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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으로 옮겨 붙은 디지털세 불똥] ‘구글세’ 이어 ‘삼성세’ 도입될까

[한국으로 옮겨 붙은 디지털세 불똥] ‘구글세’ 이어 ‘삼성세’ 도입될까

OECD 최종 합의에서 부과 대상 확대 가능성… 정부, 대응 전담팀 꾸리고 예의주시
사진:© gettyimagesbank
특정 국가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대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는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 이른바 ‘디지털세(digital tax)’를 둘러싼 논란은 미국 같은 먼 나라 얘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 들어 한국도 디지털세를 많이 부과 받아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주요 당사국 중 하나로 지목돼서다. 애초 논란의 중심에 있던 미국과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 ‘중재’에 나섰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행보와 관련이 깊다. 앞서 OECD는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에서 디지털세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어 12월에도 또 한차례 공청회를 가졌다. 두 공청회에서 OECD는 스마트폰·가전·자동차 등 제조 분야 다국적 기업에도 디지털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10월 초 내놨던 디지털세 관련 초안을 재확인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각국 정부·기업 관계자들은 사실상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ICT 서비스업뿐 아니라 제조업도 부과 대상?
이는 한국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기존 디지털세 논란에서 부과 대상으로 거론된 주요 타깃은 구글·아마존·페이스북·넷플릭스처럼 무형(無形)의 ICT 서비스를 하는 미국 대기업이었다. 디지털세에 ‘구글세’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그래서다. 그런데 OECD 방안은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이라면 전통적인 제조업을 하더라도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포함했다. 현실화하는 경우 삼성전자·LG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대표 수출 기업들이 새 타깃으로 부상하게 된다. 디지털세에 대한 OECD 논의는 올 1월 29~30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주요 20개국(G20) 회원국 간 협의체 회의(IF·인클루시브 프레임워크)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분위기대로라면 OECD 초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수출 의존도가 높아 가뜩이나 대외 리스크에 취약한 한국 경제가 디지털세라는 중·장기적 새 변수로 한층 고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OECD 방안엔 크게 ▶통합접근법 ▶글로벌 최저한세라는 두 가지 내용이 담겼다. 통합접근법은 ICT 서비스 기업뿐 아니라 제조 기업들도 온라인을 통해 마케팅을 하고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므로, 마찬가지로 디지털세 부과 대상이 돼야 한다고 보는 논리다. 이 기준에선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 다수가 부과 대상에 포함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해외 법인이 있는 국가에 법인세만 납부하면 되지만 이 통합접근법에 근거하면 매출이 발생한 모든 국가에 디지털세를 내야 한다. 뜨겁게 불붙은 구글세 논란이 행여 ‘삼성세(Samsung tax)’ 도입으로 번지진 않을까 산업계가 우려하는 이유다.

이때 이익은 유형 자산을 통해 얻는 ‘통상이익’과 무형 자산으로 얻는 ‘초과이익’ 두 가지로 본다. 그중 매출이 발생한 나라에서 초과이익 일부에 대해 해당 국가 법인세율에 따라 과세하게 된다. 이렇게 해도 조세 회피를 노리는 기업들이 있어 일정 수준의 세금은 최소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글로벌 최저한세다. 도입되면 기업들이 법인세율 낮은 국가에서 더 많이 소득을 낸 것으로 위장해 법인세를 덜 내는 꼼수를 못 부리게 된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OECD가 디지털세 부과 범위를 ICT 서비스 기업에서 제조 기업으로 넓히려는 데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했다. 미국은 프랑스가 지난해 7월 디지털세를 도입한 이후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행보에 나설 경우 자국 ICT 기업들에 그 피해가 집중될 것을 우려 중이다. 이에 미국 정부는 “소비재를 생산하는 제조 기업에도 디지털세를 매겨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이렇게 되면 자국 제조업의 피해를 우려한 나라들 사이에서 디지털세 도입론이 다소 누그러지면서 미국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거나, 디지털세가 도입되더라도 미국이 생각하는 적정선에서 매듭지어질 수 있어서다. 예컨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제조업 비중이 큰 독일은 자국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이 따를까봐 프랑스와는 달리 디지털세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OECD 방안에 반영된 미국 입장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특유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 중 하나로도 해석된다. 지난해 12월 초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프랑스산 와인과 화장품 등 24억 달러(약 2조8000억원)어치 수출품에 최대 100% 관세 부과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의 디지털세 도입에 일명 ‘와인세(wine tax)’로 맞불을 놓기로 하면서 미국과 프랑스 간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이 같은 ‘고래 싸움’에 가만히 있다가 ‘새우 등 터질’ 위기에 처한 한국이다. 오태현 KIEP 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 디지털세 부과에 원칙적으로 찬성하는 내용의 성명서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 디지털세 부과 논의에 속도가 붙었고, 올 초 디지털세에 대한 최종 합의 도출만 앞두고 있어 지금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타격 우려가 현실이 될까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익명을 원한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하던 대로 제조업을 해왔을 뿐이고 어느 선까지 ICT 서비스업과 같은 (디지털세) 부과 대상으로 봐야 할지 모르겠지만 국제사회 합의에 따라 해외 사업 부담이 커질 경우를 우려 중”이라고 전했다.

물론 OECD 합의가 당장에 이행되는 것은 아니다. 합의안이 담긴 보고서가 오는 연말은 돼야 발간되고 이후 규범화 작업도 필요해 실제 이행까지 최소 2~3년은 더 걸릴 전망이다. 그렇다 해도 예상되는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라는 데 전문가들은 의견을 같이 한다. 박훈 서울시립대 교수는 “한국처럼 수출과 해외 투자에 의존하는 소규모 개방 경제 체제 국가엔 미국 등 강대국 입맛에 맞는 과세 원칙 수립이 힘을 받으면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국내 진출 외국 기업에 매길 수 있어
사정이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지난 12월 16일 세제실 내에 디지털세 대응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전 세계적인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국내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본격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해당 팀은 서기관급 팀장과 실무 인력 2명으로 구성돼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 중인 국제 논의에 참여하는 데 주력하기로 했다. 그간 기재부는 소속 사무관 1명이 프랑스를 오가면서 제한적 여건 속에 일부 관련 동향을 파악해왔지만, OECD 한국 대표부에 디지털세 전담 직원이 없어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가 하나 더 염두에 두는 것은 프랑스처럼 한국이 국내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에 디지털세를 부과할 수 있는 입장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구글 등이 한국에서 거둔 매출에 어떤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 합리적인 세수입 확보에 성공하느냐 또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 못잖게 중요해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익에 최대한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국내 기업은 외국에 세금을 덜 내고, 외국 기업엔 우리가 더 과세할 수 있도록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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