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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다 아는 뻔한 호텔은 싫다”

“누구나 다 아는 뻔한 호텔은 싫다”

캘리포니아 나파밸리부터 르완다, 코르시카까지 세계 곳곳의 ‘숨겨진’ 호화 부티크 호텔 6곳



가끔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뻔한 관광지 대신 잘 알려지지 않은 한적한 곳이 제격이다. 그래서 뉴스위크가 세계 곳곳의 ‘숨겨진’ 부티크 호텔을 소개하는 ‘하이드어웨이 리포트(The Hideaway Report)’의 여행 기자들에게 추천을 부탁했다.
사진:HIDEAWAY REPORT
‘하이드어웨이 리포트’의 여행 기자들은 매년 세계 각지의 숨겨진 호화 호텔 150여 곳을 방문해 리뷰를 작성한다. 우리는 지난 40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며 각양각색의 호텔을 취재해온 터라 웬만해서는 감동하지 않는다. 하지만 흠잡을 데 없는 서비스와 독특한 개성, 멋진 분위기 등 온갖 장점을 갖춘 호텔을 만날 때가 있다. 우리는 기자들에게 세계의 숨겨진 호텔 중 딱 하나만 고르라면 어떤 것을 꼽겠느냐고 물었다.
 호시노야 도쿄(일본 도쿄)
사진:HIDEAWAY REPORT
대도시의 복잡한 도심에 있는 호텔을 ‘은신처’라는 말과 연관시키는 경우는 드물다. 하지만 호시노야 도쿄(Hoshinoya Tokyo)는 사려 깊은 디자인이 함께할 때 은신처는 어디에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이 호텔은 도쿄 시내 17층짜리 고층건물에 자리 잡고 있는데 각 층이 객실 6개짜리 독립적인 료칸(일본 정통 여관)처럼 운영된다. 우리가 그곳에 묵었을 때 객실이 거의 꽉 찼는데도 마치 손님이 우리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텔 내에서 다른 손님과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밤에 옥상에 있는 온천에 몸을 담갔을 때 하늘엔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고 도시의 나지막한 소음이 아득하게 들려와 마치 이 세상이 아닌 듯한 기분이 들었다. - T. W.
 포이트리 인(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사진:HIDEAWAY REPORT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스택스 립 디스트릭트에 있는 포이트리 인(Poetry Inn)은 클리프 리드 와이너리의 카베르네 소비뇽 포도원 언덕 꼭대기에 있다. 하워드 백큰이 디자인한 이곳엔 스위트룸을 포함해 객실이 딱 5개뿐이다. 언덕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계곡의 목가적인 전망이 기막히다. 우리가 수영장가에서 쉬고 있을 때 알록달록한 색깔의 열기구가 눈높이에서 지나갔다. 이런 고요한 배경에 프라이버시가 보장되는 호화 객실(다른 객실과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는 객실이 하나도 없다)과 훌륭한 와인 저장고, 손님이 뭘 필요로 하는지 미리 알아채는 최상급 직원들이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다. 슬로우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아주 보기 드문 호텔이다. - A. R.
 비사테 로지(르완다 루헨게리)
사진:HIDEAWAY REPORT
르완다 루헨게리에 있는 비사테 로지(Bisate Lodge)는 침식된 화산의 가파른 언덕에 자리 잡았다. 짚으로 된 고치 모양의 빌라들이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위버새 둥지가 모여 있는 것 같다. 산 고릴라로 유명한 르완다 화산 국립공원의 가장자리에 있으며 각 빌라에서 카리심비 산(해발 4500m)과 비소케 산(3700m)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비사테 로지는 기본적으로 아프리카 사파리 산장의 가장 진화된 형태다. 빌라와 공용 공간이 부드러운 곡선으로 절묘하게 디자인됐다.

서까래가 드러난 높은 천장과 물결 모양의 발코니가 있는 빌라들은 니얀자에 있는 르완다 왕궁의 전통 양식을 따랐다. 직원들은 매력적이고 음식은 매우 맛있다. 또한 고릴라 관람과 하이킹, 문화마을 방문, 로지 주변의 재식림 프로젝트 참여 등의 활동이 조직적으로 잘 짜여 있다. 외딴곳에 위치한 비사테 로지는 독특하고 미학적인 디자인으로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관광의 모델이기도 하다. 환경과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 지역사회의 복지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설계됐다. -W. H
 품 바이탕(캄보디아 시엠레아프)
사진:HIDEAWAY REPORT
품 바이탕(Phum Baitang)으로 가는 붉은 흙길을 달리다 보면 이런 곳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낮은 오두막들과 버려진 농산물 가판대, 어수선한 건축 현장을 지날 때만 해도 몇 분만 더 가면 이렇게 세련된 호텔이 나타날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 눈앞에 그런 호텔이 나타났다. 잘 다듬어진 나무가 우거진 약 3만㎡의 땅에 자리 잡은 품 바이탕은 캄보디아 전통 마을의 풍경과 분위기를 되살렸다.

실제 벼가 자라는 논을 중심으로 종횡으로 통하는 판자 길을 따라 45채의 빌라가 들어섰다. 일부 빌라에는 수영장이 딸려 있고 모든 빌라가 장식을 최소화한 디자인으로 지어졌다. 개인 요가 수업과 농가 베란다에서 마시는 석양주, 길이 50m의 인피니티 풀을 내려다보며 먹는 기분 좋은 아침 식사가 느긋한 휴식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인상적인 건 친절한 직원들과 고요한 주변 환경이다. 난 재방송 보기를 싫어하듯 어떤 곳을 두 번 방문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목가적인 호텔엔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든다. 동남아 최대의 관광지 중 하나인 앙코르와트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약 10㎞ 거리에 불과하다. - A. T.
 도멘 드 뮈르톨리(코르시카 사르텐)
사진:HIDEAWAY REPORT
많은 여행객이 훼손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지닌 한적한 곳에서 현지인처럼 지내기를 꿈꾼다. 코르시카 섬 남부 해안의 약 2000만㎡에 자리 잡은 도멘 드 뮈르톨리(Domaine de Murtoli)가 바로 그런 곳이다. 폴 카나렐리가 조부로부터 이 땅을 물려받았을 때 그곳엔 도로도 전기도 없었다. 돌로 지은 농가와 헛간들은 폐허가 되다시피 했다. 그는 이곳에 고요하고 개인적인 휴가를 즐길 수 있는 휴양지를 건설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리조트엔 실제로 농작물이 자라는 농장과 한적한 흰 모래 해변도 있다. 멋스러우면서도 편안하고 시골의 정취가 느껴지는 코티지엔 시설이 잘 갖춰진 주방이 있고 대다수는 전용 풀이 딸려 있다. 도멘 드 뮈르톨리의 철학은 손님이 원하는 만큼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투숙객은 농장에서 직접 딴 채소로 요리해 먹을 수 있으며 원하기만 하면 매일 아침 신선한 빵과 현지에서 생산된 육류, 갓 잡은 생선이 현관 앞에 배달된다. 또 요청할 경우 전담 요리사가 코티지를 방문해 원하는 요리를 해준다. 아니면 리조트 내에 있는 4개의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도 있다.

또 이 리조트에선 12홀 골프 코스에서 골프를 치거나 마키(지중해 지방의 관목 덤불)에서 하이킹을 하거나 배낚시를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머무르는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별이 쏟아지는 밤 해변의 모닥불 가에 앉아서 보낸 시간이었다. - P. O.
 티에라 칠로에(칠레 칠로에 섬)
산티아고 남쪽 약 1000㎞ 지점에 있는 매혹적인 칠로에 섬은 아직 대규모 관광객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다. 이 섬과 칠레 본토 사이엔 그림 같은 다도해가 펼쳐져 있고 태평양과 면한 쪽엔 깎아지른 절벽이 늘어서 있다.

섬에서 우아한 나무 요트를 타고 떠났던 한낮의 크루즈나 고급 화원 같은 향기가 나던 열대우림에서의 하이킹이 잊히지 않는다. 12개의 객실이 있는 티에라 칠로에(Tierra Chiloe)는 목초지와 바다를 굽어보는 언덕 위에 있다. 조각 같은 본관 건물의 2층에선 유리로 둘러싸인 라운지와 레스토랑이 내려다보인다. 우린 매일 아침 릴란 반도와 킨차오 섬의 기막힌 풍경을 바라보며 잠에서 깼다. 그리고 매일 저녁 식사 전 벽난로 옆에서 피스코 사워 칵테일을 마시며 지는 해를 바라봤다. - J. F.

- 윌리엄 하워드



※ [필자 윌리엄 하워드(필명)는 ‘하이드어웨이 리포트’의 편집장이다. 오랫동안 여행작가 겸 기자로 일해온 그는 지금까지 140여 개국을 여행했다. 그를 포함한 ‘하이드어웨이 리포트’의 모든 기자는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신분을 감추고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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