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재가 만난 사람(38) 유재흥 가농바이오㈜ 회장] 축산 미래는 4차 산업혁명 접목한 스마트팜
[이필재가 만난 사람(38) 유재흥 가농바이오㈜ 회장] 축산 미래는 4차 산업혁명 접목한 스마트팜
국내 최대·최고 수준의 산란계 농장... 방역 시스템은 세계 1위 자부 “축산이야말로 과학화하고 4차 산업혁명과 접목도 해야 합니다. 인구 5000만이 닭고기와 계란을 자급하려면 육계 1억 몇천만 마리, 산란계(産卵鷄) 7500만 마리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소, 돼지까지 감안하면 목가적인 축산이 사실상 불가능해요. 전국을 양계장, 양돈장으로 만들 순 없지 않습니까?” 유재흥 가농바이오㈜ 회장은 “닭이 횃대에 앉아 꼬꼬댁 꼬꼬하는 양계장으로 막대한 수요를 충당할 수 없다면 대안은 스마트팜”이라고 주장했다. “산란계 축사의 온도가 연중 4~5도 차로 유지되도록 하려면 사실상 항온항습 무인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는 한편 냉장창고처럼 단열이 되도록 우레탄으로 지어야 합니다. 또 데이터를 바탕으로 계란의 품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해야죠. 축산의 미래는 스마트팜입니다.”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에 있는 가농바이오는 국내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산란계 스마트팜이다. 산란계 120만 마리, 병아리 40만 마리 등 총 160만 마리를 키운다. 하루 평균 95만개의 계란이 나온다. 산란계 한마리 당 연간 300개가량 알을 낳는다. 국내 평균은 270개 수준이다. 야생 닭은 1년에 약 40개를 낳는다. 이렇게 생산된 계란은 지하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해 무인 세척 및 검사 과정을 거쳐 자동으로 포장이 된다. 소비자의 손이 닿을 때 처음 사람 손과 접촉하게 되는 셈이다. 사람 손이 닿으면 계란이 오염될 수 있다.
대형 계사 한동에 산란계 20만 마리가 있다. 닭 종자 회사에서 들여온 병아리는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이 균일한 환경에서 자라 역시 동일한 조건에서 관리돼 고품질의 계란을 안정적으로 낳게 된다. 그는 병아리 계사를 인큐베이터, 성계사를 산후 조리원에 비유했다. 닭의 성장 과정은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계사가 건조하면 사람이 감기 걸리듯 닭은 호흡기 질환에 걸린다. “계사 온도가 1도 낮아지면 닭들이 사료를 1g 더 먹습니다. 온도 차가 4~5도 나면 4~5g 더 먹는 닭과 그만큼 덜 먹는 닭이 나와 양쪽 다 건강이 안 좋아지고 결국 계란의 품질이 불안정해지죠.”
닭 한마리에 배정된 공간은 516㎠로 닭 종자 회사가 권장하는 면적 420㎠ 이상에 해당한다. 유 회장은 닭이 닭장을 들락날락할 수 있는 동물복지형 농장보다 평균 산란율이 높다고 말했다. “닭과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산란율이 높은 조건을 닭이 쾌적하게 느낀다고 가정합니다. 동물복지형 농장의 경우 닭이 날아다니고 똥을 아무데나 싸는가 하면 계란도 아무데나 낳아 위생 상태가 상대적으로 안 좋습니다.” 가농바이오는 65년 된 장수기업이다. 1955년 유 회장의 부친인 유시련 회장이 설립했다. 지난해(6월 마감) 매출액은 490억원이었다. 지난 1년8개월간 계란의 수급 불균형으로 노 마진이었던 데다 2017년 여름 일부 산란계 농장의 계란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되면서 입은 동반타격으로 올해 실적은 부진하다. 가농은 살충제도, 항생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계란 소비 감소로 타격이 크기도 했지만, 살충제 파문으로 산란계 농장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게 사실입니다. 가농의 계란은 일본의 어느 농장 계란보다도 품질이 뛰어납니다. 방역 시스템은 전 세계 1위입니다.”
가농은 유산균, 비타민 E, 칼슘 등이 함유된 사료를 닭에게 먹인다. 그래서 계란 껍질이 더 두껍고 그 결과 신선도가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된다. 가농의 계란이 삶았을 때 껍질이 잘 까지지 않는 까닭이다. 가농의 구성원은 164명으로, 20년 이상 장기 근무자가 다수다. 이직률도 낮은 편이다. 10년 이상 근속했거나 임원이면 대학 때까지 자녀 학자금을 지원한다. 가농은 농장 안의 별도 설비에서 칼슘, 계란 가공식품, 비료를 일관(一貫) 생산한다. 식품 첨가제로 쓰이는 칼슘의 원료는 계란 껍질, 계란 가공식품의 원료는 껍질을 제외한 흰자와 노른자, 비료의 원료는 닭이 배설한 계분이다. 이 같은 일관 생산 산란계 농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고 해외에도 드물다. 칼슘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해 생산하려 했지만 일본 회사가 기술 제공을 거부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기술로 칼슘을 생산하는 곳은 가농이 유일하다. 분말 또는 액체로 된 가농의 칼슘은 라면, 과자, 유유, 두유 등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가농의 농장엔 한번도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침투한 일이 없다. 그 덕에 애먼 닭까지 이른바 살처분할 일도 없었다. 이런 질병을 막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동물 복지다. 가농은 또 국내 전 산란계 농장의 약 50%에 자동화 설비를 공급했다. 설비를 활발하게 설치했을 땐 연간 몇백만 마리를 키울 수 있는 양의 설비를 공급했다.
가농의 높은 생산성의 비결이 뭔가요?
“계사 등의 환경을 무인화 컴퓨터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겁니다. 그래서 좋은 품질의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죠.”
산란율이 높다고 해서 닭의 복지가 좋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산란율과 동물 복지 간의 타협점은 뭔가요?
“아직 미해결 상태의 과제로 과학자들이 할 일이죠. 닭장을 들락거리는 게 아니라 방사해 키우는 닭은 계란의 품질과 위생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가농의 비전이 뭔가요?
“계란 산업 선진국은 계란을 원료로 의약품·화장품도 만듭니다. 우리도 DHA, 오메가3가 들어간 계란, 비타민 E가 일반 계란의 5배 이상 함유된 계란 등 기능성 계란은 생산합니다만 장차 계란을 원료로 한 건강보조식품, 채식주의자 및 알러지 보유자를 위한 식물성 계란 등을 선보이려 합니다.”
가농이라는 이름은 농장 소재지인 가산(면)에서 왔다. 이름도 없던 시절 동네사람들이 가산농장이라고 불렀다. 유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머리글자를 따 가농으로 브랜딩했다. ‘농사에 무엇인가를 더하다.’ 그 후 프랑스 식품 회사 다농이 이름이 비슷하다고 국내에서 상표권 소송을 걸었다. 발음도 연원도 다르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가농이 승소했다.
우리나라가 축산 중진국은 됩니까? 축산 선진국이 될 수도 있다고 보나요?
“중진국 축에 끼기 어렵지만 조건부로 선진국은 될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스마트팜을 해야 합니다. 산란계든 돼지든 스마트팜을 하려면 필요한 교육을 받은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대규모 농장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합니다. 꼭 대자본이라야 하는 건 아니에요. 농가들끼리 협력해 농장의 규모를 키울 수도 있어요.”
축산 선진국이 되려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우선 농장을 지을 땅이 없습니다. 전 국토의 약 95%가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나머지라야 산꼭대기인데 여기는 허가가 안 나요. 또 당국이 양계장의 복도와 높이의 규격을 정해 규제하는데 현실성이 없어요. 제가 지난 30년 간 양계장을 설계한 사람입니다. 마치 축산을 하지 말고 축산물은 수입하자는 게 정부의 정책 기조 같아요. 계분조차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 환경 오염을 시키지 않는 데도 오염 총량 배정 대상으로 규정해 농장 신축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점, 계란 수급 조절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 공백 상태인 것도 아쉽습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축산업 규제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축산물을 수입하는 건 대안이 아닌가요?
“소고기는 특화된 한우를 제외하고 수입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우리나라는 목초지의 땅값이 비싸 비용 면에서 국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돼지, 육계 및 산란계는 세계적으로 축사, 설비, 사료가 사실상 표준화돼 물류비를 감안하면 자급하는 게 더 경제적입니다. 또 축산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 모든 질병이 다 들어와 국내 가축의 질병에 대한 내성이 더 약해질 겁니다. 결국 다시 축산을 재개할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을 맞을 거예요. 무엇보다 축산물을 들여오는 나라에서 AI, 광우병,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이 돌아 해당 축산물 수입이 금지되면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원천적으로 차단돼요. 대체재인 생선은 너무 비싸고요. 식량 즉 곡물의 자급이 정치적 이슈라면 축산물 자급은 질병 차원의 이슈라고 할 수 있죠. 축산물도 일정 수준의 자급률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1인당 연간 300개의 계란을 먹는다고 말했다. “선진국일수록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250개가량 먹습니다. 계란 소비를 인당 50개까지 늘릴 수 있다는 거죠.”
산란계 스마트팜 오너는 계란을 하루에 몇 개 먹습니까?
“매일 서너개씩 먹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계란은 콜레스테롤을 줄여줍니다. 계란엔 콜레스테롤 중 좋은 콜레스테롤로 분류되는 HDL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콜레스테롤이 많은 사람에게 작용해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자동 조절 기능을 합니다.”
그는 특히 날계란이 몸에 좋다고 덧붙였다. 날 거로 먹으면 DHA와 오메가3가 많은 레시틴 성분이 손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름의 경영론이 뭔가요?
“계란이라는 한우물만 팠고 안 되면 될 때까지 했습니다. 칼슘, 계란 가공 식품, 비료 등의 일관 생산은 한 우물 정신의 연장인 관련 다각화죠.”
유 회장은 동생인 유재국 사장과 형제 경영을 한다. 두 사람 다 미국 유학파다. 유 사장의 아들인 유석현 마케팅 본부장은 미국 코넬대 출신의 미국 회계사이다. 가족 기업인 셈이다. “미국 유학 중 잠깐 다니러 왔는데 아버지가 사업을 접으시려 하더라고요. ‘내가 이 일을 해야겠구나’ 싶어 먼저 귀국했고 박사 과정에 있던 유 사장이 학업을 중단하고 1년 반 뒤 합류했습니다. 유 본부장은 회계사 생활이 안 맞는다고 해 입사시켰죠. 능력이 없는데 가업이라고 맡기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해칩니다. 가족이든 아니든 능력 있는 사람이 경영권을 승계해야죠.” 인터뷰에 동석한 유 사장은 “나보다 산란계 농장에 관해 많이 알고 일 잘하는 사람에게 경영을 맡기고 상품 개발만 전담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형님과 저 우리 두 사람이 산란계 농장 관련 기술을 선진국 수준까지 끌어올렸다는 자부심은 있습니다.”
축산 업계에 대한 가농의 시사점이 뭔가요?
“동물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인풋 하는 만큼 아우풋으로 돌아와요. 과학 축산을 해야 할 이유죠. 스마트팩토리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스마트팜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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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포천시 가산면에 있는 가농바이오는 국내 최대 규모, 최고 수준의 산란계 스마트팜이다. 산란계 120만 마리, 병아리 40만 마리 등 총 160만 마리를 키운다. 하루 평균 95만개의 계란이 나온다. 산란계 한마리 당 연간 300개가량 알을 낳는다. 국내 평균은 270개 수준이다. 야생 닭은 1년에 약 40개를 낳는다. 이렇게 생산된 계란은 지하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해 무인 세척 및 검사 과정을 거쳐 자동으로 포장이 된다. 소비자의 손이 닿을 때 처음 사람 손과 접촉하게 되는 셈이다. 사람 손이 닿으면 계란이 오염될 수 있다.
대형 계사 한동에 산란계 20만 마리가 있다. 닭 종자 회사에서 들여온 병아리는 온도, 습도, 일조량 등이 균일한 환경에서 자라 역시 동일한 조건에서 관리돼 고품질의 계란을 안정적으로 낳게 된다. 그는 병아리 계사를 인큐베이터, 성계사를 산후 조리원에 비유했다. 닭의 성장 과정은 사람과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계사가 건조하면 사람이 감기 걸리듯 닭은 호흡기 질환에 걸린다. “계사 온도가 1도 낮아지면 닭들이 사료를 1g 더 먹습니다. 온도 차가 4~5도 나면 4~5g 더 먹는 닭과 그만큼 덜 먹는 닭이 나와 양쪽 다 건강이 안 좋아지고 결국 계란의 품질이 불안정해지죠.”
닭 한마리에 배정된 공간은 516㎠로 닭 종자 회사가 권장하는 면적 420㎠ 이상에 해당한다. 유 회장은 닭이 닭장을 들락날락할 수 있는 동물복지형 농장보다 평균 산란율이 높다고 말했다. “닭과 의사소통은 안 되지만 산란율이 높은 조건을 닭이 쾌적하게 느낀다고 가정합니다. 동물복지형 농장의 경우 닭이 날아다니고 똥을 아무데나 싸는가 하면 계란도 아무데나 낳아 위생 상태가 상대적으로 안 좋습니다.”
‘형제 경영’하는 65년 장수 기업
가농은 유산균, 비타민 E, 칼슘 등이 함유된 사료를 닭에게 먹인다. 그래서 계란 껍질이 더 두껍고 그 결과 신선도가 상대적으로 오래 유지된다. 가농의 계란이 삶았을 때 껍질이 잘 까지지 않는 까닭이다. 가농의 구성원은 164명으로, 20년 이상 장기 근무자가 다수다. 이직률도 낮은 편이다. 10년 이상 근속했거나 임원이면 대학 때까지 자녀 학자금을 지원한다. 가농은 농장 안의 별도 설비에서 칼슘, 계란 가공식품, 비료를 일관(一貫) 생산한다. 식품 첨가제로 쓰이는 칼슘의 원료는 계란 껍질, 계란 가공식품의 원료는 껍질을 제외한 흰자와 노른자, 비료의 원료는 닭이 배설한 계분이다. 이 같은 일관 생산 산란계 농장은 국내에서 유일하고 해외에도 드물다. 칼슘은 일본에서 기술을 도입해 생산하려 했지만 일본 회사가 기술 제공을 거부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국내에서 독자 개발한 기술로 칼슘을 생산하는 곳은 가농이 유일하다. 분말 또는 액체로 된 가농의 칼슘은 라면, 과자, 유유, 두유 등에 들어간다.
무엇보다 가농의 농장엔 한번도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침투한 일이 없다. 그 덕에 애먼 닭까지 이른바 살처분할 일도 없었다. 이런 질병을 막는 것이야말로 가장 필요한 동물 복지다. 가농은 또 국내 전 산란계 농장의 약 50%에 자동화 설비를 공급했다. 설비를 활발하게 설치했을 땐 연간 몇백만 마리를 키울 수 있는 양의 설비를 공급했다.
가농의 높은 생산성의 비결이 뭔가요?
“계사 등의 환경을 무인화 컴퓨터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겁니다. 그래서 좋은 품질의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죠.”
산란율이 높다고 해서 닭의 복지가 좋은 건 아니지 않습니까? 산란율과 동물 복지 간의 타협점은 뭔가요?
“아직 미해결 상태의 과제로 과학자들이 할 일이죠. 닭장을 들락거리는 게 아니라 방사해 키우는 닭은 계란의 품질과 위생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가농의 비전이 뭔가요?
“계란 산업 선진국은 계란을 원료로 의약품·화장품도 만듭니다. 우리도 DHA, 오메가3가 들어간 계란, 비타민 E가 일반 계란의 5배 이상 함유된 계란 등 기능성 계란은 생산합니다만 장차 계란을 원료로 한 건강보조식품, 채식주의자 및 알러지 보유자를 위한 식물성 계란 등을 선보이려 합니다.”
가농이라는 이름은 농장 소재지인 가산(면)에서 왔다. 이름도 없던 시절 동네사람들이 가산농장이라고 불렀다. 유 회장이 경영을 맡으면서 머리글자를 따 가농으로 브랜딩했다. ‘농사에 무엇인가를 더하다.’ 그 후 프랑스 식품 회사 다농이 이름이 비슷하다고 국내에서 상표권 소송을 걸었다. 발음도 연원도 다르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가농이 승소했다.
우리나라가 축산 중진국은 됩니까? 축산 선진국이 될 수도 있다고 보나요?
“중진국 축에 끼기 어렵지만 조건부로 선진국은 될 수 있습니다. 그러자면 스마트팜을 해야 합니다. 산란계든 돼지든 스마트팜을 하려면 필요한 교육을 받은 인력을 확보하는 한편 대규모 농장으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합니다. 꼭 대자본이라야 하는 건 아니에요. 농가들끼리 협력해 농장의 규모를 키울 수도 있어요.”
축산 선진국이 되려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요?
“우선 농장을 지을 땅이 없습니다. 전 국토의 약 95%가 가축사육 제한구역으로 묶여 있습니다. 나머지라야 산꼭대기인데 여기는 허가가 안 나요. 또 당국이 양계장의 복도와 높이의 규격을 정해 규제하는데 현실성이 없어요. 제가 지난 30년 간 양계장을 설계한 사람입니다. 마치 축산을 하지 말고 축산물은 수입하자는 게 정부의 정책 기조 같아요. 계분조차 유기질 비료로 만들어 환경 오염을 시키지 않는 데도 오염 총량 배정 대상으로 규정해 농장 신축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점, 계란 수급 조절과 관련한 정부 정책이 공백 상태인 것도 아쉽습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축산업 규제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축산업 규제도 네거티브로 바뀌어야
축산물을 수입하는 건 대안이 아닌가요?
“소고기는 특화된 한우를 제외하고 수입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우리나라는 목초지의 땅값이 비싸 비용 면에서 국제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돼지, 육계 및 산란계는 세계적으로 축사, 설비, 사료가 사실상 표준화돼 물류비를 감안하면 자급하는 게 더 경제적입니다. 또 축산물을 전량 수입에 의존하게 되면 모든 질병이 다 들어와 국내 가축의 질병에 대한 내성이 더 약해질 겁니다. 결국 다시 축산을 재개할 수 없는 불가역적 상황을 맞을 거예요. 무엇보다 축산물을 들여오는 나라에서 AI, 광우병,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이 돌아 해당 축산물 수입이 금지되면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원천적으로 차단돼요. 대체재인 생선은 너무 비싸고요. 식량 즉 곡물의 자급이 정치적 이슈라면 축산물 자급은 질병 차원의 이슈라고 할 수 있죠. 축산물도 일정 수준의 자급률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1인당 연간 300개의 계란을 먹는다고 말했다. “선진국일수록 많이 먹는 경향이 있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250개가량 먹습니다. 계란 소비를 인당 50개까지 늘릴 수 있다는 거죠.”
산란계 스마트팜 오너는 계란을 하루에 몇 개 먹습니까?
“매일 서너개씩 먹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계란은 콜레스테롤을 줄여줍니다. 계란엔 콜레스테롤 중 좋은 콜레스테롤로 분류되는 HDL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는데 이것이 콜레스테롤이 많은 사람에게 작용해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자동 조절 기능을 합니다.”
그는 특히 날계란이 몸에 좋다고 덧붙였다. 날 거로 먹으면 DHA와 오메가3가 많은 레시틴 성분이 손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름의 경영론이 뭔가요?
“계란이라는 한우물만 팠고 안 되면 될 때까지 했습니다. 칼슘, 계란 가공 식품, 비료 등의 일관 생산은 한 우물 정신의 연장인 관련 다각화죠.”
유 회장은 동생인 유재국 사장과 형제 경영을 한다. 두 사람 다 미국 유학파다. 유 사장의 아들인 유석현 마케팅 본부장은 미국 코넬대 출신의 미국 회계사이다. 가족 기업인 셈이다. “미국 유학 중 잠깐 다니러 왔는데 아버지가 사업을 접으시려 하더라고요. ‘내가 이 일을 해야겠구나’ 싶어 먼저 귀국했고 박사 과정에 있던 유 사장이 학업을 중단하고 1년 반 뒤 합류했습니다. 유 본부장은 회계사 생활이 안 맞는다고 해 입사시켰죠. 능력이 없는데 가업이라고 맡기면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해칩니다. 가족이든 아니든 능력 있는 사람이 경영권을 승계해야죠.”
산란계 농장 기술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축산 업계에 대한 가농의 시사점이 뭔가요?
“동물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인풋 하는 만큼 아우풋으로 돌아와요. 과학 축산을 해야 할 이유죠. 스마트팩토리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스마트팜을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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