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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약세 유로·파운드화 절상 가능성

[증시 맥짚기] 약세 유로·파운드화 절상 가능성

보수당 압승으로 브렉시트 가시화… 미중 무역협상 1차 타결로 호재 사라져
지난 12월 12일(현지시간) 열린 영국 총선에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이 압승을 거뒀다. / 사진:연합뉴스
영국 총선이 보수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에 따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성사 단계에 들어갔다. 총선이 실시되기 전에 가장 우려했던 건 보수당이 의회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더라도 전임 메이 총리 때처럼 내부 갈등으로 브렉시트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노딜 브렉시트’가 공공연히 거론됐던 점도 이런 상황을 뚫을 돌파구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에 노딜 브렉시트가 될 뻔했다. 7월 취임한 존슨 총리가 유럽연합(EU)과 브렉시트 재협상에 성공했지만 의회에서 합의안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런 정치 지형을 타개하기 위해 판을 다시 짤 수 밖에 없었고, 총선을 통해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다.
 내년 1월 브렉시트 실행하나
이번에는 총선 캠페인 기간에 존슨 총리가 ‘보수당이 승리할 경우 크리스마스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통과시켜 내년 1월에 EU 탈퇴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만큼 실행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보수당 내 EU 잔류파의 반발을 막기 위해 총선 후보 모두에게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한다는 서명을 받았던 점도 이전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는 안전판이다. 영국 국민도 브렉시트 과정을 지켜보면서 불확실성이 큰 국민투표보다 조속히 브렉시트를 이행하자는 쪽으로 기울어 의회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이다.

브렉시트가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파운드화와 유로화의 향배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브렉시트 투표 전에 파운드 환율은 1파운당 1.6달러 정도였다. 그러던 게 브렉시트 투표 직후 1.4달러로 떨어졌고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이 거론되면서는 1.2달러까지 내려왔다. 총선에서 보수당이 우세가 점쳐지면서 조금 회복되긴 했지만 여전히 1.3달러대 초반을 벗어나지 않고 있다. 그동안 파운드화가 ‘노딜 브렉시트’라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움직인 만큼 절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유로화도 파운드 약세의 영향을 받았다. 브렉시트 직전 1.5달러였던 유로화 환율이 올해 1.27달러로 하락했는데, 영국 총선을 계기로 회복이 예상된다. 악화일로에 있던 유럽 경기가 바닥에 도달한 점도 유로화 강세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최근 유럽에서는 경기 하락이 멈췄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라가르드 유럽은행(ECB) 총재도 성장 둔화가 멈추고 있는 신호가 나타났고 얘기해 ECB가 올해 성장률 전망을 소폭 상향 조정하는 기반을 만들어 줬다.

미중 무역협상도 1차 타결이 이루어졌다. 무역분쟁 과정에 미국이 25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했던 25% 관세는 그대로 유지하지만 남은 1200억달러에 대해서는 기존 15%인 관세율을 7.5%로 낮추는 게 주요 내용이다. 12월 15일에 부과될 예정이었던 추가 관세는 취소했다. 대신 중국은 앞으로 2년간 32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농산물을 더 사주기로 했다. 이 외에 지식재산권, 기술 이전, 농업, 금융 서비스, 통화 및 환율 등 일부 조항이 들어가 있는 걸로 알려졌다.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소식에 세계 주식시장이 상승했다. 합의가 발표된 당일만 보면 아시아시장의 상승률이 가장 높았고 유럽, 미국이 그 다음이었다. 타결 소식이 우리 시간으로 7시 정도에 알려져 아시아시장은 타결이라는 행위 자체에 반응한 반면, 유럽과 미국은 내용에 더 반응한 게 주가 움직임이 달라진 이유였다.

2년 동안 끌고온 재료가 결론이 나는 것이기 때문에 발표 시점에 주가가 과하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앞으로다. 협상 타결이 주가를 계속 끌어올리는 힘이 될지 의문이다. 무역분쟁은 처음에는 악재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특히 10월 1차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미국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해 알려진 후부터는 호재로 변했다. 때맞춰 미국에서는 금리 인하가 있었고, 이 둘이 어우러지면서 주가가 사상 최고치까지 올라갔다. 협상 타결이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는 게 맞다. 아시아시장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났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 등 미중 무역분쟁으로 주가가 특히 약했던 나라의 주가가 12월에 빠르게 회복됐다.

지난 한두달간 무역분쟁이 호재로 작용했다면 앞으로 시장은 ‘호재가 사라졌다는 사실이 악재’라는 국면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1990년에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면서 1차 걸프전이 시작된 때인데, 처음에는 전쟁 가능성 때문에 주가가 떨어졌다가 1991년에 연합군의 전쟁 준비가 완료된 후부터는 조만간 악재가 사라질 거란 기대로 주가가 올랐다. 실제로 2월에 전쟁이 시작됐고 연합군이 승리하자 주가가 오히려 하락했다. 호재가 사라져 시장이 기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인데,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동안 시장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무역분쟁에 몰입해왔다. 아직 2, 3차 무역협상이 남았지만 언제 열릴지 알 수 없는 만큼 재료가 될 수는 없다. 이제 무역분쟁은 시장에서 사라지는 국면으로 갈 것이다. 무역분쟁이 없어지면 잊혀졌던 것들이 주가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재등장할 것이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선진국 주가가 너무 높지 않은지, 경제나 기업 실적이 어떻게 될지 같은 것들의 힘이 강해질 것이다.
 반도체 주가 적정성 둘러싸고 논쟁 예상
시장 내에서는 개별 종목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될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주식의 가격이 적정한지 여부가 가장 먼저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 12월 셋째주에 삼성전자 주가가 5만7000원대까지 올라왔다. 올해 3분기가 업종 경기 바닥이므로 이제 상황이 좋아질 일만 남았다는 게 주가가 오른 이유다. 이런 기대를 모두 인정하더라도 지금 주가가 적절한지 확신할 수 없다.

삼성전자 최고치는 2017년 11월에 기록한 5만7500원이다. 당시는 아직 경기가 나빠질 거란 전망이 힘을 얻지 못하고 있을 때이므로 향후 경기 부진 우려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3분기까지 분기별 영업이익이 15조원을 넘었는데 내년에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만큼 늘어난다 하더라도 지난해에 기록했던 분기별 이익의 70%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주가는 이미 사상 최고치 부근까지 올라왔다. 업종 경기 상승에 따른 이익 증가의 많은 부분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에 내년에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주가가 더 오르기는 어렵다.

올해 기대로 주가가 올랐다 기대가 줄면서 주가가 하락한 업종이 두 개있다. 조선과 자동차다. 조선은 지난해 말에 장기 불황이 끝나고 수주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기대가, 자동차는 업황 호전과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는 전망이 근거가 됐었다. 그런데 둘 다 주가가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도체 주가 등락은 반도체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장 전체에 영향을 주는 만큼 관심이 필요하다. 국내외 시장 모두 재료보다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됐다. 시장이 얼마나 힘이 센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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