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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경의 STARTUP INNOMATE(7)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 사람·아이디어·자본 결합해 회사 만드는 ‘컴퍼니빌더’

[김유경의 STARTUP INNOMATE(7) 패스트트랙아시아 박지웅 대표] 사람·아이디어·자본 결합해 회사 만드는 ‘컴퍼니빌더’

“90% 이상 첫미팅 때 투자 결정... 생애창업은 필수,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식”
사진:전민규 기자
최근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의 혁신, 언택트 시대의 도래 등으로 혁신을 꿈꾸는 창업자가 많이 등장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져 이제는 혁신도 경쟁하는 시대다. 이 때문에 최고경영자(CEO)의 역량과 적응력은 창업의 가장 중요한 성공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 민첩한 기업 설립과 탄력적 비즈니스 운영도 기업의 생명인 속도를 좌우한다.

이에 이미 설립된 초기 스타트업을 교육시켜 성장을 돕는 엑셀러레이터나 성장 궤도에 진입한 기업에 투자해 스케일업을 돕는 벤처캐피탈(VC)과는 다른 길을 걷는 투자자도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고 이 사업에 걸맞은 경영자를 영입해 투자와 보육 과정을 통해 기업을 전략적으로 성장시키는 방식이다. 프로그램 제작 시 기초가 되는 코딩이 세팅돼 있듯, 투자·마케팅·비즈니스 모델 개발 등 창업자가 피할 수 없는 고민을 초기에 해결함으로써 운용의 묘를 살릴 수 있다. 이른바 ‘컴퍼니빌더(Company builder)’라 불리는 모델로, ‘스타트업 지주회사’, ‘스타트업 스튜디오’로도 불린다.

컴퍼니빌더로 가장 이름을 날린 회사는 독일의 ‘로켓인터넷’이다. 2007년 창업해 세계적으로 약 80개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배달의민족을 사들인 독일 ‘딜리버리 히어로’도 로켓인터넷 작품이다. 로켓인터넷은 마치 지주회사와 같은 역할로 세계 각지에 스타트업을 육성, 인수함으로써 자신에게 유리한 산업 생태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손 마사요시(孫正義) 소프트뱅크 회장도 영역별 1위 기업을 모조리 인수하는 ‘군(群) 전략’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지주회사 모델을 지향하고 있다.
 “딜스로우 50% 이상 확보해도 큰 회사 성장할 것”
국내에서는 ‘패스트트랙아시아’가 이런 모델을 가장 먼저 도입했다. 패스트캠퍼스(교육)·패스트파이브(부동산)·패스트인베스트먼트(투자) 등 자회사를 두고 파트너사를 직접 만들어 성장시키고 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박지웅 대표(전 스톤브릿지캐피탈 투자팀장)과 신현성 티켓몬스터 의장, 노정석 전 태터&컴퍼니 대표가 설립을 주도했다. 이민주 에이티넘 회장, 허민 원더홀딩스 대표, 이은상 한게임 전 대표, 김상범 넥슨 전 이사 등 20여 명이 투자자 및 파트너로 참여했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1년에 스타트업 한 곳 정도를 설립한다. 2016년 SK플래닛에 매각한 헬로네이처, 2017년 딜리버리히어로에 넘긴 푸드플라이를 직접 만들어 엑시트했다. 올해 들어 패스트파이브 상장 추진, 패스트벤처스 설립, 교육 사업 확대 등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지웅 대표는 “예비창업자 발굴을 시작으로 교육, 투자로 이어지는 창업 생태계의 새로운 가치사슬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사명에 왜 아시아를 붙였나.


회사 설립 당시 미국·중국 진출은 어려워도 아시아권은 충분히 공략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서울과 닮은 시장은 국내 소도시보다는 홍콩·싱가포르 등 메가시티다. 국가보다는 도시 단위로 생각하고 있다.



기존 VC와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기존 VC는 매출이 발생해야 하니 펀드 운영을 통한 관리·성과 보수에 집중한다. 다만 성과보수는 VC 만기가 돼야 알 수 있어 관리보수 체계를 탄탄하게 가져가려 한다. 그래서 펀드를 계속해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또 국내 VC들은 유망한 기술 기업을 만나기 위해 대전에 내려간다고 해도 5~6개 정도 만나고 오는 게 전부다. 딜 소싱 리스트나 뚜렷한 목표 없이 세일즈·마케팅 관점에서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일할 뿐이다.



패스트트랙아시아는 어떤 점이 다른가.


시드 스테이지에 좋은 기업 투자 기회를 50%만 확보할 수 있다면, 굉장히 큰 회사가 될 것이다. 50% 이상의 딜 스로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학교·직장별로 창업동아리 등을 유심히 살피고 있다. 유능한 창업팀은 대개 학교나 회사의 인연을 기초로 시작한다. 지난 10년간 유니콘이 됐거나 목전에 둔 회사 창업자를 역추적했다. 풀 마케팅을 통해 이들을 빠짐없이 만나게 하고 있다. 예컨대 대전의 유망 스타트업이 나오는 요충지와 길목을 지키고 있다면 거의 모든 기업을 다 만날 수 있을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떤 창업자를 선호하나.


운동선수나 게임 캐릭터에 비유하면 힘·지능·민첩성 등 여러 능력이 평탄한 것보다는 확실히 강점 있는 쪽을 선호한다. 돈을 벌고 싶다는 등 모티브가 명확한 게 좋다. 현실적인 부분에서 솔직해야 하고, 꿈과 욕심이 커야 한다.



현재 창업 생태계 밖에도 유능한 창업자가 많지 않나.


‘스타일난다’의 경우 투자를 하나도 받지 않고도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했다. 그런 회사는 VC와는 인연이 아니며, 애초에 투자 대상도 아니다. 우리는 사업 초기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해 회사를 키우려는 창업자에 집중하고 있다.
 “시드투자가 가장 큰 지원, 잘 될 회사는 나둬도 잘돼”
사진:전민규 기자


페이퍼보다는 직관에 의지해 투자한다는 평가도 받는다.


90% 이상 첫 미팅에서 투자를 결정한다. 이 판단은 정형화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작용한다. 창업자의 종합적 느낌과 주관적 판단이 절반 정도 차지한다. 객관화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일종의 감인데, 투자를 계속하면서 훈련된 측면이 있다. 선호하는 사람에 느낌이 존재한다. 나머지 절반은 미래에 대한 창업자의 인사이트와 사업계획, 스토리다. 거기에 설득되면 투자하고, 아니면 그만둔다. 투자를 결정하면 밸류에이션 협상은 강하지 않은 편이다. 투자 여부가 중요한 거지 얼마에 할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컴퍼니빌더란 개념은 어떻게 끌어냈나.


유럽에서 시작해 미국으로 유행처럼 퍼진 개념이다. 헐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가 여러 프로젝트를 가동하듯, 한 회사가 여러 사업을 운영하는 개념이다. 제품·서비스가 아닌, 회사를 만드는 회사다. 투자사는 투자해서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고, 컴퍼니빌더는 사업의 주체가 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스타트업에 어떤 지원·교육을 펼치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잘 되는 기업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아도 스스로 잘 한다. 가장 큰 지원은 은행대출도 못 받는 얼리스테이지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기업들이 사업적으로 특정 영역에서 언제든 물어볼 수 있도록 프라이빗 채팅 채널을 만들었다. 다른 기업의 케이스가 궁금한 경우 등 상세한 얘기를 치밀하게 정보 공유를 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로서 강점은 무엇이며, 어떤 책을 좋아하나.


결정을 내리는 데 많이 주저하지 않는다. 의사결정이 빠르다. 평소 책은 많이 읽지 않으며, 읽더라도 실용서를 주로 본다. [머니볼]은 20번 넘게 읽었고, 워런버핏 주주서한 모음집은 주기적으로 본다.



현재까지 투자한 회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샌드버드가 독특했다. 한국에서 시작한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개발사인데, 한국에서 미국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파는 것을 보고 놀랐다. 게임의 경우 스팀이나 유튜브 등 플랫폼을 이용해 해외로 나갈 수 있는데, SaaS를 해외에 판매한 것은 처음 봤다. 창업팀은 확신이 서자 모두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 당시에는 굉장히 도발적 발상이었다. 현지 VC의 투자를 받고, 현지 엔지니어를 수십 명 채용했다. 국내 기업이 미국 인사이더 네트워크에 진입한 거의 첫 사례다. 이런 식으로 한국 사람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회사를 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수준과 경쟁력은.


압도적으로 높다. 한국 창업자들은 일을 집중해서 굉장히 효율적으로 한다. 열의는 다른 어느 국가와도 비교하기 어렵다. 온라인 강의 등 한국에서 비롯된 비즈니스 모델이 동남아시아 곳곳으로 퍼졌는데, 사업 운용을 보면 한국 회사들이 훨씬 잘한다. 한국이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경제성숙도가 높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규 비즈니스 쏟아져, 5~10년 뒤 부동산이 가장 큰 변화”
박 대표는 “최근 뾰족한 투자 트렌드는 없지만, 동남아를 중심으로 한국 영화·드라마·웹툰·웹소설이 각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콘텐트 비즈니스는 과거 흥행리스크 때문에 잘 투자하지 않았지만, 한국 콘텐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게 증명되면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는 “현실적으로 여행 분야가 확실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고 실제 투자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e커머스처럼 5~10년내 가치사슬이 급격히 바뀔 산업 분야는 무엇인가.


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 직방·다방 같은 검색·중개 서비스부터 공유오피스·공유주거 등 여러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많이 등장했다. 필지마다 어떤 건물을 세우는 게 좋을지 3D 기술로 보여주는 기술 기업도 나타났다. 부동산은 규모가 크고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주다보니 산업적 변화가 많다. 그간 부동산의 중개, 임차인 등이 발품을 팔아야했던 영역이 기술로 많이 대체되고 있다.



창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창업은 죽기 전 한번은 해봐야 할 것이기 때문에 주변에 창업을 권하는 편이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리스크 때문에 창업을 꺼리는 사람들이 있지만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리스크가 거의 없다. 삼성에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할 확률과 창업해서 성공할 확률이 거의 비슷하다. 라이프스타일의 차이지만, 창업을 꼭 불안하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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