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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춤했던 이케아, 매출 ‘쑥’ 비결은] ‘집콕족’ 이케아에서 책상·포크·주방놀이 샀다

[주춤했던 이케아, 매출 ‘쑥’ 비결은] ‘집콕족’ 이케아에서 책상·포크·주방놀이 샀다

코로나19에도 매출 33% 상승… 신규 출점 효과도 톡톡
이케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이케아코리아는 8월 25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2020 회계연도 매출액이 663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32.6% 성장한 수치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은 전년보다 31% 증가한 1232만명에 달했다. 이케아는 매년 9월 시작해 이듬해인 8월에 회계연도를 마무리한다.

온라인 판매 채널은 14% 증가한 4473만명이 방문했고, 이케아 패밀리 멤버도 40만명이 늘어난 240만명에 달했다. 2014년 광명점을 오픈하며 국내에 진출한 이케아는 2018년까지 매년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매출 증가율이 5%에 그쳤고, 방문객 수 역시 전년보다 2.3% 줄어든 850만명을 기록했다. 이케아의 국내 성장세가 둔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지난해 이케아코리아 2대 대표에 취임 직후 프레드릭 요한손 대표는 이에 대해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감소는 e커머스(전자상거래) 소비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며 “이케아 온라인 쇼핑몰의 누적 방문객 수가 3850만명으로, 합치면 방문객 수가 4700만명으로 오히려 늘어난 셈”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앞으로는 고객 접점을 확대해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접근성 높여 1년 만에 두 자릿수 성장세 회복
그 후 1년, 이케아코리아는 보란 듯이 성장세를 회복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다. 이케아코리아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머무는 사람이 늘면서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이는 곧 이케아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요한손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있었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회복한 시장”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집과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도 한몫을 했고, 기흥점·동부산점 등 신규 매장과 도심형 플래닝스튜디오 천호점을 선보인 효과가 컸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이케아는 주요 국가 정부로부터 휴직(일시해고) 보조금 등의 명목으로 받은 지원금을 반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실제로 미국을 비롯해 벨기에·체코·스페인 등 9개국에서 지원금 반환을 이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적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케아 역시 코로나19 발생 초기였던 2~3월엔 전 세계 374개 매장 대부분을 임시 폐쇄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당초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23곳을 제외한 점포가 금세 영업을 재개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그동안 미뤄둔 집수리를 하거나 정원을 가꾸는 등 각종 홈퍼니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홈퍼니싱 회사라는 점에서 특수성을 띄긴 하지만 신세계·롯데·현대 등 국내 유통 대기업의 2분기 매출이 주춤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과 확연히 다른 성적표다.

일각에선 정부가 백화점·대형마트 등을 재난지원금 사용 제한 업종으로 지정한데 반해 외국계 기업인 이케아는 여기에서 제외돼 국내 기업에 비해 ‘코로나 수혜’를 본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그러나 이케아코리아 측은 가격 인하 정책 실시와 온라인판매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의 시의적절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고 강조한다.

이케아는 매년 8월 새로운 카탈로그 출간과 함께 일부 품목에 대해 가격 인하를 실시한다. 같은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전년에 비해 더 효율적인 방식이나 재료를 찾아 가격을 낮추는 이케아식 마케팅 전략이다. 이 가격은 대개 한번 책정되면 다음 해 새로운 카탈로그가 나올 때까지 변동이 없다. 그러나 올해 3월 이례적으로 200여 제품에 대해 추가로 최대 38%까지 가격을 인하했다. 이케아는 ‘더 낮은 새로운 가격’을 내세우며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요한손 대표는 “홈퍼니싱 기업으로서 포지셔닝을 확실히 한 것이 여타 유통기업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유례없는 위기로 인해 가계가 어려움을 겪을 때 더 낮은 가격을 제공하고, 신규 매장이나 온라인을 통해 접근성을 높인 덕분에 더 많은 소비자가 이케아를 이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사업을 발 빠르게 강화한 점도 한 몫을 했다. 이케아코리아는 2018년 9월 자체 온라인몰을 개설했다. 신세계(2019년 3월)나 롯데(2020년 4월)의 온라인몰 출범보다 앞섰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매장에서 가져가는 ‘온라인 픽업’을 도입하기도 했다. 전화로 전문가와 가구 배치 등 공간 인테리어를 상담할 수 있는 ‘전화 플래닝’ 서비스를 실시하며 비대면(언택트) 소비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다.

최근 이케아에서 인기있는 상품도 코로나19로 인해 변화된 생활상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이케아 코리아는 홈오피스 관련 제품을 비롯해 어린이 놀이·학습 제품, 식자재·요리 제품의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재택근무를 하는 수요가 늘며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책상·의자가 인기를 끌었다. 그중 높이 조절이 가능한 ‘이도센 책상’은 80만원에 달해 이케아 내에서 고가 제품임에도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요한손 대표는 “다른 여러나라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홈오피스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며 “학교나 유치원에 가지 못하는 자녀를 위한 놀이용품을 비롯해 집에서 요리할 수 있는 식품과 조리도구를 구입하는 비율도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케아코리아는 지난 4월 서울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국내 첫 도심형 매장 ‘플래닝 스튜디오’를 연 데 이어 8월 27일에는 서울 현대백화점 디큐브시티점에 2호점을 냈다. 플래닝 스튜디오는 기존 이케아 매장이 교외 지역에 있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천호점의 경우 국내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침실과 키즈룸에 집중했다. 이곳에선 집 꾸미기 전문 상담가가 상주해 맞춤 인테리어 정보를 알려준다. 이케아는 계속해서 신규 점포뿐 아니라 도심형 매장 역시 확대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유통 대기업보다 한 발 앞선 자체 온라인몰 개설
지난 2월 부산 기장군에 오픈한 이케아 동부산점 / 사진:이케아코리아
이밖에도 중고 이케아 제품을 매입해 수리 후 재판매 하는 ‘바이백’ 서비스를 오는 11월부터 전 매장에서 운영할 계획이다. 호주에서 이미 큰 성공을 거둔 서비스로, 국내에서도 점차 늘어나는 중고거래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 이케아가 네덜란드와 스위스 등지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가구 렌탈 서비스의 국내 도입에 대해서도 검토 중이다. 니콜라스 욘슨 커머셜 세일즈 매니저는 “가구 렌탈 서비스는 고객들이 인테리어에 대해 느끼는 어려움을 해소할 뿐 아니라 이케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비대면 소비 트렌드에 부합한 회사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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