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K9’ 시승기] 5m 기함, 웅장함에 날렵함 더했다
[기아차 ‘K9’ 시승기] 5m 기함, 웅장함에 날렵함 더했다
5월 판매량 제네시스 G90과 같아… 브랜드 가치 개선은 과제 기아자동차 대형 세단 K9이 변했다. 기아차 기함 자리만 꿰찬 채 존재감은 드러내지 못했던 K9이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기함 G90과 맞먹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K9은 3290대가 팔렸다. 3900대 판매를 넘어선 G90에 완전히 미치지 못했지만, 지난 5월 한 달 판매량에선 601대로 같았다. 그동안 K9은 엔터프라이즈 이후 기아차가 10년 만에 내놓은 대형 세단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매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기아차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 ‘K9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변화는 2세대 K9부터 시작됐다. 고품격 대형 세단에 걸맞은 내·외관 디자인을 적용했고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했다. 특히 2012년 기아차가 국내차 최초로 적용했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후측방 경보 시스템’, ‘전자식 변속 레버’ 등 주행 편의 장치가 더 진화했다. 최근 달라진 2세대 K9 3.8 가솔린 그랜드 플래티넘 AWD(상시사륜구동) 모델 K9을 타고 서울에서 대전까지 왕복 약 300㎞ 주행했다.
첫시선은 큰 차체가 잡아끈다. K9은 전장이 5m를 넘어선다. 전폭은 2m에 가깝다. 휠베이스(축거)도 3105㎜로 내부를 널찍하게 만들었다. 1억원이 넘는 제네시스 G90 3.8 가솔린 AWD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크기에서 밀리지 않는다. 차체 길이만 조금 작다 뿐 전폭과 전고는 거의 같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휠베이스가 이전 모델보다 60㎜나 길어졌다. 길어진 바퀴 간 거리는 K9 측면부 대형 세단 특유의 안정감을 갖추게 했다. 기아차는 여기에 날렵함과 고급스러룸을 더했다. 안으로 모아져 있었던 1세대 K9 라디에이터 그릴을 좌우로 크게 넓히고 얇은 선의 발광다이오드(LED) 주간 주행등을 적용해 역동성을 더했다. 과거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이 동물의 치아를 연상시킨다는 혹평을 완전히 씻어냈다. 내부에는 리얼우드 내장재와 퀄팅 나파 가죽 시트를 배치했다. 특히 뒷좌석 시트는 높낮이뿐만 아니라 허리 지지대 조절도 가능하게 설계했다. 여기에 디스플레이 장치 및 조절 기능, 온도 조절, 무선 충전 시스템 등을 뒷좌석에 배치해 뒷좌석을 독립 공간으로 구성했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자 얌전하고 중후한 멋은 순간에 사라졌다. G90이 뒷좌석을 주로 이용하는 ‘쇼퍼 드리븐’에 최적화했다면, K9은 차주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오너 드리븐’의 구매 비율이 높다. 이에 차량 외관에서 풍긴 전면부의 날렵함이 주행 성능에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V6 람다2 3.8GDi 엔진이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m의 힘으로 5m 넘는 차체를 밀어붙였다. 실제 V6 람다2 3.8GDi 엔진은 4ℓ에 가까운 배기량과 V형 방식의 피스톤 배치가 직분사되는 연료의 도움으로 강한 출력을 낸다. 가속 능력이 고성능 차량 못지않았다.
실내 정숙성도 탁월했다. 시속 100㎞를 넘어서도 주행 중 바람이 차량을 훑고, 타이어가 지면을 구르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앞유리(윈드실드)는 물론 모든 문에 차음 유리를 기본 적용했고 문 접합부(도어 실링) 구조를 개선해 풍절음을 줄인 덕이다. 노면 소음을 잡기 위해 내부가 비어 있는 19인치 ‘중공 공명음 흡음 휠’도 장착했다. 휠은 공명음을 3~4데시벨(dB) 줄일 뿐 아니라 무게가 가벼워 연비까지 높일 수 있다. 이 밖에 엔진룸에 격벽을 설치, 엔진음의 유입까지 차단했다.
지능형 주행 보조 기술이 대거 장착돼 주행 안정성도 높아졌다. K9은 지능형 주행안전기술(ADAS)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등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갖췄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차선 유지 기능은 적절하게 제 역할을 했고, 정체 구간에서 사용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원활히 작동했다. 전방 충돌 위험을 차량이 인지해 제동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교차로 진입 차량과 측방 접근 차량까지 모두 인식했다. 곡선주로에서의 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었다. 다만 드물게 차선을 넘었고, 차선이탈 시 급하게 차체를 제어해 차량이 흔들렸다.
연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K9 3.8가솔린 그랜드 플래티넘 AWD 모델의 복합연비는 ℓ당 8.3㎞ 수준이다. 실제 컴포트, 스포츠, 에코, 스마트 등 4가지로 구성된 주행모드를 섞어 쓴 실제 주행에선 연비가 10.0㎞/ℓ까지 올랐다. 엔진 배기량과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됐음에도 K9에만큼은 여전히 힘 좋고 부드러운 ‘대배기량’ 엔진을 적용하고 있는 데 따라 연비 향상에 신경을 쓴 덕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마력 대비 토크를 줄여 연비를 향상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브랜드 가치다. 2018년 기아차는 월 약 1600대를 목표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직접 조준했다. 그러나 E클래스는 지난 5월에만 2794대가 팔렸다. K9 판매량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위한 차로 불리는 대형 세단 시장에 기아차라는 브랜드가 가진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기아차는 최근 K9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021년형 K9을 출시 멤버십을 강화했다. 차급에 걸맞은 대우를 하겠다는 의미다. 2021년형 K9 판매 가격은 판매 가격은 개소세 1.5% 기준 가솔린 3.8 모델 플래티넘 5437만원, 그랜드 플래티넘 6837만원, 가솔린 3.3 터보 모델 마스터즈 6557만원, 퀀텀 9232만원으로 책정됐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변화는 2세대 K9부터 시작됐다. 고품격 대형 세단에 걸맞은 내·외관 디자인을 적용했고 다양한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적용했다. 특히 2012년 기아차가 국내차 최초로 적용했던 ‘헤드업디스플레이(HUD)’, ‘후측방 경보 시스템’, ‘전자식 변속 레버’ 등 주행 편의 장치가 더 진화했다. 최근 달라진 2세대 K9 3.8 가솔린 그랜드 플래티넘 AWD(상시사륜구동) 모델 K9을 타고 서울에서 대전까지 왕복 약 300㎞ 주행했다.
첫시선은 큰 차체가 잡아끈다. K9은 전장이 5m를 넘어선다. 전폭은 2m에 가깝다. 휠베이스(축거)도 3105㎜로 내부를 널찍하게 만들었다. 1억원이 넘는 제네시스 G90 3.8 가솔린 AWD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크기에서 밀리지 않는다. 차체 길이만 조금 작다 뿐 전폭과 전고는 거의 같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휠베이스가 이전 모델보다 60㎜나 길어졌다. 길어진 바퀴 간 거리는 K9 측면부 대형 세단 특유의 안정감을 갖추게 했다.
혹평 받았던 전면 그릴 디자인 교체
일단 달리기 시작하자 얌전하고 중후한 멋은 순간에 사라졌다. G90이 뒷좌석을 주로 이용하는 ‘쇼퍼 드리븐’에 최적화했다면, K9은 차주가 직접 운전대를 잡는 ‘오너 드리븐’의 구매 비율이 높다. 이에 차량 외관에서 풍긴 전면부의 날렵함이 주행 성능에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V6 람다2 3.8GDi 엔진이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m의 힘으로 5m 넘는 차체를 밀어붙였다. 실제 V6 람다2 3.8GDi 엔진은 4ℓ에 가까운 배기량과 V형 방식의 피스톤 배치가 직분사되는 연료의 도움으로 강한 출력을 낸다. 가속 능력이 고성능 차량 못지않았다.
실내 정숙성도 탁월했다. 시속 100㎞를 넘어서도 주행 중 바람이 차량을 훑고, 타이어가 지면을 구르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앞유리(윈드실드)는 물론 모든 문에 차음 유리를 기본 적용했고 문 접합부(도어 실링) 구조를 개선해 풍절음을 줄인 덕이다. 노면 소음을 잡기 위해 내부가 비어 있는 19인치 ‘중공 공명음 흡음 휠’도 장착했다. 휠은 공명음을 3~4데시벨(dB) 줄일 뿐 아니라 무게가 가벼워 연비까지 높일 수 있다. 이 밖에 엔진룸에 격벽을 설치, 엔진음의 유입까지 차단했다.
지능형 주행 보조 기술이 대거 장착돼 주행 안정성도 높아졌다. K9은 지능형 주행안전기술(ADAS)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되는 등 첨단 안전·편의사양을 갖췄다. 고속도로 주행 보조 기능, 차선 유지 기능은 적절하게 제 역할을 했고, 정체 구간에서 사용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원활히 작동했다. 전방 충돌 위험을 차량이 인지해 제동에 개입하는 것은 물론 교차로 진입 차량과 측방 접근 차량까지 모두 인식했다. 곡선주로에서의 주행 안정감도 수준급이었다. 다만 드물게 차선을 넘었고, 차선이탈 시 급하게 차체를 제어해 차량이 흔들렸다.
연비는 기대 이상이었다.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K9 3.8가솔린 그랜드 플래티넘 AWD 모델의 복합연비는 ℓ당 8.3㎞ 수준이다. 실제 컴포트, 스포츠, 에코, 스마트 등 4가지로 구성된 주행모드를 섞어 쓴 실제 주행에선 연비가 10.0㎞/ℓ까지 올랐다. 엔진 배기량과 크기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이 자동차 업계의 대세가 됐음에도 K9에만큼은 여전히 힘 좋고 부드러운 ‘대배기량’ 엔진을 적용하고 있는 데 따라 연비 향상에 신경을 쓴 덕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마력 대비 토크를 줄여 연비를 향상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브랜드 가치다. 2018년 기아차는 월 약 1600대를 목표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를 직접 조준했다. 그러나 E클래스는 지난 5월에만 2794대가 팔렸다. K9 판매량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성공한 사람들을 위한 차로 불리는 대형 세단 시장에 기아차라는 브랜드가 가진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다. 기아차는 최근 K9 브랜드 가치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월에는 2021년형 K9을 출시 멤버십을 강화했다. 차급에 걸맞은 대우를 하겠다는 의미다. 2021년형 K9 판매 가격은 판매 가격은 개소세 1.5% 기준 가솔린 3.8 모델 플래티넘 5437만원, 그랜드 플래티넘 6837만원, 가솔린 3.3 터보 모델 마스터즈 6557만원, 퀀텀 9232만원으로 책정됐다.
- 배동주 기자 bae.dong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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