체가 건설업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지난 5월 31일 기준 올해 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는 1363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약 12곳이 문을 닫은 셈이다. 올해 1분기 폐업 신고 건수는 108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6% 증가했다. 폐업 신고의 약 60%는 비수도권 업체에 집중됐다.
지방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도 현실화하고 있다. 2024년 광주·전남 지역에서는 한국건설과 남양건설, 남광건설 등이 잇따라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25년에는 영무토건이 회생절차에 돌입했다. 올해 들어서는 해광건설이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 파산했고,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97위인 유탑건설 등 유탑그룹 주요 계열사들도 회생절차 폐지 수순에 들어가면서 지방 건설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사업 지속보다 청산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한 사례까지 나오면서 중견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급등 이후 시작된 PF 악순환
건설업계에서는 현재 위기의 출발점으로 2022년 이후 급격한 금리 인상을 꼽는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PF 조달 비용과 사업 불확실성이 급격히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사업은 자금 조달 비용과 분양 가격을 기반으로 수익성을 계산하는 구조인데 당시에는 금리가 어디까지 오를지 예측하기 어려웠다”며 “이 같은 불확실성이 공급 위축과 수요 침체로 동시에 이어졌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는 단순히 금리가 오른 수준보다 ‘불확실성’ 자체가 더 큰 문제였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 계획 단계에서 PF 금리와 분양 시점의 금융 비용을 가늠하기 어려워지면서 신규 사업 추진이 급격히 위축됐다는 것이다. 2023년 이후 착공 물량이 감소한 배경에도 이 같은 불확실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사비 급등도 건설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4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6.88로 3년 새 9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레미콘과 ▲아스콘 ▲건축용 금속제품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업계에서는 “지을수록 손해”라는 말까지 나온다.
중견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자재비와 인건비, 안전관리비가 동시에 뛰었는데 분양가와 공사비 기준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무리하게 수주를 늘리기보다 현금 확보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PF 경색도 공급 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토지 매입과 인허가를 마친 뒤에도 본 PF를 열지 못하거나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해 사업이 중단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업계에서는 중견 시행사와 지방 건설사들의 경우 이미 토지 매입과 금융비용 투입이 상당 부분 진행된 사업장이 많아 사업을 중단하기도 쉽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착공을 멈추더라도 금융비용 부담이 계속 누적되기 때문이다.
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지방 시장은 과열 억제가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 거래와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며 “미분양은 물론 신규 부지조차 개발하지 못해 금융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가 규제보다 지방 미분양 해소와 PF 시장 정상화, 기업·인구 유입을 유도할 수 있는 활성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형 성장보다 생존”…건설사 전략 바뀐다
악성 미분양도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2만9504가구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80%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건설사들이 신규 분양과 착공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이다.
건설사들의 사업 전략 변화도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도시정비사업과 자체 개발사업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외형 확장 경쟁이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사업성 확보 여부를 최우선으로 따지는 분위기다. 지방 사업장은 물론 수도권 사업장에서도 미분양 위험과 공사비 상승 가능성을 면밀히 따지며 선별 수주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서는 공사비 증액 갈등과 사업 지연이 반복되면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건설사들은 준공 후 미분양 발생 시 조합과 리스크를 분담하는 조건까지 요구하며 수익성 방어에 나서는 상황이다.
반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민참사업)이나 공공 발주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PF 부담과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외형 성장보다 안정적인 현금흐름 확보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현재의 공급 위축이 향후 주택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인허가와 착공, 준공 등 공급 선행지표가 둔화하면서 2~3년 뒤 입주 물량 감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폐업 신고 증가만으로 건설업 전반의 위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소규모 업체나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법인의 폐업 신고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방 미분양과 신규 사업 감소로 하도급 물량까지 줄면서 전문건설업체들의 자금 압박도 커지고 있다”며 “당분간은 성장보다 생존 중심 전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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