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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희 블랭크코퍼레이션 콘텐트 총괄] 블랭크가 ‘고간지’에 20억 쓴 이유

[윤상희 블랭크코퍼레이션 콘텐트 총괄] 블랭크가 ‘고간지’에 20억 쓴 이유

“단순 조회 수 넘어 콘텐트·커머스 접점 찾을 것”
윤상희 블랭크 GM이 입은 재킷은 고간지 시즌1 우승자인 유비가 디자인한 옷이다. / 사진:신인섭 기자
지난해 대형 방송사에서나 할 법한 ‘오디션’ 프로젝트가 유튜브 플랫폼 위에서 펼쳐졌다. 고등학생들이 멋을 겨루는 이 오디션에선 슈퍼주니어 출신의 방송인 김희철이 MC로, 상한가를 달리는 패션업계 아이콘들이 심사위원으로 등장했다. 우승자에겐 1억원의 상금과 ‘효도 벤츠’가 주어졌다. 바로 ‘고등학생 간지대회(고간지)’ 이야기다. 그동안 유튜브에서 볼 수 없던 높은 컬리티로 제작된 이 콘텐트는 곧바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은 브랜드 커머스 기업 ‘블랭크 코퍼레이션’(이하 블랭크)이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에 짧고 임팩트 있는 광고영상클립을 올리고, 관련 제품을 직접 판매해 성장한 콘텐트 기업이다. 블랭크는 지난해 7억원을 들여 고간지 시즌1을 만들었고, 올해에는 두 배의 예산(14억원)을 들여 시즌2를 진행했다.

블랭크는 고간지 시즌 1을 런칭한 이후 오리지널 콘텐트사업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구인구집, 허지웅답기 등 수많은 오리지널 콘텐트를 만들어냈다. 오리지널 콘텐트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블랭크에서 미디어 사업과 오리지널콘텐트 제작, 촬영을 총괄하는 윤상희 콘텐트 길드 매니저(GM)를 만나 사업 성과와 비전을 들어봤다.
 고간지 IP·세계관·팬덤은 커머스의 자산
사진:신인섭 기자
고간지는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다. 우승자뿐 아니라 많은 참가자들이 이른바 ‘하이틴 스타’가 됐다. 그럼 블랭크는 고간지를 통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을까.

고간지 시리즈가 업데이트되는 유튜브 ‘고하이’ 채널의 누적 조회 수는 시즌1 종료 당시 약 2500만을 기록했고, 시즌2를 마칠 때 즈음엔 7500만까지 뛰어올랐다. 분명 많은 사람이 봤고, 빠르게 확산됐지만 투자비용을 회수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 정도 조회 수가 만들어내는 광고 수익을 기존의 유튜브 플레이어들의 기준으로 환산해보면 아무리 높게 잡아도 콘텐트 제작비용 21억원(시즌 1, 2 합산)엔 미치지 못한다. 간접광고(PPL)를 엄청나게 유치했다고 가정해도 마찬가지다.

미디어 사업으로 본다면 고간지는 분명 ‘적자’ 콘텐트다. 그런데도 블랭크는 고간지 프로젝트를 ‘성공적인 프로젝트’라고 자평한다. 이유는 블랭크의 사업이 기본적으로 ‘커머스’에 있기 때문이다. 오리지널 콘텐트에 투자해 만들어 낸 ‘무형의 가치’가 커머스 비즈니스에 자산이 된다는 게 윤 GM의 설명이다.



고간지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철저하게 데이터 기반으로 카테고리를 잡았다. 블랭크의 이법기 PD가 앞서 기획한 블랙몬스터 광고에서 ‘훈남 남고딩’ 키워드가 전례 없이 많은 클릭률을 기록했고, 이를 통해 ‘멋진 고등학생’이 많은 이들에게 소구한다는 것을 파악했다. 트래픽 기반으로 수익을 만드는 방송국이었다면 음악이나 퍼포먼스를 이용했겠지만 블랭크는 커머스 기반의 회사다. 남대광 대표는 커머스와의 연결 지점을 만들 수 있는 ‘패션’을 접목하자고 제안했다.

마케팅 타깃 측면에서도 트렌드와 맞아 떨어졌다. 많은 기업이 이른바 Z세대에 주목한다. 고등학생들의 문화가 본인들만의 색채를 가지기 시작했고, 특히 패션 분야에서 굉장히 다양하고 높은 관심으로 구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고딩’을 아는 기업이 됐다는 점은 예상 못한 성과다.



고간지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지출이 더 큰 것 아닌가.


고간지는 당장의 직접적인 매출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열었고, 이는 머지않아 수익으로 이어질 것이다. 고간지를 통해 얻은 자산 중 유튜브 광고로 들어오는 돈은 극히 일부다. 당장 해외 채널에서 고간지의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제안이 있어 협의가 진행 중이다. 더 중요한 건 고간지라는 세계관이 온전히 블랭크의 자산이 됐다는 점이다. 고간지가 만들어낸 패션인플루언서들은 블랭크와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직접 계약했다. 직접 계약이 아니더라도 장기적으로 블랭크와 다양한 협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고간지 자체가 블랭크의 브랜드이며, 고간지에서 노출된 블랭크의 다른 브랜드 제품의 인지도도 커진다.



오리지널 콘텐트 사업 모델에 확신이 생긴 것인가.


고간지 시즌 1이 나온 이후 다수의 은행과 대기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회사 브랜드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달라는 외주 의뢰였다. 블랭크 브랜드 콘텐트 제작만으로도 일이 넘치기 때문에 이런 의뢰를 거절했지만 시장에 콘텐트에 대한 니즈가 충분하다는 걸 체감할 수 있었고, 오리지널 콘텐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방향성에 확신이 생겼다. 더 나아가 단순히 브랜디드 콘텐트가 아니라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소비자에게 직접 알릴 수 있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콘텐트 X 커머스의 수익공식은 고차방정식
블랭크는 고간지 시즌1이 끝난 뒤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 조직을 만들고, 많은 인력을 끌어들였다. 생산하는 콘텐트의 폭도 넓다. 고간지에서 파생된 콘텐트부터 허지웅답기, 구인구집 등 전혀 다른 포맷의 콘텐트들이 만들어진다.

2017년 블랭크에 합류하기 전 CJ ENM에서 마케터와 PD, IP세일즈 업무를 경험한 윤 GM은 앞으로의 미디어와 커머스 생태계가 종래의 ‘조회 수’ 중심의 일차방정식이 아니라 다양한 차원을 융합하는 고차방정식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블랭크의 ‘오리지널 콘텐트 실험’은 이런 고차방정식의 정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콘텐트 제작자로서 윤 GM이 블랭크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블랭크 PD들이 백상예술대상을 받는 것’이다. 유튜브 기반 콘텐트가 결국 주류-메이저 영역으로 나오게 될 것이란 확신이 기저에 있다.



또 어떤 오리지널 콘텐트를 시도할 예정인가.


오리지널 콘텐트는 빠르게 늘려나가고 있다. 현재 콘텐트길드 인원은 16명이고, 현재까지 2년 동안 약 14개의 IP가 제작됐다. 장가람 PD의 ‘고간지1·2’, ‘안녕하세홈’, 이미지 PD의 ‘허지웅답기’, 김은지 PD의 ‘구인구집’, ‘연애핏처링’ 등 다양한 콘텐트가 세상을 빛을 보았고, 현재 기획 중인 프로젝트도 많다. 고간지는 뷰티·리빙·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 및 기획을 지속하고 있다. 고하이 채널을 10~20대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채널로 성장 시키겠다는 목표다. 현재 ‘연애핏처링’이라는 이름으로 10대와 20대의 연애와 패션을 보여주는 콘텐트를 제작 중이며, 여행 문화를 소개하는 콘텐트도 방송 예정이다.



기존 방송사들이 만드는 유튜브 콘텐트와 차이점은.


콘텐트를 통해 보여주는 브랜드와 상품이 ‘우리의 것’이라는 건 구조적 차별점이다. 블랭크의 오리지널 콘텐트는 기획 단계에서 ‘어떻게 많은 사람이 보게 할까’보다 ‘어떻게 커머스를 기반으로 좋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을까’를 먼저 고민한다. 유튜브와 커머스를 묶는 사업의 수익성이 어떻게 나타날 지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조회 수 기반 광고로 수익을 창출하는 레거시 미디어와는 다르다. 하지만 결국 미디어와 커머스 생태계가 이런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



그만큼 자신이 있나.


미디어와 커머스의 융합이라는 고차방정식의 해답에 가장 근접한 것이 블랭크다. 이러한 회사의 문화와 비즈니스 구조는 개개인의 역량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감히 말하는데, 블랭크의 PD들은 5년 내에 시장에서 가장 몸값이 높은 PD로 성장할 것이다. 콘텐트 시장은 더 이상 트래픽만 가지고 오는 제작자를 원하지 않는다. 설득의 방식을 고민하는 제작자를 원한다. 블랭크PD들 만큼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개개인 역량 외에 구조적인 우위는 없나.


구조적 경쟁력은 DNA다. 블랭크는 현재 커머스와 콘텐트 DNA를 모두 가지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블랭크는 브랜드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포맷과 이를 수익화 할 수 있는 광고 구조를 가장 빠르게 테스트 하고 있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콘텐트를 만들 수 있는 순환구조를 확보해 가고 있다. 시스템화는 최소화하고 있다. 지나친 시스템은 창의력을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유튜브 이후 바라보고 있는 플랫폼이 있나.


고간지 여행 스핀오프를 준비 중인 김병기 PD가 얼마 전 회의 도중 한 말이 있다. ‘현재의 시청자는 단순히 유튜브만을 통해 콘텐트를 소비하지 않는다. 제작자는 콘텐트가 보여질 모든 매체를 염두에 두고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말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블랭크는 변화하는 디지털 생태계에 가장 빠르게 대응하는 회사다. 현재는 유튜브에 집중하지만 다른 플랫폼이 나타난다면 이에 맞추어 변화할 것이다. 고간지는 틱톡에서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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