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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종료’ 타다가 남긴 4가지 과제] 극한 대립 속,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

[‘서비스 종료’ 타다가 남긴 4가지 과제] 극한 대립 속,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

이동선택권 빼앗긴 시민이 피해자…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 규정 논의 시작해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타다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여객법)개정안이 통과된 직후 타다가 신규 채용을 취소했다. / 사진:뉴스1
2020년 4월 10일,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타다가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했다. 타다가 첫 운행을 시작한 2018년 9월 이후 1년6개월 만이다. 베이직 서비스는 11인승 승합차 카니발로 승객을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서비스다. 타다 운영사인 VCNC는 차량 공유업체 쏘카에서 차량을 렌트해 기사와 함께 승객에게 제공했다. VCNC 측은 “적법한 기사 알선, 렌터카 서비스”라고 주장했지만 국토부와 택시업계는 “유사 콜택시 서비스에 불과하다”며 대립했다.

지난 2월 1심에서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며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으나, 한 달 뒤 국회가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릴 수 있지만,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했다.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든 셈이다. 모빌리티 서비스 혁신을 몰고 온 사업이냐, 아니냐 하는 공방 끝에 VCNC는 결국 베이직 서비스 종료를 결정했다.

갈등과 대립의 마침표가 찍혔다. 보통은 승자, 패자가 나뉘지만 이번 논란에선 승자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관되지 않은 행보로 혼란을 초래하고 불신을 자초한 정부, 이 때문에 서비스를 포기한 VCNC 모두 얻은 게 없었다. 운수업 시장은 지켜냈지만, 시민들의 거센 비판을 받게 된 택시업계도 명분 없는 승리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VCNC의 일방적인 서비스 포기 선언으로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된 타다 드라이버와 이동선택권 하나를 빼앗긴 시민들은 가장 큰 피해자다.
 정부 | 일관성 없는 행보로 혼란·불신 초래
타다 문제를 만든 건 사실상 정부라는 지적이다. 타다의 운영 방식은 처음부터 논란이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은 타다가 불법 유사 택시라며 지난해 2월 타다 경영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정부가 한 일은 없었다. 검찰이 타다를 기소하기 전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거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무런 의견도 내지 않았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법무부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에 관련 보고를 받은 것은 맞지만, 그 내용을 국토부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관련 업계의 이해관계 등을 고려해 공식 답변을 내지 않았으며, 단순 의견조회와 기소 관련 협의는 다르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택시기사가 분신해 목숨을 잃는 등 택시업계와 타다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았다. 그렇게 1년을 허비하고도 판단은 법원의 몫으로 미뤘다. 정부가 한 일은 ‘사회적 타협기구’를 만든 게 전부였다.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 기자 간담회에서 타다와 택시의 갈등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신구 산업간 사회적 갈등을 아직 풀지 못하고 있다. 일종의 사회적 타협 기구들이 건별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적 타협기구가 갈등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정부 고위인사들의 오락가락 입장도 문제가 됐다. 타다에 대한 입장이 저마다 달랐다. 2019년 5월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타다를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최근 타다 대표자 언행을 보면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아직 못했다고 해서 경제정책 책임자를 향해 ‘혁신의지 부족’ 운운하는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며 “택시업계에 대해서도 거친 언사를 내뱉고 있는데, 이런 것은 이기적이고 무례한 언사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런데 같은 해 10월 검찰이 타다 임원진을 기소하자 타다를 편드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상조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혹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신산업 창출 불씨가 줄어들까 우려스럽다”고 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너무 성급하지 않았나”라며 검찰의 기소를 비판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자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박 장관은 “시대를 못 좇아간다는 비판을 보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후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견해는 달라졌다. 한 달 뒤 국회에서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자 김 장관은 “타다 ‘금지법’ 아니라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국회 편을 들었다. 이후 국토부는 타다 금지법을 설명하며 홈페이지에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집니다”라는 내용을 담은 배너를 띄우기도 했다. 이재웅 대표를 비롯해 스타트업계에서 ‘정부가 조롱한다’고 반발하자 국토부는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회는 타다 금지법을 통과시키며 택시업계의 표만 의식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은 바 있다.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해 12월 조사한 20대 국회의원 평가에서 의정활동에 대해 ‘잘못했다’고 답한 응답자가 77.8%에 달했다. ‘잘했다’는 평가는 12.7%에 불과했다. 이런 국회의원들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은 81건이나 발의했다. 이 가운데 차량공유와 관련해 발의된 9건 모두 규제법안이었다.
 혁신 | 소비자는 기술보다 ‘친절’을 평가했다
이재웅 전 쏘카 대표 / 사진:뉴스1
타다는 정말 없어져야 할 서비스였을까. 타다를 두고 벌어진 가장 큰 논란 중 하나는 ‘혁신이냐, 아니냐’였다. 법이나 규정으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시민들은 ‘혁신’으로 본다는 의견이 많았다. 지난해 11월 CBS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500명을 조사한 결과 타다를 ‘공유경제 개념에 기반한 혁신적인 신사업으로 육성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라고 응답한 비율이 49.1%였다. ‘정당한 자격 없이 택시업계에 뛰어들어 공정 경쟁을 해치는 불법적 서비스’라고 답한 비율은 25.7%였다. 모름과 무응답은 25.2% 수준이었다. 혁신으로 보는 긍정적 대답이 부정적 평가보다 2배 많았던 셈이다.

타다가 운영하는 사업 방식이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기술력이 인정 받은 것은 아니다. 모바일 앱으로 택시를 호출하고, 정해진 목적지까지 타고 가는 모빌리티 수단은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서비스 중 하나가 우버다. 카카오택시나 콜택시도 이런 방식의 서비스를 한다. 표면적으로 타다가 달랐던 점은 11인승 승합차를 이용한다는 것뿐이었다. 검찰이 타다 서비스를 ‘유사 콜택시’로 본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타다에 열광한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은 친절한 서비스에 있었다. 일부 택시기사들의 불친절한 서비스와 난폭운전, 승차거부에 질린 시민들은 타다 기사들의 친절한 서비스를 혁신적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1월 발표된 오픈서베이 모빌리티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이용자들이 타다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은 것은 ‘운전기사가 친절하다’(44.7%)는 것이었다. ‘차량 실내가 깨끗하고 잘 관리됐다’(38.7%)는 응답과 ‘불필요한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29.1%)는 점을 장점이라고 답한 사람도 많았다. 타다 기사들은 손님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안전운전을 교육받았다. 이용자들은 이런 서비스에 열광한 것이다. 택시보다 20~30% 비싼 요금에도 타다 이용자는 1년 만에 170만명을 넘어섰다. 법원도 이재웅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택시보다 비싼 요금을 지출하면서도 타다를 호출하는 이용자가 증가한 것은 시장의 선택”이라고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강경우 한양대 교수(교통물류학)는 “기술적인 측면을 넘어 문화나 서비스의 개혁도 혁신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타다로 인해 시민들이 택시 서비스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알게 됐다”며 “택시 이외에도 얼마든지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올 수 있다는 충격을 줬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다 | 하루아침에 9000명 실직, 무책임 논란
박재욱 VCNC 대표 / 사진:VCNC
정작 이런 가치에 무관심했던 건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였다.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한 3월 4일, 타다 운영사인 VCNC는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타다는 입법기관의 판단에 따라 조만간 베이직 서비스를 중단한다”며 “서비스를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타다 드라이버 앱을 통해 “타다 베이직 서비스는 한 달 후인 2020년 4월 10일까지 운영하고 이후 무기한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공지했다. 이틀 뒤에는 이재웅 쏘카 대표가 쏘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같은 날 이사회는 쏘카에서 타다를 분할해 독립기업으로 출범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쏘카와 타다에는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볼 수 있는 이런 굵직한 일이 열흘 남짓한 사이에 벌어졌다. 사전에 논의가 되지 않았다면 시행되기 어려운 일이다. 재계 관계자는 “개정안 통과 시나리오를 예상해 쏘카와 VCNC에서 여러가지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타다 기사들은 철저히 소외됐다. 약 9000명에 달하는 타다 기사들은 대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10월 타다가 운행차량을 1만대로 확대하고 기사를 5만명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계획을 5개월 만에 뒤집은 것이었다. 결국 이재웅 대표에게는 이용자들이 원했던 ‘친절한 서비스’를 이어 갈 혁신이 아니라, 택시 면허를 사들이지 않고 사업할 수 있는 조건이 ‘혁신’이었던 셈이다.

타다 기사들은 지난 4월 9일 이재웅 전 쏘카 대표와 박재욱 VCNC 대표를 근로기준법과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타다 기사들은 자신들이 프리랜서가 아닌 근로자로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이지만 주휴수당,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등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타다가 파견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타다 드라이버는 ‘여객 자동차 운송사업의 운전 업무’를 하는 것으로 파견법상 근로자 파견 금지 업무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타다 측이 용역업체 소속 드라이버의 노동력을 파견 방식으로 활용한 것은 불법 파견이라는 것이다.

다음날 박재욱 대표는 드라이버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타다 기사에게 “이유를 막론하고 드라이버 일자리를 지키지 못했다”며 “오랫동안 같이 일하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사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익명을 요구한 타다 드라이버는 “이재웅 대표와 박재욱 대표가 우리를 혁신의 동반자나 동료로 본 게 아니라 사업을 확장하는 도구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택시 | 실리 챙겼지만 결국 소비자만 피해
택시는 표면적으로 이번 싸움에서 승자다. 택시의 경쟁 상대로 꼽혔던 타다가 베이직 서비스를 접었고 법인택시 기사들은 사납금 부담을 덜게 됐다. 2021년부터 기사 월급제(기본급 170만원)가 도입된다. 택시 감차도 만 75세 이상 초고령 개인택시 기사를 중심으로 진행한다. 타다 등 플랫폼 운수사업도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지만 ‘기여금’을 내야 한다. 사실상 진입장벽이 생긴 것이다. 이는 대부분 택시업계의 요구가 반영된 내용이다.

그러나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타다 서비스 종료로 택시업계의 횡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택시업계가 지적받았던 문제점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시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포스트 타다’에 대한 요구가 늘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여기에 카카오모빌리티 같은 대기업이 택시사업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면허제와 연계하는 정부 방침에 따르면서 지난해부터 택시업체를 인수하고 있다. 자회사 KM솔루션을 통해 전국 10개 지역에서 5200대 규모로 ‘카카오T 블루’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강경우 교수는 “이번 싸움에서 택시가 이긴 것으로 보이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공고해 보였던 택시보호법에 균열이 생겼다”며 “정부도 이런 목소리를 계속 무시할 수 없는 만큼 향후 택시에 대한 개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았다. 특히 시민들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 이동수단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사라졌다. 타다처럼 강제 배차서비스를 하는 카카오모빌리티 택시 ‘웨이고’를 이용하려면 기본료에 3000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데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결국 택시요금만 비싸졌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대안을 찾기도 어렵다. 관련법 개정 이후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교통시스템공학)는 “택시 서비스를 개선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가 확인된 만큼 모빌리티 플랫폼 서비스와 관련한 규정을 개선하는 논의가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며 “규정이 바뀌면 택시기사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금전적인 지원이나 플랫폼 서비스에 동참할 수 있는 합리적인 지원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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