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부담 상한의 역설] 공시가 적게 올라도 보유세 급격히 늘어
[세부담 상한의 역설] 공시가 적게 올라도 보유세 급격히 늘어
직전 해 덜 오른 기저효과… 공시가격 9억 이하 주택도 해당 공시가격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 대지 1759㎡에 2011년 지어진 지하 2층~지상 1층의 연면적 2862㎡ 철근콘크리트 주택이다. 2019년 공시가격이 270억원으로, 2018년(169억원)보다 60% 뛰어 시장을 놀라게 했다. 정부가 지난 12월 18일 열람에 들어간 2020년 예정 공시가격(277억1000만원)은 2019년보다 불과 2.6%(7억1000만원) 오른다.
공시가격 상승률이 미미하니 2020년 보유세도 2019년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부가 종부세율을 올리기로 한 지난 12·16대책 등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그렇지 않다. 김종필 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주택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1주택 기준)가 2019년 3억5800만원에서 2020년 5억3280만원으로 50%가량 늘어난다. 종부세만 277만원에서 431만원으로 55% 증가한다. 공시가격 상승률의 20배 정도다.
이렇듯 2020년 공시가격이 2019년보다 별로 오르지 않더라도 보유세는 급증할 전망이다. 2019년 공시가격이 급등했지만 세금 증가를 억제한 ‘세부담 상한의 역설’이다. 2020년 공시가격 상승률이 낮다고 보유세 걱정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주택 소유자에게 공시가격이 중요한 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산정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매년 1월 1일 기준이다. 한국감정원이 거래사례 등을 참고해 산정한 가격에 공시비율(80%)를 적용한 금액이다.
2019년 집값이 2018년보다 전반적으로 덜 올랐다. 2020년 공시가격 상승률도 급등 몸살을 앓은 2019년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12월 18일부터 처음으로 2020년도 예정 공시가격 열람을 시작한 표준단독주택의 서울 상승률이 6.8%로 2019년(17.8%)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들어 11월까지 서울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은 3.86%로 2018년 같은 기간(5.75%)의 절반 정도다.
김종필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표준단독주택 보유세 변화를 살펴봤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2019년 21억6000만원에서 2020년 22억9300만원으로 6.2% 오를 예정이다. 보유세는 1100만원에서 1565만원으로 40% 넘게 늘어난다. 종부세 상승률은 105%다. 384만원에서 788만원이 된다.
공시가격과 보유세 상승률 격차가 큰 이유가 뭘까. 정부가 12·16대책에서 2020년 종부세율을 올리기로 했고, 보유세 산정에 반영하는 공시가격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12·16대책에 따라 2020년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은 공시가격에 따라 최고 3%포인트 올라간다. 정부는 2022년까지 매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5%포인트씩 높이기로 했다. 2020년에는 90%다.
무엇보다 2019년 세부담 상한 덕에 누린 보유세 감면 혜택이 거꾸로 2020년 보유세 급증을 낳는다. 세부담 상한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의 세금 제동 장치다. 재산세와 종부세 산정에 쓰인다. 재산세가 전년 대비 최대 30%(공시가 6억 초과)까지만 늘 수 있다. 종부세는 재산세에 종부세를 합친 금액이 1주택자 50%, 2주택자 100%(2020년 200% 상향 예정),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20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매겨진다. 상한을 초과하는 금액은 세금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감면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부담 상한에는 함정이 있다. 이듬해 보유세를 계산할 때 전년에 세부담 상한에 따라 낸 세금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세금 증가율이 높아지게 된다. 기저효과인 셈이다.
위의 2020년 공시가격 22억9300만원 주택을 보자. 2019년 이 주택의 공시가격이 2018년(16억8000만원)보다 28.6% 상승했다. 세부담 상한이 없으면 2019년 보유세가 2018년(750만원)보다 100% 가까이 늘어난 1420만원이었다. 세부담 상한으로 실제로 낸 세금이 1100만원으로 300만원 감면 혜택을 봤다. 2019년 세부담 상한 적용을 받지 않았다면 2020년 보유세 증가율이 1420만원에서 1565만원으로 10.5%에 그친다. 김종필 세무사는 “세부담 상한 덕에 그해 세금이 줄어도 그 다음해에는 세금 증가율이 높아져 체감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세부담 상한의 역풍은 종부세를 내지 않는 공시가격 9억 이하 주택에도 해당한다. 2020년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으로 5.5% 오를 예정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단독주택. 2020년 재산세(166만원)가 2019년보다 20% 오른다. 2019년 공시가격이 2018년보다 25% 급등하면서 세부담 상한에 따라 2019년 재산세가 154만원에서 139만원으로 줄었다. 154만원이 아닌 139만원에서 166만원으로 오르다 보니 2020년 증가율이 높아진다. 김 세무사는 “2019년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며 세율 적용 구간이 올라간 주택이 세부담 상한 효과를 많이 봤다”며 “2020년 공시가격 변화가 거의 없어도 세금이 많이 늘게 된다”고 말했다. 12·16대책에 종부세를 완화하는 방안이 포함됐지만 실제 세금 감면 효과는 미미하다. 정부가 1주택자 종부세율을 최고 0.3%포인트 올리는 대신 고령자와 장기보유자의 세액 공제를 현재 최대(70세 이상·15년 이상 보유) 70%에서 80%로 확대하기로 했다. 장기보유(5년 이상) 공제율(20~50%)은 현행 그대로 유지하고 고령자(60세 이상) 공제율을 20~40%로 10% 포인트 늘린다. 둘을 합친 공제한도를 현재 70%에서 2020년 80%로 확대한다. 공제폭이 커졌어도 세율이 많이 올라가 피부로 느끼는 세액 공제는 얼마 되지 않는다.
정부의 12·16대책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30억원의 2020년 고령·장기보유자 보유세는 당초 1099만원에서 세액 공제 확대로 84만원(1015만원)이 줄어든다. 전체의 10%가 되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유세에서 종부세보다 재산세 비중이 큰 경우엔 더 적다. 공시가격 10억원의 경우 세액 공제 10%포인트 확대로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1만원 감소한다. 이우진 세무사는 “상당수 세율 상승 등으로 늘어나는 세금이 공제 확대로 줄어드는 금액보다 많아 고령·장기 보유자 세액 공제 확대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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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가격 상승률이 미미하니 2020년 보유세도 2019년과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부가 종부세율을 올리기로 한 지난 12·16대책 등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그렇지 않다. 김종필 세무사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이 주택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1주택 기준)가 2019년 3억5800만원에서 2020년 5억3280만원으로 50%가량 늘어난다. 종부세만 277만원에서 431만원으로 55% 증가한다. 공시가격 상승률의 20배 정도다.
이렇듯 2020년 공시가격이 2019년보다 별로 오르지 않더라도 보유세는 급증할 전망이다. 2019년 공시가격이 급등했지만 세금 증가를 억제한 ‘세부담 상한의 역설’이다. 2020년 공시가격 상승률이 낮다고 보유세 걱정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2020년 서울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률 6.8%
2019년 집값이 2018년보다 전반적으로 덜 올랐다. 2020년 공시가격 상승률도 급등 몸살을 앓은 2019년보다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지난 12월 18일부터 처음으로 2020년도 예정 공시가격 열람을 시작한 표준단독주택의 서울 상승률이 6.8%로 2019년(17.8%)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2019년 들어 11월까지 서울 단독주택 가격 상승률은 3.86%로 2018년 같은 기간(5.75%)의 절반 정도다.
김종필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 표준단독주택 보유세 변화를 살펴봤다. 용산구 한남뉴타운 내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2019년 21억6000만원에서 2020년 22억9300만원으로 6.2% 오를 예정이다. 보유세는 1100만원에서 1565만원으로 40% 넘게 늘어난다. 종부세 상승률은 105%다. 384만원에서 788만원이 된다.
공시가격과 보유세 상승률 격차가 큰 이유가 뭘까. 정부가 12·16대책에서 2020년 종부세율을 올리기로 했고, 보유세 산정에 반영하는 공시가격 비율(공정시장가액비율)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12·16대책에 따라 2020년 1주택자 종부세 세율은 공시가격에 따라 최고 3%포인트 올라간다. 정부는 2022년까지 매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5%포인트씩 높이기로 했다. 2020년에는 90%다.
무엇보다 2019년 세부담 상한 덕에 누린 보유세 감면 혜택이 거꾸로 2020년 보유세 급증을 낳는다. 세부담 상한은 급격하게 늘어나는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의 세금 제동 장치다. 재산세와 종부세 산정에 쓰인다. 재산세가 전년 대비 최대 30%(공시가 6억 초과)까지만 늘 수 있다. 종부세는 재산세에 종부세를 합친 금액이 1주택자 50%, 2주택자 100%(2020년 200% 상향 예정), 3주택 이상이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200%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매겨진다. 상한을 초과하는 금액은 세금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감면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세부담 상한에는 함정이 있다. 이듬해 보유세를 계산할 때 전년에 세부담 상한에 따라 낸 세금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세금 증가율이 높아지게 된다. 기저효과인 셈이다.
위의 2020년 공시가격 22억9300만원 주택을 보자. 2019년 이 주택의 공시가격이 2018년(16억8000만원)보다 28.6% 상승했다. 세부담 상한이 없으면 2019년 보유세가 2018년(750만원)보다 100% 가까이 늘어난 1420만원이었다. 세부담 상한으로 실제로 낸 세금이 1100만원으로 300만원 감면 혜택을 봤다. 2019년 세부담 상한 적용을 받지 않았다면 2020년 보유세 증가율이 1420만원에서 1565만원으로 10.5%에 그친다. 김종필 세무사는 “세부담 상한 덕에 그해 세금이 줄어도 그 다음해에는 세금 증가율이 높아져 체감 세금 부담이 더 커진다”고 설명했다.
세부담 상한의 역풍은 종부세를 내지 않는 공시가격 9억 이하 주택에도 해당한다. 2020년 공시가격이 6억5000만원으로 5.5% 오를 예정인 서울 동작구 흑석동 단독주택. 2020년 재산세(166만원)가 2019년보다 20% 오른다. 2019년 공시가격이 2018년보다 25% 급등하면서 세부담 상한에 따라 2019년 재산세가 154만원에서 139만원으로 줄었다. 154만원이 아닌 139만원에서 166만원으로 오르다 보니 2020년 증가율이 높아진다. 김 세무사는 “2019년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며 세율 적용 구간이 올라간 주택이 세부담 상한 효과를 많이 봤다”며 “2020년 공시가격 변화가 거의 없어도 세금이 많이 늘게 된다”고 말했다.
고령·장기보유자 세액 공제 확대
정부의 12·16대책 발표 자료에 따르면 공시가격 30억원의 2020년 고령·장기보유자 보유세는 당초 1099만원에서 세액 공제 확대로 84만원(1015만원)이 줄어든다. 전체의 10%가 되지 않는다.
공시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유세에서 종부세보다 재산세 비중이 큰 경우엔 더 적다. 공시가격 10억원의 경우 세액 공제 10%포인트 확대로 전체의 5%도 되지 않는 1만원 감소한다. 이우진 세무사는 “상당수 세율 상승 등으로 늘어나는 세금이 공제 확대로 줄어드는 금액보다 많아 고령·장기 보유자 세액 공제 확대를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 안장원 중앙일보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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