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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맥짚기] ‘코로나19’ 악재 영향은 끝났다

[증시 맥짚기] ‘코로나19’ 악재 영향은 끝났다

유럽 전기차 호황으로 배터리 주가 상승… IT 투자 타이밍은 상반기
신종 코로나로 중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배터리 제품을 살펴보는 LG화학 오창공장직원들.
주식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권에서 벗어났다. 몇 번의 경험으로 질병에 대한 내성이 커진데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할지도 알고 있어 대응이 빠르게 이루어진 것 같다. 질병 발생시점이 주가가 한창 오르던 때라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 연준의 금리 인하와 연초 이후 미국 경제 지표 개선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던 시점에 코로나19가 발생했는데 이 상태에서는 악재의 역할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

이제 주식시장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은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실생활에서 확진 환자가 늘어나는 등 불안이 계속 되더라도 주가를 좌우하는 심리적 요인에는 별다른 타격을 주지 못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 4%조차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환자가 갑자기 늘어나는 등 상황이 엄청나게 악화된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제 주식시장은 자기 힘으로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어디인지 확인하는 시점까지 가격을 끌어올리려 할 것이다.
 LG화학·삼성SDI 배터리 흑자전환 가능성 주목
시장을 끌고 가는 종목이 둘로 좁혀졌다. 하나는 배터리 관련주다. 테슬라 주가 상승이 직접적인 계기였지만, 지난해 유럽 전기차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도 받았다. 다른 하나는 반도체를 포함한 IT 관련 주다. 시가총액 비중이 40%까지 늘어나는 등 시간이 갈수록 힘이 세지고 있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전기차는 2018년보다 10%가 늘어난 222만대가 팔렸다. 2017년 58%, 2018년 64% 증가에 비해 낮은 성장률이었다. 지역별로는 유럽에서 56만대가 판매돼 전년보다 46% 성장한 반면 중국과 미국은 오히려 줄었다. 이렇게 유럽시장이 커진 것은 기존 자동차에 대한 강력한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로 수요가 전기차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유럽의 전기차 보급률은 연평균 3.6%, 12월에는 6.1% 상승했다. 보급률 상위 국가는 노르웨이로 56%, 그 뒤를 이어 아이슬란드와 네덜란드가 각각 25%, 15%를 차지했다. 이 같은 유럽의 전기차 판매 확대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게다가 중저가 신모델이 다수 출시되면서 100만대에 가까운 판매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반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105만대 판매에 그쳐 2018년에 비해 0.4% 줄었다. 2018년에 81% 급성장한 것과 비교된다. 정부 보조금 지급 기준 강화 및 보조금 축소로 지원이 약해진데다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경기 둔화가 겹쳤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 약화로 차량당 최대 보조금이 과거 6만 위안에서 지난해 2만5000위안으로 줄었는데, 해당 조치가 취해진 7월 이후 차량 판매가 30% 감소했다. 다행히 올해는 사정이 나아질 걸로 보인다. 전기차 판매가 줄자 중국 정부가 보조금 삭감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럽 중심의 전기차 시장 강세는 세계 배터리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7월 이후 중국과 일본 배터리 업체의 점유율이 하락한 반면 우리 배터리 업체는 상승했다. 지난해 10월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을 보면 LG화학이 14.2%, 삼성SDI 5.5%, SK이노베이션 2.7%로 2018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5.9%p, 2.3%p, 1.9%p 상승했다. 반면 파나소닉과 BYD는 각각 3.4%p, 7.2%p 하락했다.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라 배터리 주식들이 계속 투자자의 관심을 끌 것이다. LG화학, 삼성SDI의 배터리 부문이 올해 처음 흑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만큼 보다 높은 평가를 받을 걸로 보인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치고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분기 공급 부족으로 디램의 가격 상승이 빨라지면서 재고가 적정 수준 밑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 반면 수요는 5G 신모델 출시로 증가할 것이다. 반도체를 포함해 올해 IT 수요를 결정하는 건 5G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처음 망이 깔린 데 이어 올해는 주요국이 망 구축에 나선다. 이에 따라 5G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텐데 지난해 1550만대 수준에 그쳤던 수요가 올해는 2억대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5G 스마트폰의 보급률이 1.1%에서 12.4%로 상승하게 된다.

5G폰 수요가 이렇게 증가하는 건 통신사들의 경쟁 심화로 본격적인 마케팅이 이루어지는데다 다양한 5G 통합 칩셋 출시로 5G 모델이 늘어나며 글로벌 시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 5G 시장이 우리나라에서만 형성됐다면, 앞으로는 중국과 미국을 포함해 세계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성장이 눈에 띄는 곳이 중국이다. 5G 스마트폰 판매량이 지난해 620만대에서 올해는 1억3000만대로 대폭 증가할 걸로 보인다. 중저가형 5G 모델 출시 외에 다른 국가 대비 낮은 5G서비스 이용료가 시장 확대를 뒷받침할 것이다.

5G폰을 제외한 일반 스마트폰도 성능 개선을 통한 시장 활성화가 예상된다. 현재 스마트폰은 다른 전자기기가 겪었던 것처럼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따라서 수요 증가가 크지 않겠지만 3개의 카메라와 전면 디스플레이, 지문인식 기능 개선 등을 통한 교체 수요는 예상된다.
 고평가 부담에도 5G폰 중심 IT주가 주도 예상
문제는 주가다. 지금 IT와 비IT간 격차가 많이 벌어졌다. 코스피의 12개월 이후 주가순이익배율(PER)이 11.5배인 반면 IT 업종의 해당 배율은 12.6배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PER 역시 12.4배와 10.9배로 최고 이익을 내던 2018년에 비해 훨씬 높지만 시장과는 비슷하다. 참고로 SK하이닉스가 2018년에 21조원의 영업이익을 낼 당시 평균 PER은 3배에 지나지 않았었다. 다만 삼성SDI는 24.5배로 어떤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고평가돼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IT주가가 이렇게 높아진 게 부담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외국인 매수세가 반도체를 포함한 IT에 집중되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이들의 경쟁력이 높다고 봐야 한다. 국내외에서 성장산업이 없는 상태에서 IT와 배터리같이 성장성이 높은 산업이 높은 프리미엄을 받는 게 당연하다.

당분간 주식시장은 전기차용 2차전지, 5G 기반 스마트폰 부품, 메모리 반도체, 반도체 패키지 기판 업체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갤럭시 S20 출시를 계기로 5G 시장이 확대되고, 동경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멀지 않았음을 감안할 때 하반기보다 상반기가 IT 투자의 적기로 판단된다.

-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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